00. 너랑 난 확실한 끝맺음이 없는건가?
"나 몇 주간만 재워줘."
"뭐?"
"몇 주간만 니 자취방에서 묵게 해줘."
"너 지금 나랑 장난하냐?"
"알잖아. 이 지역에서는 너말고 딱히 친한친구없어."
"아,친구? 그렇지 이젠 친구지. 진짜 웃기고 뻔뻔해서 무슨 말을 해야될 지 모르겠다."
지금이 무슨 상황이냐고? 구남친 민윤기님께서 자신이 지방에서 일을 하다가 갑작스레 서울로 이동 된 회사 덕에 잘 곳이 없댄다. 그러고는 나보고 싼 집 알아볼때 동안만 이 집에서 묵게 해달란다. 옛날부터 민윤기는 어마어마한 재력과 어마어마한 바람기에 어마어마한 철판이 얼굴에 몇 십개,아니 몇 억개나 깔려있었다. 덕분에 헤어진 이유도 항상 나로는 부족한지 여자로 둘러쌓여있는 그 놈에게 내가 너무 지쳐서였다. 헤어질 때는 더 지독했다. '니가 나 말고 다른 남자를 만날 수 있겠냐?' '돈이 부족해서 그래? 돈 더 줄게.' 라며 내 심장에 비수를 꽂고는 그렇게 끝이 났었다.
근데 뭐? 그렇게 헤어지던 그 날에도 반성은 커녕 끝까지 빡치게 해놓고 이렇게 뻔뻔히 내 앞에 나타나서 뭐? 진짜 웃겨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내 자취방은 자취방이 아니다. 한번씩 내 현 남자친구와 음...그렇고 그런 시간을 가질 때나 홈데이트를 할 때 쓰이는 용도이기도 하다. 그런 시간이 일주일에 세 네번 정도가 있기에 그 모습을 민윤기에게 들키면 너무 자존심이 꺾이는 행위이기도 하다. 난 예전부터 '혼전순결'을 그에게 입이 마르고 닳도록 외쳐댔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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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는 내 의견따위는 상관없나보다. 내가 안된다고 단호하게 거절하기 전에 바로 짐을 챙겨들고는 신발을 벗곤 집 안으로 들어섰다. 역시나 제멋대로인 것은 너무나도 여전했다. 예전에도 그랬지. 항상 데이트 할 땐 한,두 시간씩 늦어지면 미안하다는 말 커녕 자기 멋대로 행동했다. 영화를 볼 때도 내 의견은 소중하지 않다는 듯 자기가 보고싶은 영화를 골랐었고,음식점에서도 자기가 먹고 싶은 것만 잔뜩 골라서는 말없이 먹기만하다 자신이 계산하고는 나갔다. 아,씨발 다시 생각하니까 또 빡치네...이 새끼는 왜 굳이 내 원룸에 찾아와서는 이 지랄인건가...난 머리를 한 번 쓸어넘기고는 현관문을 있는 힘껏 닫았다. 민윤기는 그런 나의 행동에 흠칫 놀라더니 장난끼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이쿠, 현관문은 무슨 잘못이 있다고 그렇게 세게 닫냐? 문짝 떨어지겠다."
"나는 너 때문에 수명이 단축되겠다. 서울 본가에 멀쩡한 니네 집 놔두고는 왜 이런 누추한 곳에 오신 겁니까?"
"알잖아. 나 아버지랑 사이 뭣같이 안 좋은 거."
"니네 아버지랑 사이 안 좋은 것보다 우리 사이가 더 안좋지 않냐?"
"난 그렇게 생각 안하는데?"
"난 그렇게 생각하는데? 넌 진짜 얼굴에 철판을 몇 개나 깐거냐? 우리 어떻게 헤어졌는지 생각이 안나?
"그건 니 일방적인 이별통보였잖아."
"원인이 너한테 있었던 거잖아. 그게 무슨 일방적인 이별이야. 맨날천날 여자 끌고와서는 우리 집에서 떡친 놈을 퍽이나 좋아하겠다."
그렇다. 사실 이 집은 민윤기와 내가 동거했던 집이였다. 내가 이 집을 나가지 않은 이유는 딱 하나였다. 집값이 싸기 때문에. 민윤기는 이런 집에서 어떻게 사냐며,누추해서 죽어버리고 싶다며 그런 말을 많이 해댔었지만 난 그때만큼은 매우 고집있게 여기서 살고싶다고 했다. 왜냐하면 내가 하는 아르바이트 장소랑 매우 가깝기 때문에. 민윤기는 항상 늦게 들어올때면 여자를 끼고선 왔다. 처음에는 충격이 커서 울면서 울면서 그에게 나로는 충분하지 않냐면서 매달리는 수준으로 얘길했다. 그때마다 민윤기는 대답하기 귀찮다는 듯이 항상 입막음용 입맞춤을 나에게 했었고,난 그런 그에게 더 빠졌었다가 언제부터인가 지쳐버렸다. 이제 생각해보면 겁나 다행이지 뭐...
민윤기는 날 툭툭치더니 밥 좀 해달라고 얘기를 한다. 대구에서 여기까지 오느라 밥을 한 끼도 못 먹었다며 날 웃으며 쳐다봤다.. 참 가지가지한다 개새끼...난 주먹을 부들부들 떨며 그가 내팽겨쳐 놓은 짐들을 베란다 구석탱이에 쳐박아놓곤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해야 쟤를 나가게 할 수 있을까...여러가지 어떤 방법이든 머리를 굴릴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저래보여도 머리 하나는 쓸데없이 좋은 녀석이라 눈치를 채버리면 내가 더 곤란해진다. 난 머리 쓰는 것을 관두고는 부엌으로 향했다. 부엌을 향하는 순간에도 자기 집인 마냥 그 좁디좁은 거실에서 코트를 소파에다 아무렇게나 벗고는 나에게 다가와선 눈을 감더니 자신의 얼굴을 들이민다.
"뭐하는 짓이냐?"
"옛날 분위기 좀 낼려고. 넥타이 좀 풀어줘."
"작작 좀 해라. 지금 너 베란다에 던지고 싶은거 간신히 참고있는 중이니까."
그러더니 '아 왜에' 라며 되도 않는 구역질 오지게 나는 애교를 부린다. 난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넥타이를 풀어주며 그에게 내밀었다. 근데 그 바라보는 눈빛이라고 아는가? 참 그 눈빛이 이상하게 야했다. 진짜 씨발스러운 녀석...대체 이 새끼는 무슨 속셈인거지...넥타이를 내미는 손이 허공에 떠있다. 뻘쭘했다. 난 시선을 거두려고 다른 곳을 응시하려 했지만 민윤기는 내 두 볼을 잡더니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가 떨어졌다. 난 그 순간에 너무 놀라서 그의 가슴팍을 밀쳤더니 민윤기는 싱긋 웃으며 나에게 말한다.
"너 남자친구있냐?"
"그건 왜 물어보는건데."
"없으면 내가 다시 가질려고."
어이가 없었다. 내가 무슨 재활용이야? 버렸다가 다시 쓰게...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난 민윤기 그에게 웃으며 얘기했다.
"나 남자친구 있어."
"너가?"
"나는 있으면 안되냐?"
"너같은 애가 나 말고도 다른남자 있다니까 신기하네."
갑자기 화가난다. 갑자기 찾아와서는 재워달라고 하지를 않나,입을 맞추지를 않나,이제는 아예 나에게 인신공격까지 한다. 개같은 새끼...난 그를 한번 노려보고는 넥타이를 소파에 던져버렸다. 어째서 그렇게 반성 하나없이 조잘조잘 거리는 지 참 신기하다. 민윤기는 다시 한 번 내 허리를 감싸더니 날 지그시 쳐다본다. 미친새끼 진짜...나도 이제는 모르겠다,썅. 갑자기 찾아와서는 왜 이러는 걸까. 난 그의 능글능글한 속을 영원히 모를 것만 같다.
신작 참 많이 가져오죠? 전 그냥 프리하게 글 쓸려고요 생각나면 생각나는대로 글 쓸려고 생각 중 입니다 하하하! 댓글은 저에게 많은 힘이 되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