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라면, 아니, 누군가를 좋아해 보았다면, 다들 느껴 봤을 것이다. 나만 좋아하고 싶고, 나만 알고 싶은 사람.
그 대상이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일지라도 말이다.
그 여선배의 인맥이 좋았던 것인지, 정국의 영향력이 컸던 것인지, 그 날을 이후로 나는 학교에서 정국의 뒤를 잇는 유명 인사가 되었다. 내가 알지 못했던 사람들과 나를 알지 못했던 사람들은 모두 나를 "썸녀" "여친" 등으로 불렀고. 날이 가면 갈수록 나를 향해 쏘아지는 눈빛들은 많아졌다.
"아, 쟤가 걔야?"
정국의 인기, 알고는 있었는데 이렇게 심할 줄은 몰랐다. 지나가는 선배들은 물론, 후배까지. 나를 X, 혹은 걔로 칭하며 나와 정국의 관계에 대해 얘기를 했고, 심지어 내게 정국과 무슨 사이냐며 대놓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정국 오빠랑 사귀어요? 너, 전정국이랑 무슨 사이야?
무슨 사이,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럴 때에는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라며 대답을 해 주지 말라는 태형이었다. 그래도 말을 안 하는 건 정국이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하는 내 말에, 자신의 말에 토를 다는 것이냐며 눈썹을 치켜드는 태형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기분 나빠할 것 같은데...
MY DOL, MY KOOK? 02
시간이 흘러, 어김없이 점심 시간이 되었다. 그 일이 있다고 해서 안 할 수도 없는 배식 봉사인데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과 다르게 툭, 툭, 하고서 내 배식 그릇을 치고 가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묵묵부답인 나에게 더이상 얻을 게 없으니, 이렇게라도 해서 화를 풀겠다는 것인가. 괜히 기분이 나빠져 애꿏은 태형이만 툭 치자. 아이고 사람들이 자꾸 이름이를 괴롭혀? 라며 크게 외치는 김태형이었다.
"괴롭혀?"
분명 태형에게 말을 걸기 전까지는 보이지 않던 정국의 무리가 바로 내 앞에 서 있었다. 태형의 말에 보충 설명을 원하는 것인지 내 앞을 지나 태형에게 다가간 정국이었다.
"아, 그러게요. 누구 때문에, 어? 내 소중한 친구가..."
이어지는 태형의 말에 조금 당황한 정국의 표정이 보였다. 나를 한 번 쳐다보고, 태형을 쳐다 보더니 배식을 받고 사라지는 정국이었다. 이것도 나 걱정하는 거라고 생각해도 되려나. 하는 생각에 태형을 쳐다보자 피식 웃으며 내게 말했다.
"성공"
도대체 뭐가 성공이라는 건지, 사실 김태형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지금 저 앞에서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그를 보니, 알 것만 같다. 내 앞에서 쩔쩔 매는 그를 보니, 왠지 모를 자신감과 더불어, 그를 똑바로 쳐다볼 수 있게 되었다. 내 시선을 느낀 건지, 전보다 더 내 눈치를 보는 정국이었다.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눈치를 보는지. 진짜 귀여워 죽겠다.
성이름. 너도 대단하다. 뭐가 그렇게 잘났다고 전정국 얼굴을 이렇게 쳐다보는지, 그리고 전정국은 왜 자꾸 내 눈치만 보는 건지. 그런 정국의 반응에 괜히 그를 놀리고 싶어졌다. 말을 걸어볼까? 아니면 그를 한 번 째려볼까? 아님, 아예 관심을 주지 말까.
후자는 아무래도 내가 하기 싫은 선택이기에 두가지 선택 중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정국의 옆에 있던 호석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호석이 부른 곳으로 가자, 정국이가 너한테 할 말 있다는데? 라며 바로 자리를 피하는 호석이었다. 아니 무슨 할 말이 있다고... 그와 가까이 있으니 아까 있던 자신감들은 모두 사라지고, 꿀먹은 벙어리가 된 나였다. 쓸데없이 손톱만 만지작 거리고, 애꿎은 치마 끝자락만 잡아 당겼다.
"나 때문에 다쳤다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 그의 입에서 나오자, 눈이 커진 상태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의 뒤에 작은 무언가... 김태형이다.
나를 향해 입모양으로 무어라 말을 하고 있었지만,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여자의 직감이라는 게 있지 않나, 이건 분명 김태형이 전정국에게 소설을 썼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김태형의 말을 들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작가 김태형. 주연 전정국의 소설에 여주인공이 되기로 하였다. 어떻게 다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굉장히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내 표정을 보고 있었던 건지 상체를 구부려 나의 표정을 확인하려 드는 전정국이었다. 그의 얼굴을 보면 웃음이 나올 것만 같아 고개를 좀 더 아래로 내리자, 고개를 더 숙이는 정국이었다.
"나 좀 봐봐."
정국의 얼굴을 보면 웃음이 나올 것 같은데, 이 상황에서 어찌 정국의 얼굴을 볼 수 있을까. 의도치 않게 정국의 말을 씹자, 후. 하고는 한숨을 내뱉는 정국이었다. 화났나 하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정국을 쳐다보자, 살짝 웃는 정국이었다. 웃었다. 나를 보고 처음으로. 기분이 묘해져 그의 얼굴을 계속 쳐다보고 있었는데 부담스러웠는지 내 눈을 피해 버렸다.
"아직도 아파?"
다쳤다는 그곳을 말하는 건가 보다. 어깨를 바라보며 얘기하는 정국에, 어깨의 힘을 뺀 후, 울상을 지어보이자, 또 어쩔 줄 몰라하는 그였다. 전정국 때문에 속으로 귀엽다는 말만 오조오억 번은 내뱉은 것 같다. 아니 사람이 어쩜 저렇게 귀엽지? 하면서도 정국을 조금 더 놀리고 싶어졌다. 어떻게 놀리면 잘 놀렸다고 소문이 날까 머릿속을 굴리고 있자 내 머릿속을 백지로 만들어 버리는
"미안."
MY DOL, MY KOOK?
그 날 이후로, 나와 정국은 마주치지 않았다. 아니 내가 정국을 피해 다녔다는 말이 맞을 거다. 멀리서 정국이 다가오면, 화장실로 숨어버리거나, 정국이 배식을 받으러 오면, 김태형에게 맡기고 쓰레기를 줍는다거나. 김태형은 그런 날 보며 좋은 기회는 날라간다며 나를 놀리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학년이라고 해도 선도부원이라는 안에서 그와 나는 만날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하루에 꼭 한 번씩.
"안녕."
"아... 네 안녕하세요..."
정국은 나에 대한 미안한 감정이 모두 지워진 건지, 아니면 나를 보면 그냥 아무 생각도 안 드는 건지, 나를 향해 매번 인사를 건넸다. 그럴 때마다 말 끝을 흐리며 어색하게 웃는 나였지만. 그를 만날 때마다 반복되어 오는 내 행동에 체념한 건지, 그는 나를 신경쓰지 않았다. 인사를 나눈 후에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 같기도 하고.
그가 싫어지거나 그런 건 아니다. 아직 많이 부끄러울 뿐이다. 익숙해지려고 하면 더 대담해지는 그에 행동에, 자꾸만 고개를 숙여버리는 나였다. 인사로 시작해 지금은,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자신이 대신 해 준다거나, 실수인 척 내게 핫팩을 주는 행동들, 하지만 행동과 반대로 부끄러운 건지, 내가 어려운 건지, 나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눈빛에 확답을 가지지 못하는 나였다.
"넌 정말 답고야."
"답고?"
"답답한 고구마. 언제는 전정국이 좋다고 했으면서, 정국 형이 좋다고 하니까 내빼?"
"고답이겠지, 바보야. 그리고 좋다고 한 적 없거든?"
"그게 그거잖아!"
나를 답고(답답한 고구마)로 칭하며, 나에게 시비를 거는 태형이었다. 아니, 시비는 아니다. 솔직히 맞는 말이니까. 그래도 정말 모르겠다. 전정국의 진심을. 조용히 생각하는 나에게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김태형이었다. 맞아 나 이상해 태형아...
"물어봐."
"응?"
"형한테 물어보라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Q.호석 씨, 정국 씨의 최대 관심사가 뭐예요? |
A. 작가 양반, 그런 건 전정국한테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
Q. 정국 씨, 정국 씨의 최대 관심사가 뭐예요? |
A. 아마도, 걔일걸요. |
요러분,,, |
드디어 노잼 구간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이제 행복할 일만 남은 것 같다고요?? 설마?? 그럴까??? |
선도부 예쁜이들 ♥ |
달걀말이 초코에몽 쥰쥰 윤기윤기 대부 진진자라 호동 토토 탄둥이 찬아찬거먹지마 왕비 쿠키바사삭 뿜뽐 0831 굥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