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쌤, 사랑해요?
05교시, 구기대회(1)
시험이 끝나니 학교에서는 구기대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우리학교의 구기대회는 역사가 꽤 깊어서 입학생들도 다 알고 있는데, 매년 구기대회 3주 전 교장 선생님이 제비를 뽑으셔서 그 제비에 써진 종목으로 대회를 진행했다. 제발 피구가 나오길 바랬지만 올해는 발야구였다. 종목도 종목이지만, 구기대회도 일종의 체육대회니 이제 앞으로 순영쌤 볼일이 많을 거라는 게 막막했다. 오늘 정류장에서 만났을 때, 쌤은 아무렇지 않은 듯 굴었지만 약간의 서먹함은 없어지지 않았다. 쌤만 보면 그 톡이 떠올라 얼굴이 뜨거워진다.
"아~ 배구였으면 좋았을텐데"
심란해죽겠는데 부승관은 서브 자세를 취하면서 내 앞을 알짱거리고 있다.
"이제 맨날 김이름 보겠네"
"응, 진짜 싫다"
우리학교는 1-6반이 여자, 7-15반이 남자인데 13-15반은 과학 중점반으로 구기대회에 함께하지 않고 여자 6반, 남자 6반이 두반씩 한팀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속한 6반은 10반과 한 팀이고, 부승관은 10반이다. 거기에 부승관도 체육부장이고. 그래도 순영쌤이랑 같이 있을 때 부승관이 있다는 게 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체육부장들 1층 현관으로 집합이래!"
아아, 진짜 쌤 얼굴 보기 힘들다. 그 날 이후로 나는 다시 쌤을 전처럼 대하고 있다. 그런 나임에도 늘 한결같은 쌤이다.
"그러니까 오늘까지 선발 선수들 뽑아주면 되고, 나머지는 후보나 스탭으로 들어가면 돼. 체육부장들은 굳이 선수로 들어갈 필요는 없지만 뭐 자기 생활기록부 채우고 싶으면 해도 말리지는 않을게. 대신 구기대회 준비는 나랑 같이 해줘야 하는거고, 알겠지?"
네- 하고 아이들이 대답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나는 계속 쌤 얼굴만 보고 있었다.
"부승관, 쌤이 뭐라하셨지? 선발선수 뽑고 뭐?"
"나머지는 후보나 스탭, 체육부장들은 선수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고"
"아아..."
끄적끄적 쓰고 있는데 갑자기 옆 자리 의자를 내 쪽으로 당겨와서는 날 부르는 부승관이다.
"야, 김이름"
"어?"
"너 순영쌤 좋아하지"
"..."
"그치?"
"아니, 아닌데?"
"야 거짓말 하지마, 진짜 내 눈은 못 속여"
-
입은 거짓말을 해도 눈은 거짓말을 못한다. 요즘들어 꽤 체육쌤 얘기를 많이 하는거 같다 싶었는데 아까 보고 확실히 느껴졌다. 쌤이 설명하는 내내 받아 적지도 않고 멍하니 쌤을 보고 있는게, 아마 다른 애들도 안내를 받아적고 있지 않았다면 다 눈치챘을거다.
| 이름 & 승관 톡 |
3/2 (입학식)
보조 선생님? 그거 걍 명목만 있는 거 아님? 3/3
어색 ㅠㅠ 왜?
첫 체육 수업 날
?? 니가? 너 체육 젬병이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ㅅㄱ 그냥 어느 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
|
-
결국 부승관한테 다 말해버렸다. 입학식 날 버스 이야기부터 저번주에 만났던 거 까지 전부.
"와, 근데 왜 안 좋아하는 척을 해? 좋으면 좋은거지"
"그냥, 처음에는 여자친구도 있다고 했었고 선생님 좋아해서 뭐하냐 어차피 졸업하면 금방 기억도 못할 거고 나이 차이도 너무 비 현실적이잖-"
"너 그 정도밖에 안 좋아해?"
"어?"
"니가 순영쌤 좋아하는 정도가 딱 그만큼이냐고"
"아..."
말문이 막혔다. 부승관의 말에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사실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이 좋아하는데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 같다. 좋아하다가, 기대하다가 더 많이 상처 받을까봐. 나는 우리라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에겐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았을 때 그 상실감이 두려워서 내 감정을 숨기고 모른 채 했다.
-
늘 그랬다. 어려서부터 바빴던 부모님에 기대같은 건 사치라는 걸 잘 알고있다.
"이름아, 여행가면 어디로 가고싶어?"
"우리 여행 가?"
"응- 우리 이름이 더 크기 전에 엄마 아빠랑 손 잡고 비행기 한번 타봐야지, 그치?"
"난 엄마아빠랑 가면 다 좋아! 비행기도 좋아!!"
매일 손가락으로 하루씩 세어가며 기다렸던 그 날은 오지 않았고, 아빠는 우리와 함께가 아니라 혼자 멀리 비행기를 타고 떠났다.
초등학교 입학식에도, 발표회에도, 그 다음 졸업식, 또 입학, 그리고 졸업. 그 모든 것들과 함께했던 건 나의 엄마 아빠가 아닌 머리맡에 놓인 꽃다발과 없는 시간 쪼개 휘갈겨쓴 작은 쪽지와 지폐 몇장이었다. 내 기대에 돌아오는 건 이거구나, 깨닳았다.
-
계속 나를 타박하는 승관에게 됐어, 빨리 니네 반 가. 하고 부승관을 보냈다. 부승관을 보내고 계속 생각해봐도 뭐가 맞는지 모르겠다.
-
그렇게 일주일 쯤 지났나, 구기대회 준비에 매일 학교 일과 중, 일과 후에 운동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오늘은 선생님들끼리 대진표를 짤 예정이니까 부장들은 좀 쉬라는 말에 오랜만에 학교가 끝나자 마자 집을 향했다.
"이름아! 김이름!!"
뒤를 돌아보니 막 웃으면서 뛰어오는 순영쌤이 보였다.
"허, 헉, 집 가?"
"네"
"같이 가자!"
"네, 뭐..."
"근데 이름아, 나 좀 봐봐. 너 살 빠졌어?"
"네? 저요?"
"응, 얼굴이 쏙 들어갔는데? 남자친구 생겼어? 응??"
"무슨... 아니에요..."
쌤이 맨날 구기대회 준비 시켜서 그런건데,
"다이어트해?"
"쌤, 쌤이 일들 계속 저한테 시켜서 그런거잖아요"
"내가? 내가 그랬나? 하하"
"저한테 왜 그렇게 일 많이 시키세요 진짜..."
"그건 그냥 이름이가 잘 해서!"
"거짓말, 제가 사고친게 몇번인데"
"그냥 모르는 척 좀 해주라"
"뭐를요?"
글쎄? 의미심장하게 웃는 쌤에게 계속 물어봤지만 난 몰라- 하며 대답을 회피하는 쌤이다.
"잘 가! 내일 보자"
"네, 쌤도 안녕히가세요 "
"잠깐만, 이름아"
"네?"
"아까 그거, 보고싶어서"
"네?"
"너 보고싶어서 그랬다고"
ㄴ, 네? 어버버거리는 자신을 보면서 또 웃더니, 진짜 갈게! 하고 뛰어가는 순영쌤이다.
쌤이 자꾸 이러면, 나 또 기대하잖아.
아니 그냥 사귀라고! (답답)
답답하네요ㅎㅎㅎㅎㅎ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빨리 사귀면 좋겠습니다 월요일 고생 많으셨고 주말에 한발짝 다가간 만큼 활기찬 화요일 보내세요! 오늘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해용 ㅜㅅㅜ 이번편은... 핸드폰으로 올려서 암호닉은 다음 화에 올려드리겠습니다!0! 셉나잇 하세요 다들~♡
+움짤귀여워요ㅜㅜㅜㅜ 위에거랑 뭘 넣을까 고민하다 결국 위 아래로 둘 다 ㅎㅎㅎ
암호닉은 늘 받고있어요!0!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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