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수십 번 세상을 버렸어도
그대가 있어 쓰러지지 않습니다
-구강본, 귀가
권쌤, 사랑해요?
04교시, Cheer up! (2)
나는 그 톡에 답장을 하는 대신, 겉옷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여느때보다 느린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며 가버렸으면 어떡하지 싶어 발을 동동 굴렀다.
나는 너무 어리다. 누구보다 그 사람을 좋아해선 안 된다는 것을 잘 알지만, 힘들고 그만하고 싶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어린 여고생이기에, 오늘 하루만이라도 내 감정에 솔직해지고 싶었다. 나는 누구보다 순영쌤을 좋아하니까. 오늘만. 너무 힘든 오늘 잠깐만 행복해져보자, 신데렐라 처럼. 12시가 되면 나는 다시 돌아갈테니까.
현관에서 두리번 두리번 주변을 훑어보이지만 쌤의 실루엣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있는 거야. 현관 밖으로 나가 주변을 찾아보려 하는데 머리에 남자치고는 조금 작은 손이 턱 하고 올려졌다. 뒤를 보지 않아도 순영쌤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따뜻했다.
-
벤치에 앉아있으니 어색한 공기가 맴돌았다.
"괜찮아. 안 괜찮은 거 알지만, 괜찮아 이름아."
쌤이 내 쪽으로 몸을 돌려 머리를 몇번 쓸어주며 말했다.
그냥 눈물이 났던 거 같다. 사실 시험을 못 본게 속상한 게 아니다. 나도 모르게 내가 자만하고 있었다는게, 내 간절함이 진실 되지 않았다는 거에 나한테 화가 난거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 아무도 내 이야기를 들어 줄 수 없다는 거, 그게 슬펐다. 지금은 혼자가 아님에 어쩌면 선생님 말대로, 괜찮을 지도 모른다.
"감사해요"
사실 순영쌤은 나에게 엄청 많은 이야기를 해주지만 나는 '네' 나 '아니요' 또는 '괜찮아요' 정도만 반복했다. 고마운 일이 넘쳤는데도 감사하다는 표현은 늘 어색했다. 그것또한 일종의 긍정적 표현이었기 때문일까.
"나도, 고마워"
"네? 뭐가요?"
"그냥"
그러고는 귀엽게 찡그리며 웃는 쌤이었다.
"귀여워..."
분명 생각한 건데 입 밖으로 나와버렸다. 당황스러움에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내 눈에 비친 선생님의 얼굴도 붉게 물들어있었다.
"무,뭐라고? 내가 귀여워? 너 지금 열살이나 많은 쌤한테 귀엽다는거야?ㅋㅋㅋㅋㅋㅋ"
"아, 아니에요. 저기 있는 저 강아지 귀엽다고 한거에요."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해버렸다.
"아, 그랬구나... 미안..."
정색하고 뱉은 내 말에 금새 시무룩 해지는 쌤이, 내가 좋아하는 권순영의 모습이다. 저런 모습들이 내가 저 사람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의 빈틈이 보일 때 나는 가끔 내가 그걸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사실 가끔이 아니라 늘 이지만.
-
평소에 쌤과 나의 대화 비율이 9:1이었다면, 오늘은 6:4쯤 된 것 같았다. 오늘도 분명히 선생님이 더 많은 말을 했지만 나도 그거에 대답만이 아닌 대화를 했다. 학교 이야기도 하고, 중학교때 얘기도 하고, 체육 수업때 있었던 웃긴 일들도 얘기했다. 재미있고 편했다. 너무 좋았다.
"이제 엄청 깜깜한데?"
"그러게요..."
"부모님 집에 계셔?"
"아뇨, 아직 안 오셨을 거에요. 바쁘시거든요."
"그래도 너무 늦게까지 있으면 안 되니까, 가자. 데려다 줄게"
"3분도 안 걸리는데요? 저희 집"
"그래도, 그냥 내가 그러고 싶으니까"
엄청 작게 웅얼거리는 선생님의 말에, 사실 다 들었지만 다시 되물었다.
"네?"
"데려다주고 싶다고. 집까지."
볼이 화끈화끈 했다. 해가 지니 약간 찬 바람이 스치는데도 볼이 자꾸만 뜨거웠다. 그리고 보진 못했지만, 순영쌤의 얼굴도 빨갰을 거 같다.
집에 와서 다시 한번 톡에 들어갔다. 일단 아까 보지 못했던 프로필 사진부터 눌러봤다.
친구랑 찍은 건지 다른 남자분과 지금보다 조금 더 앳된 쌤이 있었다. 귀여워. 캡쳐를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먼저 아까 했던 톡을 다시 한 번 훑어보고 있었다.
집 잘 들어갔어? 20:02
20:02 넴
오? 왜 바로 봐? 20:02
20:03 프로필 사진 누구에요?
말 돌리는 것 봐...
사촌동생 20:03
20:04 잘생겼네요 엄청
고마워ㅎㅎ 20:04
20:05 쌤 잘생겼다고 한 거는 아닌데
가끔 듣고 싶은데로 듣고 사는거지 뭐 20:05
18:06 안녕히 주무세요
이렇게 갑자기? 20:06
20:07 할 말 있으세요?
그건 아닌데... 20:07
20:07 ...
그래 그럼... 잘 자...
좋은 꿈 꿔
이름아 20:08
아니 잠깐만 아직 여덟신데? 20:09
이름아 20:11
진짜 자? 이름아! 20:16
나 할 말 있어 20:22
계속 울리는 알람에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 하던 중에 할 말이 있다는 톡이 왔다. 뭐지? 싶은 마음에 서둘러 봤다.
20:23 뭔데요??
나 여자친구 없어 20:23
당황스러웠다. 왜 이 얘기를 하는 건지, 그럼 왜 있다고 말했었는지 막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뭐부터 어디서 어떻게 말을 꺼내야하지? 아니 일단 저 말을 왜 나한테 하는 건지가 가장 중요했다.
20:30 ...네
그리고 난 가장 바보같은 답장을 했다.
진짜 잘 자! 20:33
아니 거기서 네가 뭐야 네가! 이불을 뻥뻥 걷어차며 그나마 내일이 토요일인 거에 감사해하며 잠이 들었다. 주말은 너무 짧았고, 그동안의 연락은 없었다.
다음화부터 시험이 아닌 다른 스토리로 넘어가기 때문에 조금 짧아진 감이 있네요ㅜㅜ 저번화에 다 넣어서 원래는 한 편이 돼야하는 글인데 저번 화에서 끊는 바람에...☆ 바보같은 여주... 답답해요... 빨리 사귀면 좋을텐데 사귀면 끝나니까 아직 안 돼여 더 봐주세요ㅜㅜ! 저번화에 댓글 달아주신 분들 정말 감사해요ㅜㅜ 그리고 00편의 조회수가 무려 천☆개를 넘었더라구요! 혹시 제가 말했었나요ㅎㅎ 너무 감사해요. 그 분들중에 제 글을 계속 봐주실 분들은 일부일테지만 그래도 감사합니다! 읽어주시는 것만으로 감사하지만 댓글 달아주시면 큰 힘이 돼요!
정말 잘 읽었다는 한마디도 감사하니까 읽은 뒤 한번 티 내주세요! 암호닉 신청하신 분이 계셨는데 조금 더 신청을 받고 올려드리겠습니당 ♡
암호닉 받아요! 마구마구 신청해주세요.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변우석) 아 빈첸시오 가브리엘라 라파엘라 미친 이거뭐임 ㅋㅋ (찐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