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내야, 맨날 박지민이랑 붙어댕길때 알아봤어. 학교 다닐때 둘이 엮으면 그렇게 지랄을 하더만, 박지민이랑 둘이 사귀는 걸로 모자라서 결혼을 하신다구요?"
"네.. 결혼은 하게됐습니다, 제가..^^"
"아니, 근데 그 때는 나도 이렇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니깐?
"너만 몰랐어, 너만. 전교생한테 다 물어봐라, 누가 너네를 그냥 친구사이로 생각했겠냐?"
알았어, 얘드라... 그러니까 그렇게 양 쪽에서 날 몰아넣지 말래...?
정국맘과 정국이♥ 그리고 나...?
33
完
그날 밤, 결혼을 약속하고 난 후 우리는 좀 더 본격적으로 결혼 준비에 열을 올렸다. 보통의 연인들은 결혼 준비를 하면서 많은 의견충돌을 겪고 심한 경우엔 결국 헤어지기까지 한다는 데 우린 결혼 준비를 하면서 한번도 싸우질 않았다. 평소 워낙 두 집안이 가깝게 지내고 우리 둘이 서로를 너무 잘 알아서 그런가. 사실 처음에는 나도 결혼 준비를 하면서 우리도 많이 예민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혼수는 뭘 해야 할지, 또 신혼집은 어디로 할지, 이것저것 고민이 참 많았기 때문에 참, 결혼이란 게 정말 아무나 하는게 아니구나..하는 생각을 얼마나 되풀이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조언을 구하러 간 엄마한테서 정말 깜짝 놀랄 만한 이야기를 들었다.
'혼수는 할 필요 없어, 집은 그냥 여기 쓰면 돼. 넌 몸만 가면 돼.'
아무리 집안이 친하다고 해도 몸만 가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 일인 것 같아 자초지종을 물으니 벌써 서로 혼수를 해주셨단다. 우리를 뱃속에 가지고 있을적부터 엄마와 아줌마는 서로 사돈 맺기를 약속하셨고, 이 집을 만들고 이사를 오던 날 서로에게 짜장면으로 혼수를 해주고, 매달 아이들 이름 앞으로 적금을 넣자고 그렇게 약속하셨단다. 놀라 자빠질 이야기지 않나. 더 놀라운 건 후에 우리가 결혼할 때를 대비해서 언제든지 우리 방 사이를 뚫을 수 있게 만들어놓으셨다고 한다.
'와..엄마는 만약에 우리가 결혼 안 했으면 어쩔 뻔 했어?'
'절대, 그럴 일 없어. 얘.'
'어째서 그렇게 장담해..?'
'내가 너 키운 사람이야. 내 자식이 좋아하는 남자를, 이 내가 모르고 있었겠니? 오호호홍~'
...이 나르시시스트를 어찌합니까.....
하여튼 선견지명에 안목이 워낙 좋으신 우리 엄마들 덕분에 결혼 준비가 잘 진행되고 있어 기쁜 마음으로 학창시절 지민이 다음으로 친했던 유일한 두 동성친구, 이 두 녀석들을 집으로 불러 오랜간만에 세명이서 뭉쳐 추억도 곱씹어보고 무엇보다 중요한 박지민과의 결혼 소식을 알리러 왔다가 이렇게 몰이를 당하고 있는 중이었다.
"난 진짜 얘네가 순정만화 찍는 줄 알았다니깐?, 얘가 둔한거 조차도 불알친구끼리 막 눈맞고 그러는 만화 단골요소 아니냐. 솔직히 박지민 진-짜 불쌍했음."
"야, 그래도 김탄소랑 결혼하는 거 봐. 진짜 박지민 언제 고백하나 싶었는데, 청혼까지 했어 이자식."
...ㅎㅎ
"솔직히 난 김탄소가 영원히 연애 못 하고 죽을 줄 알았다."
"헐, 너도? 나도."
...? 이 새끼들이..?
"야, 내가 학생 땐 공부에 집중한다고 연애를 안한거지, 내가 못한게 아니거든? 허, 참내..!"
"연애도 좋아하는 인간이 있어야 시작하는거지, 너 니가 박지민 좋아하는 거 계속 눈치 못채고 있었으면 지금까지도 모쏠일거다. 니 성격에 좋아하지도 않는 인간이랑은 연애를 하진 않을 테니까."
"뭐야, 너네 알고 있었어? 내가 박지민 좋아하는 거?"
"모르면 우리가 호구지, 맨날 김탄소 옆에는 박지민, 박지민 옆에는 김탄소 무슨 공식도 아니고."
"어쨋든 난 너네가 이뤄져서 참 좋다. 박지민도 너무 좋아보이고, 너도 너무 좋아보여서 다행이야."
"박지민 만났었어?"
"자, 청접장 나오자마자 우리한테 왔다더라. 제일 먼저 와서 말해주고 갔어."
"우리한테 너무 고맙대, 너네 둘 위해서 아무것도 해준게 없는데 그냥 고맙대. 이렇게 결혼할 수 있어서 자기는 너무 행복하다고. 탄소 제일 친한 친구들한테 먼저 말하고 축하받고 싶었대. 그리고 우리가 박지민 연애 상담을 좀 해줬냐."
친구의 말이 거짓말은 아닌지 친구는 눈 앞에 두개의 청접장을 펼쳐보이고는 흔들어보인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의 편지봉투를 꺼낸다.
"자, 이건 니꺼."
"이게 뭔데?"
"나도 몰라, 박지민이 너 만난다니까 전해주래. 이제 우리 갈 테니까, 천천히 읽어봐."
"우리 간다, 결혼식날 봐요, 탄소 신부님~ 호호홍"
벌써 가? 평소라면 막 이것저것 캐물으면서 밤까지 샐게 뻔한 애들인데 이렇게 순순히 간다니 어리둥절해 마중이라도 해주려 일어나면 됐어, 됐어. 이제 시간도 늦었고, 우리도 집가서 저녁 먹어야지. 라며 나오지 말란 말과 함께 마당을 가로질러 나가는 친구들의 뒷모습에 대고 우렁차게 잘가라고 외쳤다.
그나저나 이건 뭐지, 꽤 두꺼운데.. 뭐길래 나한테 직접 안 주고 애들 통해서 보낸거야?
편지봉투 겉이 예쁜 분홍빛의 꽃잎들로 장식되어 있어 뜯기에도 너무 아깝다. 그래도 조심조심하며 살살 편지를 꺼내보면 여러장의 편지지가 나온다. 얼룩덜룩 빛바랜 종이도 하나둘 정도 보이고, 모양도 색도 각기 다른 편지지들이다. 앞에 있는 것부터 차례로 열어보면 탄소에게 라는 삐뚤빼뚤한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탄소에게..
오능부터 김탄소하테 편지르 쓸꺼다.
형아가 이제 탄소하테 하지 모타는 마른 여기다가 쓰라고 해따.
그럼 아녕
2000녕 12워 234일
이리저리 삐뚤빼둘하게 맞춤법도 맞지 않은 곳이 몇몇군데 보이지만 그 중에 내 이름만은 똑바로 적은 그 시절의 작고 귀여운 지민이가 눈 앞에 있는 마냥 웃음이 피어오른다.
짜증나 김탄소..
맨날 지 멋대로 한다
내가 늘 오빠처럼 옆에서 챙겨주는데 맨날 다른 남자애랑 놀려고한다.
그 남자애는 진짜 못된 앤데. 접때 막 다른애들 괴롭히는 걸 내가 봤다.
그래서 내가 같이 놀면 안된다고 말했는데 김탄소는 내 말을 못 들은 척한다.
나같은 오빠 흔하지 않은데..
김탄소 너무해. 내 맘도 몰라주고.
2005년 8월 3일 김탄소가 내 말 최고로 안 들은 날.
오늘은 정말 기분이 좋다.
김탄소한테 뽀뽀를 받았다.
오늘 내 생일인데 아무 선물을 준비 안 했길래 삐진 척을 좀 했다.
그랬더니 안절부절했다. 그게 너무 귀여웠는데, 완벽한 연기를 위해 좀 더 삐진척했다.
결국엔 원하는 소원을 하나 들어준다해서 뽀뽀해달라고 했다.
흔쾌히 뽀뽀해줬다. 뽀뽀 받은건 너무 좋은데 한가지 걱정이 있다.
우리 결혼도 안 했는데 아기부터 생기면 어떡하지..
2005년 10월 13일
탄소야, 김탄소.
2008년 4월 30일
우리는 친구다.
아니다, 나는 아니다.
2009년 1월 1일
오늘 우리는 같은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우리학교 교복은 영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또 김탄소가 입으니 꽤 괜찮았다.
제발 나만 그렇게 느꼈으면 좋겠다.
우리학교에 남학생이 2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역시 도시에 있는 학교는 사람이 많다.
큰일이다.. 집에 있는 정국이도 버거운데 200명...
집에 우유가 있나. 키라도 크고 싶다
나중에 사와야 겠다..
2010년 3월 2일
탄소에게혼
잣말만 하던 일기같은 편지만 쓰다가 막상 너에게 이렇게 쓰려니 조금 쑥쓰럽네.
오늘 넌 정말 최선을 다했어. 늘 스스로가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는 니가 너무 대견하고 자랑스러워.
이렇게 말하니깐 꼭 할아버지같다.
이 편지가 언제쯤 너에게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
널 항상 응원하고 늘 너의 곁에서 힘이 되어줄 수 있는 내가 되고 싶어.
너랑 장난치고 티격태격하는 것도 너무 좋아. 너무 좋은데, 이제는 그걸로 만족하기 힘들다. 어떡하지
나 자꾸 욕심나, 어떡하지. 어떡할까.
2012년 11월 19일
여러가지로 경계를 넘게 된 날이다.
미성년자와 성인 사이의 경계
우정과 사랑 사이의 경계
뭐 그래도 아직은 짝사랑이지만.
술김에 너한테 고백해버렸다.
새해 첫날부터 후회할 일만 잔뜩 만든다.
취중고백, 정말 최악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도 무슨 정신으로 글을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
2013년 1월 1일
불행인지 다행인지 넌 필름이 끊겼다.
올해 기운이 딱히 좋지 않다.
어서 내년이 왔으면.
2013년 1월 2일
이상한 미친놈이 너한테 미친짓을 했다.
내가 어떻게 아껴온 넌데. 어떻게 참아온 넌데.
세상은 왜 이렇게 내 인내심을 계속해서 건들이는 걸까.
나도 이제는 못 참는다.
2016년 1월 23일
p.s 드디어 해버렸다, 고백..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마침표를 찍기가 너무 싫다.
2016년 4월 13일
귀여워.
2016년 7월 14일
탄소에게너
탄소야, 넌 아마 이 편지들이 다 뭘까,하고 어리둥절 할거야
지금 표정 어떨지 상상이 가서 너무 웃기다
어렸을 때 부터 그냥 너한테 하고 싶은 말, 근데 너한테 직접 할 용기는 없는 말들을 여기에 썼어.
솔직히 좀 창피하긴 한데, 그래도 이거만큼 내가 널 좋아한다는 걸 보여줄만한게 없더라.
좋아한다는 마음, 사랑한다는 마음. 숨기지 않고 너한테 다 보여줄거야.
숨겨봤자 좋을 거 하나 없더라.
나는 항상 너에게 좋은 남자가 되고 싶었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계속 그러고 싶어.
나한테 넌 늘 좋은 사람이니까.
내 옆에 와줘서 고마워. 사랑해.
편지 봉투 안에 들어있는 거 꺼내봐.
여러장의 편지들에 깜짝 놀라고, 편지를 하나하나 찬찬히 읽어보며 물밀듯이 밀려오는 뭐라 설명하지 못할 여러 감정들 때문에 손끝이 떨리고 심장이 막 쿵쾅댄다. 떨리는 손길로 천천히 편지봉투를 들어 그 안에 담겨있는 내용물을 빼내니 '나랑 결혼해줄래?'라는 글씨와 함께 작게 반짝이는 결혼 반지가 담겨 있다. 머릿속에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눈물이 왈칵 차오른다. 이게 말로만 듣던 프로포즈인가보다. 편지들을 읽으며 지민이가 했을 마음고생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는데, 이 결혼해줄래라는 글자가 지민이를 힘들게 하던 것들을 모두 이겨내고 나에게 내밀은 손같아서, 그래서 그냥 눈물이 난다. 나도 모르게 나는 눈물에 남사스러워 눈물을 닦고 있으니 창가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창가로 가니 지민이가 꽃을 들고 서있다.
"짜잔-"
"추운데 왜, 끄흑, 밖에, 있어, 들,어와.. 얼른.. 크흑.."
눈물닦기에 정신 없다가도 추운날씨에 밖에 서있었을 지민이가 걱정되어 급한 마음에 얼른 창문을 열었다.
"..."
"아, 진짜..끄흑, 박, 지미인.. 사람 자꾸 울리고.."
"..이제 울어도 내 옆에서 울어요."
지민이의 손이 내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에 닿는다. 조심스레 손가락을 세워 내 눈물을 닦아준다. 조심스레 내 볼을 감싸고선 나를 바라보며 웃는다.
"이제 다시는 울지 않으면 좋겠는데, 그게 어려우니까."
"울어도 내 옆에서 울어, 김탄소."
"그러니까 나랑 결혼해주세요, 탄소야."
그가 들고 있던 꽃다발을 내 앞으로 내밀며 청혼한다. 네가 내미는 꽃을 받아든다. 여러가지 색을 품은 채 아름다운 형태를 한 게 꼭 너를 닮았다. 나를 바라봐주는 그 눈, 나를 부르는 그 입술, 나를 향한 너의 손이 너무 좋다. 시선을 올려 너와 눈을 마주한다. 너는 내 손을 살짝 그러쥐고 내가 쥐고 있던 반지를 빼내어 내 손에 살며시 끼워준다. 살짝 바라본 너의 손에는 이미 우리가 끼워져 있다. 지금 내 마음을 너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다 닿을 수 있을까. 널 너무 사랑하는데. 어떻게 해야 이 마음이 다 전해질 수 있을까.
"사랑해, 지민아."
우리 사이에 창문 하나를 두고 점점 더 가까워진다. 서로가 닿는다. 서로를 탐한다. 서로를 욕심낸다. 서로를 갈망한다. 아쉬운 마음을 감추고 서로 떨어져 눈을 마주한다. 우린 행복하다. 앞으로도 행복할 거다. 이유를 굳이 묻는다면,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앞으로도 계속 박지민이랑 같이 가는 삶이니까.
"나도, 사랑해."
----------------- 完 -----------------
귀찮으시더라도 읽어주시어요.. 중요한 번외편 이야기도 있답니다!! (소근소근)
안녕하셔유!! 저 바나나칩이어유!
분명 몇편 더 나오고 완결이 나올줄 알았는데 바로 완결이 나버려서 당황했쥬!!!
그리고 끝이 뭐 이래!! 왜 이렇게 허무해!! 라고 하시는 독자님들도 많이 계실거에유!!
사실 저도 아이들 신혼여행가는 거 까지는 정말 적고싶었는데
뭔가 내용이 계속 늘어지는 거 같고.. 그래서.. 그냥 끝을 내버렸습니다..ㅎㅎ
하지만 분명히 아쉬운 분들!! 있으실거에요!! 분명히!!!
없다고 하지마요.. 나 혼자라도 아쉬우니까...(눈물)
그래서 제가!! 번외편으로 신혼여행 편을 들고 올겁니다!!
번외편 제목은!!
불알친구 박지민과의 결혼 EPISODE
입니다!!
그런데 말이쥬 제가 신혼여행말고도 정말 쓰고싶은 에피소드가 참 많거든요..
그래서 번외편으로도 독자님들을 많이 찾아뵐 거 같아요..!!
어찌보면 번외편이 아니라 시즌2가 될수도...
근데 이건 어디까지나 번외편이기때문에 연재텀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제가 현생에 이리저리 치이고 있어서..
어찌 입학전부터 이리 할게 많은지....하하
그리고 제가 다른 글도 얼른얼른 구상해야 새로운 글로 우리 독자님들 만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신혼여행편은 어느정도 구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빨리 찾아올수도 있겠지만
그마저도 불맠....ㅎ 파일이 필요해서 불맠때문에 늦게 올수도 있어요...
아, 그리고 불맠파일은 저번편에서 암호닉신청하신 아래의 분들만 신청가능하십니다!
그럼, 우리 불알친구 박지민과의 결혼 EPISODE 에서 봐요!!!
♡나의 사랑스러운 피앙세님들♡
침치미 님♥
윤온 님♥
듀크 님♥
눈꽃ss 님♥
밍뿌 님♥
부대찌개 님♥
낰낰 님♥
청아 님♥
@침침@ 님♥
베스킨라인 님♥
달려라망개떡 님♥
정꾸기냥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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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님♥
나뱅 님♥
홍시 님♥
푸딩 님♥
꾸기 님♥
부엉뷰엉 님♥
요를레히 님♥
moonlight 님♥
삐삐걸즈 님♥
개구락지 님♥
종이심장 님♥
밤이죠아 님♥
꾹꾸미 님♥
귤 님♥
꾼고구마 님♥
르네쨘 님♥
초코에 빠진 커피 님♥
김바뷔인형 님♥
팔슙팔건반 님♥
쿡 님♥
추억 님♥
검은여우 님♥
몽마르뜨 님♥
윤온 님♥
듀크 님♥
눈꽃ss 님♥
밍뿌 님♥
부대찌개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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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여우 님♥
몽마르뜨 님♥
여러분 덕분에 완결낼 수 있었습니다!!
정말 항상 감사하고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