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닿기를. 널 향한 나의 마음이, 널 향한 이 말이 너에게 닿기를. 많이 힘든 아이였다, 넌. 사랑해주는 사람 하나 없이 정말 혼자서 자라왔던 아이.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너의 눈망울에 너도 모르게 쌓인 슬픔은 너의 심정응 대변해 주는 듯 했다. 쓸쓸하고, 외로웠다. 내가 봤을 때 넌 혼자서 위태로웠다. 센 바람이 한 번 불고 나면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이. 너의 마음을 열어보려 그렇게도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의 상처와 흉터로 굳게 닫힌 마음은 쉽게 열릴 줄을 몰랐다. 따뜻하게 대해주어도 언젠가는 변할 거라며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 너의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했다. 너의 마음을 알고 있는데, 누군가가 다가와서 지친 마음을 쓰다듬어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너의 마음을 난 알고 있는데. 혹시나 또 상처받을까 쉽게 다가오지 못하고 저 만치서 날 조용히 바라만 보고 있는 너의 모습은 그저 어른스러운 척 하려는 슬픈 어린아이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넌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고, 난 뢰사를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느새 너를 데려온 지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넌 한 번 도 내가 회사에 가려 준비하는 모습을 돌아본 적이 없었다. 아직도 내 노력이 부족한가 싶어 뒤돌아 가려는데, 아이의 목소리가 들였다. "아저씨." "왜, 태형아?" "부탁 하나만 해도 되요?" "안될 건 없지. 왜, 뭔데?" "저, 저거, 먹고 싶어요." "빵? 케이크?" "네, 먹어보고 싶어요." "그래, 알았어. 오늘 오는 길에 사 올게." "..감사합니다.." 오늘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아이는 나에게 말을 먼저 걸었고,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부탁을 나에게 했다. 이제 좀 마음이 열렸나 싶어 괜히 뿌듯하기까지 했다. 하늘에선 흰 눈이 아름답게 내리며 길 위에 소복이 쌓이고 있었다. 엄마의 손을 잡고 길을 걸어가던, 잠이 약간 덜 깬 듯한 한 꼬마아이가 금세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며 들뜬 듯 엄마에게 신나게 얘기했다. 태형이도 어렸을 땐 저리 해맑게 웃었을까. 마냥 밝게 웃을 수가 없었다. 난 태형이의 웃는 모습을 볼 수는 있는걸까. 일을 끝내고 집 주변에 빵집에 들어가 케이크를 하나 샀다. 사실 아이에게 케이크를 사주는 건 처음이라 무엇을 좋아할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진열대를 정성스레 노려보다 결국 부드러워 보이는 생크림 케이크를 하나 사들고 집으로 향했다. 이정도면 태형이가 좋아하겠지 싶어 기분이 좋아졌다. 태형아. 불러도 대답이 없어 거실로 가보니 역시나, 아무 말도 없이 조용히 창가에 기대어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의 동그란 뒤통수가 보였다. 난 조용히 다가가 아이를 안아주었다. "우리 태형이, 밖에 뭘 숨겨놨나? 왜 맨날 창밖만 바라볼까, 응?" "..아저씨 왔네요." "와, 섭섭하다. 나 온지 얼마나 됐는데, 너 이름도 불렀는데. 아저씨 온 줄 몰랐던 거야?" "..미안해요, 난 그러려던 건 아닌데.." "아니야, 태형아. 부엌 가자, 아저씨가 너 먹고 싶다는 케이크 사왔어." 뭔가 기분이 오묘해 보이는 표정의 태형이를 데리고 가 의자에 앉히고 케이크를 꺼내 주었다. 내가 케이크 한 조각을 잘라 앞에 놔 줄 때까지도 아이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태형아, 뭘 그렇게 보는거야?" "밖에 눈, 예뻐. 너무 예뻐. 하얗고, 맑은 거 같아." "그치, 눈 예쁘지." "나, 나랑은..다르게 하얗고 예쁜 거 같아.." "무슨 소리 하는거야." "아저씨, 케이크 고마워요. 맛있게 먹을게요." "태형아." "나 오늘 생일이에요." "..."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생일이라, 12월 30일. 거의 한 해의 끝자락. 아, 이 날이 아이가 이 세상에 처음 발을 들인 날이구나. 왜 얘기하지 않았을까, 6년이란 그 긴 시간동안. 너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듣고, 너에게 더 많은 것을 해주고 싶은 나인데. "왜 지금까지 얘기 안 해준거야?" "..나 저번에 얘기 했었는데.." "어..?" "나 아저씨가 처음 데려왔을 때, 말 했어." 오늘따라 충격을 많이 받는다. 기억을 되새겨보니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난 모든 것을 기억해 주고 더 많은 것을 알아주려 했는데, 기본적인 생일 하나도 기억해내지 못했다. "어, 그럼, 태형아. 왜 얘기 안했어?" "아저씨한테 얘기하려 했는데, 아저씨 오늘마다 늦게 왔잖아. 바쁘잖아, 아저씨." 연말이라 갖은 술약속을 다 잡고서는 그날따라 늦게 들어가곤 했다. 가끔 야근을 하고 집에 늦게 등어가는 날이면 아이는 잠에 들어있었다. 그러나 매년 12월 30일엔 항상 깨어있던 것 같았다. 이를 미안해서 어쩌나. "그래도 괜찮아, 아저씨. 오늘 내 생일은 하늘에서 눈도 내려오고, 아저씨도 같이 있잖아." "태형아.." "왜? 난, 좋아. 지금. 오늘이 가장 행복한 생일이야." "난 아무 것도 해준 게 없는걸." "아니야, 아저씨. 케이크 사줬잖아." 이 나이에 청승맞게 눈물이 나려 했다. 알 수 없는 해맑음과 순수함이, 때 타지 않은 맑은 마음이 나를 더 가슴아프게 했다. 이런 아이를 도대체 누가 그리 무심하게, 아프게 괴롭혔단 말인가. "..나, 원래는 이 날이 생일이 아니었어. 조금 더 늦게 나오려 그랬어. 근데, 빨리 나와버렸어. 그래서 엄마가.. 어.." "태형아.." "이렇게 예쁜 하늘이랑 아름다운 눈을 보고 싶어서, 내가 좀 빨리 나왔어. 그래서 이렇게 아저씨 만난 거 같아." "태형아...." 아이의 눈은 살짝 슬퍼보였다. 그동안의 생각이 났는지, 눈꼬리에 자그마한 눈물이 떨어질 듯 말 듯 매달려있었다. "태형아, 네 잘못은 아무 것도 없어. 그동안 생일은 또 왜 말 안 하고. 난 이렇게라도 널 만나서 기뻐. 행복해. 넌 잘 모르겠지만, 넌 날 행복하게 해주는 존재야. 넌 정말 특별하고 좋은 아이야. 생일 진심으로 축하한다. 난 네가 계속 행복했으면 좋겠어." "아저씨..." 나는 보았다, 천사의 미소를. 아무 때도 타지 않은, 자신의 감정이 여실히 담겨져 있는 순수한 천사의 미소를. 처음 본 웃음짓는 아이의 모습은 정말 예뻤다. "넌 웃는 게 예쁘네. 많이 웃어라." 진심이야, 아이야. 난 네가 정말로 행복하기를 바래. 더 많이 웃기를 바라고. 넌 네 생각보다 훨씬 더 어여쁘고 졸은 아이야. 너의 순수한 웃음은 더 많은 사람들을 웃게 해 줄 수 있어. 넌 특별한 존재야. 네가 나에게로 와 주어서 기분 좋고 감사할 따름이야. 내 마음이 이런 걸 너는 알까. 너에게 닿기를, 너를 향한 진심어린 나의 말이. 너에게 닿기를, 네가 얼마나 특별하고 아름다운 아이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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