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금 필수
-어서 이어폰을 가지고 오시오.
"너 아까 왜 그랬어?"
"뭐가."
"아까.. 엄마한테 왜 윤기 선배 얘기 한 거냐고 굳이 안 꺼내도 되잖아"
"난 그냥 보이는 걸 얘기 했을 뿐이야"
"보이는 거?"
"둘이 많이 친해보이더만, 난 그냥 아줌마가 물어보길래 보이는 대로 말씀드린 거야"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는 밥을 먹고 엄만 계산을 하기 위해 자리를 뜬 사이 난 지민이에게 물었다. 왜 굳이 말할 필요 없는 윤기 선배의 이야기를 꺼낸 거냐고 사실 기대를 하고 물었던 게 맞다. 흔히 드라마를 보면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 근처에 맴도는 서브남주를 신경 쓰는 그런 흔하디흔한 그런 내용이 내 얘기만 같아서 물었지만 역시 그건 나의 망상이었다.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다. 신경은 커녕 날 쳐다도 안 보고 그냥 보이는 대로 말씀드리는 것 뿐이라고 말하는 지민이에 난 더는 물어볼 것도 그리고 또 들을 말도 없었다.
![[방탄소년단/박지민] 오늘도 차였습니다 03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10/14/1/1bb09ece3b2d839a838c36c5e9d8f500.gif)
오늘도 차였습니다.
-그리고 내일도 차일 예정입니다.
03
외사랑은 원래 이렇게 힘든건가요?
"명찰 안 다셨네요 이름"
"김형주"
.
.
.
이번 주 선도는 우리 조였다. 명찰을 달고 있지 않은 학생과 마이를 입고 있지 않는 학생을 잡는 편인데. 1차적으로 1,2학년들이 잡는 편이고 혹시나 밑에 학년들이 놓쳤을 것을 대비해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3학년들이 2차적으로 검사를 하는 편이다. 그때 저 멀리 친구들과 어울려 오는 지민이가 보였다.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지민이는 웃으며 정문 쪽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멀리서 보이는 지민이는 마이를 입고 있지 않았다. 다른 학생이었다면 아마 '마이 안 입으셨네요 이름 말씀해주세요.' 하며 선도부 노트에 적었겠지만, 어제 밥 먹을 때 좋게 끝내지 못했던 기억이 떠올라 선뜻 지민이를 잡지 못했다. 결국, 지민이는 친구들과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지나갔다. 그때 지민이의 팔목을 잡는 윤기 선배였다.
"야 김탄소"
"네?"
"너 박지민은 왜 안 잡냐?"
"..."
"안 보이냐? 쟤 마이 안 입었잖아, 너 설마 좋아하는 애라고 막 봐주고 그러냐?"
일이 커져 버렸다. 지민이는 내 쪽을 뒤돌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마치 지민이의 눈빛은 또 너 때문에 일이 커져 버렸잖아 하는 눈빛과도 같았다. 갑자기 싸늘해진 분위기에 손에 땀이 찼다. 그때 지민이는 자신의 팔목을 잡고 있는 윤기 선배를 뿌리치곤
![[방탄소년단/박지민] 오늘도 차였습니다 03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12/26/13/750d42047e7a87082e5422a558ae8e74.gif)
"이것 좀 놓으시죠? 김탄소가 안 잡은 거지 제가 도망친 건 아니잖아요?"
"..."
"박지민. 반 번호는 네가 알 거고"
내게 적으라며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곤 가버리는 지민이었다. 자꾸 일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지민이와 내가 가까웠던 적은 없었지만, 더욱 더 멀어지고 있는 기분이었다. 도대체 뭐 때문에 멀어지고 있는 걸까 너와 나는 그리고 언제쯤 넌 날 안 싫어할까. 땀이 찬 손으로 볼펜을 꺼내 노트에 지민이의 이름을 적었다. 주변 아이들은 박지민이라는 세 글자만 남긴 채 가버린 지민이의 뒷모습만 볼 뿐이었다. 그 와중에 나를 쳐다보는 건 민선배였다.
*
"탄소 얘 상태 왜 이래?"
"내버려둬. 오늘 아침부터 박지민한테 한 소리 들었대"
현주는 한숨을 쉬며 책상에 엎드려 있는 나를 일으키곤 오늘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냐며 자기한테 다 털어놓으라고 했다. 기운도 없어서 얘기를 안 하려고 했지만, 현주한테 만큼은 다 털어놓고 싶어서 떠오르기도 싫은 오늘 아침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현주는 항상 그랬던 것 처럼 내 얘기를 들어주었다. 오늘 아침 이야기가 끝날 무렵 고개를 끄덕이며 듣던 현주는 문득 궁금한 게 생겼는지 내 말을 잠시 끊고 박지민과 나에 대해 물었다.
"야 말 끊어서 정말 미안한데, 너 싫다는 애가 뭐가 좋아?"
"나라곤 뭐 좋겠냐? 근데 이상하게 좋아.."
"그게 무슨 말이야"
"몰라 근데 이상하게 좋아"
유치원 때 땀이 찬 내 손을 잡아주었다고 고2인 지금까지 좋아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당연히 나도 사람인지라 좋아하는 동안 마음이 흔들린 적도 있었고 또 그만 좋아할까도 생각했었다. 헌데 그럴 때마다 흔들어 놓는 지민이었다. 그리고 참 웃기지만 지민이가 날 살짝살짝 흔들 때마다 난 속수무책으로 흔들렸다. 예를 들자면 내 생애 고백을 받은 적이 딱 한 번 있었다. 반 남자아이들과 말 한마디도 안 섞어서 내게 먼저 고백해오는 그런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학원 갔다 오는 길에 휴대폰을 봤는데 조금 안면이 있는 남자아이가 내게 문자를 했다. 지민이와 아는 아이라서 몇 번 문자를 주고받았는데 그 뒤로 갑자기 내게 고백을 해왔다. 조금 이상하긴 했다. 나와 달리 이 남자아이는 친구도 많은 데다가 노는 편에 속하는 아이였기 때문에 그런 아이가 나에게 고백을 했다는 것에 의아함을 가졌다. 그런데 막상 고백을 받으니 흔들리는건 사실이었다. 내가 그 남자애에게 흔들린 이유는 날 좋아해 줘서 흔들렸던 게 아니었다. 박지민이라는 올가미 속에서 빠져나와 이 지긋지긋한 짝사랑을 끝내기 위해서였다. 맨날 차이고 또 차일 이 지긋한 짝사랑을 끝내기 위해 그 남자아이의 고백이 솔깃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마음 깊숙이 이런 마음도 있었다. 내가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하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다른 누군가가 주는 사랑을 받고 싶었다. 어쩌면 그때부터 난 이미 지쳤는지 모른다. 그 남자아이는 문자로 고백했고 답장이 오지 않는게 불안했는지 곧바로 하나의 메시지가 더 날라왔다.
-천천히 생각하고 말해줘도 돼
며칠 동안은 혼돈이 왔다. 몇 번 그 남자애에게 문자를 썼다 지웠다 반복하며 어쩌지 했었다. 결국, 답장을 보내지 못했다. 그리고 학교 복도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그 남자아이는 자신의 친구들과 장난을 치다가도 날 발견하곤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저렇게 따뜻하게 미소를 짓는지, 지민이와 있을 땐 느끼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처음엔 그 밝고 따뜻한 미소에 부담스럽기도 했고 또 나와는 공통분모가 1도 없고 노는 무리도 달랐던 그 아이가 왜 갑자기 이러는지 경계도 했었다. 헌데 꾸준히 내게 똑같은 미소를 보이는 그 남자아이에 점점 그 경계도 풀렸고 어색하지만 그 아이에게 미소를 짓는 나를 발견 할 수 있었다. 어떨 땐 그 남자아이에게 먼저 인사를 하려다가 지민이를 발견하고 손을 내리기도 했다. 지민이와 그 남자앤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같이 노는 무리였었다. 내가 지민이를 좋아하는 것을 그 남자아이도 뻔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지민이가 옆에 있는 걸 개의치 않는지 지민이의 눈치를 보고 손을 내리는 날보곤 먼저 인사를 걸면서 하이파이브를 하는 남자애였다. 살짝 눈썹을 찌푸리는 지민이를 보고 움츠러들었지만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어디 가냐고 묻는 남자아이에 애써 지민이의 시선을 거부한 채 대답을 해주었다.
중3 겨울방학을 할 무렵 난 결심을 했다. 그 남자아이의 고백을 받자고 그리고 박지민을 향한 내 마음도 조금씩 접어가자고. 이기적인걸 수도 있겠지만 그 아이가 내게 주는 사랑을 통해 조금씩 잊어가자고.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난 지민이를 짝사랑하고 고백하고 차이는 것을 반복 할 수밖에 없기에 고백을 받기로 결심했다. 용기를 내어 그 남자아이에게 문자를 보냈다. 내일 저녁에 공원에서 보자고 할 말이 있다고 보냈다. 어찌나 문자를 금방 읽던지 당황해서 바로 채팅창을 나왔다. 그리곤 바로 답장이 왔다.
-응. 따뜻하게 입고 나와
그 남자아이에게 내일 공원에서 만나자고 문자를 보내고 한참이 지나고 전화 한 통이 왔었다. 이 늦은 시간에 내게 전화를 걸 사람이 없는데 누굴까 하고 휴대폰을 열어보니 의외의 인물 박지민었다. 받을까 말까 하다가 전화를 받았다. 지민이는 평소의 미성과는 달리 목소리가 가라앉아있었고 별다른 말 없이 집 앞이니깐 나오라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할 말 있어. 집 앞이야 나와
대충 잠옷 위에 후드티를 입고 나갔는데 정말 지민이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어디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입술엔 상처가 나 있었다. 뭐 하다가 다친 거냐고 다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는 우리 사이가 너무 싫었다. 한참 지민이는 바닥만 내려다보다 입을 열었다.
![[방탄소년단/박지민] 오늘도 차였습니다 03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1/12/1/17868df685a56c546fcdaba7f794bfd9.gif)
"고백 받지 마"
"..."
내일 그 남자아이와 공원에서 만나자고 하기로 한걸 어디서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지민이는 내가 내일 그 공원에서 고백을 받을 거란 걸 알고 있는듯 했다. 항상 나보다 위에 있는 너라서 내 맘 하나 파악하는 건 지민이에게는 식은 죽 먹기였기 때문에.. 짝사랑이라는 이유로 순종적이기만 했던 내가 이때 처음으로 지민이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을 했다.
"고백을 받든 말든 내 마음이야 신경 쓰지 마."
![[방탄소년단/박지민] 오늘도 차였습니다 03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12/26/13/cc7bce03ebaf69c0a465f42973a540c8.gif)
"..."
뜻밖에 반응이었는지 지민이는 당황 한 듯 보였다. 하지만 다시 차분함을 유지하고 말을 이어가는 지민이었다.
"너 좋다고 하니깐 헤실헤실 웃고 바보냐고 쟤가 너한테 왜 그러는지 몰라?"
"내가 좋대 너보다 더 잘해줄 자신 있대."
"너 진짜 바보구나. 쟤가 뭐가 아쉬워서 너랑 만나겠어. 내 말 들어. 싫다고 해 알겠어?"
지민이는 다친 입술 때문에 따가운지 말을 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한 손으로 피가 굳어 딱지가 되려는 입술을 한번 쓸더니 내 어깨를 잡곤 조금 차분해진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아니 부탁이라고 할 정도로 간절하게 양손으로 내 어깨를 잡고 말했다.
"제발 부탁이야. 받지 마. 너를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
그 다음날 난 공원을 나가지 않았다. 약속시간이 지날수록 내 휴대폰은 전화가 불나게 오고 있었다. 남자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휴대폰을 덮어 두었다. 어젯밤 지민이가 내 어깨를 잡으며 했던 말에 난 결국 흔들리고 말았다. 흔들린 이유는 간단했다. 혹시 지민이가 날 신경 쓰고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였다. 이렇게 내가 지민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려면 꼭 지민이는 내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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