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더 밤에 오려고 했는데 달력을 확인해보니
화, 수, 목에 전공시험이 4개나 있더라구욬ㅋㅋㅋ
그래서 지금 급히 마무리 짓고 투척하고 갑니다^^;
| 양양아, 생일축하해♥_♥ |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아니, 일어나려고 했다는 것이 맞겠다. 미간을 좁히며 일으켜지지 않는 몸을 내려다 본 나는 허탈한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내 옆에 누워 코까지 골아가며 잠을 자고 있는 쑨양 녀석이 내 배 위에 척하니 다리를 얹어놓고 나를 인형마냥 꼭 끌어안고 자고 있지 않은가.
해가 중천에 떴는데도 세상 모르고 자고 있는 녀석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짙은 눈썹에 남자답게 짧고 곧은 속눈썹, 눌러보면 생각보다 말랑말랑한 코, 그리고,
밤새 내 몸을 물고 빨고 핥았던 섹시한 입술.
어젯밤.
녀석이 중국에서 놀러온 친구들과 놀러 나가고, 혼자 이런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이 바보는 내일이 자신의 생일인 것을 모르는 게 틀림 없다고. 그렇지 않으면 이 예쁘고 귀엽고 섹시한.. 은 역시 좀 오버지? 아무튼, 이런 날 두고 생일이 한 시간 밖에 남지 않은 시간에 나갈 리가 없잖아.
조금은 섭섭한 마음에 생일이고 뭐고 나도 그냥 모른척 지나갈까, 했지만 내 성격상 역시 용납이 되지 않는다. 그러다 아침에 숙취로 괴로워 할 녀석이 떠올라 패딩을 챙겨입고 집을 나섰다. 우렁각시라도 되어 볼까, 하고.
11월의 마지막 날을 30분 정도 남기고, 쑨양의 자취방에 도착했다. 사귀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열쇠를 복사해서 줬었는데 말이지. 주인집 아주머니가 알면 큰일나니까 조심하라고 연신 당부하면서... 그때는 참 귀여웠는데- 하아..
묘한 한숨을 내쉬며 녀석의 방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으윽, 내가 마지막으로 들렀던 것이 일주일 정도 된 것 같은데 녀석의 방은 또다시 엉망진창이다. 정말이지, 애도 아니고... 근처 편의점에서 한 손 가득 사 온 것들을 식탁에 잠시 올려두고 방청소를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청소를 끝내고 시계를 보니 어느새 12시가 가까워진 시각. 손을 씻고 바로 생일상 준비에 들어갔다. 생일이니까 미역국은 필수지. 그리고 숙취에 좋다는 콩나물국을 덤으로(?) 끓여놓았다. 스테미너 보충하라고 마늘 서너개 넣는 것도 잊지 않고.
국을 다 끓여 놓고 간단한 반찬 몇 가지를 만들어 둔 뒤, 냉장고에 편의점에서 사 온 작은 케익을 하나 넣어두고 방을 다시 한 번 둘러보았다. 흠... 뭐 특별한 거 없으려나? 곰곰히 생각하다가 쑨양의 방에 들어가 포스트잇과 펜을 꺼내왔다. 그리고 녀석이 들어오자마자 볼 현관 앞 바닥에 쪽지를 써서 남겼다.
멍청이 양양. 냉장고 열어봐.
그리고 그 다음엔 냉장고 안에 있는 케익 상자 겉에 쪽지를.
너 오늘 생일인거 몰랐지?
그리고 미역국이 담긴 냄비에도 쪽지를 붙였다.
오늘은 늦었으니까 일찍 자고
쪽지를 세 군데 붙여놓고 내 할 일은 다 했으니 나가볼까- 하다가 아차, 하고 쪽지를 하나 더 써서 집에서 나오면 볼 수 있게 현관문에 붙여두었다.
생일 축하해!
녀석이 냄비에 붙어 있는 쪽지를 보고 그냥 잠을 잘 거란 생각은 나도 안 하거든. 분명 쪽지를 보자마자 급하게 우리 집으로 뛰어 올 것이다. 허둥거리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해, 흐뭇하게 웃으며 발걸음도 가볍게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녀석을 기다리다가 지쳐 깜빡 잠이 들었다. 그러다가 아마도 새벽 3시쯤인가? 누군가 문을 쾅쾅 두드리길래 이웃집에서 항의가 들어올까봐 누군지 확인도 안하고 문을 벌컥 열어주었다. 보나마나 뻔히 쑨양이겠지, 하며. 그리고 역시나. 바보 쑨양이 얼마나 뛰어왔는지 숨을 헉헉거리며 문을 급히 닫고 집안으로 들어온다. 녀석에게서 차가운 기운이 훅 끼쳐온다. 밖에 많이 춥구나. 새빨개진 녀석의 손이 보이길래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가만히 손을 내게 맡기던 쑨양은 어느정도 숨이 돌아왔는지 날 꼭 끌어안고 나즈막히 내 이름을 부른다. 태환-
"미안합니다." "뭐가 미안해." "생일인데.. 태환 버리고 놀았습니다." "다들 중국에서 왔잖아. 괜찮아. 난 매일 볼 수 있는걸." "그치만 생일은 특별합니다. 아닙니까?" "으이그... 알긴 아네?"
한참을 현관에서 끌어안고 있다가 그 상태로 슬금슬금 나를 방으로 밀어넣는 쑨양. 어어? 멍때리던 사이에 어느새 녀석은 겉옷을 벗고 침대에 걸터앉아 나를 제 무릎위에 앉힌 뒤 다시금 꼭 끌어 안았다. 뒤에 있는 녀석의 쿵쾅거리는 심장 박동소리가 온연히 느껴진다.
"태환.." "응." "생일선물 줍니까?" "줄까? 뭐 갖고 싶은데?" "음......"
내 어깨에 턱을 괴고 고민하는 듯 하던 녀석이, 갑자기 허리에 둘러져 있던 팔에 힘을 꽉 주며 귓가에 바람을 훅 불어 넣는다. 깜짝 놀라 어깨를 들썩이며 움찔이자 녀석이 낮게 웃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태환이면 됩니다-"
|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인스티즈앱
키 인스타도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