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약초들, 어디서 받아왔어?"
"그냥, 그… 아시는 분이 주셨어요."
"산신령님이 주신 것 같은데요?"
아이가 태형을 째려보았다. 정국이 놓고 간 약초를 물에 달여 제 부모에게 며칠동안 먹여주었다. 하루하루 날이 갈수록 전보다는 나아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이의 부모는 저들을 살린 약초의 출처가 궁금해져 아이에게 물었다. 부모님께 산신령님이 주셨다고 하면 마을 아이들의 장난으로만 생각하실 것 같아 말을 아꼈다. 제 속도 모른 채 태형이 다 까발렸지만. 태형의 말을 들은 부모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서로 눈을 마주치고는 다시 태형을 바라보며 질문했다.
"산신령? 이 마을에 산신령이 있다고?"
"네. 아, 아니 모르셨어요? 난 얘가 말한 줄 알고…"
"…꽤 오랜 시간동안 봐온 것 같은데. 가보자, 얼른 일어나."
"아부지? 진짜요? 안 돼요, 산신령님 놀라셔!"
태형이 아이의 눈치를 보았다. 넌 너희 집으로 가. 태형의 어깨를 콩알같은 주먹으로 친 아이가 벌써 저 멀리 나가있는 제 부모의 곁으로 갔다. 옆에서 말리는 아이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부모는 가는 길만 물었다. 끝끝내 자포자기한 아이가 앞장서서 정국이 있는 산으로 올라갔다. 산신령님이 부담스러워 하실텐데, 그냥 내가 감사하다고 말씀드려도 되는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결국 정국의 오두막에 도착했다. 한가로이 앉아있던 정국은 아이를 보자마자 빠른 걸음으로 나갔으나 아이의 뒤에 서있는 두 명의 남녀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아이와 빼쏜 얼굴을 가진 두 인간을 보자마자 직감했다. 아프다던 아이의 부모로구나.
"이제야 찾아뵈어서 죄송합니다, 산신령님."
"아, 저… 아니네. 그, 그 몸은 괜찮으신지?"
"괜찮고 말고요. 귀한 약초들을 저희에게 갖다주어 감사합니다. 덕분에 우리 하나뿐인 딸이 덜 고생했어요."
"아이가 도와달라기에 그런 것이니 그만 고마워 하셔도 됩니, 되네."
몸은 회복한 것 같아서 다행이었으나, 지금 제 상태가 이상해진다고 느낀 정국이다. 산신령의 입장에서는 당연시 아이의 부모를 하대해야했고, 제게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 아이의 부모로서는 존대를 해야했다. 결국 혼란스러운 제 머리를 말투로도 티를 냈으니, 저가 한심해질 뿐이었다. 아이도 이상하다 느꼈는지 정국을 바라보다가 작게 웃음을 내뿜었다.
"우리 애가 매일 나가던 데가 여기였던 것 같은데, 실례를 끼친 건 아닌지요."
"아니네. 나야 즐거웠지."
저를 산신령이라고 아는 아이의 부모를 생각하여 하대하기로 결정한 정국이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며 그들과 대화를 하다가, 제 옆에 앉은 아이를 보고는 어깨를 잡고 끌어당겼다. 이왕 가까운 사이로 보이면 좋지. 대화를 엿듣고 있던 아이가 정국의 쪽으로 가까워지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랐다. 그런 둘을 보며 부모는 다정하게 미소지었다. 평화롭던 시간도 잠시, 정국의 귀에 희미한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 점점 가까워지는 소리에 정국이 자리에서 일어나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는 오두막에서 멀어졌다. 고개를 쭉 빼서 정국을 바라보던 부모의 시선을 아이가 다시 돌리기 위해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그것 역시 듣고있던 정국이 살풋 입꼬리를 말아 웃고는 휘파람의 근원지로 갔다. 제 예상대로 윤기였다.
"오, 마중까지 나왔소?"
"그것도 맞다만, 배웅까지 해주려 나왔소."
"…배웅? 지금은 안 해도 될 터인데."
"아니오. 얼른 가시오. 여길 떠나시오!"
"며칠만에 찾아왔더니 이 대우는 뭐람. 위에 누구 있소?"
귀를 쫑긋 세우던 윤기가 제 귀에 들리는 소리에 집중했다. 아이의 목소리였다. 허 참, 아이가 있어서 나를 막는 게로구나. 어이가 없어 실성한 윤기가 정국의 팔을 살짝 밀고 다시 길을 올랐다. 정국도 재빨리 그의 앞으로 가서 막았다.
"아이도 날 아는데 왜 막는 것이오?"
"…아이의 부모가 올라왔소."
"오호, 누가 보면 상견례라도 하는 줄 알겠네. 어디 한 번 그 광경 좀 봐볼까."
정국을 놀리는 것에 재미가 든 윤기가 정국을 계속 밀어대며 오두막 근처까지 올랐다. 안절부절 못하던 정국이 아이와 아이의 부모의 눈치를 보며 작게 소리를 쳤다.
"이 망나니야, 얼른 썩 가래도!"
"구미호한테 망나니라니. 말이 심하지 않소?"
"내가 미안하네. 얼른 가서 간이라도 먹고 오시오."
"간은 별로 안 당기는데."
"아니오, 지금 그대는 간이 먹고 싶소. 내가 다 이해하니 이제 가보시오."
아이가 결국 윤기를 보았다. 세차게 흔들리던 아이의 눈을 본 윤기가 푸하하, 웃고는 정국의 어깨를 두드리고 왔던 길로 돌아갔다. 땀을 삐질 흘린 정국이 서둘러 오두막으로 갔다. 윤기의 정체를 물어본 부모의 말에 어물쩡하게 말을 피했다. 구미호 덕에 꽤 난감했군.
***
태형과 아이가 은밀하게 집 뒷편으로 갔다. 누구에게 들킬까 눈치를 보며 주변을 살피는 꼴이 영락없이 사고치는 아이들이었다. 아무도 저들을 바라보지 않는다는 걸 확신하고 태형이 품속에서 한 병을 소중히 꺼냈다. 아이와 태형의 눈이 반짝였다. 신줏단지를 모시듯이 조심스러운 손길로 뚜껑을 땄다. 긴장한 표정으로 태형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병을 들어 의문의 액체를 한 모금 들이켰다.
"으아윽! 겁나 써! 이런 거 왜 마시냐, 어른들은?"
"써? 아버지가 달다고 하면서 드셨었는데. 나도 줘, 나도!"
"근데 중독되기는 한다."
의문의 액체는 바로 술이었다. 태형이 제 부모가 아끼던 술을 몰래 꺼내와 아이에게 한 번 마셔보자며 아이를 꼬드겼다. 아이가 기대된다는 눈빛으로 술병을 쳐다보고 제 입속으로 술을 왕창 넣었다. 웬걸, 혀에 닿자마자 확 올라오는 쓴맛에 아이가 얼굴을 찌푸렸다. 괴상한 소리를 내던 아이가 태형의 손에 병을 쥐어줬다. 꺼지지 않는 호기심 때문인지 둘은 술을 마시는 것을 멈추지 못했다.
"악, 쓰…"
"얼굴 빨개졌대요, 빨개졌대요! 흐헤, 기분 좋아진다."
"너도 완전 빨갛거든!"
어느새 빈 병이 아쉬운듯 남은 방울을 입에 터는 태형이었다. 둘의 똘망똘망하던 눈빛은 어디로 가고, 잔뜩 풀린 눈만 존재했다. 아무 말 없이 웃기만 하던 두 아이가 갈라져 하나는 제 방으로, 다른 하나는 산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산신령님 뵈어야지. 아이의 머릿속을 온통 정국이 지배했다. 취한 탓에 차가운 바람도 따뜻하게만 느껴졌고, 새까만 까마귀는 귀여운 참새로 보였다. 마을에 다녀온 정국이 저의 오두막으로 올라가는 아이를 보고 그 옆으로 다가서려 했으나 왠지 위태롭게 걷는 아이를 본 후 뒷짐을 지고 아이의 뒤를 지켰다. 걸으며 조잘조잘 혼잣말을 하는 아이가 어여쁘기만 했다.
"푸아, 산신령님이랑 오늘은 무얼 해볼까아…"
"……."
"깅태형 바보오… 이거 뭐 별 거 아니네! 어떻게 이것갖고 자러가냐."
"…술을 마셨구나."
뒤에서 들리는 정국의 목소리에 아이가 돌아보았다. 발그레한 볼과 몽롱하게 풀린 눈이 아이의 분위기를 바꾸어놓았다. 웃음밖에 지어지지 않는 정국이었지만 술을 마신 아이를 혼내려 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에도 아이는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다.
"왜 여기 계세요?"
"구미호 녀석을 만나고 왔다."
"아아- 저 술 잘 마시는 것 같아요. 정신이 멀쩡해."
"전혀 멀쩡하지 않다. 쉬고 있거라."
"아닌데? 나 지인짜! 진짜 멀쩡해!"
"…참. 그래, 멀쩡하다 해주지."
정국의 비꼼에도 아이는 해사하게 웃었다. 오두막에서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뜬 아이가 정국을 빤히 쳐다보았다. 아이의 노골적인 시선에 민망해진 정국이 목을 큼큼, 가다듬으며 다른 곳에 눈을 두었다. 아이가 그런 정국을 보고 입을 삐죽 내밀더니 정국의 양볼을 제 손으로 잡았다.
"무, 무얼 하는 것이냐."
"왜 다른 곳을 보십니까!"
"……."
아이는 굳게 닫힌 정국의 입술을, 정국은 아이의 고운 눈을 쳐다보았다. 엇갈린 시선이었지만 둘의 마음은 동일했다. 묘한 감정에 사로잡힌 둘은 오랫동안 아무 말 않으며 서로의 눈을 맞추었다.
"……."
"……."
"…끕!"
갑자기 아이가 딸꾹질을 해댔다. 산신령님과 이리 오래 눈을 마주친 적은 없었는데. 술기운 때문인지, 부끄러움 때문인지 아이의 볼은 더욱 화끈해졌다. 떠날 생각이 없는 딸꾹질 덕에 조용하기만 하던 산 주변이 다시 살아났다. 정국이 아이의 등을 살며시 두드려주었다.
"이제 집으로 가보거라."
"지금 가면 혼나는데…"
"그러게 왜 혼날 짓을 하였느냐. 술은 더 커서 마시거라."
고개를 끄덕이던 아이가 무언가 망설이는 것처럼 손가락을 꼬물거렸다. 얼굴을 푹- 숙이기도 하고, 정국의 눈치를 보기도 했다. 가만히 아이를 관찰하던 정국이 아예 턱을 괸 채 다시 아이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무얼 하려고 저렇게 귀여운 짓을 할꼬. 마침내 아이가 마음을 먹은 것인지 입술을 앙 다물고 고개를 들었다.
"무엇을 하나 보자꾸,"
아이의 입술이 정국의 볼에 수줍게 닿았다. 잊혀지지 않을 감촉에 정국은 얼음처럼 얼어있었다. 말문이 턱, 막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점점 빠르게 뛰는 심장 소리가 머리가 울릴듯이 들려왔다. 손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던 아이가 빼꼼 고개를 들어 정국을 바라보았다. 아이와 마찬가지로 정국의 볼도 답지 않게 분홍빛으로 물든지 오래였다. 몽롱하기만 하던 아이의 눈이 점점 또렷해지더니, 정신을 되찾았는지 제 기습적인 입맞춤이 머리에서 맴돌았다. 아씨… 내가 드디어 미쳤구나. 입술을 깨물던 아이가 점점 뒷걸음질을 치더니 마을로 줄행랑쳤다.
가는 아이를 데려다주지 못한 정국은 아이가 눈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멍하니 있었다. 미치도록 사랑스러운 짓을 하고 떠나버린 아이가 좋았다. 간지럽고 몽글몽글한 감정을 아이에게 느꼈다. 제기랄, 괜히 커서 술을 마시라고 한 건가. 아까 내뱉은 저의 말을 이제야 후회하는 정국이다.
-------------------------------
정국이의 아이분들 = 궁뎅이꼬
찬란 / 정꾸꾸까까 / 만듀 / moonlight / 밤을 걷는 선비 / 뮤즈 / 뉸기찌 / 룰루랄라 / 데이지 / 침구 / 빵야
/ 인생은 욕망 / 링링뿌 / 서영 / 빅닉태 / 솔트말고슈가 / 밍기적 / 난나누우 / 마새 / 슈슈 / 밍뿌 / 까꾹
/ 흥탄♡ / 냉이 / 여니 / 고여비 / 우유(회원) / 빠기 / 오로롯히 / 우유(비회원) / 강낭콩 / 안녕하새오
/ 민군주짱짱맨 / 자몽쨈 / 담담 / 에구타르트 / 새싹 / 착한공 / 그대라서 / 찌밍지민 / 피망
/ 쿄이쿄이 / 복숭꾹 / 요를레히 / 븅딩 / 삐삐걸즈 / 삼다수 / 미묘 / 홍시 / 뚝아 / 새벽별 / 충전기
/ 효인 / 까꾹 / 키친타올 / 갤3 / 꾸꿍 / 뎅뎅이 / 캔디 / 바니 / 밍기적 / 아모닉 / 탬버린 / 오징어만듀
/ 호어니 / 강아쥐똥 / 코예 / 땅위 / 초코맛솜사탕 / 그대라서 / 오로롯히 / 데이지 / 미묘 / 파란 / 우와탄 / 박지민
/ 반석 / 퍼펜디 / 찌망 / 네가 준 봄 / 빙구
암호닉 분들 사릉합니다 물론 다른 독자분들도 사랑하지요
암호닉은 8화까지만 받을게요 8ㅅ8
암호닉 분들께 뭘 해드릴까 생각해봤는데 메일링.. 먼훗날에 할 때..
본편 텍스트랑 번외편을 할 예정이구.. (번외 짜놓지도 않음)
글구 원하시는 거 댓글로 말씀하셔도 돼요...♥
초등학생도 타는 자전거를 어제 아빠한테 배워가지고...*^^*
필명 궁뎅아야해 해놨더니 진짜 궁뎅이 다침여 상처났오요 흑흫드ㅠㅎ
아이와 정국이가 라ㅣ ㅓㅠㅑㅁ 뽀뽀 ㅡㅂ기닿ㅇ으으아아앙으앙!!!!!!!
읽어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댓글 쓰시고 구독료 반환해서 가세욧 ♡
짤이 제 컴에서 너무 느리게 뜨거나 안 뜨네요 흐아아 폰으로도 안 뜨면 어떡하지
굿밤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방탄소년단/전정국] 조선뱀파이어 전정국 X 정국의 먹잇감 너탄 06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1/03/21/d3b28b222a409c53b786a880bbe498bc.jpg)
![[방탄소년단/전정국] 조선뱀파이어 전정국 X 정국의 먹잇감 너탄 06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7/31/8/8c2528cb0b11e277c1f0813b32dbd27a.gif)
![[방탄소년단/전정국] 조선뱀파이어 전정국 X 정국의 먹잇감 너탄 06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1/20/1/37ccb935b1be2adaa16bf4a764698ea6.gif)
![[방탄소년단/전정국] 조선뱀파이어 전정국 X 정국의 먹잇감 너탄 06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10/30/18/2d5f239835b5e444bc74fb8514504aa7.gif)
![[방탄소년단/전정국] 조선뱀파이어 전정국 X 정국의 먹잇감 너탄 06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1/03/20/be5e702c581856303e492d895a9ab533.gif)
![[방탄소년단/전정국] 조선뱀파이어 전정국 X 정국의 먹잇감 너탄 06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1/05/15/1253c41ca05af5919d73f4f1b5b20d9e.gif)
![[방탄소년단/전정국] 조선뱀파이어 전정국 X 정국의 먹잇감 너탄 06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6/25/1/4f070709bbdb1ffbd7bf8089c1e4b6bb.gif)
![[방탄소년단/전정국] 조선뱀파이어 전정국 X 정국의 먹잇감 너탄 06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1/17/0/61ddc723efecfd5c52cf1bdeaf96a392.gif)
![[방탄소년단/전정국] 조선뱀파이어 전정국 X 정국의 먹잇감 너탄 06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1/01/15/5aea782d0dbe9f109ac1ec03c7b67ed9.gif)
![[방탄소년단/전정국] 조선뱀파이어 전정국 X 정국의 먹잇감 너탄 06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5/19/21/17953947c9a1006801754c7971c7d5ae.gi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