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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터팬은 살아있어." 놀이터는 음산한 기운만이 맴돌았다. 비가 올 것처럼 잿빛으로 변한 하늘때문인지 놀이터에는 적막만이 가득했다. "진짜야, 내가 봤어." 짧은 머리, 잘 정리된 카라티, 가격이 꽤나 나가보이는 가방. 학연은 그네에 앉아 발돋움을 하며 택운에게 비밀이라도 말하듯 속삭였다. "..." 택운은 그런 학연을 쳐다보지도 않은채 가만히 땅 파기에만 몰두했다. 손질되지 않은 택운의 머리카락은 길게 늘여져 있었고, 몇 해 째 물려받은건지 가늠조차 어려운 옷은 이곳저곳 헤져있었다. "야, 너 왜 내 말 안 들어?" 학연은 그런 택운을 못마땅하다는 듯 쳐다봤다. 그네에서 내려온 학연은 옷매무새를 정리하고는 택운이 파고 있던 모래를 밟아서 무너트렸다. 택운은 그런 학연의 발만 바라볼 뿐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황한 학연은 쭈뼛거리다 급하게 놀이터를 빠져나갔다. 학연이 빠져나간 놀이터는 가끔 부는 바람때문인건지 그네만 흔들렸다. 택운은 고개를 들어 집을 향해 뛰어가는 학연의 뒷모습을 보았다. "...피터팬은 죽었어." 학연의 뒷모습을 보던 택운은 자리에서 일어나 모래가 묻은 바지를 털어내며 조용히 읊조렸다. 모래 위에 아무렇게나 내팽개친 가방을 맨 택운은 학연이 밟아놓은 모래를 꾹 밟았다. '네버랜드로 가자.' 택운은 자신의 귓가에 멤도는 말에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어린이의 꿈과 희망의 상징인 네버랜드는 꿈과 희망조차 없는 어린 택운에게는 불필요한 장소였다. 택운에게는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 당연시 여기는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부모, 가족, 돈, 그리고 목표. 어린 택운에게 있어서 삶은 꿈이 아닌 그저 생존일 뿐이었다. 피터팬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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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유지태 못알아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