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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빅스라는 이름에서 벗어난지 몇 년이 흘렀다. 같이 한 곳을 보던 멤버들이 다른 곳을 보기 시작했고, 같은 목표를 향해달리던 멤버들이 서로의 길을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아름다운 이별이라고 포장된 해체의 과정을 밟게되었다. 누군가에겐 한 여름 밤의 꿈이었고, 누군가에겐 부담이었고, 누군가에겐 잊지 못 할 추억이었을 빅스는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갔다. 가끔씩, 나는 회상한다. 우리의 찬란했던 과거를 그리고 늘 함께였던 멤버들을. "아빠! 엄마가 밥 드시래요." 이제 여섯 살이 된 딸아이가 여전히 서툰 말투로 서재의 문을 열고 나를 불렀다. 아직도 존댓말에는 익숙치 않은건지 여전히 존댓말은 서툴다. 아이가 내가 앉은자리로 다가왔다. "아빠, 뭐해?" 나는 그런 아이를 안아서 내 무릎에 앉혔다. 아빠의 20대를 보여주는 것도 아이에겐 처음이었다. 나는 아이에게 나의 23살을, 24살을 그리고 29살을 보여주었다. "어때? 아빠 멋있는 사람이었지?" 괜히 으쓱해진 기분에 아이에게 되묻자, 아이는 대답도 하지 않은채 우리의 앨범을 보고있었다. 아이에게 보여줄 나의 과거가 있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별이아빠, 그만하고 별이 데리고 밥 먹으러 와요. 국 식으니까." 아내는 나와 별이의 모습을 보고는 결국 한 소리를 내뱉었다. 아이가 보던 앨범들을 다시 서랍장에 곱게 꽂아놓았다. 이 앨범들은 한 동안, 어쩌면 몇년동안은 다시 꺼낼 일이 없을 것이다. 아주 가끔, 우리가 여전히 빅스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한다면 라는 생각을 한다. 그때마다 뭔가 간질거리는 느낌이 온다. 빅스라는 이름을 생각할 때면 오는 기분좋은 설렘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해체를 했고, 해체를 한 순간부터 빅스라는 이름은 우리에게 금기시되는 단어와 마찬가지였다. 평범한 일상, 여전히 아름다운 나의 아내와 내 모든걸 받쳐도 아깝지않을 나의 소중한 아이는 이제 내게 빅스만큼 소중한 존재가 되있었다. "어? 저 아저씨!" TV 속 드라마에선 이젠 정말 연기자가 된 홍빈이가 여자주인공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있었다. 아이는 밥을 먹다말고 드라마 속 홍빈이를 보느라 정신이 팔려있었다. "별아, TV는 있다가 밥 먹고 봐야지." 아내가 리모콘을 들어 TV를 껐고, 그제서야 나 역시도 밥 먹는데 집중 할 수 있었다. "아빠, 아빠! 그 저 아저씨 이름이 홍빈이에요?" "응. 홍빈이지. 왜요, 우리 별이?" "되게 잘생겼다. 아빠, 나 저 아저씨랑 결혼할래요." "뭐? 야! 너 어제까지는 아빠랑 결혼한다더니." "원래 여자 마음은 갈대같은거라고 엄마가 말했어요." "별이엄마! 아니, 당신은 애한테 무슨 그런 소리를 가르켜." "아니, 내가 가르쳤나? 별이가 알아들은거지. 그리고 오빠보다 홍빈씨가 더 잘생겼으니까 별이가 그러는거지. 어쩜, 늙어도 홍빈씨는 잘생겨지는것 같아." "참나, 아주 둘 다 안되겠다. 아빠 울꺼야. 별이 아빠랑 결혼할꺼지?" 빅스는 내게 있어서 소중한 20대의 추억이다. 첫 시작을 같이했고, 첫 목표를 같이 세웠으며 첫 1위를 받았던 우리는 이젠 몇장의 앨범과, 몇개의 트로피로 밖에 기억되지 않는 빛바랜 과거로서 남아있을 뿐이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나의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빅스라는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우리가 빅스라는 이름으로 함께하지는 못하더라도 같은 하늘을 보면서 가끔 서로를 생각하기. 빅스가 해체한 이후부터 매번 빌었던 내 소박한 소원을 나는 오늘 또 한번 빌어본다. ㅡ 짜잔, 오랜만에 전지적 시점 글 다시 읽어보다가 이렇게 글 하나가져왔어요. 외전도 썼던 사람이 왜 또 우려먹냐고 물으신다면 그냥 오랜만에 센치해진 빅스글이 쓰고싶었다 정도면 될까요? ㅋㅋㅋ 그냥 저번처럼 이번글도 사랑해주시고, 또 많이 예뻐해주세요♥ 이번껀 그냥 학연이 버전밖에 없으니까 다음편은 없습니다. 아마 전지적 시점의 외전 속 외전 버전으로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사랑합니다♥ 그리고, 매니저썰은 이번주 주말에! 헝거게임도 이번주 주말에 오도록 하겠습니다. 나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