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인간 권순영
human cloning : 인간복제
02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역시 이래서 술은 위험하다. 그나저나 아침부터 폭주 기관차처럼 폭주하는 승관이다. 어제 클럽에서 만난 누나한테 연락이 왔다나 뭐라나. 뭐 어쨌거나 승관이 덕분에 순영이 표 콩나물국을 먹을 수 있었다.
"와씨 야 나 대박이야!!! 최캐럿 권순영!!! 나 어제 스위싱에서 번호 따간 누나한테 연락 왔어"
"머리 아파 죽겠는데 소란피울 거면 조용히 나가"
"매정하다 못해 차가워 엘사니?"
"응"
"나쁜 년 어제 그래서 그렇게 고해성사를 했구나~ 엘사여서~ 렛잇고~ 난 앞으로 성구포차 창피해서 못 가겠네~"
"뭔 개소리야 부승관 밥이나 먹어"
"봐, 또 자기가 한 말만 쏙 까먹는다? 너 그것도 재주야 알긴 알아?"
"나 어제 분명히 술 깨고 들어왔는데?"
"권순영이 너 업느라고 고생 좀 했을 거다. 안 그러냐 순영아?"
"아니야 여친! 나 하나도 안 힘들었어. 진짜야!"
"오…. 권순영 제 살길만 찾아간다 이거지? 내가 친구를 헛 사귄 거지 내 잘못이다. 다 내 잘못이야"
"친구 잘못 사귄 건 나고 부승관 이 의리 없는 새끼야. 친구가 술 먹으러 가는 거 뻔히 아는 놈이 클럽에 가? 그것도 여자를 꾀러?"
"나도 이제 연애 좀 하고 살자. 자그마치 27년이다. 넌 내가 불쌍하지도 않냐? 그래서 뭐라고 답장하라고…?
"너 그거 잘하잖아 승관아. 말끝에 긔~긔? 붙이는 거! 난 그거 귀엽던데?"
"순영이 말이 일리가 있네, 그렇게 보내봐"
연애 경험이 아무리 없다고 해도 지식은 있을 텐데 보내란다고 그대로 보낸 부승관도 참. 네가 그러니까 연애를 못하는 거야 승관아. 승관이는 보란듯이 까였다.
그렇게 한바탕 승관이의 연애소동이 끝이 나고, 티비속에 나오는 김밥이 너무 먹음직스럽게 보여 장을 보러 나가기로 했다. 사실 부승관이 김밥에 환장한다. 그것도 참치김밥. 또 내가 요리실력 하나는 끝내주니까 승관이 기분도 풀어줄 겸 나서야겠다.
"부승관 너 진짜 안가?"
"나 지금 나갈 기분 아니긔…. 너희끼리 다녀오긔…."
"미친놈 넌 권순영 말을 믿냐? 쟤는 그냥 모든 게 귀여워 보이는 애고, 사실 하나도 안 귀여워"
"말 그렇게 하지 말긔…. 잘 다녀오…. 악!!!"
"하지! 말라면! 하지! 말라고! 듣기! 거북하다고!!!"
손을 쓰지 않으면 계속 할 것 같아서 입을 툭툭 쳐 입을 닫아버렸다. 그래도 까인 건 까인 거니까 대신해 순영이와 내가 장을 보기로 했다.
![[세븐틴] 복제인간 권순영 B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6/19/1/757d77a22034f39c620dd75ece8ea2c0.gif)
"여친이랑 둘이 있으니까 너무 좋다."
"야"
"알겠어, 알겠어~ 예쁜아"
"어디서 그런 것만 배워서, 조용히 하고 따라와"
"네~"
눈이 제법 많이 내리는 한겨울이었다. 나올 때만 해도 눈이 이렇게 많이 내리지는 않았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핫팩이라도 챙겨올걸. 그나저나 뒤에서 졸졸 따라오는 권순영이 조용하다. 웬일로 이렇게 조용하게 따라오나 싶었는데 갑자기 내 손을 가져가는 권순영이다.
"손 시렵겠다"
권순영의 이끌림에 따라 이동한 내 손은 핫팩으로 따뜻해진 권순영의 주머니 안이었다.
"됐어 너 해"
"나보고 맨날 춥게 입고 다닌다고 뭐라고 하더니, 제일 춥게 입었어."
"이렇게 추울 줄 누가 알았겠냐"
"내가 알았지"
하면서 메고 있던 머플러를 내게 매주는 순영이다. 순영이와 잘 어울리는 파란 머플러였다. 자신은 이걸 쓰면 된다며 패딩 뒤에 붙어있는 모자를 뒤집어쓰고는 아무도 다녀가지 않은 듯한 흰 눈길 위에 두 개의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갔다.
나는 흰 눈길 위가 발자국으로 덮이는 걸 원치 않았기에 순영이의 발자국이 남겨진 부분을 밟으며 순영이의 뒤를 쫓았다. 역시 남자라 그런가? 보폭이 나와는 달랐다. 그렇기에 평소보다 다리를 쭉쭉 찢으며 걸어갔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보폭이 현저히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말은 안해도 다정한거 누구랑 똑같아 권순영.
복제인간 권순영
"당근 샀고 오이 샀고 우엉이랑 참치랑…. 햄 맛살…. 또"
"달걀!"
"아 계란 비쌀 텐데"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계란 값은 내려갈 생각을 않았다. 미국에서 수입 계란이 들어오는 덕분에 계란 값이 내려갔다는 소리는 다 개소리였나보다. 그래도 한 판 사면 일주일은 먹으니까 눈물을 머금고 계란을 카트에 담았다. 이왕 장 보러 나온 김에 한달 치 해치우자는 일념 하나로 마트 두 바퀴를 뺑뺑 돌며 카트를 가득 채웠다.
"넌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나 홈런볼"
생뚱맞은 답변이었다. 홈런볼이라니. 뭐 그래도 순영이 덕에 머플러도 얻어 걸치고 뱉은 말에 책임도 질 겸 새로 나온 슈크림 맛 홈런볼을 품에 안겨주었다. 그러자 햄찌 웃음을 지으며 여친 고맙단다.
"청년이 여자 친구 하나 잘 뒀네"
……? 앞에 계시던 핫초코 시식 판매 아주머니께서 뭔가 단단히 오해하신 모양이다. 그 말에 기분이 좋았던 건지 감사하다며 카트에 핫초코 3박스를 담는 순영이다. 미친놈이지. 어쩔 수 없이 핫초코까지 계산하고 영수증을 보는데 183,540원 한동안 치킨은 없다.
장을 다 보고 마트를 나서니 눈이 제법 그쳤지만 바람은 여전히 쌩쌩 불었다. 바람을 핑계삼아 택시를 타고 들어가려 했지만, 권순영은 이미 저만큼 가고 없었다. 두 손 가득 짐을 들고 가는 권순영을 애타게 부르다가 결국 뒤를 쫓았다.
"야! 뭐가 그렇게 급해서 빨리 가냐? 하나 줘, 무거워"
"너 손 시려"
"그럼 넌 안시렵냐. 하나 줘 얼른"
"싫은데? 이거 완전 무거워서 너 못 들어~"
"누굴 바보로 아나, 나 화낸다. 빨리 줘"
"알았어 알았어 화내지 마"
권순영이 또 내가 화내는 꼴은 못 본다. 웃을 때가 제일 예쁘다나 뭐라나. 두 손을 저울 삼아 이리저리 움직이며 무게를 재더니 한쪽 손에 있는 봉투를 또 다른 한쪽으로 옮겼다. 그리고는 비어있는 한쪽 손으로 내 손을 잡고 핫팩이 들어있는 자신의 주머니로 찔러 넣었다.
"아 이제 좀 따뜻하다"
"……."
"얼른 가자 승관이 기다리겠다"
"……."
"화났어?"
"...... 아니, 왜"
"그냥 아무 말도 안 하길래"
".... 입이 얼어서.... "
나는 오늘 처음으로 인간이 아닌 너에게 설렜다. 지난 5년 동안 느껴보지 못한 설렘이었다.
집에 다와서 짐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깨달았다. 오랜 시간 순영이와 손을 맞잡고 있었다는 사실을. 순영이의 손엔 제법 땀이 차 있었지만 다른 한 손은 찬 바람은 그대로 맞아 부르터져 있었을 뿐만 아니라 피가 통하지 않아 시퍼렇게 변해있었다. 많이 무거웠을텐데... 권순영 미련한 새끼.
"순영아"
"왜?"
"기다려봐"
나는 대충 손을 헹구고 방으로 가 평소 잘 바르고 다니던 핸드크림을 가지고 나왔다.
"손 씻고 와 봐"
나는 손을 씻고 나온 순영이의 손을 잡아 쥐곤 복숭아향이 나는 핸드크림을 발라주었다. 남자 손 치고 작고 통통한 순영이의 손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이거 내가 아끼는 핸드크림이야, 찬이가 생일선물ㄹ…."
"최캐럿 냄새다"
"어…?"
"맨날 복숭아 냄새났어. 좋아"
"아…. 어 그러니까…! 손을 좀 잘 씻고 다니라고!!"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아 몰라! 바르던지 말든지"
아무것도 아닌데 당황해서 아무 말이나 해버렸다.최캐럿 오늘 상태 영 아니네. 아까 그 일 때문인가…. 아무래도 오늘 김밥 싸는 건 글러 먹었다.
항상 늦은 시간에 오네요! 이번 편은 제가 봤던 설렘 썰 하나를 대입해봤어요. 아무렇지 않게 한쪽에 다 들고 가는 순영이 너무 설레죠 ㅠㅠㅠㅠㅠ
이렇게 좋은 건 다 같이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A 편에 생각지도 못했던 댓글들과 암호닉 또 신알신이 들어와서 너무 벅차올랐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죄송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글쟁이가 아니었기에 미흡한 부분이 굉장히 많았을 텐데 봐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ㅠㅠㅠ
+이 짤은 꼭 복제인간 권순영에서 다뤄줬으면 좋겠다!! 싶은 움짤이나 사진은 댓글로 달아주세요 :) 상황에 맞게 가져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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