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야 이해를 못 했어?"
결국 또 쓴 소리를 하고야 말았다.
더 완벽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내 생각으로 인해
너의 기분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그만 사고를 쳐버렸다.
권순영 병신
누가 봐도 우울해 보이는 얼굴을 한 채
연습실을 나가는 널 붙잡고 바로 사과를 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근데 그냥 넘겼던 이 일이 이렇게 까지 커질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
"아 뭔데, 왜 갑자기 진지한 척 부르고 지랄이야"
"..."
"그래. 이지훈 더 빡치기 전에 얼른 말하고 끝내. 뭔데?"
"..야. 내가 요새 진짜 정리가 안 돼서 잠이 안 오거든?"
"뭔 개소리야."
"아 닥치고 들어봐.
내가 어쩌다 누굴 혼내버렸는데 그때 이후로 걔가 날 피하는 거 같아.
아니 확실해! 맞아.
그래서 나도 그냥 모르는 척 할려고 했거든?
근데 그게 안 돼. 너무 신경쓰여서 미칠 거 같아.
이건 어떻게 해야 돼? ..나 왜 이런거야?"
"그래서 걔가 누군데?"
"..어..?"
"걔가 누구냐고. 니가 혼낸 거 보면 분명 우리 동아리 애 일거고,
그 중에서 니 곡 하는 여자 애는 두명 밖에 없잖아. 그 두 명 중에 누군데"
여기서 이렇게 말할려던 건 아닌데..
날카로운 이지훈의 말에 벙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그런 거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병신아. 누군지 말해주면 나도 니가 왜 그런건지 알려줄게. 내가 봤을 때 이 세상에서 너만 몰라. 아 물론 니 옆에 있는 전원우도."
"아 갑자기 난 왜 나와!!"
'넌 닥쳐. 그래서 누구냐고 권순영"
"...아 몰라- 말 안해"
"시발 진짜 죽을래? 그럼 이 술병으로 니 머리 깨고 나서 말할래?"
"아 말하면 되잖아 미친놈아
김여주야 김여주. 됐냐?"
"그럴 줄 알았다.
..너 그거 걔 좋아하는거야."
"뭐?? 그런 거 아니야."
"아니긴.. 딱 한 병만 더 마시고 집 가서 잘- 생각해봐라-,
니가 그동안 왜 자꾸 걔를 신경썼는지"
그런 거 진짜 아닌데...
근데 막상 이지훈이 이렇게 후벼파니까 아니라고 크게 부정하진 못하겠다.
나 진짜 병신인가.
***
결국 내 감정은 누군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 스스로 부정하지 못했다.
근데 어째서 더 불편하냐.
사실 그렇게 속이 뒤집힌 이후로 수백 번은 먼저 다가가보려 노력했다.
하지만 너무 늦어버린 탓인지 우리 사이엔 아주 두꺼운 벽이 생긴 듯한 느낌이 들었고 그 벽을 깨기엔 네가 다칠까봐 건들이기 조차 너무 두려웠다.
사실 어쩌면 이건 핑계일지도 모른다.
그냥 그 벽에 다가설 내 용기가 너무 부족했던 것일지도..
"야 권순영, 올해도 만족? 승철이 형이 너 쩔었다고 난리야."
올해 공연은 정신이 너무 없어서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다들 이렇게 말해주니 다행히 잘 넘어가긴 했나보다.
그냥 나중에 모니터나 해보지 뭐..,
그나저나 전원우 이새끼는 다 알면서도 괜히 물어본다.
그래도 나나 김여주나 한 마디도 안하는 이 테이블을 어떻게든 살려내려는 그 모습이 퍽이나 안쓰럽다.
근데 김여주 얘는 왜 이렇게 많이 마시냐.. 말리지도 못하는데
"야 권순영 니가 여주 좀 데리고 나갔다 와라."
뭐야, 너이새끼. 안쓰러운거 취소. 지금 나 엿먹일려고 작정했냐?
"ㅇ..아니에여! 저 혼자 갔다 올 수 있어요!
..그럼 다녀올게여-!"
진짜 하나도 안 괜찮아보인다..
벌써 취한 거 같은데 그냥 염치없이 말릴 걸 그랬나..
전원우의 말에 살짝 비틀대며 후다닥 나가려는 네 뒷모습만 눈으로 쫓는 것도 잠시
등을 짝 소리나게 때리는 전원우의 행동에 기겁해 얼른 돌아보았다
"아! 미쳤어? 갑자기 왜 때려 죽을라고!!"
"나 죽이기 전에 얼른 따라가 병신아.
계속 말 없이 그러고 있는 거 안 답답하냐?"
정곡을 찌른 전원우의 말에도 불구하고 못 들은 척 나서지 않으려고 했지만 자기가 더 답답하다며 계속해서 밀어내려는 힘에 그냥 못 이긴 척 따라 나섰다.
"또 왜여. 왜 따라 나오시는데여.."
"..."
그러게 내가 왜 따라 나왔을까..
취한 건 마음에 안 드는데 발음이 살짝 새는 게 조금 귀엽다
"이젠 대답도 안 해주네...
아 진짜! 저 선배님 마음 읽고 막 그런 능력 없거든여?
내가 치사해서 이런 말은 안할려고 했는데
선배님 솔직히 그렇게 말도 없이 쳐다보는 거 엄청 무서운 거 아세여??"
"..."
니가 내 마음을 진작 읽었으면 이렇게 말하진 않았겠지 여주야.
근데 난 그 능력 좀 있었으면 좋겠다, 네 마음 좀 읽어보게..
그리고 살면서 무서워 보인다는 말은 나름 많이 들었지만
너한테 이렇게 직접 들으니까 왜 괜히 더 슬프냐
"봐. 또 대답 안해. 웃어주지도 않고...
아까 보니까 잘만 웃더만..!
선배님은 그거 좀 아셔야 해요!
내가 진짜.. 연습하는 동안 얼마나 힘들었는데.. 혼내기만 하고.."
"..."
내가 언제 웃었더라.. 요새 너 때문에 웃을 일이 없었는데
그나저나 넌 나 때문에 많이 힘들었나보다... 그냥 좀 넘어갈 걸..
"혼내니까 좋았어여??
예?? 속이 후련합니까?"
"..."
너도 진짜 내 마음 읽는 능력 좀 가져야겠다.
속이 후련하긴.. 그때 이후로 되는 게 없어서 속이 타들어가다 못해
새카맣게 재가 되어 버렸는데..
"아 뭔 말이라도 해보라구여 진짜아.."
"..."
말하는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내가 답답했는지 곧 울먹이며 말한다
지금 그것도 귀여운 거 맞는데..여주야, 울지는 말자
니가 울어도 난 지금 너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착잡해진 마음을 숨기고 네 말을 곱씹어보니 우리 사이에 있는 벽이 생각보다 엄청나게 두꺼웠다는 것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더이상 이대로는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
이제 그럴 순 없다.
난 아직 그 벽 앞에선 성숙하지 못하고 널 다치게 할까 두렵기만 하지만
여주야
이제는 내가 그 벽
무너뜨리도록 노력해볼게
#
이렇게 어느정도 순영이의 마음이 공개가 되었습니다!
사실 순영이도 처음부터 여주를 신경쓰고 있었어요..ㅎㅎ
이제 서로의 마음을 확인 할 일만 남은 걸까요...?
뒷 얘기는 사실 저도 모르지만 많이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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