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그래프꼭짓점 인물 상세 설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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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그래프꼭짓점 인물 관계도 |
인생그래프꼭짓점 23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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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잤어요?"
우현의 물음에 성규가 그저 고개만 끄덕끄덕거렸다.
"왜 아무 말이 없어요?"
우현이 피식 웃으며 차를 출발시켰다. 성규, 운전하는 우현의 모습을 쳐다본다. 항상 멋드러지게 왁스로 매만진 머리, 깔끔한 정장, 손목에서 반짝거리는 시계, 그리고 반반한 얼굴까지. 도대체 이 남자가 안 가진 게 뭘까. 성규는 이제 아예 대놓고 우현을 빤히 쳐다봤다.
"…왜 그렇게 쳐다봐요? 부담스럽게."
참나. 기가 찼지만 또 막상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다.
"…남우현씨."
남우현씨? 갑작스런 호칭에 우현이 고개를 돌려 성규를 쳐다봤다.
"솔직하게 말해줘요, 내가 묻는 질문에."
신호등이 빨갛게 변하고 차가 멈춰섰다. 뜻밖의 질문에 우현이 할 말을 잃은 듯 보였다. 묻잖아요. 순재씨랑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냐고. 확인 사살이라도 하듯이 성규가 재차 물어왔다.
"난 남우현씨가 순재씨와 어떤 사이던간에 신경 안 써요. 다만, 순재씨 좋아하고 있으면서 나한테 어제 그런 말 한 거면 나 못 참아요."
그럼 됐어요. 짤막한 성규의 대답과 함께 신호등이 빨간색에서 파란색으로 바뀌었다.
23.
금세 능글맞아진 우현의 말에 성규가 고개를 내저으며 '엄마가 식사 대접하고 싶으시대요. 저번에 아버지 기일날 우리 도와준 것도 있고 해서요'하고 대답했다.
"순재씨랑 성열씨도 같이 와요."
오늘도요? 성규가 차에서 내리며 못내 아쉬운 말투로 말했다.
"네. 아쉽나봐요?"
로비로 향하는 성규의 뒷모습을 흐뭇하게 쳐다보던 우현이 성규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난 연애라는 종목에선 관대함같은 거 절대 없어요. 순재씨 생각하면서 나 만나는 거면, 나 절대 그 쪽 안 받아줄거에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성규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리며 자신을 다그치는 것 같았다. 순재와 성규사이에서 고민하는 자신을 어떻게 안 건지… 정곡을 송곳으로 쿡쿡 쑤시는 기분이다.
"안녕하세요 호 대리님."
호원은 책상에 볼을 대고 누워 손만 살짝 들어보였다. 어디 아프세요? 성규가 물어도 대답없이 한숨만 포옥포옥 내쉰다.
"네…. 마음이 아픕니다, 마음이."
우현이 없는 사무실은 언제나처럼 조용했다.
"정말 그렇게 우울한 표정 지을꺼야?"
앞 마당에 이젤을 세우고 성열을 벤치에 앉힌 뒤, 한참 스케치를 하던 순재가 우울한 성열의 표정을 보곤 캔버스에서 손을 뗐다. 좀 웃어봐, 활짝. 한숨을 내쉰 성열이 자세를 고쳐잡으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뭐야 그게. 입만 웃고 있고 눈은 아직도 우울하잖아."
결국 성열이 눈을 접어가며 환히 웃자 그제서야 만족한 순재가 스케치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성열아. 완전 어색하다."
성열이 잠시 눈을 도르륵 굴리며 명수를 생각했다. 명수는 어떤 사람인가. 일단 피아노를 칠 때의 모습은 그 누구보다 멋졌다. 그리고 자상한 말투와 따뜻한 미소….
"…어머, 이성열 너 되게 웃긴다."
순재의 손이 재빠르게 성열의 모습을 캔버스로 옮겨 그렸다. 몽글몽글한 머리를 슥슥 매만진 성열이 힐끗 캔버스를 살피며 물었다.
"…잘 되가고 있는거야?"
사각사각. 서걱서걱. 캔버스에 연필닿는 소리와 간간히 자동차, 혹은 오토바이지나가는 소리만 들려왔다. 참 평화로운 동네다.
"성열아."
순재는 손에서 연필을 놓으며 기지개를 켰다. 캔버스엔 성열의 모습이 그대로 그려져있었다.
"고백해버리는 건 어때?"
성열이 또 한번 한숨을 내쉰다. 누나가 몰라서 그래….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내 동생이라서가 아니라 솔직히 말해서 너가 모자른 게 뭐야? 얼굴 잘 생겼지, 키도 크지, 성격도 좋지."
남자한테 남자답게 고백한다고 통하려나? 어깨를 추욱 늘어트린 성열, 벤치에 옆으로 홱 누워버린다. 복잡한 심정이 그대로 드러나있는 성열의 얼굴을 보며 순재가 기분좋은 미소를 지었다.
"사랑때문에 고민도 하고, 진짜 기특하네."
성열의 손을 잡아 일으킨 순재는 이젤과 캔버스를 챙겨 집안으로 먼저 들어갔다. 뒤따라 들어가려던 성열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오, 아파죽겠네."
이건 분명, 명수의 목소리렷다! 근데 지금 시간이 오후 12시 50분. 명수는 레디락에서 일하고 있을 시간이었다. 쪼르르 울타리로 다가간 성열이 고개를 살짝 내밀어 주위를 살폈다. 손목을 매만지며 내리막길을 걸어내려오는 명수가 보였다. 반가움에 '명수야!'하고 부를 뻔한 성열이 얼른 몸을 숨겼다. 꿈속에서 자신에게 키스했던 명수의 모습이 아른아른거렸기 때문이다. 가서 아는 척을 할까 말까 고민을 하는데,
"거기 성열이야?"
명수가 먼저 자신을 불러주었다. 으응, 안녕. 성열이 어색하게 손을 흔들며 움츠려있던 몸을 일으켰다.
"성열아. 안 바쁘면 나 좀 도와주라."
오른쪽 손목뿐만 아니라 정말 오지게 넘어졌는지 왼쪽 볼에도 진한 생채기가 나있었다. 어느새 대문을 열고 나온 성열이 인상을 찌푸리며 볼에 난 상처를 살폈다.
"…아프겠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는 명수를 따라 마당으로 들어가자 가운데에 평상이 놓여있는 아담하고 예쁜 마당이 보인다. 한 쪽엔 꽃밭이 있었고 다른 한쪽엔 싱그런 야채밭이 있었다. 대문으로 살짝살짝씩 볼땐 몰랐는데 막상 들어와보니 꽤 넓직하다. 집안으로 들어갔던 명수가 구급상자를 들고 평상에 철퍽 앉았다. 주춤거리며 다가간 성열이 압박붕대를 집어들고 조심스럽게 명수의 오른손을 잡아들었다. 심장이 또 쿵덕쿵덕거린다. 명수가 아프지않게 최대한으로 집중하면서 꼼꼼히 붕대를 감고 반창고로 튼튼하게 고정시킨뒤, 스프레이 파스를 고루고루 뿌렸다. 다음으로 볼에 난 상처 차례. 구급상자안에서 마데카솔을 꺼내 새끼 손가락에 살짝 짠 성열이 조심스럽게 명수의 볼에 새끼 손가락을 가져다댔다.
"아으…."
성열이 상처를 호호 불며 조심스럽게 연고를 발랐다. 살짝씩 불어오는 숨결이 볼을 간질간질거리게 만든다. 그만큼 가까운 거리였다, 명수와 성열은.
"머리, 귀엽다. 대따 잘 어울려."
성열의 손이 파르르 떨리기시작했다. 구급상자에서 밴드를 꺼내 껍질을 까면서 몇 번이나 밴드를 손에서 놓쳤는지 모른다. 밴드 껍질을 벗겼을때 명수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려댔다.
"아, 선웅이형. 왜요?"
성열이 '다 됐어'하며 주섬주섬 밴드 껍질을 모아, 마당에 있는 쓰레기통에 집어넣었다.
"와…. 완전 병원에서 한 것 같네. 이제 다치면 병원 안 가고 너한테 가면 되겠다."
농담조의 말이었지만 성열은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올라버렸다.
"누나가 나 찾겠다. 가,가볼게."
그리고 다치지마. 제일 중요한 마지막 말을 아주 작게 중얼거린 성열이 빠른 걸음으로 성규네 마당을 나왔다. 그러던말던, 명수는 연신 감탄하며 성열이 감아준 붕대만 만지막만지작거렸다. 역시 짝사랑은 어렵다.
*
"호 대리님. 밥 앞에 두고 한숨 쉬면 밥맛 떨어져요. 얼른 안 먹고 뭐해요? 반찬이 맘에 안 들어요?"
그러더니 밥 두세알을 집어 입안에 넣고 무언갈 골똘히 생각하기만 한다. 그 모습을 못마땅하게 쳐다보던 성규, 호원의 숟가락을 덥석 집어들고 식판에 쌓인 밥을 푹푹 떠 호원의 입가에 들이댄다.
"아~ 하세요, 아~"
성규가 먹여준 밥을 우물우물 씹어삼킨 호원이 젓가락으로 멸치볶음을 집적거리며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제 친구 녀석 하나가 고민에 빠진 것 같아서요."
동성연애라는 말이 괜히 제 발이 저렸던 성규가 깜짝 놀라며 밥알을 호원의 얼굴에 잔뜩 튀겼다.
"미,미안해요 호 대리님. 너무 놀래서…."
테이블위에 놓은 냅킨을 북북 뜯어 호원에게 건넸다. 밥알들을 후둑후둑 떨어트린 호원이 정말 더럽다는 표정으로 이야기를 다시 이어나갔다.
성규는 식어버린 아욱국을 숟가락으로 휘이휘이 저어 후루룩 들이마셨다.
"솔직하고 담백하게…솔직담백…."
호원이 성규가 했던 말을 연신 중얼거렸다.
*
가게는 정말 빠른 속도로 모습을 갖추어갔다. 몇 주 전에 큰 불이 났던 가게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벌써 인테리어에 들어가고 있었다. 전기 배선은 이미 예전에 끝냈고 동우는 관계자와 함께 어디에 주방을 둘 것 인지, 테이블은 대충 몇 개를 놓을 것인지 조금 더 넓어진 가게안을 살피며 상의를 했다. 새 자재의 냄새와 페인트 냄새로 머리가 지끈지끈거리긴 했지만 자신의 전재산이었던 가게가 다시 모습을 갖추어간다는 설레임과 즐거움에 자꾸 헤실헤실 웃음이 새어나왔다. 위이이잉 - 드릴 소리와 지이이잉 - 하는 전기톱 소리에 묻힐 뻔한 문자 알림음을 간신히 듣고 얼른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액정을 확인했다. 호원에게서 온 문자였다.
[점심먹었어요? -호원이-]
아,참. 어제 바나나 고맙다고 먼저 전화한다는게 깜박했네.
[아니~아직^o^근데내가바나나좋아하는건어떻게알았어?]
액정이 꺼지기도 전에 바로 칼답장이 온다.
[그냥…느낌이랄까요. 오늘저녁에시간있어요? 나 할말있는데. -호원이-]
마지막 '보고싶네요'라는 다섯글자에 잠시 움찔한 동우가 이내 해맑게 웃으며 답장을 보냈다.
[응~나도 보고싶네!]
이 문자가 호원이 동우에게 고백하게 된 시발점의 하나였다.
*
"화보찍어요?"
그러더니 씨익 웃으며 조수석 문을 열어준다. 다른 직원들이 이상한 눈으로 보잖아요. 투덜거리며 차에 올라탄 성규가 얼른 차문을 닫았다.
"이제 맨날 외근인거에요?"
순재 얘기에 차 안이 금세 썰렁해졌다.
"그러지마요."
이럴때보면 생각하는 깊이나 배려심 면에선 성규가 두 살 더 많다는게 확연히 느껴졌다.
"난 너가 신중한 결정을 할거라고 믿어."
내 마음대로라고.
"계단에서 굴렀다고? 븅삼이 따로 없어요, 븅삼이."
차가운 얼음팩을 거실에 드러누워 손목을 주물주물거리고 있는 명수에게 던져준 성규가 혀를 쯧쯧 찼다.
"그래도 혼자 병원은 찾아가서 붕대감고 왔네? 병원에서 뭐라디?"
완전 의사 솜씨네. 저녁을 먹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퍼먹던 성규가 힐끗 안방에서 마스크팩을 하고 있는 봉신 씨를 보며 물었다.
"엄마. 나 쌍수 시켜준다한 거 안 까먹었지?"
어디 빌린 돈 있어서 그래? 봉신 씨의 진지한 물음에 성규의 인상이 잔뜩 찌푸려졌다. 내가 함부로 돈 꾸는 거 봤어? 그냥 내가 갖고있어야 편할 것 같아서 그렇지.
"얼마정도야, 수술비가."
드러누워있던 명수가 몸을 일으키며 '형은 눈 작으니까 돈이 덜 들지않을까?'하고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물론 곧바로 성규에게 아이스크림 스푼으로 허벅지를 찔리긴 했지만.
"알았어. 내일 시간나면 통장으로 넣어줄게."
봉신 씨가 진지한 눈으로 속눈썹을 어루만지며 거울을 빤히 쳐다봤다.
"그 나이에 속눈썹 연장해서 누구한테 예쁘게 보이려고? 엄마, 설마 애인 생겼어?"
명수의 말에 남은 아이스크림을 싹싹 긁어먹던 성규가 스푼을 입에 문 채, 봉신 씨에게 시선을 꽂았다.
"애인은 무슨!"
고개를 끄덕거리는 명수와 성규에게 효자손과 파리채가 나란히 날라갔다.
*
오늘도 순재가 차려준 저녁밥상으로 배를 채운 우현이 거실에 앉아 잠시 신문을 뒤적이다가 옆에 앉아 낮에 성열을 그린 스케치를 다듬고 있는 순재를 불렀다.
"순재야."
새로운 사람이 생겼어. 지우개로 성열의 코 부분을 다듬던 순재의 손이 멈칫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다시 지우개질을 하며 순재가 환한 미소로 대답했다.
"진짜? 잘 됐네." "…사실, 내 마음엔 아직 너도 많이 남아있어. 그래서 지금 너무 어렵고 헷갈려."
순재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우현의 눈이 조금 서먹하게 흔들흔들거렸다.
"…우현아."
순재의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 꼭.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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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익연에서 놀다가,
인그꼭에 나오는 호원이와 꼭 들어맞은 움짤을 발견했어요ㅠㅠㅠㅠㅠㅠㅠ
위 짤도 대박이지만
아래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 모습 그대로ㅠㅠ진짜 제가 머릿속에 그리는 호원이 모습 그대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참.
저 익연에서 자주 놀아요...
간혹 인그꼭 글을 보면 반갑고 다 하나하나 읽고있습니다...
가끔...제 쿠크다스 심장이 깨지기도 하지만..흐흡...사랑합니다.
현성, 수열, 야동, 더불어 순재와 우현까지
이 네 커플의 스토리를 다루려니까
여간 복잡한게아니에요ㅠㅠㅠㅠ
조금 양해부탁드려요ㅠㅠ
사랑합니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