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락비/피코] 양아치 길들이는 찌질이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c/3/f/c3ff333a44f798a7e6be4985a982ed47.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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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짝꿍 어때?
박경의 문자를 읽은 지호가 인상을 확 찡그렸다. 그리고 자신의 옆에 엎드려 자고 있는 지훈을 힐끗 쳐다봤다.
노랗게 물든 머리며, 귀에 잔뜩 달은 검은 피어싱. 전형적인 양아치의 상징 등골브레이커 패딩에, 입학 후 첫 수업인데도 교과서도 안펴놓고 일교시부터 퍼질러자는 그 모습.
아, 싫다. 짝꿍 왜이래. 지호가 입을 삐죽였다. 침까지 튀겨가며 고2 생활의 중요함을 떠드는 영어선생 눈치를 쓱 보더니, 책상밑으로 손을 넣고 힐끗거리며 답장을 보냈다.
- 존나 별로야.
-
춥고 시리던 겨울이 지나고, 지호가 좋아하는 따뜻한 봄이 왔다. 그 의미는 곧 새학기가 시작되었단것이고, 지호는 나름대로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있었다.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하는 새로운 시작을 생각하면 마냥 설렜다. 꼭 소풍 전날 기대에 부풀어 잠을 못자는 초등학생처럼, 여튼 지호는 그랬다.
새학기엔 성적도 더욱 올리고, 친구들도 많이 사귀면서 고등학교에서의 2학년을 알차게, 유쾌하게 보내리라. 그렇게 다짐하며 교실문을 열었다.
그리고 신 나게 교실문에 들어선 순간, 머릿속에 적색 경보음이 울렸다. what the hell ?!
지호가 잔뜩 기대한 것과 달리 앞으로 친해질 낯선 반 아이들은 굉장히,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교실에 발을 들이자마자 빨주노초파남보 패딩무리가 지호를 흘겨봤고,
놀란 마음에 다른 아이들을 둘러보자 전자사전으로 열심히 애니를 보는 오타쿠집단이 있었다. 그 옆에는 지독한 공부벌레들, 그리고 그 외 양아치들. 정말 그게 다였다.
그나마 친했던 친구 박경과 재효와 반 편성에 떨어졌을때, 반 친구들과 친해지지못할까 지호는 내심 조금 불안해했다. 그리고 불안한 예감이 실제로 적중했다. 씨발! 망했어!
크게 실망한 지호가 허탈하게 빈자리에 앉았다. 앉자마자 인상을 쓰고 머리를 헤집었다. 앞으로의 자신의 일년은 도대체 어떻게 보내야할지, 급식은 또 누구와 먹을지.
지호의 상상은 계속해서 앞서갔고, 왕따가 되면 어떻게 하느냐까지에 이르렀다. 빌어쳐먹을, 지호가 낮게 중얼거리자 양아치 무리들이 자신을 쳐다보는게 느껴졌다.
씨발, 저것들 쳐다보는것봐. 엄마 무서워. 시비를 털면 어쩌나, 지호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저들이 쳐다보는 이유는 아마 자신의 얼굴 때문일 것이다.
지호는 자신의 강한 인상이 싫었다. 야실스럽게 쭉 째진 눈, 도톰하다못해 두꺼운 입술. 어딜 보나 자신은 노는 학생 같아 보였다. 그러나 지호는 생긴 것과는 속이 퍽 달랐다.
뭇 남학생답지 않게 감성이 풍부했고, 싸가지없고 지랄맞을 것 같은 외모와는 다르게 마음도 꽤나 여렸다. 착해빠져서 누군가 부탁을 하면 거절도 못하고 다 들어주곤했다.
그러나 양아치들은 지호의 겉모습만 보고 곧잘 시비를 걸었다. 초등학생부터 지금까지 쭉, 양아치들은 특히 지호에게 잘 찝쩍댔다. 그리고 반항하지 못하고 소심해 빠진 지호는
돈을 달라면 주고, 맞으라면 맞았다. 그런 나약한 지호는 양아치를 혐오했다. 그것도 많이. 그리고 자신이 속한 이 반은 척 보기에도 양아치가 대반사였다.
나의 2학년은 망했구나 이 빌어쳐먹을 세상아. 아, 살기 싫다. 지호가 박경이 보고 싶을 지경이니 사태가 심각했다.
"옆에 자리 있어?"
갑자기 옆에서 지독하게 낮은 목소리로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움찔, 혹여나 자신에게 거는 말인가 싶어 숙였던 천천히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큰키에 왁스로 세운 머리를 한 남자가 자신을 향해 눈을 맞춰온다. 짧은 시간에 지호가 빠르게 지훈을 스캔했다.
강아지같은 인상에, 노란 머리, 비싸보이는 패딩, 아무것도 안들어보이는, 가볍고 크기만 존나 큰 가방. 게가다 귀는 칼로 난도질이라도 했는지 귀걸이며 피어싱이며 주렁주렁 매달았다.
수많은 양아치를 거쳐봤던 자신이 판단하기에 이 놈은 양아치중에도 킹오브 킹 같았다. 아, 맙소사. 어떻게 기껏 다가오는 애 마저 이런 양아치냐고.
이런 짝꿍은 있는것보다 차라리 없는게 좋다. 그 편이 매우, 더 살기 편할 것이다. 꺼져, 시발. 왜 내 옆에 앉으려 그래.
그러나 지호의 입은 생각과 달리 정 반대의 소리가 나왔다.
"아, 아니… 앉아."
아, 병신같이 그 짧은 말마저 더듬었어. 지호가 쪽팔림에 얼굴을 붉혔다. 지호는 자신의 약함을 잘 알았다. 그래서 수그리는 법도 일찍 깨달았다.
애초에 소심해서 존나 쎄보이는 노란양아치에게 꺼지라고 할 깡도 없었지만은. 어쨌든 그냥 닥치고 짜져있기로 마음먹었다. 뭐 어쩌겠니. 존나 찌질이다, 나.
노란 양아치학생은 지호의 대답을 듣더니 싱긋 웃었다. 들은 것도 없어보이는 가방을 내려놓고, 옆에 풀썩 앉아버린다.
그리고 팔짱을 끼더니, 대놓고 지호의 얼굴을 천천히 훑어봤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천천히. 꼭 맛있는 디저트를 천천히 음미하듯, 지훈의 진득한 시선이 느껴졌다.
저 미친 앙키머리 양아치가 왜 자신을 쳐다보는지 지호는 매우 두려웠다. 어떻게 저렇게 사람을 빤하게, 대놓고 보는거지? 얼굴에 뭐가 묻었나.
거슬린답시고 지훈을 쳐다볼수도 없어 지호는 가만히 핸드폰 꺼냈다. 저녀석 잘생기긴 했는데, 저렇게 머리 하고오면 안걸리나..라는 등의 별의 별 생각을 하다가
지훈이 아직도 자신을 보나, 하는 마음에 흘끗 지훈 쪽을 쳐다봤다. 그리고 보기좋게 서로 눈이 마주쳤다. 헐, 미친.
지호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고 입도 살짝 벌려졌다. 지훈이 그런 지호를 보고 기분좋게 입을 말아올려 웃더니, 여유있는 태도로 계속해서 지호와 눈을 마췄다.
약간 입꼬리까지 올려서, 피하지않고 즐기듯이. 반대로 지호는 너무 놀래서 몸까지 움찔거릴뻔 했다. 지호의 시선에서는 지훈이 굉장히 무서웠다. 레이저라도 쏠 기세였다.
입술이 바짝말라 침으로 입을 축이고 아무렇지 않은척 고개를 휙, 돌렸다. 말이 아무렇지 않은 척 이지, 아오 쪽팔려. 지호의 얼굴이 금세 벌겋게 달아올랐다.
밀려오는 창피함에 헛기침을 두어번하고 책상에 엎드려 빨개진 얼굴을 숨겼다. 옆에 앉은 지훈이 자신을 보며 큭큭 웃는 소리가 들렸다.
아, 죽고싶어. 다시한번 박경이 보고싶어졌다.
-
" 아 미친 나 못살아, 살려줘! 씨발"
" 미친 우지호. 그런다고 변하는건 없단다. "
지호가 박경과 재효를 제 반으로 불러와 지훈의 뒷담을 시작했다. 쉬는시간 종이 딱 치자마자 지훈이 자리를 비웠기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완전 양아치의 교과서라는둥, 자신을 무섭게 쳐다본다는 둥. 사실 양아치짓은 하나도 하지않았지만 그냥 하고다니는 꼬라지에 딱 답이 나온다며.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충 대꾸하는 재효의 얼굴에 침이 튀어갈때까지 지호는 그 행색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설상가상으로 한동안 지금 앉은대로 자리를 앉자는
담임이 더 미워죽겠다며 여섯살 먹은 애마냥 찡찡대기 시작했다. 분노하다가 찡찡대다가, 가관이다. 경과 재효의 얼굴에 듣기 귀찮다는 불쾌함이 잔뜩 꼈다.
"별로 걔가 너한테 뭘 한것도 아니구먼, 졸라 피해의식 쩌네"
"씨발, 존재자체가 그냥 나한테 피해야. 양아치들 존나싫어 진짜."
"짝인데 그래도 친해져야지 병신아."
"이..이 미친 씨발들아. 자기일 아니라고.."
속사포처럼 말을 내뱉으려는데 제 앞에 앉은 경과 재효의 무심했던 표정이 펴지고 눈이 갑자기 놀란듯 커졌다.
뭐야, 내 말은 듣지도 않고..설마, 하는 마음에 뒤돌아보니 헐.
"지호야. 카톡해."
맙소사. 지훈이 떡하니 제 뒤에 서 있다. 자기 욕을 하고있는걸 들었을까? 씨발씨발씨발 당연히 들었겠지.
약아빠진 경이 발빠르게 재효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꽁무니 빠지게 나간다. 저 개새끼들. 저 간신배들. 친구라는 것들은 도움이 안된다.
무심히 뒷문으로 쏙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며 지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씨발..어떡하지..옥상에 끌려가서 맞는건 아닐까..하여튼 난 좆됐다. 첫날부터 왕따가 되는건가.
지호가 지훈의 눈치를 보며 고개를 푹 숙였다. 어떤 말을 할지 두려웠다. 혹시나 맞을까봐 눈도 꼭 감았다. 허이고 잘못걸려도 제대로 잘못걸렸구나.
그러나 지호의 예상과는 달리 지훈은 별 표정없이 지호를 쳐다보다가, 자리에 앉았다. 지호는 감았던 눈을 살짝 뜨고, 지훈을 힐끔거렸다.
눈앞에는 그저 무표정으로 핸드폰을 만지는 지훈이 있었다. 뭐지, 뭐야 이건. 분명 들었을텐데 왜 아무렇지도 않게 굴지?
♪♩♬
수업을 알리는 종이 울린다. 교실에 하나둘씩 아이들이 들어오자, 지호가 번쩍 정신을 차리고 필통과 다음수업 과목 책을 꺼냈다. 차라리 욕을 하며 때렸으면 더 편할텐데.
지호가 멍청한 표정으로 교과서를 올려놓으며 지훈을 힐끔 거렸다. 그렇게 계속 쳐다보는데 갑자기 지훈이 만지던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지호가 침을 꼴딱 삼켰다.
때, 때릴껀가? 지호가 그 짧은 새에 머릿속으로 오만가지 가설을 세우고 씨름을 하려는데 옆자리의 지훈이 대뜸 패딩을 벗고선 교복 마이를 꺼내입는다.
휘둥그레한 눈으로 지호가 다시한번 침을 꼴딱 삼켰다. 제대로 때리려고 그러나? 갑작스런 지훈의 행동에 지호의 표정이 어정쩡해졌다.
지훈은 표지훈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번듯한 명찰도 달고, 풀어헤친 교복 단추도 차곡차곡 잠그더니 이젠 귀에 있는 피어싱을 하나씩 뺐다. 뭘 하는거지?
그리고 지호를 쳐다보며 하는 말이,
" 나 책 안가져와서 그런데, 같이 보자."
ㅇ, 어? 그, 그래. 갑자기 자신에게 말을 걸자 지호가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같이보자, 같이보자. 목소리 한번 끝내주게 낮다. 울리는게 듣기좋기도 하고, 신기하네.
아니, 그전에 책을 같이 보자니? 아까는 잠만 자지않았나? 양아치는 공부 안하는데.. 사실 그냥 멋부리기 좋아하는 착한 앤데 내가 괜히 그런걸까. 지호의 마음이 죄책감에 휩싸였다.
양심에 가시가 콕콕 박혔다. 괜시리 미안한 마음에 책을 더욱 당겨 중간에 놓았다. 책을 내려놓자 지훈이 자신의 쪽으로 바짝 다가왔다. 그 행동에 움찔, 지호가 몸을 움츠러들었다.
아, 씨발! 작작 쫄아라 내 몸뚱아리야. 지호는 울상을 지었다. 아무리 옷차림을 단정하게 해도 그냥 지금 지훈이 하는 행동은 다 무서웠다.
지훈이 지호를 보며 풋, 하고 웃더니 책을 내려다 본다. 밀착된 지훈에게서 나는 섬유유연제 냄새가 향기롭다. 이 향기는 피죤같기도하고, 다우니같기도하고.
여튼 양아치한테서 나는 특유의 담배냄새는 안났다. 담배 냄새를 지독히 싫어하는 지호는 담배를 안피나. 거참 착하고 특이한 양아치구나, 하며 지훈의 옆모습을 관찰했다. 연구대상이다.
그러자 지훈이 고개를 돌려 지호를 쳐다봤다. 지호도 지훈에게로 자연스럽게 눈을 맞췄다. 지호를 빤하게 보던 지훈의 입이 열렸다.
" 염색은 내일할게."
"....어?"
"그러면, 나랑 놀아줄꺼지?"
지훈의 말에 지호는 지훈을 멍청하게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 그래, 하고.
-
알파오메가 기다리신분들 죄송해요ㅠㅠ
그냥 갑자기 이런 학원물이 땡겨서..ㅠㅠㅠㅠㅠㅠ양아치 표지후니 찌질이 우지호!!
진짜 글 못쓰는게 만천하에 드러났지만 괜찮아요.. 학원물이 좋으니까!
물론 달달스런 장면은 하나도 없었찌만 ^ㅁ^..이 뒷내용은 쓸까 말까 고민좀 해보고~~!!
알파오메가를 기다린 신알신&암호닉해주신 분들 너무 죄송하네여..그러므로 무지개색으로 써드림..ㅠㅠ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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