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남녀 OST - 설렘
08
혼인 날짜가 다가오고야 말았다. 서로의 애정에 대한 확인이 늦어도 너무 늦은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아이는 잡혀있던 혼례를 준비했다. 평민이 유일하게 가장 아름다울 수 있는 날이었지만, 아이의 표정은 세상을 잃은 것만 같았다. 얼굴도 모르는 남자랑 혼인을 올리는데 기분이 좋을리가. 정국이 하염없이 보고 싶었다. 태형의 어머니의 분주한 손길로 아이는 점점 아름다워졌다. 덜익은 사과처럼 여인인 아이에게 소녀의 모습이 튀어나오기도 했다. 입술에 칠해지는 붉은빛 꽃물이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길었던 단장이 끝나고 아이의 혼인식이 시작되었다.
"……."
"……."
석진과 함께 맞절을 하기 직전 그와 눈이 마주쳤다. 정국에 버금가는 외모를 가진 사내였다. 듬직한 어깨, 눈이 마주쳐 아이에게 미소로 응답하는 친절함까지. 왜 하필 이런 사내와 혼인을 하게 된 건지 의문이었다. 이미 다른 남자를 품은 저보다 더 나은 여인을 만났어야했는데. 밀려오는 미안함에 더욱 더 성의껏 혼례를 올렸다. 이 다음이 걱정되긴 하였으나 여기서 도망갈 수는 없었다. 아이가 많은 사람들 속에서 잠시 숨을 돌리려 정국이 있을 산쪽을 바라보았다.
"세상에. 다른 사내의 앞에서 저리 예쁘면…!"
"좀, 진정 좀 하시게."
"진정을 할 수 있는 상황이오? 아이가 예쁘잖소!"
"오, 우리를 본 것 같소."
담 너머에서 혼례를 올리는 아이를 보던 정국과 윤기였다. 석진과 눈이 마주쳐 슬쩍 웃는 아이를 보고 혼이 나갈 듯했다. 저 자는 뭔데 또 훤칠한 것이냐. 불만이 가득했지만 그것도 아이의 복이라고 생각하며 위안했다. 우리 아이는 복이 좋아서 어쩔꼬. 나같은 사내도 얻고, 저런 사내와 혼인도 해보고. 정국의 말에 한심한 눈빛을 감출 수 없는 윤기였다. 인간이 아닌 요괴를 사랑한 것부터 복이 아닐 터인데. 혀를 차며 다시 아이에게로 시선을 돌리는 둘이었다. 마침 이쪽을 바라보는 아이를 보고 정국이 어느 때보다도 해맑게 웃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내와 혼인을 올리는 중인데도 퍽 웃음이 나오는군. 정국과 윤기를 본 아이가 당황하며 침을 꿀꺽 삼켰다. 이리저리 눈치보는 모습도 정국에게는 아름다웠다.
"…예?"
'곱다.'
"……."
'예쁘구나.'
정국의 입모양을 도저히 모르겠던 아이가 답답함에 목소리를 내버렸다. 순식간에 몰리는 시선에 모른 척하며 땅을 쳐다보았다. 이제 아무도 안 보겠지? 고개를 다시 들어 정국의 입을 바라보았다. 이제야 정국이 하려던 말이 읽혔다. 곱다, 예쁘구나. 화장 위로 올라오는 부끄러움에 곧바로 얼굴을 푹 숙였다. 예전에도 정국에게 간간히 듣던 얘기였으나,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고 정국에게 예쁘다는 말을 들으면 심장이 떨려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쿵쾅거리는 소리가 제 귀에 가득 차자 아이가 눈을 꾹 감았다. 꼭 산신령님은 이럴 때…
"그 표정 좀 어떻게 하면 안 되겠소?"
"내가 이러고 싶어서 이러나. 어쩔 수 없소."
"옆에서 보기 거북하오."
"그럼 가시던가. 난 아이를 계속 볼 터이니."
정국의 능글거리는 얼굴을 보는 건 윤기 뿐이었다. 벗이라고 저런 표정까지 감수해야하는 것인가. 심각하게 고민하던 윤기가 한숨을 내쉬었다. 정국의 눈은 꿀이 흐를 것처럼 달달했다. 연꽃과 모란꽃, 봉황 등이 화려하게 수놓인 예복을 입은 아이가 유독 예뻤다. 화장을 한 아이가 적응이 되지는 않았지만 새로웠다. 어서 제 품에 넣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당장은 불가능했다. 혼례를 올리면 며칠 뒤에 신랑의 집으로 갈 텐데. 그럼 내 오두막에도 못 오겠지. 일단은 저가 아이를 쭉 찾아가야할 듯했다. 먼저 아이와 사랑을 한 건 나인데, 못된 일을 저지르는 것 같군. 머리를 긁적이며 오두막으로 가려는데, 정국의 앞에 누군가 섰다.
"산신령님?"
"……."
"맞네! 이야, 늙지를 않으셨네요."
"오랜만이구나, 호석아."
"제 이름 기억하세요?"
"당연하고 말고."
아이의 벗인데. 혼인식이 이루어지던 아이의 집에서 나온 것은 다름 아닌 호석이었다. 아이에게 정국이 산신령이 아니라며 타박하는 호석이었지만 그것 모두 아이가 걱정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정국을 신뢰하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싫어하지는 않았다. 제 벗에게 해코지를 할까봐 어린 호석은 두려웠던 것이다. 허나 아이가 이렇게 혼인까지 올리는 것을 보아, 산신령은 믿을만하다고 생각됐다. 소원 따위는 들어주지 않아도.
"저는 걔랑 결혼할 거예요."
"그러느냐. 너는 할 수 있을 것이다."
"힘들게 안 해야지! 우리 엄마는 너무 힘들어 보이는데, 걔는 그렇게 안 만들게요!"
"그래. 열심히 해보아라.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 알지?"
정국이 알려준 말을 몇 년 동안이나 되새겼다. 열 번이 넘게 찍어보았지만 달라지는 건 없더라. 아이는 저에게 단 한 번도 시선을 주지 않았다. 매일 가는 곳이라고는 저가 아닌 산신령의 곁이었다. 저 산신령이 괴롭히면 어떡하나, 하며 매일을 가시밭 속에서 살던 호석이다. 아이와 태형을 그곳에 못 찾아가게 심술궂은 말을 해보았지만 혼자로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아이를 좋아하는 마음을 접어둔 채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아이가 모르는 사내와 결혼을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저와는 안 됐지만 아이가 행복하면 그만이다.
"잘 지내셨습니까?"
"난 잘 지냈다. 너는?"
"뭐, 구미호가 산다는 소리에도 저희 부모님은 안 떠나셔서요. 몇 가지 빼고는 잘 지냈습니다."
"……."
"구미호? 오호… 재미있는 소리군."
호석의 말에 잠자코 옆에 있던 윤기가 뜨끔했다. 괜히 다른 곳을 쳐다보며 담담하고 싶다는 걸 드러냈지만 무척 당황한 귀는 숨길 수 없었다. 갓 안으로 한 쪽 귀만 튀어나와 갓이 잠시 흔들렸다. 얼른 손을 들어 갓을 매만졌다. 호석이 의아하게 쳐다보았지만 이내 정국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정국은 그저 이 상황이 재미있기만 했다.
"전 이제 가보겠습니다."
"그래, 앞으로도 잘 지내거라."
"예. 얼른 다른 여인이랑 운명적 만남을 갖게 해주십쇼."
"…네가 혼인한다던 아이는?"
"저기. 다른 사내와 혼인을 하네요."
호석은 아련하게 석진과 함께 들어가는 아이를 쳐다보았다. 저런, 호석이 남몰래 짝사랑하던 여인이 아이였다니. 분명 결혼을 할 것이라고 했었던 제 말이 완전 틀려버렸다. 다른 사내와 혼인을 하긴 했지만, 사랑은 정국과 하고 있었다. 호석에게 왠지 모를 죄책감이 쌓였으나 이미 서로를 마음에 품는 걸 어찌하나. 멋쩍게 웃어넘겼다. 그나저나 우리 아이, 인기가 많구나. 아이를 남에게 빼앗기지 않을 방법을 찾으며 가는 정국이었다.
***
빌어먹을,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혼인을 한다면 합방은 필수였다. 달랑 하나만 펴져있는 형형색색 이불이 석진과 아이를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 앉지도, 눕지도 못한 상태로 아이는 가만히 서있었다. 석진이 이불 위에 철푸덕 앉았다. 제 옆에 앉으라는 신호로 이불을 팡팡 쳐댔다. 할 수 없이 쭈뼛쭈뼛 그의 옆에 앉았다.
"제가 불편합니까."
"아, 아니요? 안 불편합니다!"
"아닌데. 당신만 모르고 있습니다."
"…죄송해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당연한 거죠. 처음 본 사내와 밤을 보내야하는데 어떤 여인이 편하겠어요."
석진은 이해심마저 깊었다. 언젠가는 내가 정국에게 가야하는데, 이렇게만 있으면 안 되는데. 사려가 깊은 석진과 얼굴을 마주하기 어려웠다. 고개를 숙여 손가락만 꼼지락대고 있는데, 석진이 숨을 크게 내쉬었다. 서서히 얼굴을 들어보니 아직도 석진은 저만을 바라본다. 석진이 손을 달달 떨며 아이의 옷고름 근처에 갖다대었다. 고름을 풀려는 석진에 아이가 황급하게 석진의 손을 잡고 떼버렸다. 아무리 그래도 석진에게 제 순결을 주기는 싫었다. 주면 안 되는 것이었다. 어찌 정국과 사랑한다고 고백을 하고 남에게 첫 순결을 주나. 아이는 온전히 정국의 것이었다.
"그, 그… 미안해요!"
"……."
"나같은 사람이랑 사는 거 진짜 힘들 걸요? 농사도 잘 못하고, 음식도 못하고, 어… 술도 잘 못 마셔요."
"…아?"
석진은 그런 것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아이가 슬슬 뒷걸음질을 치다가 마침내 문을 열어버렸고, 미안하다는 소리와 함께 방을 빠져나왔다. 혼자 남겨진 석진은 황당할 뿐이었다. 산신령님, 산신령님한테 가야지! 신에 제 발을 우겨넣고 집에서 벗어나려는데, 뜻밖에도 집 앞에는 정국이 홀로 서있더라. 반가움에 그에게로 달려갔다. 정국은 달려오는 아이를 보고 팔을 쭉 펴 아이를 반겼다. 듬직한 정국의 품에 안기니 지금껏 고생했던 일들이 노곤노곤 풀려나간다.
"언제부터 있으셨습니까?"
"얼마 되지 않았다. 어두워졌을 때 왔나."
"…어두워진지 한시진(2시간)은 넘게 지났는데요."
"…많이 기다리긴 했구나."
아이를 기다리는 게 지루하긴 했으나 안에서 들려오는 말소리에 잠이 확 깨기도 하였다. 혼인한 저 사내는 너무 착해서 탈이군. 땅에 박힌 돌을 발로 차며 시간을 보내는데, 아이의 사과와 함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역시 우리 기특한 아이, 잘 빠져나왔구나.
"저 자가 옷고름을 풀려고 했구나."
"예?"
"이 옷고름은 나만 풀 수 있거늘."
"…예?"
"이해하기에 넌 너무 순수하구나, 아이야."
열일곱인데 순수라니. 아이는 이미 이해하고도 남았다. 거침없이 말을 내뱉는 정국에 놀란 것이었다. 되묻기도 민망하여 가만히 정국의 품에 있었다. 아이의 헐렁한 옷고름을 정국이 단단히 매주었다.
"다른 자에게는 옷고름을 내어주지 말거라."
"네."
"손도 대지 말라고 하거라."
"네, 네."
"너는 내 것이니 나만 할 수 있는 것이다. 알겠느냐?"
"…당연하죠."
정국의 진지하면서도 장난섞인 말에 아이는 웃으며 화답했다. 아이가 미치게 좋았다. 안 보면 보고 싶고, 없으면 찾고 싶고. 얼른 도망을 치거나 해야할 터인데. 정국이 아이의 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었다. 그리고는 이마에 쪽, 하고 입을 맞춘다. 정국의 입맞춤에 아이는 고개를 들어 귀엽게 입술을 내민다. 눈까지 감은 아이였다. 아이의 입술에 차가운 무언가가 닿았다. 슬며시 눈을 떠보니 정국의 손가락이더라.
"아직 입술은 안 된다."
"왜요!"
"두고두고 아껴놔야지. 오래오래 널 볼 것이니."
"지금 한다고 오래 안 볼 것입니까?"
"그건 아니다만, 입술은 남겨놓을 것이다. 다음에 해줄 터이니 삐지지 말고."
"벌써 삐졌습니다. 저 들어갈 거예요."
들어가려는 아이를 정국이 붙잡았다. 정국의 힘에 당겨진 아이가 그의 바로 앞에 섰다. 정국이 아이의 볼을 잡고 얼굴까지 다가갔다. 아이가 다시 눈을 질끈 감았는데, 그를 본 정국이 귀여워 어쩔 줄 모르겠다는 것처럼 입술을 꽉 깨물고는 웃는다. 제 얼굴을 간질이는 정국의 콧바람에 인상을 찌푸리는 아이의 귀로 정국이 입술을 갖다대었다.
"다음에. 쌀쌀하니 얼른 들어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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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이번화까지 받아욧!
감사합니다 울 궁뎅이의 아가분들 희헤ㅠㅔ흐흫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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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 오랜만에 돌아왔죠.. 캡쳐를 못했는데 7화 초록글 감사해요♡
끄응 끙 아이가 결국 결혼을 했습니다 흑흑흑 다들 결혼 안 하고 정국이랑 도망가길 바라셨는데
일단은 석진오파랑 결혼을 우선.... 했습니다.. 안 하면 안 돼...
예전에 모아둔 짤모음 유에스비라서 최근 사진이 컴터에 많이 없어요 흑ㅇ윽흑
항상 댓글 달아주시구 정주행해주시는 분들 너무 감사드려요 ㅠㅅㅠ 사랑해여 사랑해으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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