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망고8ㅅ8
지루한 문학 시간이 지나고 점심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낯설지만 익숙한, 모순적인 종소리였다. 잠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잘 버티어 준 나에게 내적 박수를 쳐 주고 있는데 우연치 않게 눈이 마주쳐 버린 남자아이를 보며 멋쩍게 웃었다. 힐끔 주위를 살펴보니, 다들 몰래 곁눈질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게 바로 전학생의 고충이라는 걸까.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점심은 대충 매점에서 때워야지, 하며 반을 나서는 순간 마주한 얼굴은 아침에 어렴풋이 들려왔던 목소리의 주인공 전정국이었다.
반가움도 잠시, 첫 등교인 나를 두고 먼저 학교에 가버린 전정국을 생각하니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 ....야 즌증극. "
이제 막 점심을 먹으러 가던 참이었는지 학생증을 가지고 장난을 치던 전정국은 나의 등장에 깜짝 놀란 듯, 내 팔목을 잡고 제 친구들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이끌었다. 인적이 드문 복도 끝에 다다르자, 아까 당황했던 얼굴은 어디 갔는지 한쪽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나를 내려다본다.
" 너 나한테 할 말 없어? "
" 무슨 할 말. "
" 아침엔 왜 먼저 갔는데? "
" 네가 안 일어나길래. "
" 그래도 깨웠어야지! "
찰나의 순간이었다. 코 앞까지 다가온 전정국은 흡, 하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눈을 감는 내 행동에 피식 웃더니, 바싹 긴장하고 있는 내 머리를 두어번 헝클이곤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저거 완전 또라이 아니야?
체할 것 같은 느낌에 국을 흡입하듯이 들이켰다. 그런 내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김태형은 국 좋아해? 내 것도 먹을래?라며 시답지 않은 소리를 해댄다.
너 때문이잖아. 제발 그만 쳐다보면 안될까. 목 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애써 삼키며 괜찮다며 고개를 저었다. 첫날부터 인상 안 좋은 애로 찍히긴 싫었기에, 많이 먹으라며 덕담 한 마디 까지 얹어주었다. 젓가락으로 밥을 깨작이며 급식소 내부를 훑어보고 있는데, 대체로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먹고 있는 모습들이 보였다. 그래, 저게 정상이지.
" 여주 넌 멀리서 전학 왔어? "
" ..그냥 조금? "
" 그럼 우리 학교 완전 처음이겠네?! "
" 응, 근데 그건 왜? "
..마스코트겠지.
입안 가득 밥을 넣어서 볼이 빵빵해진 채로 우물 우물 거리며 자꾸만 말을 걸어오는 김태형은, 나를 놀리려고 이러나 싶다. 사실 전학 첫날 부터 친구들과 밥을 먹는다는 건 바라지도 않았고, 평소에 빵으로 끼니를 채운 적이 많아서 나에게 혼밥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복병이 등장해버렸다.
또한, 전정국과 가족을 제외하고 외간 남자와 마주 보고 먹는 밥은 처음이라 어색하고, 불편하고, 부담스럽다.
" 여어, 김태형-
주황빛으로 물들인 머리 색이 나 양아치예요-,라고 말해주는 듯한 남학생이 급식소 안으로 들어왔다. 본능적으로 판에 코를 박고 밥을 쑤셔 넣고 있는데 이건 뭐람. 저 양아치는 김태형의 친구였다. 정말 불편하다 너란 아이.
" 오- 왠일로 같이 밥 안 먹나 했더니 그새 여자 생겼냐?"
켁. 여, 여자? 밥을 먹던 학생들의 시선이 전부 나에게로 집중되는 기분에 창피함이 몰려왔다. 더 안 먹냐는 김태형의 부름에 굴하지 않고 급식소를 뛰쳐나와버렸다.
등교 첫날부터 지각에, 이상한 애랑 엮이질 않나, 무슨 인생이 이렇게 다사다난한지 모르겠다. 사실 이 모든 일의 시발점은 통역 일을 하시는 바쁜 우리 부모님 때문이다.
내가 어렸을 때는 할머니가 항상 돌봐주셨지만, 연세도 계시고 건강도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셨기에 결국 엄마의 유일한 친구이자, 전정국의 엄마인 영숙이모께서 나를 거의 키우다시피 하셨었다. 그렇게 전정국과 나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
길고 긴 남준쌤의 종례가 끝나고 반을 나서려는데 맞은편 벽에 기대어서 핸드폰 게임을 하고 있는 전정국이 눈에 들어왔다. 먼저 집에 갈 줄 알았는데. 나를 기다려준 건가 싶어 입꼬리가 꿈틀거렸다. 차마 티는 내지 못하고 전정국의 곁으로 다가가자, 마침 게임이 끝났는지 주머니에 핸드폰을 쑤셔 넣는다.
" 종례도 겁나 기네. "
" 그래도 기다려줄 거면서- "
" 기다려주긴. 엄마 돈 전부 너한테 있잖아 "
기다려주었다고 생각한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이모는 전정국한테 용돈을 주고? 근데 이모는 여행을 갔고. 이모 돈은 나한테 있고.
결론은 내가 아닌, 내가 가진 돈을 기다리고 있던 거다. 전정국은.
" 그래. 말을 말자. "
" 나 배고파 "
" 어쩌라고 "
" 집에 먹을 거 하나도 없는데 "
" ........ "
" 저기 돈까스집 잘해 "
"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
" 그니까 나랑 돈까스 먹으러 가자고 저녁에. "
갑자기 그렇게 빤히 쳐다보면, 머리 속이 하얘진다고 전정구욱. 왜 설레고 난리야 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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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내용도 없는데 포인트를 걸었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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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9 김후군 늬집엔정국이없지 노츄컴트루아개춰뿰링컴트루 너만보여 뉸기찌 땅위 라봉 몽글 민이 베네핏 쁘니야 살사리 아듀 요랑이 요귤 유후 옐몽글 잼잼 정꾸꾸까까 찌몬 초코아이스크림2 키친타올 쿠쿠 하니 한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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