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열X백현]
겨울병동
w.레녹
그 뒤로도 백현은 중환자실과 일반 병실을 수차례 왔다갔다했다. 찬열이 백현을 만나러 중환자실로 찾아가는 일도 잦아졌다. 백현아. 난 니가 여전히 좋아. 나랑 같이 병
실에서 책을 읽는 너도, 나랑 같이 게임하면서 활짝 웃는 너도. 니가 아무리 내 말을 못 듣고 이렇게 누워 있어도 니가 좋아. 찬열이 누워 눈을 가만히 감고 있는 백현에게 속삭
였다. 오늘은 니 손을 잡지 못하지만 나중에 다시 일반 병동으로 오면, 그 땐 잡아줄게. 찬열이 눈물을 손등으로 훔쳐냈다.
중환자실에 근무하는 의사가 찬열에게 말했다. 이제 백현이, 일반 병동에 자주 못 있을 거야. 그 말이 찬열의 가슴을 찔렀다. 백현이 주려고 책도 더 사놨는데…. 찬열의 눈에
다시 눈물이 고였다.
백현이 얼마나 남았어요? 찬열이 떨리는 목소리로 의사에게 물었다. 의사는 한참을 망설였다. 봄이 오는 걸 볼 수 있을지 모르겠어. 그 말에 왈칵 눈물이 터졌다. 찬열은 의사
앞에서 손을 얼굴에 묻고, 엉엉 울었다. 이 겨울이 백현에게는, 마지막 겨울이었다.
*
백현이 간만에 일반 병동으로 돌아왔다. 찬열은 그 동안 모아놓은 책을 백현에게 내밀었다. 새해 선물! 찬열의 말에 백현이 웃었다. 고마워. 그렇게 말하는 백현의 볼에 찬열이
짧게 입맞췄다. 백현의 얼굴이 발갛게 물들었다. 뭐야…. 부끄러운 듯 제 볼에 손을 대는 백현을 보며 찬열이 웃었다. 이 것도 선물이야. 찬열을 보며 백현이 웃었다. 그럼 나
도…. 백현의 마른 입술이 수줍게 찬열의 입술에 가만히 닿았다. 고마워. 백현의 입술이 떨어지고, 찬열이 말했다. 백현이 수줍게 웃었다.
우리 내년 해 뜨는 건 같이 보자. 찬열이 말했다. 새 해가 뜨는 동안 중환자실에 누워있었던 백현에게 저가 핸드폰으로 찍은 해 사진을 보여주었다. 백현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
였다. 저가 오래 살지 못 할거라는 건, 저도 찬열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우리, 벚꽃 구경도 가자. 그렇게 말하는 찬열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그래. 백현이 대답했다.
가만히 찬열의 손을 잡았다. 우리, 해수욕장에 놀러도 가자. 백현의 말에 찬열이 고개를 끄덕였다. 단풍 구경도 가구, 첫 눈도 같이 맞구. 찬열의 눈에서 눈물이 툭, 떨어졌다.
왜 울고 그래. 그렇게 말하는 백현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있지…. 나, 얼마 못 살아도 행복해. 백현이 말했다. 찬열이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그 커다란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너랑 같이 있어서, 너무 행복해. 백현이 웃었
다. 나도. 찬열이 대꾸했다. 마른 백현의 몸을 품에 안았다. 그 마른 몸이 부서질세라 조심스레 안았다. 백현아. 나는, 나는…. 찬열은 목이 메인 듯 말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뭔
데 그래. 백현이 말했다. 난, 니가 없음 못 살거 같아…. 찬열의 말에 백현은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걸 느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백현아. 너 오래 살아. 이렇게 병원에 있
어도 되니까 살아만 줘. 약속해. 찬열은 그렇게 말하고 울었다.
*
1월이 지나고 2월. 백현은 중환자실에 있는 기간이 더 길어졌다. 상태가 호전되 찬열과 같이 있다가도, 픽 하면 쓰러져버렸다. 콜록 거리는 기침 소리도 짙어졌다. 찬열은 이제
하루에 두 번씩 백현을 찾아가는 일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여느 날처럼 백현이 누운 침대 옆에 서서, 속삭였다. 오늘은 나 다리 깁스를 풀었어. 이제 재활 치료만 잘하면, 편하
게 걸을 수 있대. 찬열이 웃었다. 나 대견하지. 찬열의 목소리가 멎었다. 그 마른 몸에 커다란 기계 여러 개가 달라붙어있었다. 삑, 삑, 거리는 소리. 인공호흡기로 백현이 숨 쉬
는 쌕, 쌕, 거리는 소리.
그러니까, 백현아. 빨리 나아. 우리 벚꽃도 보기로 했잖아. 찬열이 말했다. 백현이 쌕, 쌕, 거리며 숨 쉬는 소리로 대꾸하고 있는 것 같았다. 겨울이 가고 있었다. 뉴스에서 오늘
이 입춘이라고 했다. 한두 달전 '봄이 오는 걸 볼 수 있을지 모르겠어' 라고 했던 의사의 말이 자꾸만 떠올랐다. 찬열은 이제 면회 시간이 끝났다는 의사의 말에 중환자실을 나
왔다. 깁스 풀었네. 의사가 말했다. 찬열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백현이가 전해달래. 의사가 가운 주머니에서 쪽지를 꺼내 찬열에게 건넸다. 찬열은 그 쪽지를 받아들고 천
천히 종이를 펼쳤다.
있지, 찬열아. 나…, 벚꽃 못 볼 거 같아. 미안해. 어쩌면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내 욕심이었나봐. 하루하루 지날수록 내 몸이 달라져. 누군가가 내 몸을 조금
씩 조금씩 갉아먹는 기분이야. 쓰러지는 일도 이젠 잦아지구, 중환자실에 누워서 잠만 자는 것도 길어지구. 난 내가 죽는 거 두렵지 않아. 전에는 무서웠는데 이젠 괜찮아졌어.
근데 다만. 니가 나 없이 못 산다는 말이 자꾸 맘에 걸려. 미안해, 찬열아. 약속 못 지켜서.
짧은 편지를 다 읽은 찬열이,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눈물이 계속해서 비집고 나왔다. 약속을 못 지킨다는 말이 자꾸만 맴돌았다.
| 레녹 |
레녹입니다!
요번에 끝날줄 알았는데...담편에서 끝이 나겠네요! 다들 백현이 죽지말라고 그러시는데....ㅠㅠ 음......네...담편에서...확인하세요....
댓글달아주신 백야님 착한사람님 치킨님 거품님 맹구님 비회원님 그리고 비회원독자분들, 다른 독자분들도 감사드립니다! 댓글달아주신 여러분들 덕분에 햄볶아요^.^ㅎㅎㅎㅎ
담편이 완결입니다! 번외도 쓸까말까 고민중이에요...ㅠㅠ
일단 내일 뵙죠! 내일결정합시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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