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한 분위기도 잠시, 민규가 먼저 말을 건네주고, 내가 시작한 옛날이야기로 금세 누가 봐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민규와 이야기를 나누었음.
민규는 날 마지막으로 봤던 세봉유치원 졸업식날 이후로 한동안 계속 그림일기에 제 모습을 그려넣었다고 함.
그래서 엄마한테 한 번 꾸중을 듣기도 했다고. 어머님은 아마도 일기를 쓰기 싫어 그냥 반복하는 줄 아셨던 것 같았음.
"아, 그리고 너봉이 누나.
저도 고등학교 때부터 다른 어린이집으로 봉사나가는 거 알아요?
누나가 어렸을 때 저한테 잘해줬던 게 너무 고마웠나봐요.
그래서 봉사하러 당연히 유치원, 어린이집을 찾게 되더라고.
세봉유치원에서 하고 싶었는데, 보충을 빠질 수가 없어서.
사립 어린이집에서 해요, 봉사. 저녁에.
이주일에 두 번 정도?"
"진짜? 와, 민규 철 들었네.
어렸을 땐 움직이는 거 좋아해서 그냥 축구만 하고 다닐 줄 알았더니.
민규 짱이다, 누나가 칭찬해줄게."
"너봉누나. 누나 직업병 좀 있는 거 같아요.
아님 그냥 내가 아직도 누나한테는 7살 어린 애인 건가..."
한참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입술을 삐죽이고 고개를 푹 숙이며 말하는 민규의 말에 다시 되물었음.
"응? 무슨 말이야, 민규야."
"아니, 누나는 아까부터 민정이 또래 애들이랑 얘기하는 것처럼
자꾸 칭찬하고, 막, 그러잖아요.
뭔가 애취급받는 것 같단 말이야.
저 이제 고등학생인데."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푹 숙여 삐친 티를 단단히 내는 민규의 머리에 살짝 손을 올려 살살 쓰다듬어주며 민규를 달래줬음.
"누나가 직업병이 생겼나봐.
인터넷보면 막 유치원 선생님들 다 그런다던대.
그래서 그래, 직업병. 이제 나한테 김민규는 17살 고등학생인데?
누가 이렇게 큰 애를 7살로 보냐, 민규야."
내 말에 안심한 듯 다시 해맑은 미소를 띠고 고개를 올려 날 바라보는 민규였음.
그런 민규에게 같이 눈을 맞추며 해맑게 웃어주었음.
같이 눈을 맞추고 몇초가 지났을까, 민규의 핸드폰이 띠링하며 울렸음.
아마도 부모님의 문자였나봄, 언제 들어오냐고.
얘기하느라 시간이 지나는지 몰라 급하게 제 핸드폰을 켜 시간을 확인해보니 벌써 8시 45분을 향하고 있는 시각이었음.
2.
"엄마는, 진짜 왜... 아...
엄마가 들어오래요.
내가 내 미래의 여자친구 만나고 온다니까
뻥치는 줄 아나봐요.
엄마 눈엔 아직도 제가 초등학생이라니까요?
아, 저 들어가야될 거 같아요."
입술을 삐죽 내밀고 카톡 답장을 하는 듯 핸드폰을 툭툭 두드리던 민규가 핸드폰을 내려놓고 날 바라보며 말했음.
미래의 여자친구를 만나러 왔다는 민규의 말에 웃음이 나올까 아랫입술을 꾹 깨물고 참으며 모른 척 눈감아주고,
어색하게 허허 너털웃음을 지으며 조금 남은 커피를 몽땅 입에 털어넣고 예쁜 송곳니를 보이며 웃어주는 민규를 바라보며 물었음.
"알겠어, 누나가 아직 차가 없어서...
데려다주고 싶은데, 차로는 안되겠네.
집 여기서 멀어? 버스타고 가야돼?
걸어가도 되는 거리면 같이 걸어갈까?"
의외라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민규에게 어깨를 으쓱하며 이 정도는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음.
의자에 걸어놓았던 가방에 제 지갑과 핸드폰을 넣으며 민규의 대답을 기다렸음.
"그럼 데려다주세요,
아, 원래 첫 데이트 때는 남자가 여자 데려다주는 거라고 했는데...
버스정류장으로 2정거장이에요.
버스 타도되긴 되는데
누나랑 같이 걸어가고 싶어요."
3.
민규의 당돌한 말에 피식 웃으며 의자에서 일어났음.
내가 일어나자 날 따라 일어나며 커피잔을 픽업대에 갖다놓으려는 건지 둘이 마셨던 커피잔을 챙기는 민규의 뒤를 쫓아 같이 픽업대에 갔음.
알바생이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하자 민규와 나도 거의 동시에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음.
아직 겨울이 다 가지는 않은 건지 조금 날씨가 쌀쌀했음.
가디건 하나만 겉옷으로 입고 있던 내게 쌀쌀한 날씨는 꽤 춥게 느껴졌고 어깨를 살짝 움츠리며 민규 옆에 섰음.
"어디 살아? 2정거장정도 떨어진 곳이면, 어...
에버빌 1차? 맞나?"
"어, 네. 맞아요. 별로 안 멀죠?
아, 근데. 쌤. 안추워요?
가디건이랑 블라우스 되게 얇아보이는데."
"응, 괜찮아. 하나도 안 추워."
민규에게 별로 안춥다는 대답을 하곤 민규와 함께 걸어가기 시작했음.
팔을 허리 옆에 붙이고 흔들며 걷고 있었음, 민규와 키 차이가 꽤 크게 나 안 부딪힐 거라고 생각했던 손이 부딪혔음.
자꾸만, 민규의 큰 손과 내 손이 스치듯 부딪혔고
민규는 어색한 표정으로 제 손을 덥썩 잡아 민규의 후드집업 주머니 속으로 넣었음.
"아니, 자꾸 부딪히길래.
안 그래도 손 얼어서 얼얼하던데, 쌤.
그냥 추우니까, 이렇게 가요. 얼마 안 남았잖아."
4.
또 내가 뭐라고 할까 미리 변명을 치며 내 손을 꼭 잡아오는 민규에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곤 같이 발을 맞춰 걸었음.
어색한 분위기를 깨려 빨리 걸었던 발걸음 탓인지 금세 민규의 집 앞에 도착했고
민규는 아쉬운 내색을 숨기지 못했음.
"아, 왜 이렇게 오늘따라 거리가 짧은 것 같지..."
"뭘 그렇게 아쉬워해, 다음에 또 만나면 되지.
민정이랑 같이 주말에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누나가 사줄게."
"민정이랑 같이 말고,
둘만.
둘이서만 만나요."
꽤 진지한 표정을 하고 당돌하게 말하는 민규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답을 했고
서로 먼저 들어가라는 실랑이를 벌였음.
"누나 먼저 가요.
지금 맘 같아선 누나 버스 타는 것까지 다 보고 가고 싶은데...
안되니까, 누나 먼저 가요.
누나 가는 거 보고 바로 들어갈게요."
"오늘은 내가 너 데려다 준 거야.
그러니까 민규, 너가 먼저 들어가."
"아, 누나. 먼저 가요.
그래야 내 맘이 편해서 그래.
응?"
"알겠어, 그럼. 누나 먼저 갈게.
오늘 즐거웠어, 들어가서 카톡해.
주말에 가고 싶은 곳 있으면 말하고.
이번 주는 힘들고, 어,
다음 주. 다음 주에 밥 먹자."
"응, 누나.
누나 잘 가요, 안녕."
민규의 마지막 인사를 들은 후에야 뒤를 돌아 버스정류장으로 향했음.
버스정류장에 도착해 버스를 기다리며 핸드폰을 꺼내자마자 울리는 알람에 피식 웃으며 답을 해줬음.
누나,
저 제 방 침대에요.
(사진)
누나느 버스정류장 갔어요? 오후 9:17
응, 누나 지금 버스정류장이야.
(사진)
조심해서 들어가요.
누가 막 따라오면
바로 전화하고.
아, 맞다. 내 번호 없죠? 오후 9:18
010-0406-xxxx.
정 없게 김민규. 이렇게 말고...
어...
이렇게
밍구ʕ•͡ω•ʔ 오후 9:19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라임입니다 >3<
독자 여러분들과 약속을 꼭 지키려고 노력하다보니
이렇게 일찍 찾아뵙네요!
이번 화도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용 ㅎㅎ
★ 암호닉을 추가로 받으려고 해요! ★
원래 신청하셨던 분들 외에, 추가로 원하시는 분들은
[암호닉] 형식으로 댓글 달아주세요 ㅎㅎ
암호닉은 이번 화까지만 받고
완결을 낼 것 같아요!
텍파를 받고 싶으시다면 암호닉을... ٩(๑`^´๑)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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