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여기있어. 나. 내가 작은 상자 속에서 너를 지켜볼때 밀려오는게 있다. 작은 해일같은 그런 무언가. 벗어날 수 없는 작은 상자속에서 해일을 느끼는건 치명적이다. 숨을 쉴 수가 없지.-가만히 길을 걷다보면 주변엔 신기한게 많다. 가을날 떨어진 낙엽 밑에 자릴 잡은 벌레들이나 돌 틈사이에 끼워진 천원짜리들. 내가 본 가장 신기한건 너였다. 내가 존재했던 이유가 너라고 생각했을만큼. 나는 너의 패턴을 모두 외웠다. 익숙하게 때로는 색다르게 너는. 네가 항상 마시던 탄산음료를 나는 기억했다. 먹을 수 있지만 먹지 못했던 음료들이 벌써 내 앞으로 수북히 쌓여만 있었다. 말을 걸 기회는 많았지만 너를 조용히 지켜보는것은 내가 갇혀있기 때문이다. 너는 그것을 알아야한다."훈."내가 고개를 돌리자 온갖 악세서리로 몸을 치장한 그녀가 서있었다. 그녀는 언제나 아름다웠다. 몸을 감싼 익숙한 향에 나는 코를 벌름거렸다."누나 어디가?""응. 일이 있어서. 너 또 돌아다닐꺼야?"그녀의 눈은 매서운 듯 하면서 따뜻하다. 그것보다 나는 그녀가 나의 외출을 모르는줄만 알았다. 조금 미안해진 나는 웃었고 그녀는 여느때처럼 나에게 냉장고 속 내용물과 가스레인지 위에 놓인 음식들에 대해 설명했으며, 식탁 위에 십만원을 두고 나갔다. 또 홀로 남은 나는 식탁에 있는 돈을 주머니에 넣었다. 집은 넓고 편했지만 나는 너를 만나야 한다.그저 발 가는데로 무작정 걸으면 네가 있었다. 나처럼 혼자야. 그래서 내가 널 사랑한것이 틀림없다. 나와 같은 사람이라서. 약간의 거리를 두고 졸졸 쫓아다니다 보면 너는 한번씩 뒤를 돌아보았다. 아마 나를 아는것 같았다. 나를 보며 힘 없는 표정은 나를 더욱 기쁘게 했다. 어쩌면 내가 너의 유일한 힘이 될것 같았다.너의 낡은 운동화가 한걸음 한걸음 걸을때마다 힘없이 덜렁거렸다. 나는 내 운동화를 본다. 새것처럼 반짝일뿐만 아니라 10만원은 훌쩍 넘기는 신발이다. 너의 옷을 보았다. 거의 같은 옷에 얼룩이 져있다. 나의 옷을 본다. 아침에 막 그녀가 준 옷들이다. 뒤로 0이 여러개 붙은데에 놀라 입기 꺼려했었던 옷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치장은 필요치 않다. 이것은 그녀를 위한것들이고 난 너를 위해 모두 벗어던질 수 있다. 그런 점이 우리를 같게 만든다.그리고 너는 오늘도 낡은 건물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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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택 3까지 나온 마당에 이나은은 진짜 불쌍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