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writing/3501164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등장인물 이름 변경 적용

 

 

  

  

  

  

  

'속보입니다. 오늘 저녁 8시경 14인조 혼성 아이돌 그룹 세븐틴이 이동하던 차량에서 사고가...' 

'인기 아이돌 그룹 세븐틴 전원이 탄 차량이 사고를...' 

'매니저와 멤버 4명을 제외한 전원이 사망...' 

  

  

  

 

무의식 중에 무미건조한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귀를 파고든다. 한 문장이 채 끝나기도 전에 채널이 돌아간다. 애도 따위는 전혀 담겨있지 않은, 그저 소식을 전하기에만 급급한 목소리. 이불을 뒤집어쓰고 귀를 틀어막았다. 듣기 싫어. 그딴 속보 듣기 싫다고. 울컥 눈물이 났다. 그런 날 눈치챘는지 텔레비전의 음량이 줄어든다. 곧이어 음소거된다. 찾아온 적막. 말소리 하나 들리지 않고, 병원 이불의 서걱거리는 소리만 자꾸 신경을 긁는다. 

  

  

얼마나 누워 있었지.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가늠이 되질 않는다. 시계를 보니 아침 8시다. 늦었는데. 연습하러 가야 하는데. 당장 일주일 뒤면 첫 팬미팅이다. 다들 엄청 기대하고 있잖아. 평소라면 누군가 깨우기도 전에 내가 가장 먼저 일어나서 유난을 떨었을 거다. 하지만 그럴 기분 따위 나지 않는다. 조금만 더 뭉그적거려 본다. 좀만 더 이불 안에서 늑장부리고 있으면, 당장이라도 승철오빠나 부승관이 내 귀에 알람벨이 시끄럽게 울리는 휴대폰을 가져다대며 이불을 확 들춰낼 것만 같았다. 

  

  

  

"00야!" 

  

  

  

의자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던 매니저 오빠가 빨개진 눈을 하고 대뜸 소리를 질렀다. 언제 일어났어. 깼으면 말을 해야지. 그런 말을 하는 매니저 오빠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린다. 멤버들은? 무의식적으로 물어보려다가 말을 삼켰다. 사망하셨습니다, 두 귀로 똑똑히 들어 놓고선. 고개를 떨궜다. 현실을 부정할 수 있는 시간은 이미 지나간 지 오래였다. 

  

  

  

"중환자실에, 애들 보러 가자." 

"..." 

"깨어날 거야." 

  

  

  

식물인간 상태. 혹은 사망. 나를 제외한 모든 멤버가 그 지경이었다. 쓸데없이, 제 몸 사리기도 바쁜 그 상황에서, 멤버들은 나를 더 챙겼다. 자동차가 활활 타오르고 있는데도. 미리 차에서 빠져나온 매니저 오빠가 멀찌감치 떨어져서 얼른 나오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데도. 조수석에 타고 있던 승철오빠는 뒷좌석 문을 열어 날 먼저 빼냈고, 내 옆에 앉아있던 부승관은 자기보다도 내 안전벨트를 먼저 풀어줬고, 지수오빠는 코 꽉 막으라며 손수건을 건넸다. 그래서, 나는 무사히 활활 타오르는 자동차를 빠져나왔다. 나를 제외한 다른 멤버들은 죽거나, 의식을 잃을 정도로 다치거나. 

  

목구멍에서부터 뭔가가 울컥 차올랐다. 나 또 울려고 하는 건가. 뭘 잘했다고 울어.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피가 날 지경이었지만 그딴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죄책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이기심은 나를 멤버들이 있는 중환자실로 이끌었다. 깨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얻고 싶었다. 아직까지는 삑삑 소리를 내고 있는 바이탈싸인에 조금이라도 기대고 싶어졌다. 

 

  

  

* 

  

  

  

매일같이 중환자실에 찾아갔다. 제발 살려내 달라고, 믿지도 않던 신에게 애원하고 또 애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주일 사이에 그놈의 신은 가까스로 부지하고 있던 승철오빠와 찬이의 목숨마저 앗아갔다. 삑삑대던 바이탈싸인이 멈추고, 대신 삐- 하는 높은 소리가 중환자실에 가득 찰 때. 그것도 심지어 내 앞에서였다. 좆같아. 활활 타는 차에서 멤버들의 도움으로 혼자 쏙 빠져나와 죽어가는 멤버들을 쳐다볼 때나, 중환자실에서 바이탈싸인이 확인사살이라도 해주듯 삐 소리를 울려댈 때나, 죄책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장례식장에서 탈진할 때까지 울었다. 이렇게 운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그만큼 소중한 사람들이었기에. 열네 명이 하나로 똘똘 뭉쳐 있던 세븐틴이라는 그룹에 남은 건 이제 고작 두 명뿐이었다. 나, 그리고 중환자실에서 코마상태에 빠져 있는 부승관. 

  

  

  

'부승관. 너 우냐? 뭘 보길래?' 

'...아, 꼭 이럴 때만 들어오고 난리야.' 

'뭔데? 와, 데뷔무대 아니야? 나 이 머리 엄청 오랜만이다.' 

'형들한테 나 울었다고 말하기만 해봐. 죽여버릴 거야 진짜.' 

  

  

  

부승관은 그 말을 하면서 영상을 USB로 옮겼다. 그건 또 왜 저장해놓냐고 물었었고, 돌아오는 대답은 이랬다. 

  

  

  

'나중에 다같이 보면 좋잖아. 내가 장담하는데 너 내가 이거 보여주는 날에 펑펑 울걸?' 

'지금 보여줘. 멤버들 다 모여있잖아, 어차피.' 

'안 돼. 대상 타는 날에 보여줄래. 그래야 더 감회가 새롭지.' 

'하여간 별 짓을 다 해요. 그것만 옮기고 나와, 민규 오빠가 오랜만에 라면 끓여준대.' 

  

  

  

며칠 전, 장례식이 끝난 후 퇴원준비를 하고 있는 내게 매니저 오빠가 숙소에 갖다놓으라며 멤버들의 옷가지들을 건넸다. 부승관의 연분홍색 코트 주머니가 유독 불룩하길래 손을 넣어 안에 들은 걸 꺼냈더니, 부승관답게 먹을거리가 한가득이었다. 그리고 막대사탕 끝에 대롱대롱 걸려 나오던 작은 물건. 부승관이 그렇게나 아끼던 그 USB. 병원에서 차로 30분 거리인 숙소까지 가는 도중에도 허망한 기분이 감춰지질 않았다. 이게 뭐라고 네가 그 유난을 떨었을까. 

  

대상 타면 다같이 보자고 했었는데. 며칠을 울었더니 눈물도 말라서 안 나온다. 대신 쓴웃음을 지었다. USB를 부승관이 쓰던 책상 위에 올려놓고 짐을 챙긴다. 캐리어에 대충 옷가지들을 정리해 넣고 집안을 둘러봤다. 아직까지도 열네 명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숙소다. 금방이라도 멤버들이 들어와서 피곤하다며 소파에 대자로 뻗거나, 뭐 먹을 거 없냐고 투덜대거나, 게임하자며 빨리 모이라고 소리칠 것 같다. 그런데도 대표님은 이 집을 정리하겠다고 하신다. 

  

 

  

'헐 대박, 엄청 깨끗해!' 

'숙소 어지럽히고 나보고 치우라고 하면 죽어. 깨끗하게 좀 살자, 응?' 

'완전 넓다. 연습실이랑도 가깝고 좋은데?' 

'소파 푹신한 거 봐. 김00, 짐 정리 나중에 하고 와서 앉아 보라니까?' 

  

  

  

이 숙소로 이사를 온 지 반 년이 좀 지났다. 처음 들어왔을 때 깨끗하다며 신나하던 석민오빠랑, 혀를 끌끌 차며 제발 깨끗하게 살자고 애원을 하던 민규오빠, 연습실이랑 가깝다며 조금이라도 빨리 누울 수 있겠다고 좋아하던 정한오빠,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짐 정리를 하는 내게 앉아보라고 제 옆자리를 팡팡 치던 최한솔. 그래,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나는 걸 보니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다는 게 확 와닿는다. 아직 살기 시작한 지 1년도 안 된 숙손데 벌써 정리라니. 여기서는 아직 못해본 것도 많은데 말이다. 숙소에서 쓰던 생필품이며 옷들이 잔뜩 든 캐리어를 끌고 나오면서도 아쉬움에 계속 뒤를 돌아봐야 했다. 

  

  

  

  

*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는 가장 최근 활동곡이 흘러나오고 있다. 하이라이트. 순영오빠가 이 노래 만든다고 지훈오빠 작업실에서 며칠 밤을 꼴딱 새웠던 거 생각난다. 멤버들이랑 다같이 치킨 사들고 작업실 쳐들어갔었는데. 결국 그날 밤 순영오빠는 곡작업을 포기하고 그냥 신나게 놀아제꼈다. 니들 방해하는 데는 뭐 있다고 잔뜩 투덜거리면서도 비어 있는 종이컵에 콜라 따라 주랴, 찬이한테 치킨 살 발라 주랴 바빴었는데. 

  

이번엔 보컬팀 곡이다. 내가 속한 팀이기도 했다. 아, 이때 지수오빠 빼고 보컬팀 다섯 명끼리 곱창 먹으러 갔다가 지수오빠 삐친 거 달래주느라 좀 애먹었는데. 하필 다이어트 중이라 안 먹겠다는 걸 지훈오빠가 억지로 곱창집으로 끌고 들어갔었다. 사고 후 며칠 동안 입에 음식을 못 댔더니 살이 꽤 많이 빠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살 걱정 하지 말고 마음껏 먹어놓을 걸 그랬나 보다. 이젠 지수오빠 불러서 같이 먹을 수도 없게 됐잖아. 

  

  

  

"...아 씨, 진짜."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잔뜩 부은 눈에 또 눈물이 맺힌다. 이어폰을 확 빼고 침대에 드러누웠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책상 위에서 커다랗게 울려대는 진동 때문에 곧바로 몸을 일으켜야 했다. 발신자를 확인했다. 매니저 오빠. 순간 심장이 정지되는 기분이었다. 당분간 연락 안 할 테니 집에 가서 푹 쉬라고 말해줬던 매니저 오빠가 나에게 연락할 이유라면 딱 하나밖에 없다. 부승관. 한바탕 추억팔이하느라 감성에 젖어 있었더니 이젠 불안감에 심장이 멈출 지경이다.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다가 떨리는 손으로 수신 버튼을 누른다. 어차피 매니저 오빠가 내게 전할 소식은 딱 두 가지 중 하나였다. 너마저 떠났거나, 아니면 깨어났거나. 

  

  

  

  

"...여보세요?" 

- "00야. 너 빨리 병원으로 와, 당장." 

"무슨 일인데요." 

  

  

  

침착하려고 했지만 목소리가 떨려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것도 심하게 떨리고 있다. 덜덜 떨리는 턱을 가까스로 움직여 말했다. 오히려 수화기 반대편에서 들리는 매니저 오빠의 목소리가 더 차분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매니저 오빠가 대답한다. 한 글자 한 글자 내 머릿속에 새겨넣어 주듯,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 "승관이 깨어났대. 나도 지금 최대한 빨리 가고 있으니까 너도 빨리 와. 내가 데리러 갈까?" 

  

 

  

  

...뭐? 

  

  

  

"깨어나요? 부승관이요? 눈 떴대요?!" 

- "응. 병원에서 연락 받았어. 승관이 부모님도 다 와 계신대." 

"...진짜죠? 뻥 아니죠?" 

  

  

  

진짜요? 정말요? 진짜예요? 몇 번씩이나 되묻는 내 말에 매니저 오빠는 하나하나 대답해줬다. 응, 진짜래. 뻥 아니래. 병원에서 그런 뻥을 왜 쳐. 대답을 듣자마자 용수철처럼 침대에서 일어난다. 추리닝 위에 패딩점퍼를 대충 걸쳐 입고 쏜살같이 튀어나갔다. 어디 가냐는 엄마의 물음에 대답할 여유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 

  

  

  

"...야. 숨 막혀." 

  

  

  

한달음에 부승관이 있던 병실로 달려갔다. 문을 벌컥 열고 급하게 뛰어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건, 침대를 빙 둘러싼 승관이의 가족들과, 그 사이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부승관이었다. 내 눈이 미치지 않는 이상 부승관이 맞았다. 내리 몇 주를 코마상태로 있다가 깨어난. 승관이의 가족들은 숨이 차 가쁜 숨을 몰아쉬는 나를 보자마자 옆으로 살짝 물러나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곧바로 달려가 부승관을 껴안는다. 또다시 눈물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처음엔 그저 어색하게 내 등을 몇 번 쓸어주던 승관이가 숨 막힌다고 한마디를 했다. 그제야 떨어져 나간 나는 여전히 코를 훌쩍거리고 있다. 잔뜩 부은 눈. 빨개진 코. 아무리 볼 꼴 못볼 꼴 서로 다 본 사이라지만, 지금 내 몰골은 승관이가 보기에도 좀 많이 추하긴 할 거다. 아무래도 상관없다. 나는 네가 깨어난 것만으로도 벅차서 미칠 것 같으니까. 

  

  

  

"...흑, 너, 흐윽, 내가 얼마나, 걱정..." 

"응. 고생했어." 

"흐으...부승관 망할 놈아 진짜..." 

  

  

  

숨 막힌다며 떨어져나갔던 부승관이 다시 날 꼭 안아왔다. 부승관 환자복이 다 젖도록 눈물을 줄줄 뺀 후에야 매니저 오빠가 양손에 먹을 걸 잔뜩 들고 병실 문을 열었다. 눈물이 없는 편인 매니저오빠도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 승관이를 보니 감정이 북받치긴 하는 모양이었다. 빨개진 눈으로 뭐라고 말도 못하는 오빠를 보며 승관이가 당황한 표정을 했다. 하긴 승관이는 다른 멤버들 장례 치를 때 오빠가 거의 오열하다시피 우는 걸 못 봤으니까 놀랄 만도 하다. 

  

부승관을 쳐다봤다. 눈을 뜨고 있다. 평소처럼 조잘거리고 있다. 살은 쑥 빠졌지만 이목구비도 여전하다. 깨어나줘서 고마워, 승관아. 아까는 우느라 하지 못했던 말을 속으로 뱉었다.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계속 같은 말만 머릿속으로 되뇐다. 깨어나줘서 고마워. 눈 떠 줘서 고마워. 진짜, 고마워, 승관아. 

  

  

  

* 

  

  

  

부승관이 퇴원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다른 멤버들은 어디 있냐고 물어오는 승관이에게, 이미 장례식까지 끝냈다고 말하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대충은 짐작하고 있었다는 듯 부승관도 담담하게 굴었지만, 뚝뚝 흐르는 눈물은 주체할 수가 없었던 듯하다. 부승관을 살며시 안았다. 사고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얘랑 포옹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것이었는데, 꽤 잘나갔던 세븐틴이라는 그룹 안에 남은 멤버가 우리 둘밖에 없다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우리를 서로에게 훨씬 더 의지하게 만들었다. 

  

숙소는 정리했다. 안에 있던 물건까지 모두 다. 승철 오빠가 아끼던 잠옷부터 시작해서, 찬이가 졸업 선물로 솔로곡을 받았다며 신이 나서 적어내려가던 가사 노트까지 말이다. 버리거나 판다는 걸 내가 바득바득 우겨서 다 들고 왔다. 승관이가 쓰던 물건들도 다 돌려줬다. 비록 함께 살던 숙소는 이제 없지만. 

  

  

  

"김00." 

"응?" 

"이거, 볼까?" 

  

  

  

짐을 하나하나 확인하던 승관이가 불쑥 물었다. 손끝에 대롱대롱 걸려 있는 건 다름아닌 USB였다. 대상 타는 날에 보여주겠다며, 다같이 보면 분명히 울 거라고 장담하던 부승관이 떠오른다. 이럴 거면 그때 진작 보여주지 그랬어. 입술을 꼭 깨물고, 그 말을 입밖으로 내뱉는 대신 말없이 노트북을 켜 승관이 앞으로 가져다놓았다. 잭이 연결되었다는 알림음이 들리고, 마우스를 잡은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던 승관이가 자기 옆을 팡팡 내리쳤다. 

  

  

  

"와서 앉아." 

  

  

  

이어폰을 나눠 꽂자 영상 창이 열린다. 보자마자 첫 쇼케이스 날이라는 걸 눈치챘다. 긴 연습생 기간 동안 그렇게 꿈꿔왔던 무대다. 흰색 옷을 입고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무대를 하고 있는 멤버들의 모습에 픽 웃음이 났다. 부승관도 비슷한 감정인지 옅은 미소를 띠고 있다. 저때 순영오빠가 특히 엄청 긴장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쇼케이스가 끝나고 돌아와서는 숙소에서 엄청 울었었다. 영상이 끝나고 이어폰을 빼려는 찰나, 또다른 영상이 연달아 이어졌다. 함성소리. 화려한 옷을 빼입은 배우들이 마이크 앞에 서있고, 

  

  

  

[제 25회 하이원 서울가요대상 신인상은, 세븐틴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정한오빠. 웃음을 주체할 수가 없던 건지 입을 틀어막고 좋아하던 석민오빠, 환한 표정으로 옆에 계신 가수분들이 건네는 축하에 꾸벅 인사하던 준휘오빠가 카메라에 잡힌다. 다들 붉은색, 검은색 정장을 쫙 빼입고 있다. 요즘들어 숙소에서 퍼자고 있는 모습이라던가, 연습할 때 입는 사복, 그것도 아니면 기껏해야 붐붐 무대의상밖에 못 봤기 때문인지 정장을 입은 게 조금은 어색하다. 

  

  

  

[세븐틴] 꽃길 | 인스티즈 

'어... 네, 일단, 항상 믿어주시고 이 자리에 서게 만들어주신...' 

   

  

  

"...침착한 척은 저 형 혼자 다 했네. 그래도 리더라고." 

"..." 

"우린 또 왜 저렇게 우냐. 지금 보니까 쪽팔린다, 그치." 

  

  

  

수상소감을 말하는 동안 뒤에서 빨개진 눈을 하고 훌쩍이던 우리 둘이었다. 부승관은 입은 우는데 눈은 우는 조금은 웃긴 모양새를 하고 있었고, 나는 원우오빠 뒤에 숨어서 소매로 눈물을 훔쳤었다. 왜 다들 괜찮은 척이야. 숙소에서는 방방 뛰고 소리 지르고, 난리도 아니었으면서. 

  

  

  

[네, 5월 첫째 주 챔피언송, 과연 그 트로피의 주인공은 누가 될지! 화면으로 만날까요? 만나보시죠!] 

  

  

  

신인상 수상 화면이 끝나기가 무섭게 동영상은 다음으로 넘어갔다. 2016년 5월 첫째 주. 아직도 내 기억 속에서는 생생하다. 그날 멤버들이 입었던 옷, 헤어스타일, 심지어 무대에서 했던 팬서비스 하나하나까지 빠짐없이 기억난다. 그래, 평생 잊지 못할 그날이다.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이어폰을 따라 경쾌하고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세븐틴, 예쁘다! 축하합니다!] 

   

  

  

아직 상황파악이 되지 않은 듯 주변을 둘러보기 바쁜 지수오빠. 동그랗게 토끼눈을 뜨고 믿기지 않는다던 표정을 하던 석민오빠, 방방 뛰던 정한오빠, 구석으로 가서 조용히 울던 지훈오빠, 또다시 눈물이 터져버린 승관이, 입이 귀에 걸린 미소를 지으며 날 부둥켜안던 찬이가 화면 속으로 스쳐지나갔다. 예쁘다로 첫 1위를 한 날. 그때 리더 오빠들이랑 승관이가, 많이 울었었다. 다음날 눈이 부어서 아침 내내 꽝꽝 얼린 숟가락을 눈에 갖다대고 있었을 정도로. 물론 나도 마찬가지였다. 날 얼싸안고 동동 뛰던 찬이의 환한 표정과는 대조적으로, 화면 속의 나는 눈물을 펑펑 쏟고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볼을 타고 툭 흘러내렸다. 내가 울고 있다는 사실을, 승관이가 손수건을 건넨 다음에야 자각했다. 

  

  

  

"벌써 울어? 아직 볼 거 많은데. 우리 붐붐 때 공중파에서도 1위했잖아. 본상도 탔고." 

"...다 같이 보려고 한 게 이거야?" 

"응. 다같이는 못 보게 됐지만." 

"..." 

"너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혼자 보는 것보단 낫네, 뭐."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울음을 억누르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늘 말했던 거지만, 부승관은 눈물 참는 걸 더럽게 못한다. 저거 봐, 또 목소리 떨리잖아. 툭 치면 엉엉 울 것 같구만. 조심스레 승관이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대낮에 이게 웬 청승인가 싶었다. 멤버들이랑 다같이 봤으면 어땠을까. 일단 부승관이 말한 대로 나는 무조건 울었을 테고, 아마도 승철 오빠도 울었겠지. 정한오빠는 워낙에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라 잘 모르겠고, 지수오빠는 남들 앞에서 우는 걸 싫어한댔으니까 또 어디 화장실에나 들어가서 혼자 훌쩍댔을지도 모른다. 지훈오빠도 울컥했겠지. 순영오빠도 빼박이고. 준휘오빠는 우는 멤버들 달래주느라 또 정신없었을 테고. 그래, 사실 이런 상상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겠지만. 

  

  

  

"응. 혼자 보는 것보다 낫다." 

  

  

  

네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승관아. 

  

  

  

[세븐틴] 꽃길 | 인스티즈

"....." 

 

 

 

울지 마. 그만 울자. 이제, 웃자. 슬픈 거 조금만 참아 보자, 우리. 줄줄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않고, 모순적이게도 나는 그렇게 말했다. 참을 수 없을 만큼 힘든 일도 많았으니까, 앞으로는 꽃길만 걷자. 팬 분들이 자주 해주시던 말씀이었다. 행복하자. 내가 그렇게 만들게. 우리 둘만 남았더라도, 행복하자. 턱끝까지 차올랐던 말은 울음 뒤에 가려졌다. 그렇게 한참을 우는 동안, 노트북에서는 우리가 그동안 달려온 길들이 고스란히 보여지고 있었다. 신인상을 시작으로, 지상파 첫 1위를 지나, 공중파 1위를 거쳐, 연말 시상식에서의 본상 수상까지. 이거 봐, 우리 점점 성장하고 있잖아. 앞으로도 좋은 일만 남았을 거라고 믿어. 

 

언제 어디에 있어도, 함께하지 못해도, 늘 그래 왔듯 웃음꽃 피우자. 

우리 세븐틴, 내가 많이 사랑해. 

 

 

 

 

 

 

 

 

 

 

[세븐틴] 꽃길 | 인스티즈

 
 

2017. 02. 10~12 SEVENTEEN IN CARAT LAND

이 시리즈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현재글 [세븐틴] 꽃길  17
8년 전

공지사항
없음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대표 사진
비회원217.209
아 단편에 댓글남기는건 또 처음인데 와 새벽감성 퐁퐁 올라오는데 이거 보니까 눈물이 주륵주륵 흐르네요 브금도 진짜 딱 끝나자마자 글도 끝나고 진지하게 승관이랑 여주는 이제 어떡합니까ㅠㅁㅠ 엉엉... 넘 슬포요 불타는 차안에 있었는데 여주를 먼저 내보내려고 하는 애들 보니까 그간 애들이 얼마나 똘똘 뭉쳐 있었다는걸 알게 해줬고 그것때문에 결말이 더 슬퍼요 승관이랑 여주는 둘이 잘 뭉쳐서 연예계로 가겠죠...? 그러겠죠...? 힝 오늘 석민이랑 승관이 생일이라 짹짹이에 막 감동적인 말 올라와서 기분이 몽글몽글 너무 슬펐는데 이거 보니까 더 슬포요ㅠㅅㅠ 작가님 필력 대박 짱먹으세요 글이 끝났는데도 여운이 남아서 뒤로가기를 못 누르겠자나요... 아... 정말 글 써주셔서 감사해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이였어요 알러뷰 쏘 머치 합니다 럽럽♥♥
8년 전
대표 사진
다랑
첫 댓글 감사합니다! 제 글이 이렇게 좋은 평가를 들을 수 있나 싶네요ㅠㅠ 저야말로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제 글로 인해 그런 많은 생각이 드셨다니 너무 영광입니다 고마워요!❤
8년 전
대표 사진
독자1
아 석솔데이에 이런 글로 눈물을 빼게 하시다니,,,정말 오예입니다ㅠㅜㅠㅜㅜㅠ 글 너무 좋아요ㅠㅜㅠㅜ
8년 전
대표 사진
다랑
너무 좋은 날에 울지 말아요 우리! 그래도 제 글이 독자님께 조금이나마 좋은 글로 비춰진 것 같아서 기쁘네요 감사해요♡
8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아 세상에 글 읽고 잘 안우는데ㅠㅠㅠㅠ울컥했어요 석솔데이에 눈물을 뺄줄이야
8년 전
대표 사진
다랑
눈물이 나올 정도였다뇨... 너무 영광입니다 진짜로ㅠㅠ 그래도 석솔데이 너무 좋은 날에 울지 말아요 우리! 댓글 감사해요♡
8년 전
대표 사진
독자3
아ㅠㅠㅠㅜㅜㅜㅜㅠ어떡해ㅜㅜㅜㅜㅠㅠ 진짜 눈물나요.. ㅜㅜㅜㅜㅠㅠㅜㅜㅠ 잘읽고갑니다 ㅜㅜㅜ❤
8년 전
대표 사진
다랑
아직 부족한데가 많은걸요...!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안심이네요 글쓴이 입장으로서 재미없는 글이 될까봐 마음졸였었는데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8년 전
대표 사진
독자4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흐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눈물이ㅠㅜㅜㅜㅜㅜㅜ잘읽었습니다ㅠㅠㅠㅠ ㅜㅜㅜㅠㅠ
8년 전
대표 사진
다랑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독자님 눈에 좋은 글로 비춰졌으면 좋겠네요!♡
8년 전
대표 사진
독자5
어휴ㅠㅠㅠㅠㅠ눈물이 다 나네요ㅠㅠㅠ 잘 읽었습니다!!
8년 전
대표 사진
다랑
감사해요! 잘 읽어주셨다니 기뻐요♡
8년 전
대표 사진
독자6
아...새벽에 많이 울었네요..ㅠㅠㅠ
8년 전
대표 사진
다랑
울지 마요 오늘 석솔데이 좋은 날인데ㅠㅠ..! 그래도 아직 부족한 글 좋게 봐줘서 너무 고마워요♡
8년 전
대표 사진
독자7
아 감성 폭팔한 해지고 난 뒤도 아닌데 주제만으로도 너무 슬프고 마음이 아리네요...
어제인가...? 언젠간 대상 탔을 때, 다음해 데뷔일에 보내는 글에 댓글ㅇ을 쓸 때도 생각했었지만
애들이 건강했으몀 좋겠다는 생각이 이 글을 보니 정말 더욱 간절해지는 것 같아요

8년 전
대표 사진
다랑
세븐틴 정말로 대상 탈 때까지 그 이후에도 평생 아픈 데 없이 건강했으면 하는 바램이에요ㅠㅠ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니 글쓴이로서 너무 기쁘네요 감사합니다:)♡
8년 전
대표 사진
독자8
울리려고 쓰신 글인가요.. 그렇다면 성공이네요..ㅎ주제도 슬픈 내용인데 거기에 첫1위랑 신인상받고 막 그랬을 때 상상되면서 진짜 심지어 그걸 여주 입장에서 본다고 생각하니까 와 이건 안 슬플 수가 없잖아요..이 글 읽고 애들이 건강하게 오랫동안 옆에 남아있는 게 가장 큰 행복일거란 생각이 드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ㅎㅅㅎ
8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민윤기] 5년 째, 내가 좋아하는 거 알면서도 무덤덤한 민윤기 241
01.06 23:30 l 달달한귤
기타 [화랑] 제멋대로 화랑 다시쓰기 002
01.06 23:18 l 랑도
세븐틴 [세븐틴/권순영] 반인반수 닭=대환장파티 0093
01.06 22:30 l 세봉이네 하숙집
세븐틴 [세븐틴] 연애 서큘레이션! C25
01.06 21:12 l 연서큘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전정국] K고 특기생 019
01.06 19:18 l 젠설
세븐틴 [세븐틴/최승철] 10살차이 나는 승철쌤과 연애하는 썰♥ # 2 (체육대회 1)1
01.06 19:09 l 승철쌤
세븐틴 [세븐틴] 괴물들과의 기막힌 동거 10140
01.06 18:43 l 소세지빵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민윤기] 방탄의 슈가가 제 애인인데요.048
01.06 18:25 l 드리유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경성 비밀결사대 0260
01.06 17:31 l 스페스
세븐틴 [세븐틴] 욕쟁이 남사친들과의 근본없는 대화 1721721721721721721721721721721..32
01.06 17:11 l 소세지빵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전정국] 조선뱀파이어 전정국 X 정국의 먹잇감 너탄 03105
01.06 16:48 l 궁뎅아야해
엑소 [EXO/홍일점] 에리가 엑소 홍일점이자 막둥이인썰#41 (연말 특집)10
01.06 16:02 l 샐민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전정국] 너탄X세자 전정국 조각 656
01.06 15:57 l 침벌레
빅스 [VIXX] 111호 고양이와 444호 또라이 0413
01.06 06:47 l 드보라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김석진] 라퓨타, 천공의 성 096
01.06 05:42 l shipl..
엑소 [EXO/징어] 징어라는 이름 10
01.06 04:55 l 스노우볼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박지민] 모태솔로 박지민0210
01.06 03:37 l 지민이눈이침침해
엔시티 [NCT] 너심이 엔시티 홍일점인 썰 09119
01.06 03:36 l 누나행세
세븐틴 [세븐틴/이석민] 학창시절 첫사랑 썰20
01.06 03:15 l rappe..
세븐틴 [세븐틴/권순영] 신경외과 VS 소아과_19174
01.06 03:14 l 아리아
세븐틴 [세븐틴/권순영] 배틀 연애 아니고 배틀 썸 3°13
01.06 02:51 l 수농
세븐틴 [세븐틴/권순영/이석민] 그 해 여름 2, 청춘의 끝 (Love Sick) 제 13화18
01.06 02:04 l 블루밍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정호석] 내가쓰는 호석이의 일기 0113
01.06 01:51 l 삼기
엔시티 [NCT/재현] NCT 정재현 X SM 직원 된 너 심 464
01.06 01:16 l 소방차127
빅스 [VIXX/형제물] 여섯 황자 이야기 113
01.06 01:11 l 잡쇼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민윤기/???] Oh My, Trash ! 015
01.06 00:38 l 리블
세븐틴 [세븐틴/권순영] 빌어먹을 로맨스 W215
01.06 00:14 l 권호랭이


처음이전526527528529530다음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
18: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