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그리고 : A
눈이 안 보인다고 그랬다
그게 내가 들은 너에 대한 첫 이야기였다
그다음에 들은 이야기는 네가 잘나가는 아이돌이었다고.
10년전이랬던가
30살의 너와 20살의 나
너와 나의 나이차이만큼
길디 긴 그 세월에 네 과거는 너무나 와닿지 않는다.
그리 잘났다던 넌
지금은 이런 조그만 시골 요양원에서 왜 이러고 있는걸까
인터넷에 네 이름을 치면 내가 겪지 못한 네 이야기가 가득하다.
권순영,
권순영.
흔하지 않은 참 예쁜이름이다
네 과거의 성격은 어땠는지 모르겠으나
지금 성격은 네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의 첫만남부터 그 후 모두 다
넌 너무나 시렸으니
넌 하루의 반 이상을
날 포함한 모든 이들의 말을 무시 했다.
넌 매일 허공을 바라봤다
분명 눈이 안보인다 했는데 무엇을 보는걸까, 하고 네 옆에서 바라본 하늘은 그냥 파랗기만 할 뿐이었다.
저녁이 다가 올 수록 하늘은 어둠으로 뒤덮였고.
그냥,
단지 하늘이었다.
하지만 넌 마치 햇살과 달빛을 눈으로 바라보는 듯이
무언가가 보이는 것 마냥 긴 시간을 내내 허공을 바라보았다.
"왜 저렇게 된거래요...?"
"그러게, 사고가 있었다던데...
아마 멤버 중 몇명은 즉사한걸로... "
인터넷에 떠돌던 이야기와 다르게
네 소문은 더욱 끔찍하고 잔인했다
사라진 아이돌,
7년 전 쓰인 기사에 걸린 네 그룹의 타이틀이었다
넌 사고따윈 겪지않은 사람인냥 단단하고 강해보였다
마치 눈따윈 애초에 보이지 않는 사람마냥
아프지도, 괴롭지도, 아무렇지 않아보였다
예쁜 냇물이 흐르고 바람조차 예쁜 이 곳에
늘 시리기만 한 넌
정말 이질적이었다
그렇게 한달 쯤 지났나
그 시간 내내 너와 제대로 된 대화 한마디 못 나눴다
봉사 후 쉬는시간 남들은 잘 가지않는, 아마도 나만 종종 찾을 오솔길을 따라 걸었다.
냇가에 다다를 무렵,
돌 다리 가운데 흠뻑 젖은 네가 주저앉아있었다.
"...저, 아저씨"
요양원에서 오기 힘든 곳인데
눈도 안보이는 사람이 대체 여긴 어떻게 온건지
평소엔 잘만 걸어다니던 네가 왜 온몸이 진흙 투성이인지
온갖 의문을 안고 널 도와주려 손을 뻗자,
"만지지마"
탁 쳐내버리는 네 손길이다
늘 내쳐지는 건 익숙했지만 기분나쁜건 여전하다
널 두고 가던 길을 갈 수도,
그렇다고 도와 줄 수도 없는 상황에
나도 돌다리 한 가운데 주저 앉아 버렸다.
내 쪽으로 슬쩍 보더니
내 눈을 또렷히 마주한다
분명 텅빈 눈인데
넌 내가 보이는 듯하다
그리고 웃긴 건
눈빛이 따뜻해보인다
분명 너무나 차가운 너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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