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때와 같이 학교를 갔다 집으로 왔다. 우리가 있어야 할.
평범하게 문을 열었다. 문을 열면 보여야 할 사람이 없다. 한 사람의 빈자리가 생각보다 크다. 그 사람이 없다고 집안이 추웠다. 보일러껐나. 괜시리 확인했다.
쓸데없이 넓직해서 좋았던 거실에 그 사람, 그녀가 없다고 괜시리 싫어진다. 그냥 전부다 괜시리 심통이 난다. 언제와요 혼자 밥먹으면 빨리 늙어
이런 하루가 3일쯤 됬나. 주말이 됐다. 집에 있으니 할일이 없어졌다. 원래는 이여주랑 게임이나 하고 놀텐데. 그녀가 없으니 할게 없다. 그러고 보니 이 집에서 반년 조금 넘었나? 그 쯤되도록 한 번도 안보고 안들어간데가 있었다. 정확히는 못보고 못들어갔다. 아직도 거실 벽에 붙어있는 계약서(?)때문에 왜인지 그녀 방에는 들어갈 수 가없었다.
근데 계약은 원래 두사람이 타협보는건데, 지금은 나 혼자니 저 계약은 쓸모가 없다. 둘이 있을때 했던 약속이니. 설레는 맘으로 그녀의 방문앞에서 섰다.
울산에 온지 하루밖에 안지났는데 벌써 할게 없다. 그냥 빨리 일 터져서 마무리하고 집에 가고싶은데..
어제 울산이 고향인 후배랑 하루종일 돌아다녀서 혼자 나가고 싶지도 않았다. 후배는 지금 고향이라고 집에 들른다고 가버려서 없다...
멍하니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하얀색인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괜히 천장은 왜 또 하얘서 널 생각나게 한다. 하얀 교복 와이셔츠만큼이나 잘 어울리는게 있을까 생각하게 만들었던 중학생이 생각난다. 이대로 있다간 보내는 시간이 허무할거 같아 선배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음이 얼마가지 않아 끊겼다.
"여보세요"
"어 왜"
"음.. 안바쁜가봐?"
"아니 바빠, 심심해서 전화한거지? 끊는다"
와 정말 끊었다. 세상에나 선배에게 상처받은 마음을 부여잡고 나갈 준비를 했다.내가 한가한줄 아는데 별로 안한가하거든? 나 노느라 바뻐 우지호.
이렇게 선배랑 노닥거리며 3일 쯤 지났다. 아니 밍할놈들이 건달새끼면 건달답게 화끈하게 일 좀 저지르지 왜 이렇게 밍기적거리지??
참을 수 없는 답답함에 심심하단 이유로 불려져 내방에 있던 후배에게 물었다.
"사랑스러운 나의 후배야"
"예 선배님"
"왜 이렇게 밍기적거릴까"
"그러게 말입니다. 상대편 성격보면 이미 일치르고 남았을텐데요"
"다른 걸 노리는 걸까"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아직까지 움직임이 없는걸 보면 저희는 아닌거 같네요"
"글쎄 그럼 뭘까 일이 꼬이면 나타날만한 사람.... 야 차 대기시켜"
"예? 누구 잡ㅎ.."
"시발 내말 끊는건 현수로도 충분해 빨리 차 대기시켜!!!"
활동범위가 넓고 일이 꼬이면 올만한 사람들 중 나는 아니고 지호선배다. 3일 안에 온다던 그가 일이 생겨서 이제 내려온다고 오늘 새벽에 연락을 받았다. 그렇다면 말이 된다. 평소 생각없이 행동하는걸로 유명한 놈들이 왜 안움직이는지. 선배가 쉽게 당할 사람은 아니다. 그러니 이 더러운 바닥에서 여기까지 올라왔지. 그런데도 불안한 이유가 생각없이 행동하는데 그 조직이 왜 아직까지 존재하냐고 물으면 결단력만큼이나 실적이 좋다. 말그대로 한다면 하는 놈들이다. 없는 잘못도 만들어서, 잘못없는 놈도 잘못하게 만들어서 기어이 자기네 마음에 들도록 만드는 실력있지만 머리에 든게 없는 놈들. 겉옷을 챙겨입으면서 선배에게 전화를 했다. 바로 받는 전화에 불안하게 뛰던 심장이 조금은 차분해진다.
"선베 어디야? 다 온거 아니지?"
"새끼 급하긴 거의 다 왔어"
"뭐? 아니 왜?! 됐고 어딘데"
"아니 언제는 빨리 오라며!"
"아니 시발 어디냐고!! 대답이나해!!"
"시발 말하면 아냐? 여기 간절곳관강휴게소라는데! 왜 욕하고 지랄인데!!"
"거기 딱 기다려. 가만히 있어 화장실 가지 말고 그냥 차안에 있어"
급하게 끊었다. 귓가에서 내린 전화기로 선배가 뭐라 하는 말이 들렸지만 그딴거 설명하면 늦을수도 있다. 밖으로 나가 후배가 준비한 차에 올라탔다.
"야 간절곳관강휴게소로 빨리 밟아"
미약한 의구심이지만 사실이 아닐수도 있지만 소중했다. 내가 16살 때 집에서 나온 후로 쭉 같이 있고 친절하게 대해주고 서로 욕도 해주고 걱정도 해줬다. 시간이 지나고 위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심해졌다. 까딱하면 죽었다. 이게 일상이였다. 약하면 죽는게 당연한 곳이였으니까 그럼에도 날 챙겨줬다. 아직도 잊지못한다. 처음으로 식탁위에나 격식차리며 올라갈 고기처럼 칼이 꽂히던 날. 그 새끼도 사람 처음 찌르는지 깊게 박히진 않았지만 상상못할 살을 가르는 고통에 선배 바로 앞에서 쓰러졌다. 다른 놈들이였으면 그냥 놔두고 갈 것을 선배는 날 데리고 와주었다. 그런 선배가, 내가 있는데 다치는 꼴 못본다. 왜 그 놈들이 선배를 노리는지 몰라도 안된다. 다치면 안된다.
"다왔습니다."
그냥 선배가 다치면 안된다는거 하나만 생각하고 와서 그런가. 그날따라 조심성이 없었다. 다왔다는 후배의 말에 망설임없이 내려서 선배를 찾았다. 새벽이라 사람이 별로 없었고 불이 켜져있던 가게도 없던 휴게쇼에 몇몇안되는 차들 앞을 지나갔다. 거기서부터 의심했어야 했는데. 왜 새벽인데, 가게도 다 불이 꺼져있었는데 왜 차들이 한 대도 아니고 여러대나 있었을까.
아무도 없는 듯한 느낌에 고개를 돌려 마주편에 있는 차를 봤다. 거기서 선배가 내리는게 보였다. 어린아이가 부모님이 사준 노란색 풍선을 놓쳐버린듯, 백화점에서 장남감을 보다 부모를 잃어버린듯, 놀이터에서 놀다가 넘어졌는데 막상 고개를 돌리니 아프다고 위로해달라고 괜찮다고 해줄 사람이 없는듯. 무섭고 불안한 마음이 선배를 보자 우는 아이에게 괜찮다고 엄마, 아빠. 여기있다고 해주듯 마음이 탁 풀려버렸다. 안도되는 마음에 모든것이 천천히 흘러가는것 같았다. 선배가 차에서 내리는 것부터 나를 보고 인상을 찡그리며 소리치는 것까지. 아까 욕했다고 화를 내나 싶었는데 나한테 뛰어온다. 차에서 기다리고 있던 후배까지 나한테 뛰어온다. 뭐라 소리치는데 잘 안들려.
"뒤!!"
"뒤요!!"
ㄷ...디..뒤? 감아노은 테이프를 갑자기 풀어버린듯 느리게 흘러가던 시간이 선배의 목소리가 들림으로써 갑자기 빠르게 흐른다. 뒤를 돌아볼려고하자 내 목을 팔로 감더니 내 등을 무언가로 찍었다. 아니 갈랐나. 처음에는 차가운 것이 닿더니 순간적으로 아픔이 몰려왔다. 상체를 틀어 녀석을 확인하려하자 등에 꽂힌 것이 틀어졌다. 아프다. 꼼짝을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앞이 흐려진다. 시간이 다시 느리게 흐른다. 선배앞에서 두번째네요. 선배 그런 표정 두번째야. 별로 안보고싶었는데 선배가 눈 앞에 있는거 같은데 잘 안보인다. 아 우리집에 있는 중딩 어떡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