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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만나느라, 궐에 가는 것도 소홀히 하였다. 사람을 잘 찾는다며 종종 나를 찾곤 했던 왕실인데, 며칠 째 안 가고 있었다. 너 때문에. 너를 보려고.
네가 내 일보다 훨씬 중요했고, 너에 대한 내 마음은 깊어져만 갔다. 너를 내 나름대로 혼자 마음 놓고 편히 좋아할 수 있었다. 물론 네게 내 첫 정인이 너라는 것을 말하기 전까지는.
며칠간 안 보이다 갑자기 나타나서 한 말인데. 그래 너는 당황스러웠겠지. 뒤를 돌아 아무말 없이 간 걸 보면. 왜 하필이면 나는 재간택 전날 말을 했을까.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더 늦어버렸다면, 여기서 조금이라도 더 늦었다면 너와의 심적인 관계는 개선됐겠지만, 넌 내 마음을 모르고 간택에 가서 열심히 질문에 대답했을 테니까.
차라리 네가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워서 간택을 망쳐주길 바랐다. 하늘이 내게 널 주셨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내가 뺏어간 것이라 칭한 보라색 담요가 다시 제 주인을 찾으니 예뻤다. 이럴 줄 알았으면 떼를 써서라도 네게 더 일찍 줄 걸. 하며 후회했다.
그렇게 너는 간택에 갔다. 나와 같은 마음을 가졌는지 모를 네가. 너를 돌려보낼 수는 있어도 정작 정말 필요한 네 마음을 읽지도 못 하는 내가
원망스러웠다.
*
이틀 동안 너를 피해다녔다. 일부러 피했다. 간택을 마치고 온 너를 웃는 얼굴로 대해줄 수가 없었다. 너도 내가 불편하지 않을까. 어쩌면 이 관계가 개선되지 않고 더 나빠 졌을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이젠 네게 말 붙이기 조차 힘드니. 내 생각이 짧았다. 차라리 끝까지 내 마음을 숨기고 네 곁에 있었다면 너는 그대로 내 곁에 남아 있었을까.
한동안 안 갔던 궐에 갔다. 바쁠 때는 하루에도 몇 번이고 왔다갔다 한 곳인데. 며칠 안 왔다고 어색했다. 편할 리가 없는 곳이었다.
네가 왔다던 경복궁. 그 곳과 내부가 똑같은 궁이다. 이런 곳에서 네가 왔다니 나는 감사해야 하는 걸까.
강녕전에 들어서면, 그가 날 기다리고 있다. 이곳에서 유일하게 내가 그의 벗이 된다. 그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가끔 그가 찾는 사람도 찾아 준다. 그 덕에, 미움받지 않고 잘 살아갈 수 있는건가. 그는 이 곳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보낸다. 어찌 보면 참 안타깝기도 한
"목이 빠져라 기다렸는데. 늦게도 옵니다."
국왕.
며칠 새에 재미있는 일들이 참 많았다며 말을 해 준다. 별로 알고 싶지 않는 정치판 이야기도 그의 입에서 들으면 쏠쏠하다. 왕의 입장은 이런 거구나 하며. 그는 생각보다 큰 왕권을 거머쥐고 있었다. 이후에도 길이길이 기억 될.
"사람 한 명만 찾아줘요."
"말씀하세요."
"찾아서, 찾아서 내 비로 맞을 것입니다."
그는 내게 오랜만의 부탁을 했다. 꼭 찾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서. 처음에 이야기만 들었을 때는, 속으로 웃었다. 첫눈에 마음을 품는다는 게 국왕에게도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구나. 하면서.
"그래서 칼이 그 여종의 목에 들어갔는데, 어찌 한 줄 아시오?"
"어찌 했는데요?"
"그 칼을 자신의 목에 딱 하고 갖다 댔습니다."
허 무슨 그런 여자애가 다 있대. 국왕의 이야기는 최근 들은 것 중에 제일 흥미로웠다. 냇가에서 만난 한 여인의 이야기. 제 몸종을 끔직히 아끼는 것 같았다. 아마 너처럼. 국왕은 그녀가 좋다고 했다. 현명하다나. 그런 무례한 짓을 하는 사람이, 국왕의 눈에는 신분을 중요시 않고 사람을 아끼는 사람으로 보여, 마음에 들었나 보다.
국왕에게 어떻게 생겼는지 말해 달라 하였다. 그리고 미소를 머금고 말하는 그의 입에서는
너와 비슷한 이목구비를 설명하는 말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나는, 아니겠지 하며 넘겼다. 결국 내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아 표정을 굳힌 채 몸이 좋지 않아서 먼저 일어나겠다는 말을 하고는.
*
궁에서 문을 여는 순간부터 쏟아진 비를, 맞고갈 수 없어서 궁에서 준 우산을 폈다. 문득 네가 보고싶었다. 그래서 저잣거리에 잠시 머물러 있었다. 뭔가 이 저잣거리를 지나 내 집으로 가면 바로 옆집인 네가 생각날 것 같아서. 그 생각을 조금 더 미루고 싶어서였다.
그 때였다. 잠시 너를 보았다. 저잣거리 끝에 위치해 있는 정자에 네가 있었다. 아, 너를 잠시라도 잊으려 했는데 참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괜히 비가 오는데 나온 너를, 눈이 마주쳐버린 너를 탓하며 고개를 돌렸다.
"이동혁!!!!"
네 목소리를 몇 년동안 들어본 내 귀가 이상해진 게 아니라면, 지금 내 이름을 부르는 이 소리는 네 음성일 것이다. 뒤를 돌았다. 비를 다 맞으며 뛰어온 덕에 다 젖어버린 네가 내 시야에 가득 찼다. 넌 내 우산 그늘 안으로 들어왔다. 이렇게 가까이만 있어도 심장이 가만히 있지를 않는데, 그 날 나는 네게 무슨 생각으로 ..
"나도."
".."
"나도 너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복에 겨워 미칠 것 같다. 라는 말을 이 때 사용하면 되는건가 싶었다. 말을 하고 싶은데, 불안해 하는 네 눈을 보면 또 자연스레 입이 다물어졌다. 너무 좋아서. 그냥 네가 좋아서. 그 이유로.
"왜 비 맞고 있냐. 추운데."
".."
"걱정 되잖아."
겨우 내뱉은 말이 이거였다. 왜 비를 맞고 있냐고. 물론 이 말도 진심이었다. 내 장갑을 서툴게 낀 너에게 느끼는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무작정 고맙다 할 수도, 애정한다 할 수도 없었다. 네게 부담을 주기 싫었다.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애써 웃지 않으려 했다. 내 마음을 다 들켜 버릴까봐. 그럼 혹여나도 네가 날 피할까봐. 두려웠다.
"내일 보자 성이름."
그렇게 말하고, 너에게 우산을 쥐어준 후 뒤돌아서 집으로 향했다. 내 어깨에 내려앉은 빗방울이 하나도 차지 않았다. 사실 아무것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저 방금 겪은 일이 꿈이 아닌가. 이것만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네게 우산을 쥐어주고 온 후, 비를 맞고 오느라 심하게 앓았다. 하지만 괜찮았다. 내가 아닌 네가 앓는 것보다야 나았다. 내일 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제일 강한 약을 처방받고 누웠다. 무조건 나가야만 했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하늘이 내게 너를 주셨다고.
*
너와 함께 꽃놀이를 갔다. 세상 제일 행복했다. 아무런 것을 하지 않고 그저 둘이 길만 걸어도 행복했다.
"ㅇ..안녕. 잘 잤냐."
정말 내가 정신이 빠졌나 생각도 했다. 일어나자 마자, 면경을 보며 널 보고 어떻게 인사해야 할 지 몰라서 연습을 했던 내 모습을 떠올리면
"..아.. 씨."
내가 생각해도 황당했다. 사람이 이렇게 변하는구나 싶었다. 너 하나 때문에. 내가 이런 행동을 혼자 하다니, 내 방에 아무도 없었던 것이 참 다행이라 생각했다. 비록 아침에 널 만났을 때는, 퉁명스러운 말만 내뱉었지만.
민들레 씨가 흩날리는 길을 걸었다. 하얗게 도배된 거리가 예뻤다. 중간중간 핀 다른 꽃들마저 예뻤다. 물론 그 중 네가 제일 예뻤다.
"아! 여기."
"어?"
"나 여기 어영이랑 와 봤어!"
"아 뭐야 와 본 곳이야? 안 온 줄 알고 데려왔는데."
그 때였다. 네 입에서 말이 흘러나았고, 그 덕에 널 보니 냇가를 가리키며 말하고 있었다. 나는 아쉬웠다. 내가. 내가 조금만 더 일찍 너를 데려올 걸. 그래도 다른 사람이 아닌 어영이와 왔다는 말에 마음을 놓았다. 어렸을 때부터 어영이를 잘 데리고 다녔던 너였으니.
"저번에 저기 냇가에 빠졌는데, 실수로 다른 사람이랑 같이 빠졌어."
"..어?"
"여기 사람들 다 그래? 내가 밀어서 빠졌는데, 어떤 사람이 칼을 빼서 괜한 어영이 목에 두길래."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설마 아니겠지 했는데. 일단 확실치 않으니. 네 질문에 먼저 답부터 했다. 이곳은 네가 잘못을 해도 노비가 벌을 받는다고. 네 표정이 불만이 드러났다.
"그래서,"
"그 칼을 네 목에 가져다 댔어?"
나의 말에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는 어떻게 알았냐며 내게 물어오는 네가 밉다. 아니라고 거짓말이라도 해 줬으면 좋겠다 싶었다. 눈 앞이 캄캄해졌다. 어떻게 알았냐는 네 질문에는 그저 그럴 것 같아서 하며 둘러댔다.
국왕이 너와 비슷한 이목구비를 말할 때부터 혹시나 했는데. 혹시나 했던 사실이 역시나가 되어버리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나의 예상에 감탄하며 좋아해야 하나 싶었다. 얼굴에 티를 내지 않으려 했지만, 그게 맘처럼 쉽게 되지 않았다. 자꾸만 어두워지는 얼굴에 네가 나를 쳐다보는 게 느껴진다.
그리고 한순간이었다. 네가 내 손을 잡은 건. 놓을까? 하는 네가 또 좋아서,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다른 쪽 손을 내밀었다. 이 손을 끝까지 잡고 있기를 바라면서. 제발 네가 날 두고 궁에 가지 않기를 바라면서. 만약 네가 정말 국왕의 비가 된다면,
나는, 나는 너를 어떻게 봐야 하나.
네 손을 잡고 웃고 있는 나의 타들어가는 속을, 너는 알까.
*
너를 두고 궁에 갈 일이 생겼다. 자꾸만 전날 입맞춤을 한 사실이 잊혀지지 않아서 너를 마음으로 떼어내고 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일부러 가기 전에도 만났다. 끝까지 너를 보고 싶어서. 나는 이틀동안 갔다 오면서도 너를 이렇게 두고 가기 힘든데. 정말 다 국왕의 뜻대로 된다면 너는 나를 두고 궁을 갈 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에 오니, 강녕전에 역시나 그가 있었다. 그리고 그의 말은
최악이었다.
애써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척, 국왕의 입에서 나오는 저 여인이, 내가 아는 네가 아닌 척 하며 들었다. 그 여인이 누군지 찾았다며, 성대감네 여식이고 그리해서 자신의 권력으로 혼인을 시킬 것이라 하였다. 몇년 간 믿어왔던, 그가 싫었다.
국왕보다 낮은 위치에 있는 내가 그리고 그 권력에 어쩔 수 없이 따라올 네가. 결국 국왕의 비가 될 네가. 이 모든 상황이 원망스러웠다.
일부러, 일부러 모르는 척 했는데. 국왕이 찾는 사람이 너라는 것을 알고도 전갈을 보내지 않았는데.
국왕은 너를 기어이 찾았고,
하늘은 내게서 너를 다시 앗아갔다.
*
국왕에게서 다 들었다. 오늘 낮, 네가 찾아왔다고. 와서는 부당한 간택을 취하해 달라 했다고. 널 만난 후의 국왕은 바로 나를 만났다. 덕분에 누구보다도 네 이야기를 네 입이 아닌 국왕의 입에서 들을 수 있었다. 하루 빨리 네 옆에 가서 너를 안고, 힘들었다며 어리광이라고 피우고 싶었다. 지금 내가 하는 것이, 특히나 하면 안 되는 대상인 국왕에게 하는 투기지만 그렇게라도 해서 네가 날 안아주길 바랐다.
집에 갔을 때는 네가 없었다. 네게 무담이 될까 신경쓰지 않고 애써 잠을 자려 했다. 걱정도 됐다. 지금 이 시간에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는지. 꾹 누르고 있었다. 지금 당장 버선발이라도 뛰쳐 나가서 너의 행방을 찾을까 하는 생각을. 꾹 눌렀다.
그런데, 지금. 내 방 문을 열고 들어온 너. 일곱 살 때와 같이 벌컥 열고 들어온 너. 그리고 내 손에 무언가를 쥐어 주고는 내 이부자리에 누워서 자는 너를 보니 마음이 놓였다. 지금이라도 집에 들어와서, 그리고 네 하루의 끝에 본 얼굴이 나여서. 그게 좋았다.
열어 보니 붉은 색의 도포였다. 내가 없는 동안에도 내 생각을 해서 이걸 사온 네가 사랑스러웠다.
"..어떡하냐 진짜."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얼굴로 자고 있는 너를. 점점 좋아만 지는 너를. 어떡하냐.
앞으로 널 궁에 보낼 생각을 하니, 오던 잠도 다 달아나겠다 생각했다. 애초에, 정말 애초에 이렇게 될 것이었다면.
상관없었다. 너의 삶의 방향은 나의 손에 달려 있었으니.
네가 조금이라도 힘들어 한다면,
나만 기억한다고 해도. 네가 저 쪽 세상에서 나를 기억할 지 확실하지 않다고 해도
! 작가의 말 ! |
오늘 분량 많이 쓴다고 썼는데 어떠신가요! 만족하시나요? T^T 만족하셨음 좋겠습니댯.. 오늘이 동혁편 끝이네요! 완전히 끝은 아니고, 당분간은 정상연재를 해야겠죠,,? 다음 화는 14화로 돌아올게요! 요즘 날씨 추운데 감기 조심 꼭 하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w' ! 항상 행복한 하루 되세요! 그리고 저 댓글 하나하나 다 읽어보는데, 항상 예쁜 말씀들 감사드려요 ㅠㅠㅠㅠ.. 덕분에 글 씁니다... 앗, 그리고 현재 암호닉 신청은 받지 않고 있습니다 T^T 정말 암호닉 신청만 하시고 나중에 텍파만 받아가시는 분들이 많을것 같아서 2차 암호닉 신청 기간 때도 1차와 동일한 방법으로 실행될 것 같아요! 물론 메일링 제가 한다면, 엄격한 방법.,.? 으로 드릴 거에요 '0'! ♥ 오늘도 많이 부족한 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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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분량 많이 쓴다고 썼는데 어떠신가요! 만족하시나요? T^T 만족하셨음 좋겠습니댯.. 오늘이 동혁편 끝이네요! 완전히 끝은 아니고, 당분간은 정상연재를 해야겠죠,,? 다음 화는 14화로 돌아올게요! 요즘 날씨 추운데 감기 조심 꼭 하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w' ! 항상 행복한 하루 되세요! 그리고 저 댓글 하나하나 다 읽어보는데, 항상 예쁜 말씀들 감사드려요 ㅠㅠㅠㅠ.. 덕분에 글 씁니다...
앗, 그리고 현재 암호닉 신청은 받지 않고 있습니다 T^T 정말 암호닉 신청만 하시고 나중에 텍파만 받아가시는 분들이 많을것 같아서 2차 암호닉 신청 기간 때도 1차와 동일한 방법으로 실행될 것 같아요! 물론 메일링 제가 한다면, 엄격한 방법.,.? 으로 드릴 거에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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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호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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