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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입술이 저기 닿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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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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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태형이 손이 조용히 제 입술로 올라갔다.
충격에 눈은 초점을 잃은 듯, 연신 깜빡거리기만 했다.
"괜,괜찮으십니까?"
물론, 내 말도 들릴 리 없지.
태형이는 조용히 무릎까지 끌어앉고 말수를 확 줄이기 시작했다.
아무렴, 제 동생과 똑같이 생긴 형이 와서 입을 맞췄는데.
-
미래 대학 리포트.
-타임머신을 타고 자신의 전생을 찾아, 일주일간 그의 생활방식을 기록 및 사진 첨부하여 과제로 제출한다.
-역사를 바꾸거나 악용하는 일이 없도록 전생의 자신과는 250m 이내로 붙어 있을 것. 그 이상 떨어질 경우 학점은 F.
-일주일이 지나면 과거에 머물렀던 자신의 기록은 전부 지우고 돌아올 것.
-과거의 전생인 외에 꼭 필요한 사람이 아니면 절대로 자신이 미래에서 왔음을 알리지 말 것.
-최대한 많은 공부를 해서 미래의 정보가 들키지 않도록 과거 사람인 양 행동할 것.
(후생 정국이에게는 별이 붙어 있습니다.)
"급해서 비상으로 누른 건데 등장을 그렇게 하면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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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나는, 자기가 딱 봐도 이걸로 비상 누를 거 같아서, 대기하고 있었지."
"근데 반지를 자기가 아닌 사람이 들고 있을 줄은 몰랐어..."
아깝다는 표정 짓지 마.
지금 네가 그런 표정을 지을 때가 아니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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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기라고 부르는, 구나..."
아, 소개를 해야지.
급한대로 남편이 건네준 가방을 받고는 어색하게 웃었다.
이쪽을 바라보는 모두의 눈빛이, 내가 처음 등장했을 때와 똑같아서 조금 무섭기도 했다.
"그러니까, 이쪽이 영상에서 보셨던 제 남편, 전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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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
"...후생의 남편입니다."
어지간히 똑같이 생겨서였을까,
전생의 정국이는 내 남편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어색하게 인사를 건넸다.
정국이의 인사를 시작으로 모든 멤버들과도 인사를 나눴는데,
입을 맞췄던 태형이만 고개를 까딱일 뿐, 별 말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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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그러니까, 정국이... 형이라고 불러야 하는 거네요 저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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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게 부르기 싫게 생기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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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가시죠. 형이라고 불러 보세요 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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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네가 좋아해?"
그러게, 왜 네가 좋아하냐.
남편은 그제서 전생의 정국이가 막내였다는 걸 기억해 내고는 그거 되게 서러웠겠다며
곧잘 멤버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미쳤지, 남은 지금 혹시라도 잘못해서 미래 정보가 새어나갈까 봐 말투도 조심하고 있는데.
괜히 비상 버튼을 누른 건가 싶어 씻지도 못한 채 속으로 후회만 삼키는 중에,
남편이 자연스레 내 허리를 감싸며 다정하게 물었다.
너무 일상적이라 욕이 절로 나오려고 하네.
사람이 많은데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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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공주님, 과제는 잘 하고 있어?"
"틈틈히 사진도 찍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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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 진짜 오글거려요! 내 얼굴로 공주님이 뭐야!"
창피함은 왜 내 몫인지 모르겠다.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내 남자의 소중한 옆구리를 세게 꼬집었다.
좀 떨어져라, 이 화상아.
잠깐만.
"사진?!"
화뜰짝 놀라 남편을 바라봤다.
그래, 잊고 있었다. 사진 첨부.
나 카메라 안 가져 왔는데?
내 표정을 읽은 모양인지 남편의 표정이 빠르게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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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 없으면 거짓 기록으로 의심받는 거 알지, 자기야."
"나 카메라는 자기가 챙긴 줄 알고 안 들고 왔어. 없으면 여기서 사야돼. 나 30분 뒤에 사라지니까."
"어,어 알지. 걱정하지 마. 잘 찍어서 가져다 줄게."
망했다.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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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누나 사진 찍는 거... 본 적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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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잘 안 들려 태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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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하. 아닙니다 형. 태형이 졸리대요. 아무래도 아까 뽀뽀 충격이 너무 큰 거 같아서, 재우러 가겠습니다."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의 태형이 반응에 심장이 쿵 내려앉는 듯 싶었지만
눈치 빠른 남준이 덕에 겨우겨우 무거워진 마음을 올렸다.
카메라. 당장 사야겠다.
-
약속대로 전날 밤. 비상벨 효과로 인해 만났던 남편 전정국은 1시간이 지나자 귀신같이 사라졌다.
그게 원칙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같은 공간에 똑같이 생긴 사람이 둘이나 있다는 건
새삼 적응이 안 되는 일이긴 한 모양이었다.
그래도 뭐, 반가운 얼굴이기는 했다. 진짜 남편이었으니까.
아무튼. 나는 남준이의 조언에 따라서 오늘 오전에는
개인 스케줄이 비어있는 정국이와 호석이가 나를 따라 21세기 매장을 방문해 필요한 것들을 사기로 했다.
정국이가 스케줄이 비어 있어 정말 다행이었다.
우선적으로 가장 필요한 건 카메라였다.
신신 당부를 하며 사라진 남편 덕분에, 나는 좀 더 과제에 대한 열망을 불태워야 했다.
원래는 본인이 해야될 과제면서, 내가 이렇게까지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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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첨부하는 식이면, 아마 폴라로이드를 사는 게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
"포,폴라... 라이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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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로이드요. 누나 발음 안 되는 구나?"
"찍으면 인쇄돼서 금방 사진이 나오는 거예요. 뭘 덧붙여 쓰는 공간도 있고."
그게 아니라 잘 모르는 단어라 그렇지 인마.
"큼... 그럼 그게 좋겠네요. 그건 어디에서 팝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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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저쪽에서 본 것 같은데, 가 봐요 누나."
정국이의 손이 덥썩 나를 잡고서 이끌었다.
건물 안이 제법 큰 편이여서, 잡다한 걸 파는 모양이었는데
카메라를 보러 간다는 게 여간 신나는 일이 아닌지 정국이는 잔뜩 신나있었다.
호석이 말이, 정국이는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더라.
"여기, 여기서 판다. 이게 폴라로이드에요."
정국이가 작은 카메라 하나를 들어 내 손에 들려줬다.
작고, 귀여운 모양새를 하고 있는 카메라였는데, 역시 과거의 카메라라 그런지 무거운 감이 있었다.
색도 다양했다. 분홍색, 하늘색, 민트색 등등.
가지고 다니면서 찍기에도 부담은 없어 보였다.
"오... 호석 씨. 여기, 여기 와서 포즈 좀 취해보세요."
"어 제가요? 여기? 누나 완전 신기한가 보다."
호석이는 카메라를 신기해 하는 내가 더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며 내가 말한 위치에 섰다.
그리고는 이 쪽을 보는 듯 했으나, 곧 뒤를 돌아 개구진 포즈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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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찍어 봐요. 하나 둘 셋 김치~"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원래 저렇게 밝고 정신없이 해맑던 사람이였나.
카메라를 들어 호석이를 눈에 담았다. 찰칵하는 소리가 들리고, 위에서 종이가 스르륵 하고 올라왔다.
여기에 방금 찍은 사진이 새겨지는 건가.
정국이는 사진을 받아들더니 끝부분을 잡고 몇 번 흔들기를 반복했다.
잠시 기다리자, 사진에 조금은 불투명한 호석이가 나타났다.
"오, 이런 시스템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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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죠. 마음에 들면 이걸로 할래요?"
이 정도면, 넉넉할 정도로 멤버들의 사진을 찍을 수 있겠다 싶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계산하는 방법도, 화폐도 다르다보니 모든 결제는 정국이가 맡았는데,
그 뒷모습이 미래의 내 남편과 데이트 했을 때 모습과 차이가 없어
그만 또 웃음이 나 버렸다.
어쩌면 저렇게 똑같을 수가 있을까.
어제 봤는데도, 진짜 내 남편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21세기가 그리 낯설지만은 않게 느껴졌다.
"누나, 그건 샘플이고 이거 새 제품. 금방 쓸 거라 포장은 빼 달라고 했어요. "
"아, 감사합니다."
"싸인해주고 할인도 받았다. 잘했죠?"
정국이가 계산을 마치고 돌아와 폴라, 폴라로이드. 그래 그걸 건네줬다.
알고 보니까, 일일히 작은 종이를 카메라 안에 넣고 찍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과거의 카메라는 역시 다루기 어렵구나.
내 돈으로 산 것도 아니니까, 이왕이면 깨끗하게 잘 써야겠다 다짐하며 카메라를 받아들었다.
이제 제대로 과제를 할 수 있겠다.
나는 신나는 마음으로 숙소에 돌아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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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주문. 지금 아니면 기회 없음."
오전 개인 스케줄이 끝났는지 멤버들은 대부분 숙소에 있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하려는 듯, 석진이가 팔 소매를 걷어올리며 앞치마를 꺼내들었다.
남준이 말로, 점심을 해 먹을 거라고.
보아하니 석진이의 요리 솜씨가 좋은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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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우니까 전골 해먹자 전골~"
태형이는 어제의 기억이 사라진 듯 다시 밝은 아이로 돌아와 있었다.
아주 다행이였다. 혹시나 일 할 때도 그러면 어쩌나 싶었는데.
태형이의 말에 다들 전골이 끌렸는지, 딱 좋다며 메뉴를 통일했다.
네가 웬일로 버거킹 노래를 안 부르냐며, 감탄하는 이들도 있었다.
버,거킹? 그건 또 뭐람.
제법 평화로운 멤버들을 구경하며 소파에 앉았다.
그러고 보니 21세기의 음식을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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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로이드 샀어요?"
"억 깜짝이야!!"
눈을 감고 있길래 자는 줄 알았던 윤기가 조용히 물었다. 와 진짜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네.
뭘 놀라고 그래요. 한 번 보게 줘 봐요. 윤기가 내 쪽으로 손을 뻗었다.
너 같으면 자는 줄 알아서 들릴 리 없는 목소리가 갑자기 들렸는데 안 놀라고 베기겠니.
나는 홧김에 헛기침을 연속으로 하며 폴라로이드를 건넸다.
윤기는 오, 괜찮네. 하며 여기저기를 살피는 듯 싶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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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칵.
내 쪽을 보며 사진을 찍었다.
"ㅇ,왜 저를 찍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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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며칠 뒤면 못 볼 사람이잖아요 누나도."
"사진이라도 찍어 놓으면 기억이나 하겠지."
"...아, 그렇,습니까."
윤기가 사진을 꺼내 호, 한 번 불더니 아까의 정국이처럼 몇 번 흔들었다.
갑자기 말을 걸어서 한 번,
이쪽을 보고 셔터를 눌러서 두 번.
사진을 꺼내며 하는 윤기의 말에, 나는 세 번 가슴이 쿵쿵거리며 뛰는 게 느껴졌다.
"...제가 미래로 돌아가면, 여러분 기억에 저는 남지 못합니다."
세 번째 날, 침묵의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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