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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다 전체글ll조회 1592

 

 

 


07

 

 

 

 

 

 

 

 

 

 

 

 

 

 

 

 

 

“엄마.”

“응?”

“내 진짜 이런 말까지 하고싶지 않구마.”

“뭐가?”

“반찬이...와이라노.”

“...음?”

“...”

 

 

 

종인의 날카로운 돌직구에 밥상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무언가 단단히 심통이 난 것 같은데, 이유를 몰라 눈치만 보며 밥을 먹던 세훈도 수저를 잠시 내려놓고 종인을 바라보았다. 쟤가 왜 저런대. 반찬 꼬라지가 와 이 모양이냐꼬. 종인의 두번째 발화에, 세훈은 무언가를 보았다. 김종인 입에서 돌덩이같은게 나오더니 어머니의 머리를 댕! 하고 치는 것 같은 모션이. 종인의 어머니는 누가봐도 헛기침인 기침을 쿨럭이더니, 세훈의 밥 그릇 옆에 놓여진 물컵을 가져갔다. 세훈아, 아줌마 물 한 모금만 마실게? 아, 네 그러세... 세훈의 그러라는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어머니는 이미 물을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독재자 기질은 세훈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반찬이 어디가 어때서 그러니?”

“몰라서 묻나.”

“엄마는 잘 모르겠는데?”

“하. 오세훈이.”

“어, 어?”

“니가 한 번 말해봐라. 어떻노.”

“...나, 나야 그냥 맛있게 먹는...”

“니 솔직하게 말해라.”

“그래. 세훈아, 아줌마한테는 솔직하게 말해도 되.”

“어,그냥...”

“...”

“...”

“좀...조금 그래요.”

 

 

 

봤제. 야도 별로라 그러는거. 세훈의 대답에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은 종인은 자기 편이─세훈─ 생겼다는 것에 안도한채 본격적인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이 찌개 봐라. 내는 달력에 표시해두려다 말았다 아이가. 몇일 째고. 뒤집어써도 국물 한 방울 안 털릴 것 같구마. 찜인줄 알았다. 그리고 내만 있는 것도 아이고 야도 있는데 찌개에 김치랑 밥만 주는거 남사시럽지도 않나? 헐. 김종인. 수위조절해. 세훈이 종인에게 눈치를 주었지만, 종인은 그것도 본척 만척 잔소리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이게 뭐꼬. 엄마는 아들이 이런 말까지 하게 해야하노. 하고 싶은 말을 마친 종인은 밥상 위에 흐르는 한기를 느꼈다. 세훈은 생각했다. 오늘이 마지막...만찬? 그런건가. 내일이 오지 않을 것 처럼 살라던 어떤 시가 떠올랐다. 종인이는 내일 살지 않을건가봐... 누군가는 태풍이 오기전 바다는 가장 고요하다고 하였다. 지금이 딱 그런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이마에 손을 댄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종인의 어머니는 종인의 말이 끝났음에도 미동조차 없었다. 세훈과 종인은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어, 엄마 우나?”

“...흐...”

“와, 와 이런걸로 우노! 괘안타!”

“엄마가...한심한 어미라 미안해...”

“아이다. 내가 잘못했다. 미안타. 그, 그러니까 울지마라. 응?”

“하...미안하니?”

“응?”

“그럼...장 좀 봐 와줄래?”

 

 

 

감자 좀 쪄줄래...?

 

 

 

*

 

 

 

완벽한 겨울이었다. 옷깃을 여미우는 세훈의 손짓이 분주했다. 사실 세훈은 설레기도 했다. 학교가 아니라 김종인과 다른 곳을 가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우리 단 둘이서! 장보러 간다. 우결보면 맨날 부부들끼리 장보러 가던데 말이다. 그럼 우리도 부부인가. 허허. ─말도 안되는─생각을 하는 세훈은 추위도 잊은 듯 바보처럼 웃고 있었다. 반면, 종인은 그런 세훈을 보며 땅이 꺼지라 한숨을 쉬었다. 엄마에게 또 당했다는 마음과, 저런 애를 데리고 언제 장보고 돌아올까, 하는 걱정이었다.

 

 

 

“우리 장보러 어디가?”

“시장 가야제.”

“마트 같은거 없냐?”

“야가 무슨 대구를 깡촌으로 아내.”

“그럼 마트가면 되잖아.”

“사람이 의리가 있으면 그라믄 안되는기다.”

“무슨 의리?”

“얼라부터 시장에서 장 봤다아이가. 마트 생깄다고 거기로 가버리면 할미들은 우짜노.”

“...”

“올거면 퍼뜩 와라.”

 

 

 

앞서 걸어가는 김종인을 멍하게 쳐다봤다. 사람이 저렇게 크구나. 아...왜 저런 것도 멋있지? 멋있다. 내가 저런 사람을 좋아해요, 하고 자랑하고 싶을 정도로. 이건 김종인의 계략이다. 내 눈에 씌여있는 콩깍지를 더 두껍게 만드려는 그런 못된 계략이야. 종인을 뒤따라가는 세훈의 발걸음이 가벼웠다.

 

 

 

*

 

 

 

“할매. 내 오랜만에 왔다고 이러는기가?”  

“채소값이 금값인디 내보고 뭐 어쩌라꼬. 내는 줄만큼 준기다.”

“짜잔시러워서...내 다신 여기 안올기라.”

“누가 오랬냐? 하이고, 마...김종인 진짜, 옛날엔 그래 귀여웠는데 이젠 야도 마이 썩었다...”

 

 

 

카트 끌고 이거 살까 저거 살까 고민하는 종인을 기대했던 세훈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장보기였지만 생각보다 종인은 장을 잘 보았다. 그리고 세훈에게 있어 그런 종인을 보는 것 또한 재미였다. 깎을 때는 누구보다 냉정하게 깎고, 더 넣어달라고 할 땐 꼭 남자애들처럼 때를 쓰는데, 그런 종인의 새로운 모습에 세훈은 신기하고 행복했다. 너의 새로운 모습을 볼 때 마다 온 몸이 짜릿한 내 맘을 너가 아냐? 세훈은 하루종일 억지로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내리느라 애썼다.

종인 또한 걸을 때 마다 이것저것 물어오는 세훈을 보며 귀찮다기보단, 장 보러 처음 온 자신의 어릴 때 모습을 떠올렸다. 야, 이건 뭐야? 이건 어떻게 요리해? 이건 얼마야? 이것도 사면 안돼? 결국 이것저것 다 사보자는 세훈의 부추김에 필요이상의 지출을 해버렸다. 장 볼 땐 늘 철두철미하게, 계획적으로 소비를 해온 종인이었지만, 어쩐지 종인은 이 상황이 웃음이 나왔다. 장을 10년동안 혼자 봐왔는데, 파 한단 지 손으로 사본 적 없는 거 같은 서울놈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아니, 그냥 오세훈이랑 장 보는 것 자체가 우스웠다. 나쁜 의미가 아니라, 정말 순수한 의미에서 웃음이 나온다. 참 나. 세상 물정 모르는 서울촌놈하고 장보기 힘들어죽겠네.

와 오늘은 고기 먹는다. 고기! 옆에서 오랜만에 고기 구워먹는다고 신이 날 때로 난 오세훈을 보니 진짜, 애가 따로 없는 것 같다. 저런 놈을 데리고 장을 본 스스로가 자랑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

 

 

 

“야.”

“왜.”

“저거 먹고 가면 안돼?”

“뭐.”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돌아가는 길에, 세훈이 가리킨 곳은 정류장 근처에 자리해있는 작은 분식집이었다. 가게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허름한 주황색 천막이 드리워져있는 분식집 안에선 모락모락, 김이 나오고있었다. 종인은 저기가 어디더라, 하고 생각했지만 곧 학교 끝나고 애들이 우르르 몰려가던 곳임을 생각했다. 분식집. 떡볶이나 튀김같은 거 파는 곳 아닌가. 종인은 세훈을 쳐다보았다. 얇은 몸에 알맞게 떨어지는 핏의 깔끔한 남색 코트와, 하얀 피부는 도저히 분식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너무나 아이러니한 모습에 종인은 헛웃음이 나올뻔했다.

 

 

 

“...떡볶이?”

“어. 나 저거 진짜 좋아함.”

“니가 얼라가?”

“얼라아니어도 저런건 다 먹는거야.”

 

 

 

다짜고짜 종인에게 팔짱을 낀 세훈은 분식집을 향해 척척 걸어갔다. 저런 걸 니가 먹는다고? 야. 난 뭐 떡볶이 같은 거 안 먹고 자란 줄 알아? 그냥 좀 따라와. 세훈의 고집에 결국 종인은 세훈에 끌려 분식집 앞에 당도했다. 종인은 주황색 천막을 살짝 열고 인사를 하며 들어가는 세훈을 보며, 조금 웃기다고 생각했다. 저 얼굴로 떡볶이? 아무리 생각해도 안 어울린다. 종인이 어떤 생각을 하던 말던 세훈은 그저 싱글벙글 웃으며 자리에 앉을뿐이었다.

지금 장사하시죠? 당연하제. 그나저나 학생은 서울사람인갑네. 네, 저 서울에서 왔어요. 어쩐지, 태가 다르다했다아이가. 에이. 그런게 어딨어요. 허허. 주문 해야제? 아, 잠시만요.

 

 

 

“음, 떡볶이랑 튀김이랑... 야 너 순대 먹냐?”

“내 그거 못 먹는다.”

“아줌마 순대도 주세요.”

“야! 못 먹는다고 안하나!”

“남자가 순대도 못 먹어서 어쩔려고. 내가 먹여줄테니 걱정마.”

 

 

 

막무가내로 순대까지 시킨 세훈은 도대체 뭐가 당당한건지, 자기만 믿으라며 가슴을 팡팡하고 쳤다. 음식도 안 나왔는데 벌써부터 포크를 들고 설치는 세훈을 보는 종인은 그냥 체념하는 것이 답임을 깨달았다.

종인은 생각보다 비위가 약했다. 그렇다고 딱히 못 먹는 음식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돼지 창자속에 면발을 쑤셔넣은 그, 요상한 생김새가 도저히 식욕이 안 드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오세훈을 따돌리고, 순대를 안 먹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찰나에 떡볶이, 튀김, 순대가 차례로 나왔다. 와, 쩐다. 서울에선 이걸 떡튀순이라고함. 너희들도 그렇게 부르냐? 암튼 빨리 먹어. 어쩌다가 포크를 들고 먹긴하고 있는데, 도저히 순대쪽은 쳐다보지도 못하겠다. 그러던 찰나에 오세훈이 입 앞으로 꺼먼, 시꺼먼 순대를 들이밀었다. 아, 진짜.

 

 

 

“자, 아ㅡ해봐.”

“야가 진짜 와이라노. 치아라.”

“먹어. 좋은 말로 할 때 먹어.”

“니도 좋은 말로 할 때 치아라.”

 

 

 

종인의 철벽같은 거절에, 세훈은 일단 순순히 포크를 내렸다. 종인 또한 안도하고 다시 튀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조용히 먹는가 싶던 세훈은 잠시 뒤, 다시 한 번 순대를 찍은 포크를 종인의 입 앞으로 들이밀었다. 거의 입술에 닿을정도로.

 

 

 

“아아. 종인아. 한 번만!”

“...”

“종인아. 나 팔 떨어진다.”

“...”

“진짜 떨어진다?”

 

 

 

떨어지면 너가 다시 붙여줄거야? 빨리...

세훈의 짧은 애교에 벙찐 종인은 멍하니 입을 열어 순대를 앙, 하고 물었다. 순대가 입 속에 들어오자마자 당장이라도 뱉을까, 생각했지만 오오 먹었다! 하는 세훈의 기대에 찬 얼굴을 보니 도저히 그럴 수도 없는 것이었다. 아, 쟨 왜 갑자기,

귀여워서.

어쩔 수 없이 종인은 턱을 움직여 천천히 순대를 씹기 시작했다. 씹자마자 터지는 창자와 속에 찬 당면 맛의 이질감에 잠시 얼굴이 찌푸려졌지만, 사실 처음 먹어 본 순대 맛은, 괜찮았다. 솔직히 보기보다 훨씬 먹을만했다. 그리고 오세훈의 뭔가 해냈다는 만족스런 얼굴을 보고 있자니, 먹길 잘했다는 생각도 드는 것 같고 ...그냥 맛있다고. 종인이 꿀떡, 하고 삼키는 것을 본 세훈은 바람 빠지는 웃음 소리를 내며 그제서야 저도 순대를 먹기 시작했다. 나 참. 김종인 그렇게 안 생겨서 진짜.

 

 

 

“잘 먹으면서 앙탈은.”

“...”

“솔직히 맛있지?”

“...맛은 무슨. 그냥 먹을 만하기다.”

 

 

 

끝까지 저래요, 끝까지. 됐어. 너 순대 먹지마. 넌 이거나 먹어. 순대 접시를 가져간 세훈은, 불어버린 오뎅만 남아있는 떡볶이 접시를 종인에게 주었다. 세훈은 솔직히, 아주 약간 섭섭한 것이었다. 먹었으면 그냥 맛있다고 해주면 되는거지, 누가 더 먹으랬나. 흥. 순대도 못 먹는게. 쪽팔림도 참고 애교까지 떨어봤는데 무반응인 것도 조금 무안했지만, 직접 순대까지 먹여줬건만 저런 건조한 반응밖에 안 보이는 종인에게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 오늘은 이걸로 만족하자. 순대를 먹어줬잖아. 한 번도 먹어본적 없는 순대를 나 때문에 먹었다는거를 생각하자.

 

 

 

*

 

 

 

“종인아!”

“이민주?”

“니가 여기 왠일이가! 장 보러 왔나?”

“그럼 내가 니보러 왔을까봐.”

“우리 종인이 말 하는 꼴 좀 봐라. 어디서 서울말이 들리길래 나와보니까 느하고 세훈이하고 와있네. 세훈이도 반갑네?”

“어어...안녕.”

 

 

 

불청객이 등장했다. 다 먹어갈 때 쯤, 그 놈의, 아니 그 년의 민주가 어디서 등장을 했다. 조용하던 천막 안이 민주의 목소리로 가득찼다. 민주의 등장과 함께 세훈은 기분이 다운됨을 느꼈다. 쟤는 우리 따라 다니나, 왜 자꾸 나타나서 방해질이야. 나타나자마자 종인의 옆자리에 딱 붙어 앉아 미주알 고주알 떠드는 것이, 내가 봐도 이쁘긴 이뻤다. 아니, 솔직히 둘이 잘 어울렸다. 내가 저렇게 떠든다고 쟤처럼 이뻐보이진 않겠지. 남자와 여자의 극명한 대비를 보아하니, 세훈은 우울해졌다. 볼 품 없이 말라 판판하다 못해 납작한 가슴팍을 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내가 이렇게 별로인 사람이었나.

종인은 옆에서 뭐라 뭐라 떠드는 민주에게 의미 없이 고개를 끄덕여줄뿐이었다. 아. 그랬나. 무미건조한 끄덕임에도 민주는 쉬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망아지 같은 기집애는 왜 여태껏 집에 안 기어들어가서 내 시간을, 아니 오세훈이랑 있는데 방해하고 난리지. 궁금하지도 않은 자기 하루 일과를 보고하는 민주가 오늘은 조금 귀찮다. 무엇보다 민주가 등장하자 눈에 띄게 조용해진 오세훈이 가장 신경쓰였다. 오세훈을 소외시키는 것이 미안하다기보단, 쟤는 왜 민주만 나타나면 내숭을 떨어대는 댈까, 그게 신경쓰였다. 아무튼 결론은, 우리 세명이 앉아 있는 지금 이 그림이 엄청 맘에 안든다는 것이다.

 

 

 

“근데 니 순대는 와 시켰노. 순대 못 먹지않나?”

“...”

“순대 싫어하지 않았나?”

“...내 순대 먹을줄 안다.”

“엥? 언제부터?”

“...”

“...”

“그냥 누가 먹여줘서 먹었더니 맛있던데.”

“뭐라꼬? 누구!”

“알 거 없다. 그리고 좀 가라, 이 가스나야.”

 

 

 

아. 진짜 김종인 나 너무 싫어한데이. 못됐다. 내 간다. 세훈이도 잘가레이. 시끄러운 민주가 떠난 분식집 안은 한동안 조용하기 그지 없었다. 아줌마도 불판 근처의 따뜻한 공기에 취해 꾸벅꾸벅 졸고 계셨고, 세훈과 종인은 각자의 생각에 빠져있었다.

누가, 먹여줘서, 먹었는데, 맛있던데.

세훈은 이 순간 날아갈 듯 기뻤다. 아, 이 놈의 입꼬리 또 주체를 못하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가 김종인에게 순대를 먹였습니다! 심지어 맛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민주란 애가 얼마나 김종인에 대해 많이 알던가와 상관 없이, 김종인의 인생에 있어 처음 경험을 만들어 준 사람이 된 것에 세훈은 가슴이 뛰었다. 나는, 김종인에게 순대를 먹인 첫번째 사람이다. 앞으로 김종인은 순대를 먹을 때 마다 내 생각이 날 것이다. 그 사실만으로도 세훈은 기뻐 날뛰고 싶었다. 아, 앞으로 더 이런거 많이 만들어 주고싶어.

세훈의 뿌듯한 미소와는 반대로, 종인은 그냥 쪽 팔려 뒤지는 거다. 어디서 얼토당토 않는 순대부심? 심지어 내 입으로 오세훈 앞에서 순대가 맛있다는 뻘소리까지 했다.─물론 맛있긴한데─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겠다.

 

 

 

“그냥 먹을만 하다더니?”

“...입 다물고 먹던 거나 마저 묵으라.”

 

 

 

세훈이 보지 못하게 얼굴을 돌린 종인의 얼굴이 약간 빨갛게 익어있던 것 같기도하다. 뜨거운 오뎅국물에선 여전히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다. 아, 따뜻해. 국물이 담긴 종이컵을 감싸는 세훈의 손길에는 설레임이 가득했다.

 

 

 

*

 

 

 

“김종인. 다 왔어.”

“...”

“다 왔다니까.”

“아...벌써 다 왔나.”

“빨리 일어나. 이거 나 혼자서 못 들어.”

 

 

 

시장에서 여기까지 걸리면 얼마나 걸린다고 졸아. 빨리 짐 들고 나와. 툴툴 거리면서도 제일 무거운 짐부터 들고 일어나는 오세훈이었다. 아저씨, 죄송해요. 곧 내릴게요. 괜찮으니까 천천히혀. 김종인! 빨리 안 내리고 뭐해? 정신 차려! 다 왔다니까. 정신은 아까 차렸는데, 널 보니까 다시 몽롱해진다. 호리호리한 오세훈이다. 하얀 오세훈이다. 아까 나한테 순대 먹여주던 오세훈이다. 부지런히 짐을 옮기는 오세훈을 멍청하게 바라보다가 결국 등짝 한 대를 맞고 정신차려 버스에서 내렸다.

왜이렇게 정신을 못 차려. 너 혹시 아픈거 아니야? 그니까 옷을 왜 그렇게 입고 나오냐. 두껍게 좀 입고 다녀. 학교 다닐 때도 그렇고. 오세훈이 아까부터 주절주절 뭐라고 떠드는 거 같긴한데, 들리는 건 한가지도 없었다. 쟤, 입 진짜 작네. 입술이 뭐 저렇게...앙증 맞냐. 입이 저렇게 작아서 밥은 어떻게 먹지. 아, 그래서 마른건가?

자, 아ㅡ 해 봐.

풉. 종인은 세훈의 입 모양을 떠올리고 웃었다. 아, 하고 크게 벌린 세훈의 입은 아무리 크게 벌려도 조그마했다. 귀여운건가. 순대도, 맛있어.

 

 

 

“오세훈이.”

“왜.”

“내가 자면서 생각해봤는데...”

“어.”

“...”

“아. 뭔데. 빨리 말해.”

“...그, 순대...”

 

 

 

앞으로 못 먹는 음식있으면 너 데리고 다닐까. 그럼 너가 또 먹여주나.

 

 

 

“순대 왜?”

“...”

“순대 좋다고?”

“...어.”

“그럴 줄 알았어. 다음에 또 먹자. 그 땐 간도 먹여주마.”

 

 

 

아니, 순대말고 니가 먹여주는게...좋다고.

그냥, 순대든 막창이든 돼지 껍데기든 너랑 먹으면 다...괜찮을 거 같다. 결국 밖으로 나오지 못한 말들은 종인의 마음 속에 묻어졌다. 만약에 이민주가 먹여줬으면 순대, 먹었을까? 아니다. 그럼 왜 오세훈이 주는 건 그냥 넙죽 먹은거지? 넙죽 먹었나. 아니면 그냥 홀린 듯이 입이 열렸나.

 

아아. 종인아. 한 번만!

 

이상한 애교... 귀여워서 먹은건가. 이쯤되면, 오세훈은 이상한 놈에 틀림없다. 어쩔 때는 서울에서 온 기집애마냥 온갖 유난을 다 떨면서도, 쪼그만 시장에서 장 보는거 가지고도 방방 뛰며 신나하기도 했으며, 제대로된 간판도 없는 분식집에서 먹는 떡볶이를 맛있게 먹을 줄 알았다. 가끔 내가 안 오면, 버스 정류장에서 혼자 나를 기다리기도 했다. 내게 순대를 억지로 먹여놓고 해사하게 웃는 얼굴은, 어쩌면 귀여울줄도 아는 것 같다.

 

...오세훈. 너 뭐야. 너 왜...

 

아, 김종인! 빨리 좀 와. 이거 지인짜 무겁다고! 나 팔 또 떨어진다? 불평불만을 얘기하면서도 양 손 가득 짐을 들고 총총총, 성실히 걸어가는 세훈의 뒷 모습을 보며 종인은 아까 세훈의 모습이 떠올랐다.

 

종인아. 나 팔 떨어진다. 진짜 떨어진다?

 

너...왜 이뻐.

 

 

 

 

 

 

 


분량이라는 것이 폭발했다

 

엄청 길어졌어요...아닌가? 나만 길게 느끼나봐요^.^

늦기도 좀 늦었지만...그냥 기니까 용서하는걸로.

점점 미쳐가요 글이. 둘 다 미쳤나봐요. (김종인 오세훈 사랑 없이 파섹이나 하는 글이나 쓰고싶다.)

도저히 내가 외롭고 ㅇ ㅗ글거려서 이거 못쓰겠어....나도..나도 저런 남친을 다오....제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면 엠버수정 쓰고싶다....엠버수정...헉헉

아직 갈 길이 멉니다...에피소드가 한참 남았어.......둘이 할게 많아.....ㅠㅠㅠㅠㅠ

불마크 다는 날이 올까요 제게도? 지금 이 분위기에서? 둘이 눈만 마주쳐도 짜릿한 이 상황에서 불마크를 달고 헉헉퍽퍽하는 날이 올까요?????????!!!!;;;;;;;

 

아무튼 오늘도 재밋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길어서 재미없으면 어뜩해...☞☜ 얼른 짜져야지

근데 이거 텍스트 파일 같은거 만들면 누가 받아서 보긴....볼까요? (사실 아주 쥐똥만큼 귀찮다고한다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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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한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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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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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다
항상 누구보다 빠르게! 댓글 달아주시는 룰루님ㅎㅎㅎㅎㅎㅎ두고두고 읽어주신다니..저는 그저 감사할 다름...ㅠㅠ♥ 얼른 카세행쇼해야겟어요ㅋㅋㅋㅋ둘이 썸타는 소리 안나게해라!!!!!!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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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전 그냥 글만 읽어도 짜릿한데요ㅋㅋㅋ 왜이렇게좋지ㅋㅋ 저 꽃세에요! 저 둘이 왜이렇게 달달한건지 보기만 해도 설레이는 사랑스러운 글입니다 정말ㅠㅠ
ㅈ.. 저는 부.. 불마크도 자까님이라면 달달하게 소화해 내실 수 있다고 믿습니다ㅋㅋ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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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다
꽃세님'ㅅ' 안녕하세용ㅎㅎㅎㅎ보기만 해도 설레다니...ㅠㅠ그런 과찬을...ㅋㅋㅋㅋㅋㅋ불마크와 아청법..아청법과 불마크...생각은 해보지만 두렵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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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종인이 틱틱거려도 세훈이가 시키는거는 다 해주는ㅋㅋㅋㅋㅋ 어유 달달해 미치겠어요 작가니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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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아 불마크...기대해도 될까욬ㅋㅋㅋㅋ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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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다
츤데레 종인이에요ㅎㅎㅎ그나저나 불마크.아직은 아니지만 한..한번 달아볼까요....? 는 아청법이 두렵네요..철컹철컹...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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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아...아..청..법이 있었군요........세훈이 미자 졸업하면 달아도 되지 않을까요...ㅋㅋㅋ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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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아...........설렌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보는 제가 설렘ㅋㅋㅋㅋㅋㅋㅋㅋ빨리 진도 뺐음 좋겟어요 왜 좋아한다고 말을 못 하니!!!ㅋㅋㅋㅋㅋㅋㅋㅋ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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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다
진도...전라도 진도 말고 그 진도....ㅋㅋㅋㅋㅋㅋㅋㅋㅋ얼른 둘이 뭐든 해야할텐데ㅠㅠ그냥 후딱후딱 진도 나가버릴까요 흐흐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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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작가님 대박이에요ㅠㅠㅜㅠㅜ 오늘분량도대박ㅎㅎ! ㅜㅜ오세훈 너왜예뻐ㅜㅜㅜㅜㅜ 끄앙 너무조아요ㅜㅜ 좋은글써주셔서감사해요!! 작가님하투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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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다
저 분량 대박이에요..?진짜요ㅠㅠ?사랑해요....ㅋㅋㅋㅋㅋㅋㅋ비회원ㅂ 독자분들 넘 사랑해용...ㅠㅠㅠㅠㅠㅠ♥저도 하트하트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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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ㅓ허허허허허허허허ㅓㄹㅇ작가님하트 진짜 오늘첨봤는데 계속 광대폭벌허묜서봤엉ㅅ요 진짜 하트하트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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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다
벌써 7편이랍니당 ..ㅎㅎ앞으로도 계속 봐주실거죠?ㅎㅎㅎ저도 하트하트합니다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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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아 저 암호닉 하트하트 신청해도되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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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다
ㅋㅋㅋㅋㅋ넹 되여ㅋㅋ하트하트님 하트하트해용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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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9
사투리 쓰는 종인이 너무 설레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세훈이도 진짜 귀엽구요!! 읽으면서 발 동동 굴렸네요ㅋㅋㅋㅋ 잘 읽었습니다!!! 다음편 기대할게요~ㅎㅎ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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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다
발을 동동....ㅋㅋㅋ곧 둘이 잘 될거같아요^.^ㅎㅎ다음편 빨리 들고 오겠습니당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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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0
헉헉퍽퍽ㅎㅎㅎㅎㅎㅎㅎㄹ♥♥♥ㅔㅔ♥♥♥♥♥♥기대하고잇을게여 ㅎㅎㅎ♥♥ 근데 종인이가 세훈이한테 점점 콩깍지가 씌워갖거 귀야워 죽겟네요...♥ 자까님 글 올려주셔서 감사해용 잼께 잘봣습니다!!!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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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다
점점 더 두껍게 콩깍지 씌여야겠네요 둘 다ㅋㅋㅋㅋ그나저나 헉헉퍽퍽..ㅋㅋ기대..기대해주세요..(자신X)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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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1
어쩜 점점 더 재미있어지지??ㅋㅋㅋ 항상 댓글은 달았지만 암호닉을 신청안했더라구요... 그래서 신청할려구요...해도 되죠?? 되면 곶감으루!! 그리고 종인이도 세훈이한테 점점 빠지는건가요?ㅋㅋㅋㅋ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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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다
우왕 비회원분인데도 늘 댓글 달아주시던 분이 곶감님이셨구나...(감동)ㅎㅎㅎ더더 재밌게 써올게요 감사합니다~!><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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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2
신알신하고가요!!정주행ㅎ고왓어요!!제목보고박워뉴ㅠㅠㅠ이러고있었는데 내용은 박원목소리만큼달달해여ㅠ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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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다
헐...최고의 칭찬이에요ㅋㅋㅋ박원오빠만큼이라니...!!!!ㅠㅠ감동감동 신알신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재밋게 읽어주세용ㅎㅎ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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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3
정주행했어요...종이니 멋져..멋져!!!!세후나 서울가지먀ㅜㅜㅜㅜㅜ담편너무 기대돼요..암호닉 받으신다면 몽구로 할게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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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다
몽구님...♡전 그럼 짱구할께요...세후니는 아직 대구에서 할게 많답니다ㅎㅎ~담편 빨리 들고올게요...게을러서원...ㅋㅋㅋㅋㅋ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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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4
칠년고백보고 너무좋아서 이거도봤는데 자까님왜이렇게 잘쓰시는거에요 간질간지루ㅡㅜㅠㅜㅜ 조닌이너무멋있어요 엉엉 대구싸나이ㅜㅜㅜㅜ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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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다
꺅....ㅋㅋㅋㅋㅋ카세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대구와도 종인이같은 남자 없어요~!ㅜㅜㅋㅋㅋ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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