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와 연애하는 썰 04
안녕! 오늘은 조금 민망하지만ㅋㅋㅋㅋㅋㅋㅋ
무려 지난 주에 있었던 알바를 한 지 삼일....ㅎ 만에 그만 둔 이야기를 해줄게ㅋㅋㅋ
3월부터 내가 날 위해서 쓰는 것 외에도
대학생이여서인지는 몰라도 여기저기 돈 빠지는 곳이 많은거야
새내기에서 헌내기가 되니까 새내기들 밥도 사주게 되고 기타등등
무슨 돈이 하루가 멀다하고 사라지더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
특히 삐약삐약 병아리같은 새내기들이 밥사달라고 오면
귀여워서 거절하기도 참 힘들어서ㅋㅋㅋㅋㅋㅋㅋ
생각해보니 통장이 텅장이 된 결정적 이유가 밥사주기였던 것 같아
돈은 하루가 멀다하고 사라져가지만
엄마한테 용돈 올려달라거나 다 썼다고 하기엔 미안하기도 하고 눈치도 보여가지고
알바를 하기로 마음을 먹고 민형이랑 만난 날 이야기를 했지ㅎㅎ
밑도 끝도 없이 거의 공지수준으롴ㅋㅋㅋㅋㅋㅋㅋ
" 나 알바할려고. "
라고 말하니까
시킨 음료를 빨대로 휘젓던 민형이가 날 빤히 쳐다보는거야
" 갑자기요? "
" 요즘 돈 나가는데가 너무 많아서...? "
" ... 무슨 알바하려고요? "
" 과외 생각하고 있는데 이왕 말 나온 김에 지금 한 번 찾아볼까? "
마침 노트북이 필요한 강의를 듣고 왔어서 가방에 노트북이 있던 게 생각이 난거야ㅋㅋㅋㅋ
정말 말나온김에 찾아보려고 노트북 꺼내니까 내 건너편에 앉아있던 민형이가 자기 옆자리를 두드리더라고ㅎㅎ
그래서 민형이 옆자리로 자리를 옮겨서 같이 과외 구인 목록을 살펴보는데
" .... 음. "
" ..... "
" 다음 페이지는 안 이럴걸... ? "
" ..... "
" .... 아니네.."
아들을 둔 전국 학부모님들이 단합한 것도 아니고 구인하고 있는게 다 남학생들인거야ㅋㅋㅋㅋㅋ
아무래도 이과에 상대적으로 남학생이 많고 또 새학기여서 그런 것 같았어ㅋㅋㅋ
턱을 괸 채로 나랑 같이 노트북 화면 보던 민형이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계속 툭툭 두드리는거야
뭔가 마음에 안들어서 말보다 행동이 대신해서 나오는 그런 반응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인지 나도 모르게 민형이 눈치 살피면서 말할 타이밍을 찾는데 민형이가 선수를 쳤어ㅋㅋㅋㅋㅋ
" 누나. "
" 응?? "
"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 "
" ... 그렇지 좀... ? "
" ... 여기서 요구하는 과외 시간대가. "
이건 아닌 거 같다고 하길래
역시 남학생들밖에 없어서...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민형이가 내 마우스로 시간대를 드래그를 하더라고
...하긴 민형이가 질투가 없는 편이긴 하지....^^...
... 그래.. 내가 너무 앞서나갔어...
여하튼 그제야 적혀있는 시간대를 확인하니까
고딩들이라 그런지 선호하는 시간대가 다 오후 8시에서 12시 사이인거야ㅋㅋㅋ
근데 내가 평소에 집에 일찍 들어가는 편도 아니야ㅋㅋㅋㅋㅋㅋ
과대랑 엄청 친하면 생기는 일이 뭐냐면
과대랑 세트가 되어 온갖 모임에 소환당한다는 거★
내가 하다하다 교수님들 모임에도 나가 본 적이 있어...ㅋㅋㅋ
그리고 동혁이나 제노, 재민이를 생각해보면
요즘 애들이 뉴스에 나오는 것처럼
무섭고 그렇지는 않으니까 그냥 민형이를 설득하려고 민형이쪽으로 고개를 돌리는데
민형이가 내쪽은 쳐다도 안보고 먼저 말을 하는거야ㅋㅋㅋㅋㅋㅋㅋㅋ
" 걔들 생각했죠 "
" 어? "
" 이동혁, 이제노, 나재민.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 3초간 민형이가 독심술도 연마하나 하는 얼척없는 생각을 함ㅋㅋㅋㅋㅋ
내 표정을 보더니 민형이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덤덤한 표정으로
다시 빨대로 음료를 휘젓다가 나랑 눈을 마주치는 거야
" 요즘 애들이 걔들같다고 생각하면 안되죠. "
" 에이~ 고딩들 다 거기서 거기지 "
" 국대되려고 링크장에서 하루종일 살던 애들이랑 같겠어요? "
" ... 그렇긴 하지만. "
" 무엇보다도 요즘 하도 상식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
" .... "
" 그래서 그래요. "
민형이가 말을 이렇게 잘했나 싶을정도로 말을 와다다 하더니
갑자기 정신이 든 사람마냥 입을 딱 닫더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치 방금에서야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막 깨달은 것 같았어ㅋㅋㅋ
내가 항상 한박자 늦게 이해하는 편이여서 머리 굴리고 있는데
민형이가 단호한 표정으로
" 누나. "
" ...응? "
" 다시 생각해봐요. 알바하는 거. "
라고 하는 거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기 표현 잘 안하는 애가 드물게 적극적으로 과외를 포함한 알바하는걸 말리는 거 보니까
뭔 일 있었나 하는 싶기도 했는데 민형이가 다 맞는 말만 했어ㅋㅋㅋㅋㅋ
어느새 내가 민형이한테 설득당했더라고ㅋㅋㅋㅋㅋㅋㅋ
몰랐는데 말도 잘해 이민형...
그래서 다시 생각해보겠다고하고 알바 이야기는 거기서 끝냈어ㅋㅋㅋ
그 후엔 갑자기 몰아친 전공 진도 따라잡는데에 허덕이느라 알바에 대해서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동기들이랑 후배들이랑 섞여서 같이 밥먹으면서 내 통장 잔고를 확인했다가
다시 알바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거야ㅋㅋㅋㅋㅋㅋㅋㅋ
통장에 딱 만삼천원 남아있더라곸ㅋㅋㅋㅋ
잔고 확인하고 뜨악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데
내 표정을 본 승완이가 내 표정을 굳이 따라하면서 무슨 일이냐고 묻는거야
" 나 지금 통장에 얼마 있는 줄 알아? "
" 표정을 보니까 한 이만원? "
" 아니 만 삼천원...... 아 나 진짜 알바해야겠어. 아니 해야해. "
만삼천원으로 2주 더 버틸 수 있는 사람??
세포연구원들이 감탄할 정도로 나노단위로 써야 버틸 수 있을텐데
내 머릿속에 생각나는 약속들만 해도 네 개여서 촉이 딱 왔지
이틀도 아니고 내일이면 난 파산할거라는 걸..
더불어 요즘 빡빡한 학과 스케줄로는 과외도 못할 것 같아서
밥 먹다말고 테이블에 죽어가는 소리내며 엎드렸는데
내가 잊고 있는 게 있었어
손승완 = 과대 = 인맥왕 = 온갖 정보를 다 알고 있음.
아니나 다를까 내가 고개를 다시 들었을땐
승완이가 그 큰 눈을 굴리면서 뭘 생각하고 있더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사랑스럽다 갓승완...ㅠㅠ
" 나 방금 뭐 하나 생각나긴 했는데 "
" 역시 내 대학인생의 빛과 소금ㅠㅠㅠㅠㅠ 뭔데?? "
" 근데 과외 하는 거 반대하던 니 남친이 더 반대할 곳 같아서... "
" 민형이를 내 계산 속에 넣기엔 내가 지금 돈이 너무 궁해ㅋ큐ㅠㅠ "
" 편의점 알바. "
편의점이라는 걸 듣자마자 동공지진이 일어났어ㅋㅋㅋㅋ
민형이가 반대했던 이유들을 종합한 모든 게 일어날 수 있는 곳이 편의점이잖아ㅋㅋㅋㅋ
그치만 이 리스크를 이겨내게 하는 만삼천원이란...ㅎ
" 할게! 할래!! 하게 해줘..! "
" 근데 아직 설명 다 안끝났어요, 동기님. "
" .... ??? "
" 시간대는 오후 3시부터 8시. "
" 잉? 편의점 알바치고 시간대가 좀 낯설다? "
" 우리학교 링크장 편의점이라 링크장 닫는 시간에 맞춰서 닫혀서 그래. "
마지막 말을 딱 끝내고 씩 웃는 승완이에게 반할뻔 했잖아..♡ㅋㅋㅋㅋ
진짜 손승완.. 찬양해야 마땅한 존재....ㅠㅠㅠㅠㅠ
시간대도 나쁘지 않았고 거리도 괜찮고 무엇보다 민형이랑 같이 집 갈 수 있으니
이건 별 말 안할것같은거야ㅋㅋㅋㅋㅋ
게다가 그 편의점 점장님이랑 어찌저찌 아는 사이인 승완이가 연결해줘서
정말 큰 문제없이 바로 면접 패쓰하고 채용되었어ㅋㅋㅋㅋ
역시 한국사회는 인맥사회..!!
본래 알바하던 사람이 급하게 관둬가지고 면접 본 바로 다음 날 출근하게 되었거든?
편의점 알바를 글로 배워가지고 걱정했었는데 점장님도 착하시고 괜찮을 것 같은거야ㅋㅋㅋ
게다가 아무래도 주로 선수들이 사용하는 링크장이다보니 한산하기까지해서
진짜 꿀이였어ㅋㅋㅋㅋㅋㅋㅋ
주말엔 일반인에게도 오픈되서 헬이라고는 하는데..ㅎㅎ...
아 그리고 민형이 훈련 끝날때 놀래켜주려고 일부러 링크장 편의점에서 알바하게 된 걸 말 안했어ㅋㅋㅋㅋ
근데 말그대로 주중엔 선수들만 사용해가지고
매장이 계속 한가한 바람에 카운터에다가 전공책을 펼쳐놓고 복습아닌 복습을 하고 있는데
" 김시민?? "
낯익은 목소리가 날 알아보는거야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나름 집중해서 공부하고 있었는지 누가 매장에 들어 온 것도 모르고 있었엌ㅋㅋㅋ
누군가 싶어서 고개를 드니까
정재현이 게토레이를 들고 서있더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름이 참 낯있지...?
맞아 네이버에 잘생긴 운동선수를 치면 자동 완성된다는 그 쇼트트랙 국대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부상때문에 이번 시즌은 국대포함해서 올스탑하고 있어서 나도 정말 오랜만에 봤어
그리고 재현이는 민형이랑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한 형동생사이라고 해야하나..?
그래서 나랑도 몇 번 만나고 해서 F4애들만큼은 아니더라도 친한 선수!
종종 민형이한테 근황 듣긴 했지만 오랜만에 얼굴보는 거니까
반갑더라고ㅋㅋㅋㅋㅋ 특히 얼굴이..^^....
나한텐 민형이가 제일 잘생기긴했지만
정재현 얼굴은 정말 봐도 봐도 반가운 안질리는 잘생김......ㅎㅎ......
" 헐 정재현 진짜 오랜만이다ㅋㅋㅋㅋ 발목은 어때? "
" 누가 물리치료학과 아니랄까봐 발목부터 묻는 것 봐ㅋㅋㅋㅋ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재활 마지막 단계여서 오늘부터 정상 훈련. 그나저나 여기서 널 볼 줄은 몰랐네 "
" 나도 널 여기서 볼 줄은 진짜 몰랐어. "
" 민형이도 알아? "
" 서프라이즈 해주려고 말안했지ㅎㅎㅎ "
내 말을 듣더니 커플지옥 솔로천국을 외치는 듯한 표정을 짓는거야ㅋㅋㅋㅋㅋㅋ
그 표정 유지한 채로 재현이가 혀차면서 이래서 커플들이란... 을 중얼거리더라ㅋㅋㅋㅋㅋㅋ
" 근데 민형이 편의점 잘 안가는 편이라 서프라이즈 못할 것 같은 그럼 예감이 든다ㅋㅋㅋㅋ "
" ....초치기야?ㅋㅋㅋㅋ 근데 서프라이즈라고 해봤자 그냥 '너 있는 곳에서 일해!' 정도라... "
" 그건 서프라이즈가 아니라 그냥 알려주는 거 아니야? "
" ..... "
" ㅋㅋㅋㅋㅋ농담이얔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오랜만에 만났으니까 나 젤리 사줘. "
" 돈없어서 알바 시작한 사람에게 이러기야? 너 연금 나오잖아 너가 나 사줘야지. "
내가 잊고 있었던 건
정재현은 사람 좋은 얼굴로 팩트폭력을 잘한다는 거...ㅎㅎㅎ
그치만 그런 거에 굴할 나는 아니니까 난 꿋꿋하게 서프라이즈라고 생각할려고ㅋㅋㅋㅋㅋㅋ
... 이게 바로 정신승리인건가... 또르륵
여하튼 나에게 젤리 사달라는 애한테 내가 금메달로 받는 연금 운운하니까
재현이가 황당한 표정을 짓다가 결국 젤리 하나랑 게토레이 하나 계산하더라고ㅋㅋㅋㅋ
나도 그냥 농담했던 건데 뜻밖의 개이득^^
계산 하는 동안 재현이가 시간 확인하더니 자기 링크장으로 돌아가야한다고해서
재현이랑은 다음에 민형이랑 같이 밥 먹자고하면서 헤어지고
다시 한산한 편의점에서 전공책 들여다보는데 나도 모르게 자버린거야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잠에 빠져든 것도 모르고 있었는데 발작 일으키면서 일어났어...ㅎ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ㅋㅋㅋㅋㅋㅋㅋ저 알바 좀 봐ㅋㅋㅋㅋㅋㅋ "
얼떨떨한 상태로 엎어져있던 몸을 일으키는데
막 웃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고개를 들자마자 바로 맞은 편에서 음료를 고르고 있는 남자 무리랑 눈이 마주침ㅋㅋㅋㅋㅋㅋ
쪽팔려서 바로 눈 피하는데 날 보고 계속 소리내서 웃는거보니까
내가 자고 있던 거랑 발작하면서 일어나는 거 보고 저러는 것 같았어ㅋㅋㅋ큐ㅠㅠ
그래서 두배로 쪽팔려가지고 고개 푹 숙인 채로
제발 빨리 살 거 사고 나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염불외우듯 나가라... 나가라...를 속으로 중얼대는데
딱 맞춰서 이온음료 다섯병을 카운터에 턱 하고 올리더라고
바코드 찍는 동안에도 계속 실실 웃더라...ㅋㅋㅋㅋㅋㅋㅋ
" 어??? 근데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
고개 계속 숙이고 있었는데 무리중 한명이 유독 집요하게 내 얼굴 확인하려고 했는데
그 사람이 날 어디서 본 것 같다는 거야ㅋㅋㅋㅋㅋㅋ 나한텐 초면인데;;
그래서 나도 모르게 고개 드니까
그제야 그 남자들이 학교마크가 박혀있는 선수용 져지를 입고 있는 걸 알았어ㅋㅋㅋㅋㅋ
즉 이 무리는 민형이처럼 우리학교에 진학한 빙상 스포츠 선수들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봤자 나에겐 정말 다 처음 보는 사람들일 뿐이고...ㅋㅋㅋㅋㅋ
아마 내가 종종 링크장에서 민형이 기다릴때 날 봐서 알아보는 것 같았어ㅋㅋㅋ
어쨌든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라는 건 다름이 없잖아
그래서 나한테 아는 체 하려는 이 무리한테 어색하게 웃어보이면서 봉투에다가 음료병 담고 있는데
" 야 얘 이민형 여친 아니야? 맞는 것 같은데?? "
" 그러네 걔 여친이네ㅋㅋㅋㅋㅋㅋㅋ "
" 저기 너 이민형 여친 맞지? 맨날 걔 기다리러 왔잖아ㅋㅋㅋ "
" ...칠천 오백원입니다. 현금결제 하시겠어요?"
이민형 여친 맞냐고 나한테 묻는데 안면 있는 것도 아니면서 은근슬쩍 말 놓는 거때문에 기분 나빠서
그냥 돈이나 내라고 가격 말해줌ㅋㅋㅋㅋㅋㅋ
근데 내라는 돈은 안내고 그 무리중에 가장 키 큰 사람이 갑자기 지갑꺼내는 사람한테 야 잠깐만 잠깐만 하더니
물건 진열된 곳으로 다시 가는거야
그래서 뭐야 또;; 하고 있는데
그 사람이 혼자 실실 웃으면서 카운터에 뭘 툭 던졌거든?
카운터에 던져진 거 확인하고 말을 잃었잖아ㅋㅋㅋㅋㅋㅋ
아 진짜ㅋㅋㅋㅋㅋㅋㅋ 어이가 없어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게 뭐였냐면 바로 콘돔이였음...^^
" 이거 얘 선물로 사줘ㅋㅋㅋㅋ "
" 얘 이거 완전 또라이네ㅋㅋㅋㅋㅋㅋㅋ "
" 에이 솔직히 해봤으면서 아닌 척 당황한 척 한다ㅋㅋㅋㅋㅋ "
" 꼭 다 해봤으면서 순수한 척 하는 년들 있다니까?ㅋㅋㅋㅋㅋㅋㅋ "
내가 말없이 콘돔만 쳐다보고 있으니까
뭐가 그리 재밌는데 지들끼리 웃고 아주 난리가 났더라ㅋㅋㅋㅋ?
대체 어느 포인트부터 화를 내야할지도 모르겠고
살면서 이렇게 대놓고 성희롱 당하는 것도 처음이라 수치심에 손까지 떨렸어ㅠㅠㅠㅠㅠㅠ
근데 얘들이 민형이 선배니까 나중에 민형이한테 괜한 해꼬지할까봐 입 한 번 제대로 못열었음ㅋㅋㅋ큐ㅠㅠㅠ
게다가 카운터를 사이에 두고 덩치 큰 남자 여러명이 저러는데 너무 무서운거야..ㅠㅠㅠㅠ
그래서 계속 어버버하고 있는데
" 칠천 오백원이 없으면 나가시던가 아니면 계산을 하시던가 "
" ..... "
" 둘중 하나를 좀 하셨으면 좋겠는데. "
무슨 영화처럼 민형이 목소리가 들리는 거야
나도 놀랬는데 쟤들도 놀랬는지 주춤대면서 옆으로 갈라서가지고
덕분에 뒤에 서있던 민형이랑 눈이 마주쳤거든?
내가 처음에 무서워했던 민형이의 정색과는 비교도 안될정도로
싸늘한 무표정...? 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어
... 한마디로 개무서운 표정..ㅋㅋㅋ
근데 민형이 시선이 바로 아래로 내려가더니 내 손에 머물러가지고 나랑 눈 마주친 시간은 3초도 안됨..ㅎㅎㅎ
그래서 나도 내 손을 쳐다보는데 손이 아직까지 덜덜 떨리고 있었더라곸ㅋㅋㅋ큐ㅠㅠㅠ
카운터로 성큼성큼 다가온 민형이가 말없이 카운터 위에 있던 콘돔을 가지고 가더니 진열대에 다시 갖다놓으러 가더라
민형이 오니까 입 싹 닫고 있던 걔들은 민형이가 진열대 가있는 동안
무슨 눈치싸움하듯이 민형이쪽 눈치보면서 입구쪽으로 가는거야ㅋㅋㅋㅋㅋㅋ
이제보니 진짜 찌질함의 끝장판ㅋㅋㅋㅋㅋㅋ
" 사과하고 가셔야죠. "
근데 민형이가 기가 막히게 알아채고 도망가는 애들을 불러세웠어
나한테 사과하고 가라고ㅋㅋㅋㅋㅋㅋ
민형이가 그 말하니까 민형이 눈도 제대로 못쳐다보면서 농담이였고 장난이였다고 막 변명을 늘어놓는거야
이때 민형이가 날 등지고 서있어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선배한테 싸가지없게 그래도 되냐고 어물쩡하게 넘어가려는 말을
딱 끊어내는 목소리를 들으니까 아까 그 표정에서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거 같았어;
" 지금 후배로서 최대한 예의 차려서 말하고 있는 거니까 "
" ... "
" 진짜 싸가지없게 말하기 전에 사과하시라고요."
민형이가 저렇게 말하고 나니까
나한테 쭈뼛대면서 미안하다고 하더니 줄행랑치듯 편의점을 나가더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과하는 그 순간까지도 반말쓰는데 진짜 인성...;;
걔들이 나가고 나니까 매장 안은 조용하다못해 음소거모드였어
여전히 나한테 등 보인 채로 서있는 민형이의 뒷모습을 보다가
나한테도 화나있는 것 같아서 그냥 음료수 담았던 애꿎은 봉투만 손가락으로 건들이고 있었어ㅋㅋㅋㅋ
우리 둘 사이에 있던 침묵을 먼저 깬 건 민형이였어
" 오늘 언제 끝나요 "
" ....8시쯤? "
" 집 데려다줄테니까 끝나면 기다려요. "
" ... 응. "
" ... 오늘은 링크장에서 기다리지 말고요. "
근데 아까와는 달리 민형이 목소리가 좀 풀려있었어
알겠다는 내 말 듣자마자 민형이는 훈련 중간에 와서인지는 몰라도 바로 나갔고ㅋㅋㅋ
이상하게 그 풀린 목소리랑 걔들 또 마주칠까봐 링크장에서 기다리지말라는 말을 들으니까
뭔가 긴장이 탁 풀리면서 갑자기 눈물이 나는거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손님이 거의 없어서 망정이지
그러고 한 삼십분은 계속 울었던 것 같아ㅋㅋㅋㅋㅋㅋㅋ
나름 울면 눈이 잘 붓는 편이여서 폐기해야하는 음료수 캔으로 열심히 찜찔도 하고 그랬는데
무용지물이였나봐..; 정산하러 오신 점장님이 단박에 나보고 무슨 일 있었냐고 울었냐고 물어보시더라고ㅋㅋㅋㅋㅋ
그래서 그냥 진상 고객 만났었다고 좀 두리뭉실하게 말하고 점장님 문닫는 거 도와드림ㅋㅋㅋㅋ
그러고나서 링크장 입구쪽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민형이를 기다렸어
기다린지 한 십 오분정도 지나니까 선수용 저지입은 선수들이 하나 둘 나오는데
아까 걔들 마주치면 어쩌나 하고 마음 졸이고 있을 때 민형이가 딱 나왔어ㅋㅋㅋㅋ 타이밍 쩔지?
" .... 누나 울었어요? "
나 보자마자 그 긴 다리 휘적이면서 내가 앉아있는 벤치로 오더니
내 얼굴 보자마자 울었냐고 묻는거야ㅋㅋㅋㅋㅋㅋㅋㅋ
대체 얼마나 부었으면 아직까지 안 가라앉았던 걸까...ㅠㅠㅠㅠ
사실 나도 내가 왜 울었는지 잘 모르겠어서 그냥 눈만 굴리니까
내 얼굴을 빤히 보던 민형이가 내가 말을 안해주니까 더는 안물어보더라고
근데 내 얼굴을 보는 민형이이 표정이 굳어있어서 나도 모르게 쫄았었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서로 한동안 말이 없다가 민형이가 가자고 먼저 말해서 나란히 걷는데
민형이가 갑자기 내 손을 잡는 거야
손잡는게 처음은 아닌데 그날따라 민형이 손이 진짜 따뜻하더라..?
하루 절반이상을 링크장에 있는 애 손이 신기할정도로 따뜻했어ㅋㅋㅋㅋㅋㅋ
뭔가 새삼스러워서 맞잡은 손 힐끔대면서 같이 걷는데
이번엔 내가 먼저 우리사이의 가벼운 침묵을 깼어
그냥 민형이가 혹시나 오해할까봐 걱정이 들더라고ㅋㅋㅋ
" ... 알바하는 거 말이야. "
" ... "
" 나 정말 숨길 마음 없었어. 어쩌다보니 말하기 전에... "
" .... "
" 이번엔 진짜야! 변명 같이 들리겠지만 난 너가 있는 곳이기도 하고 또... "
아니 근데 말하다 보니까 너무 변명같이 들리는거야ㅋㅋㅋㅋㅋ
말을 하면 할수록 이상해져서 결국 그냥 입을 다물었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말을 안하느니만 못하니까...^_ㅠ
근데 내가 말을 계속 바보같이 하니까 웃기게 들렸던 건지
민형이가 웃고 있더라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그냥 같이 웃었어ㅋㅋㅋ
내가 생각해도 웃겼으니까...ㅋㅋㅋㅋㅋㅋ
" 누나. 편의점 알바말고 과외로 바꾸는 게 어때요? "
" ... 어? "
" ... 남자애들만 있던 건 그냥 내가 신경쓰이는 거고 "
" ...????? "
" 생각해보니까 그게 누나가 더 편할 것 같아서요. "
" ... "
" 늦게 끝나면 내가 데리러가면 그만이잖아요. "
" ... 그래도. 너 훈련하고 나면 피곤하잖아. "
" 피곤한게 불안한 것보단 나아요. "
민형이 말을 듣다보니까 새삼 민형이가 내 생각을 많이 해주는구나 싶었어
" ... 아까 화 안났어? "
" 났죠. "
" 근데 왜 나한테 화 안냈어..? "
" 누나한테 화난 게 아니였으니까요. "
내가 화났었냐고 물으니까 민형이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라고.
그래서 덩달아 나도 걷던 걸 멈추고 민형이를 바라보는데
민형이의 표정이며 말투.
그 순간만큼은 왜인진 몰라도 한꺼번에 받아들이기엔 감당하기 힘들정도로 다정하게 느껴졌어.
" 그러니까 "
" ... "
" 아까 들었던 말들은 "
" ... "
" 잊어요, 그냥. "
내가 고개를 끄덕이니까 민형이가 다시 걷기 시작했는데
내 걷는 속도에 맞춰서 걷더라ㅋㅋㅋㅋ
어떻게 알았냐고?
민형이가 원래 좀 빨리 걷는 편인데
의식적으로 민형이가 내 발을 볼때마다
민형이 걷는 속도가 느긋해져서...ㅎㅎ
여하튼 링크장 내에 있는 편의점 알바는 맨 처음 말했듯이 3일하고 관뒀어.
점장님께 그때 있었던 일 자초지종 다시 설명드리고 걔들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서로 껄끄러우니까
내가 관두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지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갑자기 관두는 거라 너무 죄송해가지고 나대신 알바할 사람을 내가 찾느라
바로 관두지 않고 이틀 더 나갔던 거고..ㅎㅎㅎ
내가 알바하러 나가는 내내 재현이랑 민형이가 틈나는 대로 얼굴 비춰서인지는 몰라도
걔네들 또 마주치진 않았어ㅋㅋㅋㅋㅋㅋ
그리고 한동안 알바는 아예 안하기로 했어ㅋㅋㅋㅋㅋㅋㅋㅋ
위에 썼듯이 전공 따라가기에도 바빠서 과외할 시간도 안났고
또 아무리 민형이가 괜찮다고 해도 훈련 끝나면 피곤할 애가 나 데려다주고 하는 건 나도 미안하니까..ㅎㅎ
그리고 그런 시간 있으면 민형이 만나서 데이트 하는 게 더 좋잖아ㅋㅋㅋㅋㅋㅋㅋ
물론 민형이가 나만큼 한가하지 않다는 게 함정이지만..^^...
안녕하세요 스덕입니다!
.... 일단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늦게 왔죠?ㅠㅠㅠㅠ
원래 썼던 편이 있었는데 분량조절 대실패에 내용+브금이 마음에 안들어서
갈아엎느라 늦었어요...
기다리신 독자님들이 계시다면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ㅠㅠㅠ
그리고 인티 회원이신 독자분들은 아시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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