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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정말 으주되 전체글ll조회 16

비상문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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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정말 으주되
내 동생은 자살했다.
이렇게 말하기는 싫다.
내 동생은 죽었다.
이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내 동생은 없다.
정말 없나? 없다고 할 수 있나?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보고 싶다. 최신우.
이 정도 말은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최신우. 이 나쁜 자식.

3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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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정말 으주되
동생을 따라 계단을 올랐다. 층이 바뀔 때마다 비상문 표시가 나타났다. 그 표시를 따라 계속 오르다 보니 정말 대피하는 기분이었다. 그 끝에 희망이 있다는 표시 같았다. 끝에 다다라 비상문을 열었다. 옥상이었다. 그다음엔?
3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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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정말 으주되
빛난다는 건 소실된다는 것.
3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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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정말 으주되
죽고 싶었던 게 아니라......
반지가 천천히 조심스럽게 말했다.
살 이유가 없었던 건지도 몰라.
나는 두 문장의 의미를 생각했다. 같은 말인가 다른 말인가 생각했다.
이유가 필요해? 넌 이유가 있어서 살아?
반지에게 물었다.
그런 걸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 이유가 중요한 사람들.

3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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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정말 으주되
때로 나도 신우 꿈을 꾼다. 꿈에서 신우는 무언가를 찾으려고 혹은 피하려고 병원을 헤맨다. 신우를 찾아서 나도 헤맨다. 우리 둘 다 헤매면서 병원 복도를 질주한다. 추락하듯 질주한다. 비상문 표시들이 계속 나타난다. 꿈에서 깨어나면 신우가 밉고 살아 있는 내가 싫다.
3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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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정말 으주되
나는 최신우에 대해서 아는 게 없고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어떻게 슬플 수가 있지? 슬퍼하고 분노하는 내가 우습다. 진심으로 가소롭다.
3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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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정말 으주되
신우만큼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으면, 뻔하다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해봤자 소용없는 세계가 아니라 하면 소용 있는 세계라고 믿었으면 했다. 내 동생이니까.
3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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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정말 으주되
결제하던 중에 서두진 씨와 잠시 눈이 마주쳤는데, 거기 아주 아름다운 호박색 행성 두 개가 있었다. 차고 맑고 고요한, 너무 잠잠해서 불안한 행성.
3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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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정말 으주되
저물녘 햇살이 곧바로 내 눈을 찔렀다. 신우가 추락한 시간. 내내 흐리다가 갑자기 구름이 걷히던 날, 태양이 하루치 빛을 한꺼번에 쏟아 내던, 쏟아 내며 급히 허물어지던 그 시간.
3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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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정말 으주되
...... 누구도 죽일 수 없어서 결국 자기를 죽이는 사람도 있어.
3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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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정말 으주되
자살이 어때서. 자기를 죽이는 게 뭐 어때서. 다들 조금씩은 자기를 죽이면서 살지 않나? 자기 인격과 자존심과 진심을 파괴하고 때로는 없는 사람처럼, 죽은 사람처럼, 그러지 않나? 그렇게 사는 게 죽는 것보다 끔찍할 수 있다. 그럼 죽을 수 있지. 죽는 게 뭐 이상해. 자살이라고 달라? 남을 위해 죽을 수 있다면 자기를 위해 죽을 수도 있지. 자기를 구원하는 방법이 죽음뿐인 사람도 있지.
3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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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정말 으주되
같이 부모님 욕이라도 할 걸 그랬다. 같이 가출이라도 할 걸. 같이 사고를 치고 같이 욕을 먹고 같이 벌을 받을 걸. 우린 잘못한 게 없다고 끝까지 반항할 걸. 그렇게 같이 어른이 되어야 했다.
3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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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정말 으주되
미워하고 싶지 않다. 욕이라도 해주고 싶다. 죽지 말았어야 했다.
3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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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정말 으주되
짐을 내려놓고 싶은데 짐은 자꾸 더해진다. 알 수 없는 것들이 눈처럼 쌓인다. 얼어서 녹지도 않고 우리를 조심하게 하고, 너무 조심하느라 서로를 보지 못하게 하고, 자기 발끝만 보다가 길을 잃게 만든다.
3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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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정말 으주되
태양과 달은 낮과 밤에 보이지만 한 공간에 있다. 행복도 불행도 한 공간에 있고 그것이 유난히 잘 보이더라도, 우리는 굳이 그것을 보지 않아도 된다. 그것 아니라도 별은 무수히 많다. 세상은 점점 더러워지고 엉망진창이 될 것이다. 네가 어디 있고 내가 어디 있는지 모르도록 복잡해지고 어지러워질 것이다. 그게 우주의 법칙이니까. 그런 세상을 같이 살면 좋았잖아. 네가 거기 있어서 내가 여기 있다고 서로 방향을 헤아려 주면 좋았잖아. 너를 보면서 나를 확인할 수 있으면, 같이 비를 맞았으면 좋았을 거잖아.
3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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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정말 으주되
최신우는 여기 없다. 우연히 만날 수도 없다. 길에서 만나고도 서로 모르는 사람인 척, 하지만 각자의 음악을 들으며 함께 집으로 걸어가던 그때처럼, 우리 더는 그럴 수 없다. 죽음은 그런 것이다. 모르는 척조차 할 수 없는 것.
3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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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정말 으주되
작가의 말

이해할 수 없다는 것. 아직 모르겠다는 것. 하지만, 그래서 당신이 살아 있으면 좋겠다는 것.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고, 끼니를 챙기고, 최선을 다해 자신을 돌보며 같이 찾아보자는 것.

3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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