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루민] 호접소년(蝴蝶少年)01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file/20131228/3/d/9/3d9da4a8cc82b75c158b7361af22e6a9.jpg)
[루민]蝴蹀少年(호접소년)
::나비소년
BY 푸른달
01::조그만 날개 짓 널 향한 이끌림 나에게 따라오라 손짓한 것 같아서
붉은 존재가 있었다. 그가 정확히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고, 세상에 내려 온지 얼마나 됐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어떻게 생겼는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사람이기는 한 건지 아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지만 두 가지는 확실했다. 붉은 존재는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 존재 그 자체만으로 사람들에게 위협을 준다는 것. 전설에 의하면, 푸른 나비의 날개를 등에 단 아름다운 소년만이 붉은 존재를 처치할 수 있었다. 아주 머나 먼 옛날에, 빛나는 양 쪽 날개가 가진 신비로운 힘으로 붉은 기운을 봉인한 이가 있었으나, 시간이 지나며 그 마법에 빛이 바래 봉인이 풀려버렸다. 다시 그 붉음을 가두기 위해서는 그와 똑 닮은 날개를 가진 사람이 나타나야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말 그대로 나비소년에 대한 이야기는 전설일 뿐, 그것을 진심으로 믿는 사람은 어느 하나 없었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어떻게 해야 붉은 존재를 봉인할 수 있는지 알지 못했다.
하나 다행인 것은 붉은 존재의 성은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아주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했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의 평화로운 마을에서 꼬박 3일을 밤낮으로 걸어 인간의 흔적이 없는 곳에 닿아, 심보가 고약하고 못된 어둠의 생물들이 간혹 오는 여행자들의 길을 잃게 하는 미혹의 숲을 지나, 세이렌과 로렐라이의 거부할 수 없이 유혹적인 노랫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는 깎아진 절벽과 바다를 건너, 거센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험한 산을 넘어,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검은 사막을 지나서야 비로소 붉은 존재의 성에 닿을 수 있었다.
마을의 사람들 모두가 붉은 존재를 두려워하여 없애고 싶어 했고, 두 눈으로 그가 실존함을 확인하고 싶어 했으며 잊혀 질 만하면 입버릇처럼,
‘붉은 존재를 없애러 가야하지 않겠나?’
하고 그저 지나가는 말로 내뱉고는 했다. 허나 그것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격으로, 자신의 목숨을 바쳐 붉은 존재를 처단하겠다는 이는 없었다. 아주 가끔, 용감하다고 할지 무모하다고 할지 모를 젊은이들이 그를 찾아 길을 나섰으나 그 중 어느 누구도 돌아온 적이 없었다. 그렇게 평화와 불안의 공존 속에 사람들은 몇 백 년일지 모를 세월을 살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아무런 예고도 없이 불시에 찾아온 일이 있었다.
아무렇게나 그는 나풀나풀 날아들어 왔다. 아이와 어른, 남자와 여자, 모두의 머릿속에, 노크도 없이, 허락도 받지 않은 채. 그냥. 별 일이 아닌 듯. 어느 날 문득. 그는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적어도 입을 열어 소리를 잘 내지 않았다. 자신만의 특별한 방법으로 남에게 소통을 할 수 있었다. 그는 이방인이었다. 마을의 입구에 맨발인 채로 쓰러져있는 것을 누군가 발견했고, 사람들은 의원에 집에 모여 그를 번갈아 가며 보살폈다. 이방인은 이틀 만에 눈을 떴다.
“여러분! 그 낯선 이방인이 눈을 떴어요! 우리에게 할 말이 있다고 광장으로 사람들을 모아달라고 제게 아름다운 목소리로
말을 했어요!”
그를 간병하던 소년이 호들갑을 떨며 온 마을에 소리치며 다녔다. 냇가에서 빨래하던 아낙들과 나무를 하던 사내들, 가축의 꼬리를 잡아당기던 꼬마들, 잊혀져가는 이야기들을 나누던 노인들, 그리고 마을에 머무르던 11명의 기사들, 모두가 그 소식에 하던 일을 멈추고 광장으로 뛰어갔다.
광장의 한 가운데에 있는 분수대의 가에 그 이방인은 올라 서있었다. 눈을 감고 있을 때도 천사가 마을에 떨어졌다며 사람들이 넋을 잃고 바라보던 그의 얼굴은 눈을 뜨니 몇 천 배는 더 아름다웠다. 부드러운 젖빛의 피부에 감탄할 틈도 없이 그의 눈동자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눈이 마주치면 그는 방긋 웃어 보였다. 자신의 눈이 아름답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고, 그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결코 오만해 보이지 않았다. 그 모습조차도 그저 그 자체로 아름답다. 모든 마을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이자 그는 이윽고 입을 열었다.
“저는..루한이에요.”
그 자리에 있던 마을 사람들은 먼 훗날에도 그 목소리는 눈망울만큼이나 맑고 청아해서, 한마디 한마디가 위대한 시인의 한 구절 같이 아름답게 느껴질 정도라고들 입을 모아 말하고는 했다. 숨죽여 루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저는 붉은 존재에게 붙잡혀 있었어요.”
짧게 숨을 헉-하고 들이 마시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렸다. 칭얼거리는 아기를 안고 있던 한 아가씨는 ‘세상에’하고 탄식하기도 했다. 누군가가 물었다.
“붉은 존재가 정말 있다는 거야?”
그러자 연달아 사람들이 한마디씩 질문하기 시작했다.
“붉은 존재는 어떻게 생겼죠?”
“그럼 루한은 숲과 바다, 산과 사막을 모두 거쳐서 우리 마을까지 온 건가요?”
“언제부터 잡혀있던 거야?”
“도대체 어떻게 도망쳐 나왔나요?”
수많은 사람들이 한 번에 저마다 한마디 씩 하자 그것은 모여서 한마디가 아닌 수 마디들이 되었다. 아름다운 낯선 이는 입을 한 번 열었다 닫았다. 그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한 들 기력이 쇠한 자신의 자그마한 목소리가 지금의 마을 사람들에게는 전해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잠시 생각하는 듯 손가락으로 이마를 짚더니 눈을 지그시 감았다. 잠시 후 무언가에 홀린 듯, 각자 자신만의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듣고 싶어 앞 다투어 목소리를 높이던 사람들이 동시에 조용해졌다. 똑똑히 머릿속에서 들렸다. 이방인의 읊조림이. 귀로 들리는 것과는 달랐다. 겪어보는 것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었다. 귀로 들리는 소리가 제 아무리 시끄럽다 해도, 머리와 가슴 안에서 들려오는, 아니 느껴지는 그 목소리는 작은 속삭임일지언정 똑똑히 들릴 것만 같았다.
-다들 진정하시고 저의 이야기를 들어주시겠어요?
전에 없던 신비한 소통의 방법에 사람들이 언행을 모두 멈추자 루한은 그제야 다시 입을 열었다.
“저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어요. 그러니 이해하기 힘들고 조금은 놀랄 말을 들으시더라도 제가 저의 이야기를 끝낼 때 까지는 부디, 아무런 말도 하지 말아주세요. 정말로 급하고 중요한 할 말이 있어요. 이렇게 부탁할게요.”
진심이 느껴지는 그의 애처로운 눈빛과 간곡함이 담긴 목소리에, 무언가 말하려고 입을 열었던 몇몇 사내들과 아이들은 다시 입을 다물고 경청할 준비를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를 해달라는 듯이.
“저는 날 때부터 붉은 존재의 성에서 살았습니다. 부모가 누구이며, 왜 그곳에서 눈을 떴는지는 저도 잘 몰라요. 그리고 저는 언제나 이 모습 그대로에요. 붉은 존재의 성은 지루하고 어둡고 삭막해서, 시간의 흐름을 제대로 알 수는 없지만, 제가 맞게 세었다면 삼백 예순하고도 다섯 해를 살아왔습니다. 저의 존재의 시작은 갓난아기가 아닌 지금의 저의 모습이었고, 그 날로부터 아주 조금도 늙거나 젊어지지 않았습니다. 붉은 존재는
‘너의 푸른 힘이 나를 위협하여 너를 나의 성 안에 가두어 놓아야한다. 하지만 56일에 한번, 달이 가득 찼을 때, 닷새 동안의 자유를 주도록 하겠다. 120시간 이 지나면 너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 성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라고 저에게 말했습니다. 저는 저에게 자유가 주어질 때 마다, 붉은 존재의 저주에서 저를 해방시켜 줄 사람을 찾아다니고 있어요. 아직은 한명도 저를 도와주지 않았지만요.
붉은 존재는 좋아도 싫어도, 본인의 의사로 저와 공생하는 관계인지라, 저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고, 그렇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를 들려줘요. 어떨 때는 계절의 변화나 밤낮의 변화 같은 당연한 것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 하고 또 어떨 때는 자신의 붉은 힘이 얼마나 세상을 황폐하게 하는지 자랑하듯 떠벌리죠. 그런데 아주 가끔, 저에게 본인의 약점을 비밀스럽게 속삭여요. 저는 그 누구보다 붉은 힘의 약한 점을 잘 알고 있어요.”
빠르게, 하지만 잘 전해지도록 차근차근 또박또박 신중히 말하던 루한이 여기서 잠시 말을 멈췄다. 마을 사람들은 그에 맞춰 저도 모르게 숨도 쉬지 않고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이따금씩 ‘꿀꺽’ 마른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푸른 눈을 가진 소년은 다시 입을 열었다.
“저를... 도와주세요.”
정적이 흘렀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아니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찾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더 정확했으리라. 아름다운 이방인의 말은 터무니없었지만 믿고 싶었고, 거짓말 같았지만 그와 동시에 진실 같았다. 허나 혹, 그의 말이 진실이라 한 들, 지금껏 그랬듯, 사람들에게는 붉은 존재에게 대항할 용기가 없었다. 조용한 가운데 누군가 루한에게 물었다. 마을에 잠시 머무르던 11명의 기사 중 한 명이었다.
“그대가 나비소년인가요?”
이전보다 더 큰 고요함. 푸른 기운의 소년은 눈을 감았다. 그는 기도하듯 자신에게만 들리는 말로 중얼거렸다. 그 말을 누군가 들었다 하더라도, 인간이 아닌 요정의 언어라 알아듣지 못했겠지만. 그러자 그의 등에서 날개가 돋았다. 마음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푸른빛의 커다란 나비날개 한 쌍이었다.
“네.”
마을의 여관 옆의 작은 술집 ‘하얀 조랑말’에 12명의 사내가 원탁을 둘러싸며 앉아있었다. 11명의 기사들과 나비소년 이었다. 11명의 기사는 먼 나라에서 전쟁을 마치고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던 중 이 작은 마을에서 잠시 쉬어가고 있었다. 하나같은 검무에 능하고 마법을 부릴 줄 알았으며 머리 또한 박식하여 많은 나라의 왕들이 내로라하는 훌륭한 젊은이들이었다. 이방인에게 나비 소년이냐 물은 공간의 기사 카이. 바람의 기사 세훈. 시간의 기사 타오. 빛의 기사 백현. 치유의 기사 레이. 불꽃의 기사 찬열. 날개의 기사 크리스. 힘의 기사 디오. 뇌전의 기사 첸. 물의 기사 수호. 그리고 얼음의 기사 시우민.
“용감한 기사님들. 제가 그대들을 붉은 존재의 성까지 안내해드리고 싶으나, 저에게는 시간이 없어요. 오늘이 닷새째 되는 날이라, 자정이 되는 순간 저는 이곳에서 사라지고 말거에요. 제가 너무 오래 쓰러져있었어요. 벌써 밤이 깊었군요. 서둘러야 해요.”
“그럼 중요한 이야기들과 우리가 준비할 것들을 어서 말해주겠어요?”
물의 기사가 다정히 물었다. 그는 11명의 기사단 사이에서도 가장 온화한 성격의 소유자이면서, 강단이 있어 모두의 신임을 받고 있었다.
“저는 성의 꼭대기에 있는 거대한 새장 안에 갇혀있어요. 성까지 오는 여정도 몹시 힘들고 지치는 일이겠지만, 성에 도착해서도 꼭 조심하고 경계하세요. 조심성 많은 붉은 존재가 여기저기 함정을 심어뒀으니까요. 기사님들께 저의 날개를 보여드렸으니 이제 우리는 푸른 마법의 힘으로 이어져있답니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다 해도 저의 목소리가 그대들에게 닿을거에요. 하지만 저의 푸른 힘은 선대의 나비소년 보다 약하기 때문에 제 목소리를 보내는 것은 가능하나, 기사님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할 수 없어요. 그리고 마음으로 말하는 것은 힘의 소모가 커서 자주 할 수가 없어요. 그래도 힘이 닿는 데까지는 저의 목소리로 기사님들을 도와드리도록 할게요. 완전 무장을 하고, 말을 준비하세요. 발로 걷는 것보다 훨씬 빠를 테니. 그리고 얼마나 길어질지 모를 험한 길이 될 테니 식량과 물도 충분히 모으세요.”
“잠깐, 가장 중요한 붉은 존재를 없앨 수 있는 법을 말을 안했잖아.”
시간의 기사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비소년은 ‘아차!’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건 영혼을 최대한 많이 모아서-”
야속하게도 자정이었다. 허무하게 루한은 눈앞에서 사라지고 그가 앉아있던 빈 의자에 온기만이 남았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지? 정말 저 소년의 말대로 붉은 존재를 제거하러 갈 건가?”
“영혼을 최대한 모으라니. 영혼을 어떻게 모을 수 있지?”
“루한은 바보가 아니야. 분명 그의 마법으로 우리에게 영혼을 모으는 법을 알려 줄거야. 우린 이미 맹세를 했어. 기사로서 내가 한 맹세를 어길 수는 없지. 앞으로 세 시간, 그 동안 각자 갈 채비를 하고, 최대한 많은 식량을 구해오도록 하자.”
물의 기사의 말에 나머지 10명의 기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사한 여정을 기원하는 의미로 잔을 부딪치고 깊게 마신 후, 각자 무기와 말의 상태를 살피러 나갔다.
이 이야기는, 11명의 기사 중, 나비소년을 처음 본 순간부터 그 아름다운 자태에 사랑에 빠져버린 얼음의 기사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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