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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달 전체글ll조회 1818 출처

하핳 본편을 읽어보신 분들보다 그렇지 않은 분들이 많을텐데 다짜고짜 외전을 올리는 민폐를 부려서 죄송합니다;_;

혹시나 궁금하시면...초록창에...쌍월지야라고 치시면...ㅏㅓ....(몹쓸홍보)


팬북 제작과정에서 쓴 미공개 번외입니다만,

이제 팬북이 모두 배송되고 판매가 끝난것으로 알고 있으니

텍본 올립니다

 

진짜 이 이후로는 쌍월지야와 관련해서 더이상 글쓰지 않겠습니다

이 번외도 판매제안 해주시분의 요청으로 쓴거기 때문에;_;



그냥 블로그에 한번 올려서 마음을 정리할 겸 여기에도 올립니다 지나가는 쭈그리 글쟁이로 이쁘게 봐주세요;_;










하얀 해


BY 푸른달





 "준면ㅉ-"

 "너 이 새끼!!!"



퍽-


찬열의 얼굴을 보자마자 준면은 냅다 주먹으로 그의 복부를 찔렀다. 컥- 하는 단말마의 소리를 내며 배를 움켜잡고 상체가 앞으로 꺾인 찬열은 맞은 방향으로 슬슬 뒷걸음질 쳤다.



 "왜..?! 왜 때리는데! 히잉.."

 "허- 왜 때리냐고? 그걸 지금,"



두둑- 준면이 고개 푸는 듯이 왼쪽으로 꺾었다.



 "몰라서"



두둑- 오른쪽



"말이라고"



두둑- 이번에는 주먹을 풀어 소리를 냈다.



 "묻냐?!!!"



그리고 제대로 찬열의 얼굴에다 꽂았다. 둔탁한 마찰음이 퍼억-하고 났고 찬열의 고개가 픽 뒤로 젖혀졌다. 옆에서 잠자코 보고 있던 진호는 말로는 '아, 연습생은 얼굴이 생명인데!'하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표정이나 말하는 폼새는 그저 이 상황이 재미있어 죽겠다는 것이었다.

2년 전 연습생이 된 진호는 찬열을 만났다. (둘이 서로를 처음보고 처음 기억이 되살아났을 때,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둘 다 빼어난 실력과 외모로 그 기획사가 오래도록 야심 차게 계획해 온 보이밴드에 적합하다는 평을 받았다. 그리고 바로 오늘, 8개월 후의 3인조 그룹으로의 데뷔를 위해 새로운 한 명이 투입되었다. 이름이 '김준면'이라는 연습생팀 실장님의 말을 듣자마자 찬열은 미묘하게 얼굴이 꿈틀거렸고, 진호는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수호가 찬열과 대면했을 때의 반응이 볼 만 하겠군'하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실장님이 준면이를 데리고 들어 왔을 때, 그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찬열과 진호를 보았을 때 일시적으로 놀란 듯 눈이 커졌으나 곧바로 표정관리를 하여 표정을 굳혔다. 이 전의 생에서 배운 포커페이스를 아직도 쓰고 있었다. 셋은 서로를 알고 있다는 티를 내지 않았고, 


'그럼 잘 대해주고 연습하고 있어'


하고 실장이 나가자마자 인사하는 찬열에게 다짜고짜 준면이 달려든 것이었다. 박찬열은 코를 움켜쥐고 울망울망한 눈빛으로 김준면을 쳐다봤다.



"잘못했어.."

"그래 잘못했지. 알아서 다행이다."

"그럼 나 용서해주는-"

"좀 더 반성하고 있어 구석에서. 난 진호랑 얘기하고 있을 테니까."



준면은 자신을 안으려는 찬열을 단호하게 밀어내며 말했다. 찬면은 실망한 강아지처럼 추욱 쳐져서는 '힝-알겟져'하고 또 고분고분 말을 듣는다. 연습실의 구석 한 켠으로 가서 벽을 보고 거울에 머리를 기대로 서있었다.



"잘 지냈어?"

"보시다시피 오랜 꿈을 이루기 일보직전. 준면형 덕분에 이제 8개월만 있으면! 근데 형은 왜 가수가 하고 싶었어?"

"모두에게서 몸과 정체를 숨기던 지난 과거..? 아니, 미래..? 아무튼 평행세계의 조직원으로서의 삶에 지쳤다고 할까. 그래서 정 반대로 모든 이들에게 나를 보여주는 직업을 갖고 싶어한 내 본능이 아니었을까?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어릴 때부터 막연히 되고 싶었는데, 오늘 너희를 보니까 얼추 그 이유를 알겠다."

"우릴 만나기 위해서 가수가 되고 싶어한 거라고?"

"응. 또 너희가 있다는 건 다른 애들도 있다는 거잖아. 우리가 연예인이 되고 화면에 노출이 많이 되면, 걔네들도 우리가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거 아니야. 서로가 서로를 만나기 위해 계획된 건 아닐까?"



준면은 여전히 똑똑하고 분석적이다. 또 객관적이며 계산적이다. 하지만 부족한 게 있다. 준면의 말을 들으며 잠자코 벽을 보고 서있던 찬열이 참다못해 휙 뒤돌았다.



"준면이 너, 우리 보자마자 그냥 반가워할 생각은 안하고, 또 그렇게 분석이나 하고 있었단 말이야?"

"응? 넌 반성이나 하라니까."



그러나 이번만큼은 수호의 말을 무시하고 찬열이 성큼성큼 다가온다. 게다가 평소의 해맑은 그답지 않은 심각한 표정이었다.



"진짜 하나도 변한 게 없어. 계산적이고 차갑고 기본적으로 사람을 경계하고,"

"그러는 넌 변했어? 사람을 속이고 감정을 이용하던 거 이제 안 해? 나를 좋아하는 척하고, 우리 조직을 파멸시-"



말을 끊고 찬열은 수호를 와락 끌어안았다. 라벤더향이 물큰 났다. 그 냄새를 맡자 수호는 불가항력적으로 거부할 수 없었다. 마음 속에서 무언가 자라나며 꿈틀거리게 하는 촉진제 같은 향기였다.

진호는 자신이 호들갑을 떨고 깐족거리면 분위기를 깨어 이 재미있는 상황을 못 지켜볼 까봐 없는 사람인척 가만히 보고 있었다.



"그런 거 따지지 말고 그냥 반가워해 주면 안되냐?"

"......"



준면의 어깨가 작게 들썩였다.



"처음부터 울고 싶었으면서 왜 그렇게 냉정한 척을 하고 그래."

"쪽팔리잖아."

"어휴...너도 진짜 이럴 때보면 그냥 애라니까."

"너한테는 진짜 애 같다는 소리 듣기 싫다."



울멍이면서도 할말은 다 하는 준면이 너무 그다워서 찬열은 저도 몰래 손을 들어 준면을 쓰다듬었다. 본인의 눈에도 약간의 눈물이 맺혔지만 꾹 눌러 참으며.





*





자신들의 통역관은 자기들이 뽑고 싶다고 박박 우겼다. 소속사의 일부 임원들은 그럼 셋의 태도에 '요즘 신인들은 전 같지 않다'며 혀를 찼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하도 지원자가 많아 서류를 다 훑어보는 데에 한참 걸렸지만 뮤직비디오 촬영, 인터뷰, 수록곡 녹음 등 바쁜 일정 사이에 틈틈이 짬을 내서 셋은 눈을 부릅뜨고 찾았다. 루한, 크리스, 타오, 레이를. 그리고 이윽고 루한의 서류를 찾아냈을 때는 새벽 4시, 안무연습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와 씻지도 못하고 피곤한 눈을 간신히 떠가며 보고 있을 때였기에, 셋은 무언의 함성을 질렀다. 소리지를 힘도 없었다. 함성의 반은 루한을 찾은 기쁨, 나머지 반은 잘 수 있겠거니 하는 기쁨이었다.

서류만 보고 바로 루한을 채용하자고 하면 어떤 근거로 그렇게 뽑냐고 할 것이 뻔했기 때문에 루한을 포함한 열명을 추려내어 면접까지 본인들이 직접 하겠다고 했다. 매니저는 안 그래도 스케줄이 빡빡해서 잘 시간도 없이 바쁜데 뭣하러 그렇게까지 매달려있냐고 면박이었다. 리더인 수호는 진지하게 대꾸했다.



“중국 활동에서 저희랑 일심동체처럼 함께 다니실 분이니까 잘 맞는 사람이어야죠. 그리고 사람 말에 뉘앙스가 있는데, 잘 맞는 사람이어야 통역할 때도 오해 없이 뜻한 바를 전해줄 수 있지 않겠어요?”



그 후에 매니저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11명 모두(더하기 진호)가 만나게 되었다. 찬열은 경수, 세훈, 종인에게 한 대씩 더 맞았다. ‘얼굴이 생명이니 다른 곳을 때려달라’는 진호와 수호의 부탁에 친절히 배를 때리고 정강이를 걷어차고 팔을 꺾어주었다.



“으아아아 제가 잘못했습니다!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그래, 이제 좀 화가 풀린다.”



오세훈이 찬열의 어깨를 주먹으로 살짝 툭 치며 씩 웃었다.



<그래 사실 우리 서로 누가누구를 죽였는지 딱히 신경 안 썼는데 찬열이 너는 좀 맞아도 쌈>



레이가 덤덤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들 동의의 의미로 무언가 웅얼웅얼 거렸다. 그러다 민석이 고민을 토로했다.



“나 내일 학부모 면담인데 누가 엄마대신 가주면 안됨? 나 아직 엄마한테 말 안했는데 담임이 뭐라고 할지 뭔가 두렵다.”

“헐, 나 형들 담임 선생님한테 일러도 됨? 교생선생님으로서 학생들의 거짓말을 그냥 두고 넘길수는 없는 것 같은데?”



종인의 장난에 민석이 그를 찌릿 쳐다봤다.




<왜? 담임 선생님이 무서워?>



타오가 묻자 경수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든다.



“전혀. 지금까지 내 담임선생님들 중에 제일 좋은데? 물론 민석이형은 겁나 많이 깐족거리고 다녀서 좀 찍히긴 했지? 시험도 완전 망쳤고.”

“내 시험 점수에 대해 왜 왈가왈부해!”

“민석이 형 경수 형한테 화내지마! 그리고 망친 거 맞으면서”



종인이 실실 쪼개며 경수에게 타박하려던 민석을 가로막았다. 그 모습을 보며 찬열이 혀를 끌끌 차댔다.



“어휴, 저 껌딱지 짓은 여전하구만.”

“그러는 너는-”



김종인은 반박하려다 말을 끊었다. 무언가 잃어버린 듯, 하지만 무얼 잃어버린 지 조차 모르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에 루한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는 찬열이는 뭐?>

“아니, 뭔가 자동적으로 그러는 네 껌딱지는? 이라고 하려고 했는데, 왜지?”

“뭐야 바보 아니야. 준면이 말하는 건가?”

“내가 감히 준면이 형한테 그럴 리가 없잖아.”



세훈이가 바보라고 해도 카이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있다. 하지만 이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고, 대화의 주제가 바뀌며 모두가 금방 그것을 잊었다. 

준면을 빼고. 그는 잠자코 대화가 흘러가는 것을 듣다가 불쑥 말했다.



“그 학부모 면담, 찬열이랑 내가 가도 돼?”

“어? 나야 되긴 되는데 너네도 스물, 스물하나잖아. 보호자로 성립이 되나? 더군다나 너넨 엑손가 뭔가 하는 아이돌이잖아. 담임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겠어?”

“부모님 바쁘셔서 사촌 형이랑 그 친구가 왔다고 해.”

<완전 이상해. 누가 그걸 믿어.>

“그냥 우겨볼게.”



준면이 평소의 본인답지 않게 억지를 부리자 다들 이상하게 쳐다봤다. 크리스의 그걸 누가 믿겠냐는 면박에도 굳게 흔들리지 않자 민석과 종인은 ‘뭐 그래. 그래 보든가.’하며 두 손 두 발을 들었다.





*





“찬열아, 너는 우리 기억에 구멍이 있는 것 같지 않아?”

“응? 무슨 말이야?”

“선택 받은 자일 때의 기억이 완전하지 못하다는 느낌 있잖아.”

“난 깊게 생각해본 적 없어.”

“왜?”

“일단, 첫째. 모두가 너처럼 그렇게 모든 것을 다시 한번 더 생각해보고 따져보지 않아. 둘째. 나는 지금이 더 행복해. 선택 받지 않은 지금. 너랑 아무런 장애물 없이 같이 하는 지금이 더 행복해. 원래 지금이 행복하면 그런 과거 일일이 따져보지 않게 되잖아. 그럴 시간이 어딨어. 현재에 충실하기 바쁜데.”



민석과 경수, 종인이 다니는 학교에 가는 길이었다. 민석의 학부모 면담일이었다. 찬열의 말에 수호는 흐음 하더니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 거기에 불만이 있는지 박찬열의 표정도 덩달아 구겨졌다.



“준면쨔응 행복하지 않냐능?”

“오덕체 뭐냐능”

“아 진짜, 왜 이렇게 모든걸 깊게 생각하고 의심하냐니까? 내가 그 버릇 버리라고 했어 안 했어?”



찬열이 수호의 머리를 살짝 콩하고 때리는 시늉을 했다. 하지만 버릇을 버리는 것은 쉬운 일이아니었다. 왜 찬열과 자신이 타오가 능력을 쓰기 전의 그 삶에서 서로를 죽여야만 했을까? 찬열이 그 때도 자신을 정말 사랑했다면, 자신도 그에게 배신감을 느낀다거나 분노할 이유가 없었을텐데, 왜 행복했던 둘이 서로를 파멸으로 몰고 가게 된 것일까? 달그림자는 찬열의 위치를 어떻게 알아낸걸까? 어떠한 단서도 없었는데. 이런저런 의문점들을 조합해보면, 다른 이들이 모르는, 찬열 편에 있던 어떤 조력자가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찬열과 그 조력자는 단순히 일적인 관계가 아닌 사랑하는 사이였을 것이다. 선택 받은 자가 11명이라는 불완전하고 랜덤한 숫자라는 것도 걸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10이나 12라는 숫자가 더 적합할 것 같은데… 만약 선택 받은 자가 12명이었다면? 그리고 찬열의 조력자였던 그 사람이 마지막 12번째 선택 받은 자라면? 하지만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은 11명, 진호까지 12명 그 누구의 기억에도 없었다.

그런데 선택 받은 자라는 이들이 왜 생겨났는가. 신이 되려고. 오직 그것 하나만을 위해 서로를 속이고 죽였었다. 헌데, 11명 사이에 신은 없었다. 그렇다면 그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12번째의 선택 받은 자가 신이 된 것은 아닐까?

물론 어떤 과학적 근거도 없이 감과 추측으로만 세워본 준면의 가설이었다.



‘정말 내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는 건가…’

“그래, 너 말이 맞아. 이제 더 이상 그거에 대해 생각 안 할게.”



준면의 말에 싱긋 웃으며 그의 손을 잡은 찬열의 팔에는 더 이상 ‘雙月之夜’가 새겨져 있지 않다. 이제는 ‘선택 받지 않은 자’들의 기억을 빼면 이 전 세계가 존재했다는 증거가 전혀 남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모를 것이다. 그 기억마저 내가 하나 둘 지워갈 것이라는 것을.


준면과 찬열이 종인의 안내에 따라 교실 문을 드륵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자리에 앉았다. 수호는 민석과 경수의 담임의 얼굴을 보고 멈칫했다.



“안녕하세요, 민석이 담임 변백현입니다.”

“안녕하세요.”



찬열은 인사를 했으나 준면은 부동.



“왜 그러시죠?”

“아…저희 어디서 뵌 적이 있던가요?”

“아뇨, 다른 분이랑 착각하시는 거 아니신가요?”



너무 익숙했다. 하지만 뭐, 착각이겠지.

나는 픽 웃었다. 김준면, 여전히 기억력이 좋다니까.



“실례지만 민석이랑 관계가 어떻게 되시죠?”

“사촌형입니다.”

“아, 그러시구나.”



사촌 형은 얼어 죽을 사촌. 



“옆에 분은 같은 그룹 멤버시죠? 민석이 사촌이 아이돌 가수였다니 신기하네요. 진호씨도 잘 계시나요?”



본인들에 대해 너무 잘아는 듯한 말투에 놀라 찬열과 준면은 신기해하는 눈치다.



“제가 진호씨 팬이어서요. 연습생 시절부터 가수가 되고 싶다고 그렇게 간절했다면서요? 결국 꿈을 이룬 게 멋져서 좋아해요. 저 엑소 팬이에요.”





*





해가 진다

혼자 내려가지 않는다

저 하늘보다 훨씬 높고

훨씬 넓은

우주의 끝자락을 꽉 잡아

내려가는 힘으로 끌어내린다

그리하면 해는 사라지고

온 우주로 하늘이 뒤덮인다



하나씩

둘씩

셋씩

넷씩

별이 무리 지어 흩어진다

저마다 반짝이는 각자의 빛

그 중에도 유독 밝은 열두 개의 달

밝음을 내뿜는 눈부시니 달이 열두 개이기에

더 이상 밤이 그 고유의 어둠을 잃어감에도

더 이상 밤이 밤 같지 아니함에도

해가 되고 싶던 열두 개의 달

직접 눈에 담은 적은 없음에도

막연히 동경하던 해


모든 것의 시작이요 끝인 풍요로운 흙을 가진 

땅색빛의 달

어둠에 갉아 먹혀 상처 입어도 어느새 다시 동그랗게 자신의 모습을 재생하는 

녹색빛의 달

밤에 다른 어느 달과 별보다 높이 떠올라 넓디 넓은 하늘을 수호하는 

회색빛의 달

한번 떠오르면 어디에 있어도 보여서 마치 동행하는 듯한 존재감을 가진 

은빛의 달

자연이 만든 시간의 지침으로 흐름을 알려주고 지배하는

 주홍빛의 달

아무런 말 없이도 환히 떠올라 상냥하게 주위의 별들과 달들과 소통하는

 보랏빛의 달

차디찬 회백색의 범접할 수 없을 듯, 냉랭하고 단단한 얼음으로 이뤄진 듯한

 하늘빛의 달

끊임없이 모든 것을 담고 모든 것을 실어가는 바람이 불어오는

 연둣빛의 달

성난 하늘의 번개가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노란빛의 달

시끄러운 하늘을 잠재우며 모든 것에 물들어가는 비가 내리는

 물빛의 달

어두운 밤 하늘 중에 밝기로는 으뜸이고 환히 비추어 온 세상을 밝히는

 하얀빛의 달

뜨거운 태양의 화염을 닮아 타오르는 열기를 담은

 붉은빛의 달


하얀빛은 붉은빛을 사랑하여 태양이 붉기를 원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이 태양이 되었다

태양은 하얗게 빛나게 되었다


태양과 달, 태양과 별은 절대 마주할 수 없는 법


하얀 태양은 달들을 모두 별로 만들었다

11개의 별은 하염 없이 빛났다

그 중에도 물빛의 별과 붉은빛의 별은 서로를 아우르며 가장 아름답게 빛났다


태양은 옆에서,

그들이 빛나는 것을 방해하지 않도록

멀리 떨어진 옆에서

그들을 축복함과 동시에

한 방울의 눈물을 또르르 흘렸다





*





“야 저거 봐 해가 떠있는데 비와”

“여우비다 여우비!”

“자자 조용!”



교실이 어수선해져서 출석부로 교탁을 두어번 탁탁 두드렸다. 아이들이 다시 제자리에 앉았다.



“조용히 하고 자습해라.”



아이들이 조용히 책을 펴고 공부를 시작했다. 나는 잘들 공부를 하고 있나 교실을 천천히 돌아다녔다. 사실 나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을 필요가 없다. 아니 오히려 하지 않아도 되는 선생님 일을 한다고 고생을 자처하고 있는 셈이다.

나는 한 학생의 책상에서 멈췄다.



“민석아, 사촌 형이랑 그 그룹 멤버들은 잘 지내니?”



학생은 움찔 하더니 예, 뭐 하고 대답을 얼버무린다. 나는 종인에게 ‘김선생님 자습 지도 좀 부탁드려요.’ 하고 교실을 나왔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을 필요가 전혀 없다. 오히려 귀찮게 할 뿐.. 하지만.. 경수랑 민석이 형이 졸업할 때까지, 딱 그 때까지만,


조금 떨어진 이 곳에서 너를 지켜보는 것 정도는 되겠지?

딱 그 정도만 그리워하고 미련하게 구는 것 정도는 허용되는 거겠지?


그렇지 박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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