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민/루민팬픽/엑소/엑소팬픽/다각팬픽/푸른달팬픽/호접소년 [루민]蝴蹀少年(호접소년) ::나비소년 BY 푸른달 03::오묘한 그대의 모습에 넋을 놓고 하나뿐인 영혼을 뺏기고 -얼음의 기사님 기다리고 있었어요. 시우민은 자신의 머리와 가슴을 의심하였다. 마음의 환청인 것은 아닐까. 그저 아름답고 성스러운 나비소년을 자신이 너무 나도 갈망하여 스스로 만들어낸, 빛나지만 한없이 잔혹한 환상이 아닐까.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며 걸음을 멈춘 그 찰나에 다시 한 번 루한의 마음의 소리가 잔잔하게 머릿속에 울려나갔다. -저는 환청도 아니며 그대가 저를 갈망하여 만들어낸 환상도 아닌, 오십 여일 전에 그대와 마주한 푸른빛의 나비소년 본인이에요. 너무나 놀란 얼음의 힘을 가진 자는 저도 모르게 ‘허-’하는 알 수없는 탄식을 내뱉어냈다. 고개를 좌우로 몇 번 흔들고 심호흡을 해댔다. 그리고 (조금은 스스로가 바보 같다고 느끼며) 아무도 있지 않은 자신의 눈앞 허공에 대고 말을 했다. 시선의 초점은 어디에 맞추어야 하는 건지 헷갈려 하며. “푸른 당신은 어떻게 나의 생각을 읽고 있고, 당신께 닿으려면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저와 그대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제가 그대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듯 그대의 생각 역시 저에게 더 선명하고 강하게 전해져요. 얼음의 기사님도 입 밖으로 소리를 내지 않으셔도 저와 교감하고 생각을 나눌 수 있어요. 그만큼 당신과 저 사이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죠. “그렇다면 이 계단을 조금만 더 오르면, 푸른 소년의 아름다운 얼굴을 다시 저의 두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요?” -예. 달리 말하면, 얼음의 마법을 부리는 이의 아름다운 얼굴을 다시 저의 두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겠지요. 시우민님, 미천하고 저 혼자의 힘으로는 도움도 되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인 나비소년이지만 조금 더 힘을 내시고 조금만 더 저를 측은히 여겨주세요. 그대에게 직접 나의 목소리가 닿았으면 좋겠어요. 그대의 그 목소리가 직접 나의 두 귀에 닿았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그저 보이지 않는 당신을 찾고, 도무지 들리지가 않는 당신을 들으려 애쓰고 있을 뿐이에요. 이에 얼음의 기사는, 망설임 없이 천 번째 계단을 올랐다. 그렇게 몇 계단을 더 올랐을까, 그의 눈앞에 문이 하나 보였다. 커다란 빗장이 채워져 있는 굳게 잠긴 문이었다. 검을 휘둘러도 보고, 몸으로 부딪쳐도 보았으나, 문은 아무 일도 없단 듯 꿈쩍도 하지 않고, 조금도 손상되지 않았다. “루한, 저에게 조금만 단서를 줄 수 있나요? 저의 앞을 문 하나가 가로막고 있어요.” -벌써 문 앞에 도착하셨나요? 역시 제가 가장 눈여겨본 기사님 답군요. 이제 그 문만 열면 제가 갇혀 있는 방이에요. 어서 들어와주세요. “하지만 문이 저의 육신으로 부수어버리기에는 너무 단단하고 굳게 잠겨있고, 지금은 하얀 마법의 힘도 빌리지 못하는걸요.” -그 문은 인간의 힘이나 하얀 마법으로 열리지 않아요. 요정의 마법을 걸어둔 문이거든요. 지금 그대의 눈앞의 문과 저의 마음의 문은 통해있어요. “그게 무슨 뜻이죠?” -가장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저의 마음의 문이 당신에게 열릴 때 그 문도 열린다는 거예요. 그 방법 외에는 붉은 존재가 갖고 있는 열쇠를 빼앗아 오는 수밖에 없는데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요. 시우민은 화가 났다. 속에서부터 분노가 끓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데 그 화가 무엇을 향하여 왜 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무의식중에 그의 심기를 건드리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저의 마음의 문이 당신에게 열릴 때 그 문도 열린다는 거예요’...? 그 말은 즉... 얼음의 기사는 나비소년의 말을 계속 곱씹어보다 자신이 화가 난 이유를 깨달았다. 아름다운 이방인이 자신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두고 있지 않았다. 단순히 그것이었다. 그런 그의 생각을 읽은 루한은 차근차근 그의 마음을 위로했다. -부디 오해는 하지 말아주세요 얼음의 기사님. 그대를 만났던 그 작은 마을에서 당신을 처음 본 그 순간 당신에게 시선과 마음을 모두 빼앗겨, 영혼까지 당신께 바치고 싶을 만큼 저는 사로잡혔으니까요. 11명의 기사들에게 저를 구해 달라 말했지만 실은 오직 당신만이 저에게 오기를 바랐고, 저의 마음이 충분히 간절했던 것인지 11분의 1의 확률로 정말 당신이 제가 있는 탑에 올랐으니까요. “그렇다면 어째서 이 문은 이렇게나 마음이 시리도록 굳게 닫혀 있는 건가요?” 시우민은 스스로 말하면서도 자신이 아이가 투정 부리는 듯한 어투라는 것을 느꼈다. 어머니의 사랑을 보채고 갈구하며 칭얼거리는 어리디 다섯 살배기 어린아이. 그리고 자신의 투정을 질책했다. 이러한 느낌과 나의 생각 모두 나비소년에게 전해지고 있을 텐데, 사내답지 못하게 이게 무슨 망신이야. 마음을 단단히 다잡자. -그대를 향한 저의 감정은 저에게 투명하고 솔직하여 있는 그대로 보이고 느껴지지만, 저를 보는 그대의 두 눈동자를 본 것이 너무나 오래되었고, 그대의 입에서 저를 향한 당신의 감정을 표현한 적이 없어 그 무엇도 확신을 주지 못했어요. 그러니까 저는 불안한 것이랍니다. 용감한 얼음의 기사님. 그대를 바라는 저의 이 바람이 그저 짝사랑, 외사랑으로 끝날 것 같아, 너무나도 불안한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당신만큼 용감하지 못하고 약한 저는 마음의 문을 아직 열지 못한 거예요. 기사님께서 진솔한 자세로 그대와 저의 마음이 통하며 공명하고 있다고, 마음이 전해지도록 제게 말을 해주신다면, 그 문이 당장에라도 활짝 열릴게 될 거예요. 짝사랑! 외사랑! 금방 루한이 말한 것들은 시우민 본인이 느끼는 것과 너무나 똑같아서, 시우민 자신이 말한 것이라 해도 믿을 수가 있을 정도였다. “저는...저는...” 나비소년의 마음의 고백에 가슴이 벅차 제대로 말을 이어나가기가 힘들어 입을 열었다가 다물었다. 환희에 가빠 오는 숨을 가다듬고, 전율이 오르는 몸의 떨림을 가라앉히고, 얼음의 기사는 다시 입을 열었다. “처음 아름다운 루한을 보았을 때 오묘한 그대의 모습에 넋을 놓고, 그럴 수 있다면 하나뿐인 저의 영혼을 그대에게 빼앗겨도 좋을 만큼... 우주가 담긴 반짝이는 아름다운 푸른 눈과 젖빛의 실크 같은 살결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숨 쉬는 것을 잊을 만큼...” 자신의 감정을 추슬렀다. 이렇게나 길게 구구절절 달콤한 말을 속삭이는 것은 기사도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설령 자신이 말한 모든 것이 진심이었다 해도. 간단명료하게 진심을 정하는 것이 정직한 기사다운 일이었다. “그대를 연모합니다.” 고요함. 공기를 짓누르는 거대한 고요함. 그리고 시우민에게는 몇 백 년 같은 몇 초가 지났다. 숨 막히는 정적을 깨는 소리가 났다. 끼이익- “기사님 드디어 오셨군요.” 먼 훗날에도 눈망울만큼이나 맑고 청아해서, 한마디 한마디가 위대한 시인의 한 구절같이 아름답게 느껴질 정도라고들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그 목소리가 얼음의 기사의 귓전에 닿았다. 문 너머에는 어두운 방이 있었고, 방 안의 빛이라고는 푸른 소년이 내뿜는 희미한 푸른빛뿐이었다. 그 소년은 커다란 회색의 새장 안에 힘없이 앉아 문을 연 시우민을 쳐다보았다. 둘의 눈이 마주치자 그는 세상을 다 가진 듯 아리따운 미소를 지었다. 시우민은 새장으로 달려가 루한의 두 손을 마주 잡았다. 차가웠다. 얼음의 마법을 부리는 기사조차 놀랄 만큼 차디찬 두 손. 루한의 손을 더 힘껏, 꼭 잡았다. “무사한 거죠? 루한. 다친 곳은 없는 거겠죠?” “네 붉은 존재는 절대 저를 해치지 못해요. 다친 것은 얼음의 기사님 아니신가요? 이리 가까이..” 루한의 말대로 시우민의 얼굴은 상처 투성이었다. 작지만 단단한 검은 사막의 모래들에 이리저리 잔상처가 나고, 귀는 미혹의 숲에서 어둠의 나무에 긁혀 찢어졌다. 레이의 힘이 다하였을 때 받은 상처 거나, 그의 힘으로도 치유되지 않는 상처들이었다. 얼음의 기사는 루한에게 가까이 얼굴을 대었다. 나비소년은 자신의 날개를 꺼낼 때와 같이 보통 인간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요정의 언어로 무어라 중얼거리더니 그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러자 강한 푸른빛이 나며 모든 상처가 감쪽같이 모두 사라졌다. 애초에 상처가 나지도 않은 깨끗한 상태였던 것처럼. 묘한 느낌에 시우민은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더듬어보고는 놀라 루한을 쳐다보았다. 루한은 얼굴에 맑음을 잔뜩 묻히고는 말갛게 웃었다. “이제야 그대와 제가 둘 다 무사해졌어요.” 그에 얼음의 기사는 창살 너머로 양 팔을 뻗어 아름다운 소년을 끌어안았다. “구하러 왔으니, 이제 자세히 붉은 존재를 처단하는 방법을 알려줘요. 루한을 제가 해방 시킬게요.” “일단 나머지 열 분의 기사님들과 다시 한자리에 모여 저를 기다려주세요. 해가 지고 자정이 되면, 저의 자유의 날이 시작되니 그때까지 성의 정문에서 기다리세요. 그러면 자세한 방법을 모두에게 제가 전할게요.” "지금 당장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나요?" “이 탑 어딘가에 열쇠의 조각 하나가 숨겨져 있어요. 붉은 존재가 이 새장의 열쇠를 열두 조각들로 나누어 내어 성의 곳곳에 숨겨두었거든요. 처음에 열쇠가 부수어졌을 때 발견한 조각 하나는 저에게 있고, 나머지 열한 조각은 붉은 조각은 열한 개의 탑에 한 개씩 두었어요. 족쇄 마법이 걸려있는 것은 이 새장이니, 그 조각을 모두 찾아내면 일단 제가 붉은 존재로부터 해방될 수 있어요.” “제가 찾아도 나머지 열 개의 조각은 어쩌죠?” “저의 푸른 마법으로 다른 기사분들께도 찾아달라 전할게요. 그러니 해가 지기 전에 서둘러 열쇠 조각을 찾아주세요.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자신의 부탁에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나려는 시우민의 옷자락을 루한이 잡으며 무언가 덧붙이려 입을 열었다. “다른 기사분들에게는 저를 보았다는 사실을 이야기하지 말아주세요. 그들은 모두 탑의 함정들을 겪었을 테니 그대도 그 함정들을 겪은 양 이야기해주세요.” 조금은 이상한 부탁이었다. 그러한 얼음의 기사의 생각을 읽은 루한은 힘없이 웃으며 그의 옷자락을 놓았다. “붉은 존재가 누군가가 저와 접촉했다는 사실을 안다면, 그 누군가는 결코 무사하지 못할 거예요. 그리고 시우민이 무사하지 못하다면 저는 견딜 수가 없을 거예요. 다른 열 분의 기사들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만에 하나의 상황에 대비하여, 이 사실을 아무도 모르게 하는 것이 안전할 것이라 생각해요.” “저는 붉은 존재가 두렵지 않지만, 당신의 생각이 그러하다면, 그렇게 해서 당신의 마음이 더 안정될 수 있다면 그렇게 할게요. 어렵지 않은 일이니.” “고마워요. 조금 이따 자정 너머에 다시 서로와 마주하도록 해요 얼음을 부리는 이여.” 축복의 의미로 시우민의 손등에 루한은 입을 살포시 맞추었다.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전율이 몸에 올랐다. 얼음의 기사는 결의에 차서 탑을 내려가며 계단을 살폈다. 오직 계단 만이 있는 탑이라 열쇠의 조각이 있을 곳은 계단뿐이었다. 그리고 의외로 쉽게, 붉은 힘의 빛이 나는 조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위에서부터 오백 번째의 계단에 얌전히 올려져 있었다. 탑을 올라가며 보지 못한 것이 의아할 정도였다. 나비소년을 구하겠다는 급한 마음에 보지 못했겠거니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해가 지고 11명의 기사가 한자리에 모였다. 각자의 무용담을 얘기하는데 모두 다 비슷한 얘기를 했다. 탑을 오르며 죽을 고비를 몇 번 넘겼고, 탑의 가장 위 층에는 나비소년의 푸른 마법이 도는 샘이 있었는데, 그 물에 닿으니 상처가 깨끗이 나았더라고. 그러다 루한의 마음의 목소리가 들려 열쇠 조각을 찾아 모였노라고. 시우민은 다른 기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도 비슷한 일을 겪은 듯 고개를 끄덕이고 맞장구를 쳤다. 그리고 이윽고 자정이 되었고 그들 앞에 하늘에서부터 푸른빛이 나는 무언가가 날아내려왔다. 날개를 편 루한이었다.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어요 용감하신 기사님들. 이제부터 붉은 존재를 없애기 위해 영혼을 모으는 법을 설명드릴게요.” .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현재글 [EXO/루민] 호접소년(蝴蝶少年)03 예헷 구독료0p찡긋
11년 전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조인성은 나래바 초대 거절했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