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울리는 브금을 못 찾았다고 한다 ^ㅁ^.. )
의대 의학과 민윤기
Part 03 : 소개팅 w. 이 숙 달
“ 알아, 너 어렸을 때 나 좋다고 쫒아다녔잖아.
내가 그걸 기억 못하겠냐 ? ”
“ 눈치 없는 건 여전하네. ”
“ 갑자기 왜 눈치타령.
밥이나 먹자, 오늘 고생했으니까 내가 사는 걸로. ”
사실 나도 알아, 민윤기의 말의 의미를. 내가 눈치가 없는 게 아니라, 눈치를 챘지만 아는 척을 할 수 없는 이유를 아마 모두가 알거라고 생각해. 지금 나는 내 앞가림도 못하고 있잖아. 그래서 모두를 힘들게 하는 이제 서서히 친구가 되어가고 있는 민윤기에게 어떻게 기대겠어. 우리는 매일 같은 생활패턴이 되었어. 수업이 끝나면 실습실로가서 한 두시간 연습을 하다가 각자 헤어지고, 민윤기의 도움이였을 까 ? 나는 점수를 잘받았고, 아무 탈 없이 대학을 졸업후 대학병원에 들어가게 되었어. 그리고 우리는 8년동안 ‘ 친구 ’ 라는 이름의 타이틀만 매달았지.
“ 어 ? 선생님 ? ”
병원에서 우연히 보고싶어하던 사람을 만났어. 거의 10년 만이려나 ? 바로 내가 간호사라는 꿈을 가지게 된 이유인 우리학교 보건선생님. 10년이 지났는 데도 방부제 피부를 자랑하시다니. 선생님은 여전히 잘생기시고 목소리도 좋으시더라. 나이를 반대로 먹는 다는 말이 이런 말인가봐.
“ 어 ? 이탄소 ?
진짜 간호사가 됐네 ? 그때 장난끼 많은 얼굴로 말하길래 그냥 해본 말 이겠거니 했는 데. ”
“ 저 여기서 근무한지 5년이나 됐어요. 이제 제법 덤벙거리지도 않고, 주사도 잘 놓고. ”
“ 5년이나 됐어 ? 왜 난 한번도 못봤지 … ? ”
“ 여기 자주 오세요 ? ”
“ 응. 선생님 와이프가 여기 간호사여서. ”
“ 여보 ! ”
“ 그럼 먼저 가볼께.
다음에는 밥 한번 먹자. ”
“ 당신은 이간이랑은 어떻게 아는 사이야? ”
“ 예전에 말한 적 있지 않나 ?
나 멋있다고 간호사하고 싶다던 학생. ”
“ 그게 이간이였어 ??
우연이네. ”
“ 그러게. 많이 컸더라. ”
우리 병원에서 최고가는 성격좋고 얼굴예쁘신 박간호사님께서 선생님의 아내이시라고 했어. 둘은 대학때 처음만나서 8년간 친구로 지내다가 5년 전 결혼을 하셨대. 뭔가 기쁘면서도 신기하지만, 씁쓸한 기분이 든달까 ? 사실은 선생님께서는 내 첫사랑이였거든. 진짜 마음이 두근두근 거리는 그런 첫 사랑말이야.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오글아들긴해. 그래도 몇 분 전 선생님을 다시 뵈었을 때, 정말 운명을 만난 것 처럼 마음이 두근거리더라 …. 선생님과 인사를 나눈뒤, 난 먼저 자리를 일어나서 병원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지.
“ 그, 너 고등학교 보건쌤 만났다며 ? ”
“ 응. 방금. ”
“ 첫사랑아니냐 ? ”
“ 맞지, 근데 결혼하셨대. 박간호사님이랑.
그래서 들르신거고, (피식) 우연 중에 이런 우연이 다있냐 ? ”
“ 뭐야. 이 괜찮은 척 하는 쿨내는.
괜찮긴하고 … ? ”
“ 크 ㅡ 뭐, 그냥 지나가는 청소년기의 가슴아픈 사랑이였달까 ? ”
“ 소설쓰고 앉아있네. 오늘 당직아니지 ? ”
“ 응. 소주나 한 잔 땡기러 가자. ”
민윤기랑 나랑은 대학을 졸업하고, 병원에 근무하는 내내 이상할정도로 아무 일이 없었어. 친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였어. 윤기의 마음은 어땠으련지 몰라도. 아마 나를 친구로 여기지 않았을 까 싶어. 항상 윤기에게 나는 철벽만 치는 여자였고, 바보가 아닌 이상 지금까지 좋아하지는 않겠지. 둘이서 자주 찾는 호프집에 마주 앉아서는 일 얘기를 하거나, 동창들 이야기를 했지. 별 쓸때없는 이야기를.
“ 야. 나 소개팅한다. ”
“ 소개팅 ? 언제. ”
“ 이번 주말에.
엄마가 혼자 늙어죽지말래, 그래서 한 번 봐보려고.
돈 많고, 집 안 좋고, 성격도 나쁘지 않다던데. ”
“ 너 결혼안할꺼야 ? 나이가 30이 되가. ”
“ 혼자 늙어가지뭐. 주변에서 결혼한 친구들이 그러는 데, 결혼하지말고 혼자살래. 그게 마음이 훨~ 편하다고. ”
“ 윤기한테 시집가 그럼 ! ”
“ 우리 엄마, 참 윤기 좋아해.
그렇게 좋으면 엄마가 다시 시집가시지뭐 ! ”
“ 너네 아빠봐라. 엄마가 또 시집가고 싶겠니 ? ”
“ 엄마도 결혼 생활에 만족 못하면서, 왜 딸 시집을 자꾸 보내려고 하실까 ? ”
“ 이탄소 ! 그럼 소개팅이나해 ! 이번주 주말 ! 꼭 가, 안가면 딸이고 뭐고 국물도 없을꺼니까 ! ”
‘ 앞에 있는 사람은 뭐가 돼, 그러면.
노력만 죽어라하고. ’
소개팅 당일날. 평소 불편해서 잘 입지도 않은 치마를 내어입고, 카페 창가 쪽에 앉아서 맞선 남을 기다리고 있었어. 봄이라고 해도 날이 조금 쌀쌀 하더라구, 해도 빨리 지고. 약속시간이 근무 끝나고여서 7시로 잡았는 데, 생각보다 빨리 끝나서 10분 일찍 도착을 했어. 한 5분 정도가 지났을 까. 카페 자동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맞은 편에 남자분이 앉으시더라고.
“ 안녕하세요. 방시혁입니다.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예쁘시네요. ”
분명 나는 상대의 사진을 받은 적이 없어. 그런데 왜 상대방은 내 사진을 봤다고 하는 걸까 ? 겉모습으로는 사람을 평가할 수가 없으니, 대화를 천천히 나누어봤어. 분명 내가 듣기로는 29살이라고 들었는 데, 도저히 그렇게는 안보이는 거야. 그래서 나이를 여쭈어봤는 데, 46 … ? 이건 아니잖아.
“ 요즘 나이차이가 별 대수인가요. 껄껄.
혹시 신혼여행지는 … 역시, 하와이가 좋겠죠 ? ”
“ 신혼여행이요 … ? ”
“ 첫번째 부인도, 두번째 부인도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갔는 데, 좋아하더라구요. 여자들의 마음은 다 똑같나 … ? ”
“ … 재혼이신거예요 ? ”
“ 그럼요. 에이, 요즘 재혼도 뭐 대수인가. 어리신 분이 촌스럽게. ”
“ … 아. ”
나이차이가 많이 났어. 물론 난 그 말도 못들었었지, 난 분명 29살이라고 들었으니까. 이 상황이 어이가 없었지만, 이대로 박차고 나가면 자리 연결해주신 엄마친구분이 뭐가 되시겠어. 그래서 그냥 시간만 때우고 다시는 만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는 데, 두번의 재혼이라니. 그 말을 듣지마자, 수치스럽더라고. 재혼을 두 번 했다는 게 뭐 대수야. 물론 잘못된 일도 아니지, 그런데 소개팅 당사자도 모르는 이야기들이 너무 많이 나오잖아. 그리고 내가 더 돌았던 이야기는.
“ 하와이에서 잠자리에 저는 빨간속옷만 입는 걸 좋아합니다 껄껄. ”
“ 아 씨발, 이탄소. 너 이럴려고 소개팅 나왔냐 ? ”
“ 민윤기. 어떻게 알고 왔어. ”
“ 그게 중요하냐, 지금 ?
나와. 뭐가 좋다고 계속 앉아있어. ”
갑자기 나타난 민윤기 때문에 몸이 움찔했어. 예상치 못했으니까. 어쩌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지, 이 자리에서 어떻게 나와야 할지,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 데,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거든. 민윤기는 내 팔목을 잡곤 이끌더라. 그런데 그 아저씨가 우리 둘 앞을 가로막더니 얼굴을 붉히면서 씩씩거리시는 거야.
“ 너 뭐야. 어린 새끼가. ”
“ 다물어. 나이쳐먹었으면 어린애 밝히지말고 발 닦고 쳐 자. ”
“ 니가 뭐라도 돼 ? ”
“ 응. 돼.
얘 남편 될 사람. ”
“ 야. 민윤기. ”
“ 자기야,
싸웠다고, 이러는 건 아니지 ?
계속 이러면, 나한테 혼나겠어 ? 안 혼나겠어.
혼나겠지 ?
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