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너 빨리 안 일어나?”
“싫어.”
싫다고 완강하게 버티는 녀석의 손을 붙잡고 끌고 나간다. 이거 놔 빨리 안놔?! 거칠게 반항하지만 내 스스로 놀라울 정도로 강한 힘이 녀석의 손목을 흔들림 없이 붙든다. 집에서 상당히 먼 거리 였음에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집 앞에 도착해있다.
“김종인”
녀석의 이름을 부른다. 녀석은 대답이 없다. 에휴. 안 그러던 녀석이 이렇게 나오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분명 나한테 화가 난 이유가 있을 테고, 조용히 다독이 면서 이유를 알아 낼 수도 있을 텐데. 그런 것과 상성이 맞지 않는 나는 인상을 뻑 쓰며 종인이를 다그치지 밖에 못한다.
“그래 내가 말이 좀 심하긴 했어. 근데 너도 잘못했잖아! 나한테 서운한게 있으면 직접 말로 하던가! 그런식으로 반항하는 건 좀 아니지.”
“말하면? 뭐..? 어차피 말해 봤자 일텐데.”
그렇게 싫다고 버팅기던 녀석이. 집에 도착해서는 잔뜩 흥분한 나보다 차분해졌다. 쓰게 웃으며 냉소적으로 말한다. 언제나 내가 뭘 하든 경수씨 마음대로 해. 배려해주던 녀석이다. 그게 좋았지만 부담스럽기도 했고. 언젠가 견디지 못하고 폭팔 하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했다. 언젠가 라고 생각했던 그날이 오늘인가 보다. 하아...
정략결혼
04. “이거 아니라고! 나중에 하자니까?”
“....설마.. 이거. 경수씨가 다 마셨어?”
“응 미안. 너무 맛있어서.”
“아니야 괜찮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순간 머릿속에 휘용휘용 사이렌이 울렸다. 어떻게 하지? 물론 결혼한 이상 그.. 불타는 열정의 과정이 자연스럽긴 해. 당연한 거지. 근데 지금은 아니지! 그지? 안 그래? 종인이는 아직 학교를 졸업하지 않기도 했고. 우린 아직 안지 한달 밖에 되지 않았고. 수 만 가지 이유가 머릿속을 오갔다. 무엇보다 그런 분위기를 잡지 않기 위해선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는 물건을 없애버려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초는 없애면 너무 티날거고. 그보다 덜한 와인을 전부 마셔 버렸다. 샤워를 끝내고 밖으로 나온 종인이 녀석은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와인병과 나를 번갈아 본다.
“그럼.. 나도 잘 준비 하러 갔다 올게.”
이거 같이 마셔야 됐는데. 한번 마시니까 주체할 수 없더라구 허허허허 마지막까지 비겁한 변명을 던지며 욕실에 들어왔다. 그래 이대로 최대한 아무짓 못하게 빨리 씻고 나가서 취한척 자는 거야. 그래 완벽해! 후다닥 씻고 밖으로 나왔다. 김종인.... 잽싼 자식 들어간지 오 분도 안돼서 나온 것 같은데. 양초는 켜져 있고 환하게 빛나던 불은 꺼져 있었으며 어디서 난건지 와인 한 병이 턱 하니 탁자위에 올라와 있었다. 황망히 서있는 날 보며 종인인 난감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거린다.
“아.. 아직 준비 덜 끝냈는데.”
어쩔 수 없지 뭐 중얼거리며 욕실 앞에서 움직일 생각이 없는 내 손을 끌고 탁자로 가 앉힌다. 종인이 녀석이 내 맞은 편에 가서 앉는다. 나와 눈을 맞추려 시선을 고정 시키지만 난 치열하게 그것을 피한다. 데구르르르 눈동자를 굴리는 내 귓가에 픽 종인이의 웃음 소리가 들린다. 경수씨 지금 볼 빨갛다. 볼터치 한 것 같아. 귀여워 손을 뻗어 내 양 볼을 감싸쥔다. 어.. 자..잠깐 이건 아니지. 적어도 뭔가 수작을 걸려면 와인을 마신 뒤.. 아.. 난 마셨구나. 아무튼! 눈을 꼭 감고 자..잠깐 거기까지!“
“어?”
“아니. 그러니까 아직 네가 졸업을 안하기도 했고 우린 아직 한 달이고. 와인 한 병이 남기도 했고”
나 뭐래니 지금?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린 아직 이른 것 같아!”
속사포처럼 쏘아내고 살짝 실눈을 뜨고 종인이의 표정을 살핀다. 뜻 모를 묘한 표정. 웃음을 참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굳어진 것 같기도 하고. 이씨 뭐지? 저 저저저기. 더듬더듬 말하는 내 귓가에 훅 다가온 녀석이 입 바람이 느껴지는 거리에서 아직 이른 것 같은데? 그 다음은? 낮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갑자기 내 몸이 공중에 붕 떠오른다. 헐 잠깐 이거 뭐야아아아! 버둥버둥 거리는 난 어느새 침대위에 올라와 있다. 눈을 번쩍 뜨고 벽에 바싹 붙어 방어 자세를 취한다. 조..종인아. 우리 너무 짧게 생각하지 말자 응? 우리에겐 아주 많은 시간이 있어. 그러니까.
“그러니까?”
종인이는 내 말을 똑같이 따라 하며 바싹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댄다. 속눈썹 끼리 맞닿는 거리에서 녀석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본다. 놀란 내 눈동자는 정처 없이 허공을 맴돈다. 쪽 하는 소리와 함께 이마와 코 눈꺼풀 위 볼에 녀석의 입술이 왔다간다. 입을 맞추는 동안 괜찮으니까 계속 얘기해봐 그러니까? 그 다음은 뭔데? 묻는다. 그런 뽀뽀는 한달 동안 셀 수 없이 많이 받아 이젠 민망하단 느낌이 전혀 없었는데. 날 태워 버릴 듯 바라보며 속삭이는 소리와 어우러진 상태에서 울리는 뽀뽀 소리는 굉장히 자극적으로 들린다. 꿀꺽 침을 삼키며 더듬더듬 입을 연다.
“나..아중에.”
“나중에?”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다 알면서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로 되묻는다. 쪽 이전엔 내 목에 녀석의 입술이 닿는 느낌이 드는 것과 동시에 녀석의 콧바람이 느껴졌다. 으아아아 소..소름 돋았어. 이대로면 난 정말 오늘 밤에 등골이 오싹해 지며 거의 울 듯한 목소리로 그러니까 우리 나중에 하는게 어때? 오늘은 아닌 것 같아. 빽 소리쳤다. 녀석의 완강한 어깨를 양손으로 밀어내지만 요지부동. 와인을 한 병 다 마신건 이자식이 아니라 난데 왜 이 놈이 정신줄을 놓는 건데?! 내가 강한 힘으로 밀어 내는 데도 목에서 어깨로 내려온 입술은 떨어질 기미가 없다.
“야아아! 이거 아니라고! 나중에 하자니까? 지금은 내가 준비가 안돼서.”
최후의 발악 무릎만 안 꿇고 울지 않는다 뿐이지 처절하기 그지없는 나의 발악에 녀석의 움직임이 딱 멈춘다. 설마 마음을 고쳐먹은 건가? 녀석의 양 팔이 날 꼬옥 안는다. 그리고 내 목덜미에 얼굴을 묻은체 푸흐흐흐흐흐 웃음을 터트린다. 하? 웃어? 와 나 진짜 야 너 이 새끼야 너 재밌냐? 어 재밌어?
“푸하하하하 미치겠다.”
한참 큭큭 거리던 녀석이 다시 올라와 쪽 쪽 쪽 내 입숙에 연속적으로 입을 맞춘다. 아까 완강하던 얼굴은 어디 팔아치우고 온 건지 장난끼 다분한 얼굴로 앙 내 코를 문다. 이 개새끼. 넌 개새끼가 분명해. 시바아아아알 본능이 말한다. 김종인이 방금 전에 장난을 친거라고. 와.. 나 아까 얼마나 똥줄 탓는데. 얼마나 무서웠는데 넌 웃음이 나오냐 변태 새끼야?! 어?!
“나중엔 해줄거야?”
“미친새끼 야! 이거 당장 놔라 어?!”
“싫어”
“죽는다 너 진짜 야. 아파 빨리 안놔?!”
버둥거리는 나를 더욱 꼭 안으며 이번엔 목과 어깨가 이어지는 부분에 간지럽게 입을 맞추더니 또 앙 문다. 이런 멍멍이 같은 새끼. 아 아프다고 미친 새끼야 너가 흡혈귀냐?! 변태 새끼 야 안놔? 어!? 내가 발악하면 발악 할수록 녀석의 웃음소리는 더 커진다. 허파에 바람 들어간 새끼. 미친놈. 시바아아아아아알 분을 이기지 못하고 식식 거리는 내 얼굴을 보며 좋다고 쳐웃고 있다.
“대답해봐. 나중에 해줄거야? 것보다 뭘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줄건데? 어?”
“X발. 너 새끼를 내 손으로 요절내고 만다.”
대학생이 되고 열심히 언어 순화를 했는데 말이야. 너 때문에 욕이 막나가잖아! 미친놈아! 이를 앙다물고 으르렁 거리는 나를 보고 또 실실 쪼갠다. 아 병신! 야 놓으라고. 그리고 꼴보기 싫으니까 그만 처웃어라 어?
“우와. 그 정도로 격정적으로 해주겠다 그거지? 완전 기대되는데? 나 흥분한 것 같아”
“....미친 새끼”
녀석에 턱도 없는 드립에 순식간에 얼굴이 타들어가듯 열이 확 오른다. 구체적으로 말해봐봐 언제 어떻게 어디까지 진도를 나가면 할 수 있는 건데? 응?응? 빙글 빙글 웃으며 날 놀려 먹는다. 재밌냐? 어? 나 놀려 먹으니까 속이 시원하고 막 행복해지는 것 같아? 말하면 말할수록 말리는 것 같아 입을 꼭 다물고 열심히 버둥거려서 녀석의 품에서 탈출한다. 아 새끼 힘든 또 더럽게 세 가지고. 아까 문제의 그 테이블로 가서 또 혼자 와인을 개봉하고 쫄쫄쫄 따라 한 번에 쭈욱 마신다.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한쪽 팔로 머리를 받치고 날 감상하던 녀석은 또 픽 웃으며 천천히 다가와 내 얼굴에 손을 뻗는다. 난 가차 없이 손으로 쳐내며 짜증 섞인 시선을 보낸다.
“미안해. 경수씨가 귀여워서 장난 좀 쳐봤어. 많이 화났어?”
대답 대신 가운데 손가락을 척 들어 올린다. 내가 얼마나 식겁했는데. 미안해 한마디로 풀릴줄 아냐?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왈왈 소리 하지 말고 저리 꺼져. 휘휘 손짓하는 내 앞자리에 앉는다. 턱을 괴고 열심히 와인을 마시며 와인과 함께 준비된 케이크를 먹는 나를 바라본다. 난 소리 없이 마시고 먹고 녀석은 날 관찰한다.
“어떻게 하면 화풀건데? 응?”
자리에서 일어나 내 앞에 서서 한쪽 무릎을 바닥에 대고 한쪽 무릎을 세위서 앉은 후 결혼 반지가 끼워진 내 손을 잡고 날 올려다 보며 가만가만 묻는다. 이씨. 오늘 하루 동안은 절대 풀어줄 생각 없었는데. 이렇게 나오면...
“응?”
애절한 시선을 보며 속으로 또 김종인 나쁜 새끼 욕이란 욕을 해대면서 됐어. 꼴보기 싫어 앞자리로 꺼져. 툴툴거린다. 녀석을 활짝 웃으며 여기 묻었다. 입가에 입을 맞추며 내 얼굴에 묻은 생크림을 지운다. 에이 디러 야! 그냥 화장지로 닦아주면 되지 꼭 그래야 겠냐? 투덜 거리는 나를 보며 또 큭큭 웃으며 앞자리에 앉는다. 자리에 앉자마자 여기도 묻었네. 이번에는 손을 뻗어 닦아 가져간걸 그래도 제 입으로 가져간다. 야 그렇게 케이크가 먹고 싶으면 내 얼굴에 묻은거 말고 저기 멀쩡한거 포크로 퍼드세요.
“경수씨. 무슨 오해를 한건지 모르겠는데”
모르겠는데 는 개뿔
“난 이 얘기 하려던 거였어.”
슥 종이 하나를 내민다. 뭐야? 뭔데? 별 쓸 때 없는 거기만 해봐라. 종이를 받아 들어 읽는다. 그곳엔 나 김종인은 도경수에게 이 모든 조항을 지켜줄 것임을 약속합니다. 라고 녀석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동글동글 귀여운 글씨체로 적혀있다. 첫째. 김종인은 도경수가 원할 때 언제든지 놓아준다. 둘째. 김종인이 먼저 앞서 좋아한 만큼 도경수가 쫒아올 때 까지 보채지 않고 기다려준다. 셋째. 하지만 이제 완전히 김종인은 도경수의 것이다. 그 후에 넷부터 열 까지는 쭉 비어있다. 이게 뭐냐? 신체포기 각서? 난 네 몸뚱이 필요없는데? 비꼬는 나를 향해 또 푸흐흐 웃는다.
“아니. 나 믿고 결혼해 줬으니까. 나한테 바라는거 있으면 적어서 주라고. 꼭 지킬테니까. 내가 다 적어서 주려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까 경수씨가 적는 게 좋은 것 같아서.”
뭐야. 이 얘기 하려고 이렇게 분위기를 잡았단 말이야? 떨떠름하게 주변을 살핀다. 녀석은 또 웃음보가 터져서 킥킥 신나게 웃는다. 이씨 웃지마! 나 지금 살짝 민망해 지려고 하니까. 너 웃으면 내가 더 민망해 지잖아 임마!
“아니. 그냥 주긴 좀 그렇고. 내가 바라는 것도 있고 그래서 오늘 결혼한 첫날이니까 이것 저것 규칙이나 서로에게 바라는거 얘기하는 시간 갖고 싶었거든. 뭐... 경수씨는 좀 더 화끈하고 자극적인걸 바란 것 같긴...”
“안바랬어!”
“경수씨가 원한다면 난 열심히 임할 자신있..”
“자신 없어도 돼!”
빽 소리치고 화끈 거리는 얼굴에 손 부채질을 한다. 저저저저 능글 맞은 새끼 저거. 후우. 와인을 또 쭉 마시면서 그래서 뭐 너가 나한테 바라는건 뭔데? 묻는다. 녀석은 눈을 반짝이며 짠 내껀 이거야. 다른 종이를 내 민다. 김종인이 도경수에게 바라는 것. 첫째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각방금지. 둘째. 언제고 만약에 김종인이 좋아지면 언제 어디서든 꼭 말해주기. 셋째. 언제고 만약에 김종인이 싫어지면 숨기지 말고 꼭 말해주기. 첫째 둘째는 그렇다 치고 셋째는 뭐냐?
“경수씨 맘 여리잖아. 내가 싫어져도. 좋아하는 사람 생겨서 그 사람한테 가고 싶어도 나 한테 말 못할거 알아. 맘 아프게 참지 말고 꼭 말해주라고. 알겠지?”
“미친놈”
넌 미친놈이 분명하다. 하아. 김샛어. 저런 말 하는 새끼한테 욕하고 화내 봤자 나만 성깔 더러운 놈 되는 거고. 야 됐고. 넌 왜 세 개 밖에 없냐? 너 나 배려해주는척 하면서 나 욕먹는거 보고 싶은 거지? 너도 열 개 꽉 채워서 와라 그럼 싸인해 줄테니까. 슬슬 올라오는 술기운에 무거운 손을 열심히 움직여 넷부터 열 가지 쓴 다음... 필름을 끊은체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아.. 젠장 혼자 와인을 한 병 반이나 마셨으니.
“으음..”
뒤척이다. 툭. 뭔가 얼굴에 부딪친걸 느끼고 눈을 떴다. 에... 뭐야? 화들짝 놀라 눈을 뜬다. 하하하 경수씨 일어났어? 종인이가 어색하게 웃으며 아침인사를 한다. 아..으 머리야.. 아... 벌떡 일어났다 밀려드는 숙취에 머리를 감싸 쥔다. 적당히 좀 마시는 건.....
“...뭐..뭐냐?”
어질어질한 눈앞에 이상한 장면이 펼쳐져 있다. 종인이 녀석의 양 손와 다리가 꽁꽁 묶여있고. 무엇보다 난...
“우아아아악”
웃통을 벗고 있다. 뭐..뭐야 이거 설마 우리 방에 상변태가 들어 온 거야?! 호들갑 떠는 날 보며 종인이가 허허 웃는다. 경수씨 좀 진정하고. 어젯밤 진짜 기억 안나? 차분하게 묻는다. 어젯밤? 아.. 필름이 끊......겨야 된다. 끊겨야 해. 끊긴 줄 알았는데 안 끊겼었다. 젠장. 빌어먹을. 다 기억나. 와.. 얼굴에 열이 또 확 올라온다.
와.. 나 깜빡하고 있었어. 내 술버릇이 탈의라는거. 내가 취하면 어떤 지랄 생 염병을 떠는지. 숫자 열을 쓰는 순간 완전 정줄을 놓아버린 나는. 거침 없이 상의 탈의를 했다. 놀란 종인이는 경수씨....? 내 이름을 불렀다. 김종인 너 이 멍멍이 자식. 이 엉아가 말이지. 술을 마시면 옷을 입고 자질 못해요. 근데 넌 너무 위험해. 중얼 중얼 거리며 대뜸. 온 방안을 비틀 비틀 돌아다니며 끈을 찾았고 헤헤헤 좋다고 웃으며 종인이 녀석의 손을 묶었다. 당황한 종인이가 경수씨 잠깐만. 날 말려 봤지만. 어허 이놈 시끄럽다! 말하며.... 녀석의 입술을 깨물었다. 놀라 동그래진 눈을 보며 푸헤헤헤 실실 쪼개며 녀석을 침대에 눕히고 양발을 좋다고 또 칭칭 묶었다.
“...경수씨 잠깐.. 저기.”
“아 더럽게 시끄럽게 진짜. 너 조용히 해! 조용히 안하면!”
“....안하면?”
녀석이 나한테 그랬던 것처럼 녀석의 목덜미를 앙 물며 다 깨물어 버리겠다! 소리치고 으하하 미친 듯이 웃었던 것 같다. 미친놈.. 도경수 이 미친놈아 개새끼는 김종인이 아니라 나였던 거야. 그 후로도 나 지금 바지 벗을 꺼니까 넌 눈 감아 넌 너무 위험해 헛소리를 지껄였고. 종인이는 난감한 얼굴로 아니.. 저기 오늘은 그냥 자는게 어떨까? 응? 자자 경수씨? 날 말렸다. 시끄러어 내 옷 내가 마음대로 한다는데 너가 뭔 상관이야아아아 난 진상을 부리고 종인이는 최대한 침착하게 날 말려서 그 상태로 잠자게 하는데 성공했다.
“...기억 안나는데 우리 방에 도둑이라도 들었었냐?”
기억 안 나도 안 나는 거고 나도 안 나는 거다. 도경수. 암 그렇지 그렇고 말고. 시치미를 뚝 떼고. 종인이는 아.. 그런게 있어 허허허 웃으며 이거 좀 풀어주면 안될까? 말한다. 술김에 어찌나 세게 묶었는지 손힘으로 풀어지지 않는 끈을 가위로 잘라 풀어주었다. 밤새 묶여있어 새빨게진 손과 발에 너무 미안해서 열심히 주물려 줬다.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은데 그렇게 말하면 내가 다 기억한다는걸 광고하는 거니까 말도 못하고. 신혼 여행 내내 종인이 녀석이 하자는 데로 따르며 - 따랐다고 해봐야 나한테 무리한 요구를 하는 녀석도 아니니까- 지냈다.
신혼여행을 끝내고 신혼집으로 오게 됐다. 신혼집이라고 해봐야 우리 학교에서 가까운 원룸 자취방에 같이 생활하기로 했다. 그렇게 내가 독립하고 싶다고 할 때는 들은 척도 안하더니. -그덕에 갑갑한 기숙사 생활을 해야 했지..- 그나마 둘이 생활한다는 걸 감안해서 넓은 곳을 구해 주시고 큰 침대를 선물이라고 주셨다. 원룸에 둘이 생활하라고 했을 때는 그게 가능해? 생각했는데 막상 와보니 이정도면.. 뭐.. 라는 생각이 든다.
“여보세요”
“야 너 드디어 자취 한다며?”
“....누구한테 들었냐 그거?”
“누구긴 누구냐 임마”
유일하게 결혼 사실을 알렸던 놈한테서 세어나간 정보구나. 아 그 새끼는 쓸 때 없이. 절대로 결혼 사실을 나불거릴 놈은 아니지만 원래 말이 많은 놈이라는걸 깜빡했다. 지켜줄거면 다 지켜주던지.
“집들이 해야지~ 집들이~”
집들인 개뿌울. 내가 연락할 때는 지 여친 만나야 된다고 바쁘게 쏘다니던 새끼들이 얻어먹을 건수를 기가 막히게 냄새 잘 맡는 다니까. 됐거든 집들이는 무슨. 개강하면 보자 나쁜새끼야. 난 너 새끼가 내 전화를 몇 번 씹었는지 다 알거든? 배째. 말하고 전화를 탁 끊었다. 옆에서 내 전화를 드고 있던 종인이 녀석이 말한다.
“왜 하자. 집들이. 나 궁금한데 경수씨 친구들.”
안하려고 했는데.. 결국 하게 됐다. 솔직히 나도 궁금하기도 했고. 종인이 친구 놈들이. 일단 내 친구부터 초대하고 종인이의 친구들을 초대하는 걸로 얘기를 끝냈다. 친구들에게는 할아버지 친구 분 손자와 같이 자취를 하게 됐다고 말을 맞추고 집들이 음식 준비를 하기 위해 재료를 사서 밖으로 나왔다. 간단하게 해주면 되겠지. 한 내 생각과 다르게 종인이 녀석은 내가 한 번도 다뤄보지 못하는 재료들을 열심히 담았다. 야 너 그거 요리할 줄은 알아? 하는 말에 녀석은 슥 웃기만 한다. 아 불안한데.. 저 녀석 어쩌려고 그러냐?
집들이 당일. 난 내가 할 수 있는 디저트 요리를 끝내고 친구 놈들을 데리러 밖으로 나왔다. 종인이 녀석은 내가 나와 있는 동안 요리를 하기로 했고. 그 재료들... 심상치 않았는데 블로그 같은데서 레시피를 본건가? 불길한 마음을 한 아름 안고 고등학교때 부터 쭉 친한 세 놈과 초등학교때부터 친한 누나와 함께 집에 도착했다.
“세상에. 우와 이게 동생이 다 만든 거라고?”
집에 들어갔을 땐 왠 신세계가 펼쳐져있었다. 난 이름도 모르는 외국 요리들의 향연. 이게 뭐야? 이 향기로운 냄새는 뭐지? 입을 떡 벌린 나를 보고 녀석을 만족스럽게 웃는다. 이거 출장요리사 이런거 부른거 아냐?! 현관에 굳은 나완 다르게 친구 놈들과 누나는 좋다고 집안으로 들어간다. 내가 소개하기 전 종인이 음식 솜씨에 반해 통성명을 알아서 끝낸다. 어느새 만난지 오 분도 안돼서 친구 녀석들에게 종인이는 우리 종인이로 불리기 시작했다.
“우리 종인이 어떻게 이렇게 잘 만들 수 있지?”
“그러니까 우와 도경수 이 새끼 부러워 죽겠다.”
친구 놈이 언제 봤다고 친한 척 녀석의 어깨에 팔을 두른다. 단순한 어깨동무일 뿐이고 그게 저 새끼 습관이라는 것도 잘 아는데.. 뭔가 기분 나쁘다. 김종인 저 새끼는 뭐가 좋다고 웃으면서 가만히 있는 건데? 일도 정도 내려간 내 기분을 파악한 친구 놈은 자연스럽게 다른 놈의 팔 아래서 종인이를 빼내며 그러게? 이거 설마 사온건 아니지? 맞장구를 친다.
“저 요리 공부하거든요”
“...뭐?”
어쩐지 그렇구나~ 수긍 하는 친구들 반응과 달리 아무것도 몰랐던 내 입에선 놀라움에 물음이 튀어나간다. 요리 공부? 너 그런 말 없었잖아?! 놀란 날 보고 친구 놈들은 저 새끼가 저래요. 무심해도 너무 무심하다니까. 어떻게 같이 사는 친한 동생이 무슨 공부를 하는지도 모르냐. 에라이 새까 넌 그래서 안되~ 날 타박한다. 평소 같으면 남이사 어떻게 살든 신경쓰지 마셔 이래 사나 저래 사나 내 맘이니까 반박 할 텐데 오늘 만큼은 반박할 수가 없다.
“너 왜 얘기 안했어?”
열심히 먹고 마시다 자연스럽게 술을 마시기로 했다. 미처 술을 사두지 못해서 술을 사러 나가는 길 종인이 녀석과 함께 나오며 묻는다. 녀석은 안 물어 봤잖아. 라고 대답한다. 아...그랬구나. 나 안 물어봤었네. 왠지 민망해서 야 나 혼자 사 갈 테니까 넌 들어가 있어. 말하고 혼자 마트에서 낑낑거리며 술을 사 들어간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건 친구들 틈에서 활짝 웃으며 어울리는 종인이 녀석의 모습. 잘도 웃네. 어깨동무도 자연스럽고. 톡톡 쏘는 말버릇에 신나고 즐거운 분위기를 가끔 흐리는 나와는 다르게 유들유들 부드럽게 잘 놀고 있다. 그들 사이에 들어가지 못하고 멍청히 서있는 날 보고 친구 놈 하나가 어이 도경수 너 왜 그러고 있냐? 네 첫사랑 옆자리 비었잖아 임자. 잽싸게 앉아야지. 임마 넌 그래서 안돼~ 킬킬 거린다.
“..첫사랑이요?”
“아 우리 종인이 몰랐구나. 저기 수정이 누나야가 저 새끼 첫사랑이잖아. 언제부터였지? 그래 초등학교 때부터 고2때까지 였나? 저 새끼 징글징글하게 누나 따라다녔었지.”
아.. 저 새끼는 언제적 얘기를. 입 다물고 술이나 처먹어라 임마. 소주 병을 던지고 녀석은 능숙하게 받아든다. 아쏴아~ 나이스 캐치!를 외치며 아싸 회오리~ 소주병을 돌린다.에휴.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저 새끼들을 초대 한걸까. 시끄러 임마. 여기가 아파트나 단독 주택인줄 아냐? 다닥다닥 붙어있는 자췻방이거든? 시끄럽다고 나쫒아 내면 너 새끼가 걷어 맥여줄꺼냐? 적당히 볼륨 낮춰라. 과하게 달아오른 분위기를 조절한다.
“아 까탈스러운 새끼. 우리 종인이 저 새끼 비위 맞추다 위에 구멍 날지도 모르는데 힘들고 괴로우면 엉아 한테 와라 우리 종인이 정도 솜씨면 내가 업고 살지.”
이씨. 말할꺼면 말만하지 머리는 왜 쓰다듬는데? 손 안치우냐? 임마?! 하는 말 대신. 야 먹어 자자 먹어 이거 너 좋아하는 거잖아. 디저트라는 이름의 술안주가 된 내가 만든 쿠기를 입안에 집어 넣는다. 어이쿠 우리 경수 웬일이래 엉덩이를 툭툭 치는 이 새끼의 팔을 언젠가 기필코 꺾고야 말리라 다짐한다.
“기분이다~ 너 그거 아냐 수정이 누나 솔로된거?”
“뭐?”
솔로 라고? 누나 정현이 형이랑 결혼까지 갈 기세 였잖아? 놀란 내 얼굴을 보고 수정이 누나가 홀가분한 얼굴로 웃으며 말한다. 그렇게 됐어. 차라리 그게 마음 편하더라. 야 경수 너는 나 볼 때 마다 헤어져라 헤어져라 노래 불렀잖아. 좀 축하해 주면 안돼? 웃는다. 그야... 형이 누나 속 너무 썩이니까 그런 거긴 한데. 그래도.. 둘이 잘 어울렸는데.. 누나에 대한 마음에 싹 정리된 나는 말은 그렇게 하면서 두 사람의 행복을 빌었었다. 어쩐지.. 요즘 형 상태가 안 좋더라니. 그래서 였구나. 같이 술이나 한잔 해야겠는데...
“이번이 기회다 임마. 수정이 누나한테 시원하게 대시나 해봐라 어?”
“맞아. 나 요즘 좀 힘든데. 우리 경수 아직도 누나한테 마음 있는 거야?”
두 사람의 말도 안돼는 말에 슬쩍 종인이의 눈치를 본다. 녀석은 이쪽 대화가 안들리는 건지 허허허 웃으며 다른 놈들이랑 어울리고 있다. 뭔가 울컥하고 치밀어 올라 종인아 어떻게 생각하냐? 나 누나한테 대시 해볼까? 물었다. 종인이 녀석은 누나와 나를 번갈아 보더니. 부드럽게 웃으며 그러던지. 내가 상관할 문제 아니잖아. 라고 말한다. 하...? 김종인 너 지금 내가 상관할 문제 아니라고 했냐? 이씨 너랑 나 부부인거 까먹은거냐?
부워라 마셔라 하던 집들이는 12시 무렵 마무리 됐다. 신혼여행 중에도 말이 신혼 여행이지 둘이 한달 동안 데이트 하듯 보냈었다. 신혼 생활도 그게 다르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친구들이 모두 간 이후 종인이 녀석의 태도가 이상해졌다. 말수도 적어지도. 날 물끄러미 보다가도 눈이 마주치면 피하고. 뭔가 거리를 두는 느낌. 처음엔 나 혼자 만의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종인이는 방학을 했고. 대학생보다 짧은 고등학생의 방학 특성상 개학이 다가오고 있었다. 분명 결혼 전엔 그 시간 동안 재밌게 놀자 라고 했던 주제에 갑자기.
“독서실이랑 학원?”
“응. 내가 그랬잖아. 수시로 간다고. 그동안 경수씨랑 시간 보내느라 소홀히 했으니까. 남은 시간 보충하려고.”
그렇게 말하더니 하루의 대부분을 밖에서 보내곤 녹초가 돼서 집에 들어와 나랑 몇마디 나누지 않은채 잠들었다. 분명 얼마 전만 해도 시작한지 얼마 안돼는 풋풋한 연인 비스무리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렇게 서서히 같이 산지 몇 십년이 지난 부부처럼 말이 없어졌고. 서로 헤어지기 직전의 부부처럼 같이 있는 시간이 어딘가 불편해 졌다. 이대로는 안돼겠다 싶어서 녀석의 요리 학원을 찾았다.
“그게 아니라니까”
“그럼?”
“여길 이렇게.”
요리 학원 안에선 선생님은 아니고.. 같은 또래로 보이는 녀석과 종인이가 하하 호호 거리고 있었다. 둘이 같이 음식을 만드는 듯 했지만 같은 앞치마를 걸치고 서로의 손을 잡고 칼길을 도와주는 모습이 내 눈에 곱게 보이지 않았다. 거칠게 문을 열었다. 날 발견한 종인이의 얼굴이 잠깐 놀란 기색이 비치는 듯 하더니 이내 평온한 얼굴로 웬일이야 묻는다. 웬일이야? 하.. 웬일이야라니. 그대로 돌아서 밖으로 나왔다. 김종인 나쁜 새끼. 언제나 변치 않을 것처럼 굴어놓고. 전엔 내 착각이었다지만 이번엔 확실해 저 새끼 나한테 마음이 뜬 거야.
“잠깐만. 경수씨 왜 그래 화났어?”
그와중에 날 쫒아오긴 했다. 하.. 여기가진 왜 따라왔데? 그냥 무시하고 희희낙락 즐거운 시간 보내시지?
“아니 내가 왜 화가 나는데?”
“나한테 화난거 맞잖아 뭔데 말해.”
“나 같은 놈 신경쓰지 말고 하던거나 계속하지 그래?”
“하던거라니?”
난 유치하고 오글거리는걸 제일 싫어한다. 아니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날의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유치했다.
“둘이 잘 어울리더라. 참 대단해. ”
참 대단해 라는 말 속에 많은 의미가 들어있다는걸 종인이는 알았다. 분명 상처 받았을거다. 그 당시 유치했던 나는 녀석이 내가 하는 말로 인해 상처받길 바라고 있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종인이 녀석은 언제나 웃어 넘겼었다. 그래서 난 언제까지고 녀석이 참고 또 웃어줄거라고 생각했었나보다. 아니 그랬었다. 처음 봤다. 녀석이 그렇게 화난 얼굴을.
“경수씨가 못 봤구나. 내 대단한 모습.”
그대로 바로 돌아서서 야외 좌석이 있는 카페로 성큼 성큼 걸어갔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남자에게로 다가가 남자든 여자든 모두 홀려 버릴 것 같은 미소를 지으며 옆자리 잠깐 앉아도 될까요? 라고 물었다. 남자는 얼떨떨한 목소리로 네 그러세요. 대답했고. 종인이는 옆자리에 앉았다. 그 풍경이 마음에 안 들었지만 괜한 오기가 발동한 나는 두 사람이 보이는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어쩌면 나한테 했던 것 보다 더 노골적으로 남자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종인이를 보고 속이 부글 부글 끓었다. 이렇게 나온다 그거냐?
“..기다리는 분. 전환가 보내요?”
턱을 괴고 남자를 향해 도발적인 시선을 보내며 묻는다. 나야 전화기 너머 상대야? 남자는 핸드폰을 꼭 쥐고 고민을 하다. 지잉 진동이 울리는 핸드폰을 돌려 눕힌다. 아닌데 내가 기다리던 사람은 여기 있는데. 종인이의 손을 잡는다. 더는 참지 못하고 그대로 그들에게 다가가 종인이의 손을 잡아 끌고 집으로 왔다.
“말해. 나한테 불만 있는거 맞지? 뭔데?”
“됐어.”
“얘기를 해야 풀거 아냐. 그런 식으로 피하기만 하면 절대 해결 못해 빨리 말해.”
이 대화는 집들이가 끝난 직후에 했어야 했다. 지금 털어놓지 않으면. 더욱 우리의 관계가 틀어질거다. 본능이 경고한다.
“...경수씨 나.. 괜히 기대하게 하지마. ”
“괜한 기대라니?”
“경수씨는 나 안 좋아하잖아. 내가 화난건. 내가.. 나 혼자 경수씨 좋아해서. 그런 거야. 조금. 서운해서. 나 혼자 풀면 되. 혼자 있을 시간이 조금 필요해했을 뿐이야. 미안 나 때문에 불편했다면.”
또또 이런 식이지. 이놈은 항상 나에게 미안하다. 항상 나한테 사과하고 언제가 자기가 다 이해하려고한다. 그래 이게 문제였어. 혼가 끙끙 거리는거. 날 지나치게 배려하는거.
“넌 뭐가 그렇게 나한테 미안하냐? 하.. 그리고 너 혼자 날 좋아해?”
“...맞는 말....”
처음으로 내가 녀석에게 입을 맞췄다. 놀라 굳은 녀석은 그대로 거칠게 밀었고. 탁 녀석의 등이 벽에 닿았다. 처음 진한 키스를 시도했을 때 내가 기겁하는 모습을 본 후로 녀석은 그 이상의 키스를 시도 하지 않았다. 그런 사소한 배려들이 천천히 쌓였다. 나한테 서운한게 있음에도 녀석은 언제나 그렇게 참았다. 참고 참던 녀석은 지쳐있었고. 그 지친 마음을 혼자 추스르려 나에게서 잠깐 도망쳤다. 난 그 잠깐을 기다리지 못했던 거고. 처음이라 서툴지만 최선을 다해서 녀석에게 다가갔다. 내 혀끝이 녀석에게 닿았은 순간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뜬다. 놀란 눈을 마주 보다 눈을 감는다. 얼떨떨하게 굳어있던 녀석이 내 부름에 응하기 시작하고. 안 그래도 보일러를 튼 듯 푹푹 찌는 방안의 공기가 뜨거워진다. 간지럽게 왔다가던 그간의 뽀뽀와는 다른 생경한 소리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기가 지나듯 찌릿함이 밀려든다. 잔뜩 과열된 기계 소리 마냥 하아 숨을 내쉬며 멀어져 녀석에게 묻는다.
“누가 그래? 너 혼자 나 좋아한다고?”
“그..”
대답하기 전에 다시 녀석의 입을 막는다. 처음에는 내가 하는 대로 끌려오더니 이번엔 오히려 숨이 막힐 정도로 거세게 내 입술을 덮는다. 풀썩. 귓가에 넘어지는 소리와 함께 내 등에 침대 매트리스의 출렁거림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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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 글이 재밌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네요 ㅠㅠㅠㅠㅠㅠ
그럼에도 일편부터 재밌게 보고있다고 댓글주신 만세님 감사했구요 ㅠ
기다려주신 독자 2님도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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