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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평범하게 살기라고 했다. 평범한 부모님 밑에서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고..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런 의미에서 난 이미 태어나는 순간부터 평범이라는 범주에 속하지 않았다. 지금 우리 아버지는 친 아버지가 아니다. 할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20살이 되자마자 도피를 떠났던 엄마는 결국. 할아버지의 판단이 옳았음을 뼈속까지 실감하고 난 뒤에야 할아버지에게 돌아왔고. 뒤늦게 지금의 아버지를 만났다. 지금의 아버지를 만나기 전까지 난 아이들에게 ‘아버지 없는 아이’로 불려왔다.  


  

그런 나에게 아버지의 의미를 묻는 다면. 글쎄. 뻔하고 흔하게 들릴지 몰라도. 맨 정신을 땐 나름 바지런하게 사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장이지만. 술만 마시면 돈놀이라는 짜릿함에 해어나오지 못하고 작은 일에도 손이 먼저 올라가는 무섭지만 그만큼 하찮고 쓸모없는 사람. 그게 나에게 있어 아버지의 위치이자 의미였다. 성인이 되기 무섭게 결혼한 주제에 이런 말을 하는건 웃기지만. 난 어쩌면 종인이를 만나지 않았다면 결혼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다툼을 보면서 언제나 생각했다. 동화 속 공주님과 왕자님은 어쩌서 결혼이라는 지옥 속으로 뛰어들며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수 있었을까?  


  


  

“제가 현준이 아빠입니다.”  


  


  

그런 내가. 내 입으로 말한다. 저 작은 아이의 아빠가 바로 나라고. 하아. 어쩌다 이렇게 됐나 몰라. 한치 앞도 모르는게 인생이라지만 지금까지 내 인생은 대강 내가 짠 계획대로 순조롭게 흐르고 있었다. 평범하지 않은 유년기를 보냈기에 앞으로 누구보다 평범한 장년 노년기를 보내리라 다짐했었다. 하지만 김종인을 만나는 순간부터 내 인생은 정해진 선로를 이탈했고. 내가 알 수 없는 곳을 향해 열심히 달려기 시작했으며. 지금도 열심히 달려나가고 있다.  


  


  


  


  

정략결혼  


  


  

06. “아빠가 되었습니다.”  


  


  


  


  


  


  


  


  

“저기. 아가야. 정말 이 녀.. 아니 이 형이 너네 아빠야?”  

“아빠!”  

“....하..으 미치겠네.”  


  


  

주변 사람들 시선이 견딜 수 없을 만큼 따가워서 일단 집안에 데리고 들어왔다. 녀석에게 확인해서 만약 아니라고 하면 다시 돌려보내는 거고 아니면... 아니면... 아니면 어쩔껀데? 스스로에게 묻는다. 돌아오는 답은 없다. 아이에게 뭔가를 더 캐내려고 해도 앵무새 마냥 종인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아빠라는 말만 계속해서 반복한다. 바로 전화해서 물어 볼가 하다가. 아이를 딱 순간 표정을 잡아내기 위해-그럴놈 아닌건 알고있지만.. 혹시나 거짓말을 할까봐- 기다리고 있다.   

집으로 돌아오며 한껏 들뜬 목소리로 경수씨 나왔어 말하던 녀석은 아이를 보고 놀란 얼굴로 어? 준아 너 왜 여기 있어? 말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이 아니겠지. 하는 마음이 70%,였다. 그런데.. 정말이었던 거냐? 김종인? 녀석의 반응과 표정, 눈빛을 보자마자 사막에 불쑥 나타난 모래지옥에 쑥 빠진 기분이 된다. 덩! 하는 울림이 메아리처럼 귓가에 맴돈다.   


  


  

“아빠!”  


  


  

아이가 쪼르르 달려가 안기고 종인이는 익숙한 듯 받아들며. 어허 아빠라고 부르면 안된다고 했잖아. 말한다. 하.. 이런 상황이면 나한테 먼저 정황설명을 해야 하는거 아냐? 김종인 저게! 여기까지 어떻게 왔어? 엄마는? 말은 하고 온거야? 엄마랑 같이 왔어? 얘는 정말 애를 혼자 두고 어딜 싸돌아 다닌거야. 중얼 거리며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건다. 얼씨구 부자 상봉 하셨다고 난 생까는 거냐? 여보세요. 김종인씨 나 여기 있거든요? 야 나 안보이냐? 핏줄이 더 땡긴다 이거지? 말하려는 순간 녀석의 고개를 휙 돌아 오더니 아이를 내려놓고 상대방이 안받는 듯 전화를 끊으며 말한다.  


  


  

“경수씨 미안 미안 정신이 없어서. 이쪽은 현준이고. 현준아 먼저 인사해야지. 현준이 한테는 경수씨가...음... 어떻게 소개해야 되는 거지?”  

“어떻게 소개하긴. 아빠랑 결혼한 사람이다 그러면 되는거 아냐?”  


  


  

젠장. 침착하게 대처하려고 했는데 제대로 감석이 섞인 목소리가 튀어나갔다. 내 비꼬는 소리를 들은 녀석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어? 아빠? 아빠라니? 중얼거리다. 아! 짧게 감탄사를 내뱉고는 슥 웃으며 아이의 머리를 꾹꾹 누르며 쓰다듬는다.  


  


  

“아니야 아빠.”  


  


  

아니라고 하고 싶겠지.  


  


  

“뭐야 그 표정은 경수씨... 설마 자기 나 못 믿어?”  


  


  

그럼 이 상황에 널 믿을 수 있겠냐?  


  


  

“와... 나 정말 서운할라 그래”  


  


  

뭐라 말하려다 걸려온 전화에 녀석 답지 않게 표정을 구기며 전화를 받고선 소리를 높인다. 야 너 정신어디다가 두고 다니냐? 어떻게 된 거야? 왜 우리 집 앞에 현준이가 있는데? 그걸 말이라고 해? 싸늘하게 화내는 것만 봤지 저렇게 끓어오르는 모습을 또 처음이네. 그와 중에 한손으론 종인이를 불안한 얼굴로 보는 현준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살짝 입 꼬리를 올려 웃어준다.   


  

전화를 끊고 나서 억울함이 뚝뚝 묻어나는 얼굴로 무슨 말을 하려다. 아니다. 나중에 현준이 엄마 보고 얘기해. 말했다. 누구지? 현준이 엄마라는게. 연상의 여인인가? 아니면 동갑...? 그 녀석이 아니라고 했지만 의심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한 십 분쯤 지났을까? 우리학교 교복을 입은 여학생 하나가 뛰어들어와 현준이를 꼭 안는다. 뭐여...? 저 놈도 내 후배여? 감동적인 상봉도 잠시. 현준이 너 엄마 이렇게 걱정시킬 거야? 소리친다. 종인인 너도 잘한거 없어. 그녀의 품에서 현준이를 뺏어 든다. 현준이는 뭐가 그렇게 서러운지 녀석의 품안에서 펑펑 울기 시작한다. 우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고. 1시간여의 사투 끝에 현준이가 잠이 들고 본격적으로 그들의 속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이렇게 인사 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종인오빠 사촌 여동생 김정연이라고 합니다. 정말 오해에요 현준인 종인오빠 애가 절대 아니에요.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요.”  


  


  

정연이가 하려는 애기를 종인이가 대신 하려했다. 하지만. 정연이는 종인이의 손을 잡고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막아섰다. 현준이를 가만히 바라보다. 후우 한숨을 내쉬고. 물 한 컵을 벌컥벌컥 마신 그녀는 다른 이에게 함부로 꺼내 놓을 수 없는 그녀의 사정을 털어 놓았다.   

내가 평범하지 못한 것처럼. 그녀도 평범치 않은 부모님을 만났다. 내 사연이 구닥다리 신파에 막장 드라마에서 사골처럼 우려먹은 흔하고 뻔한 스토리 인 것 처럼. 그녀의 부모님도 흔하고 뻔하게 내 자식 행복에 기준의 잣대를 성적으로 판단하는 분이시라고 했다. 옹아리를 하면서부터 시작된 스파르타식 교육. 정연이의 하루는 그녀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녀의 부모님이 정해진 것들로 채워졌고. 보편적인 아이들의 하루에서 벗어나면서 점점 그녀 또래의 아이들과의 거리가 멀어졌다. 언제나 성적은 상위권. 인간관계는 하위권. 학교 학원 집의 반복되는 하루 속 그녀의 유년기의 가장 행복한 추억이라곤 전국 일등을 했을 때 처음으로 받은 칭찬 ‘잘했구나’ 한마디. 내가 그러했듯 평범한 삶을 동경하던 중학교 3학년의 어느날. 그 새끼를 만났다.  


  


  

“종인 오빠 안경낀 모습 봤어요? 저도 오빠 만큼이나 시력이 안 좋아서 언제나 안경을 끼고 다녔거든요. 학원에 늦어서.. 달려가던 중에 그 새끼랑 부딪친거요. 그대로 안경이 날아갔는데.. 나보고 그러더라고. 눈이 참 예쁘네.. 라고.”  


  


  

남자와 대화라곤 학원 선생님과 학교 선생님에게 하는 질문이 다였던 그녀에게 그 짧은 칭찬은 엄청난 충격이었고, 떨림이었다. 그날 이후로 자꾸만 그가 눈에 보이고.. 신경 쓰이고.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부모님 몰래 렌즈라는 것도 처음 사보고.. 화장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그녀가 그러면 그럴수록. 그 새끼가 다가왔다고 했다.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를 시작하면서 부터 본격적으로 만나게 됐고. 모든게 서툴렀던 정연이는 그 새끼의 실수로 인해 임신을 하게 된 거다.  


  


  

“엄마 성격에 알면 바로 지우려고 난리칠거 아니까. 중절 수술 불가능 할 때까지 필사적으로 숨겼어요. 나도 참 멍청했지. 그 새끼가 나 한테 입버릇처럼 그랬거든. 자기 부인이랑 사는거 너무 재미없다고. 나 고등학교 졸업만 하면 바로 이혼하고 나랑 결혼한거라고. 지금 생각하면 나 정말 나쁜년 이었어. 그 얘기만 믿고 그 새끼 만난거 보면.”  


  


  

그리고 그 새끼를 찾아가 말했다. 한껏 떨리고 설래는 마음을 안고. 그토록 자신을 사랑해주는 그라면 분명 감격에 눈물을 흘리며 좋아할거야 하는 상상을 하면서. 하지만 그녀에게 돌아온건 기쁨의 눈물대신 난감한 웃음. 그리고 나중에 전화할께라는 일방적인 통보.  


  


  

“그날 집에 들어가자 마자 엄마한테 얼마나 맞았는지 몰라. 그 새끼가 전화한거였어요.”  

“와 개새끼네 미친놈 아냐? 아니지 개랑 미친놈 한테 미안하다 그 새끼랑 비교하는거 자체가”  


  


  

내 추임새에 살짝 웃음 정연이는 처음에 비해 한결 편해진 얼굴로 뒷 이야기를 이었다. 그 새끼는. 정연이의 중학교 3학년 담임 선생이었다. 정연이의 부모에게는 졸업을 하고도 자주 연락을 하는 정연이가 고민 상담을 했는데. 아무래도 부모님이 아셔야 될 것 같다고. 본인이 저지른 짓을 쏙 빼놓고 임신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 새끼가 그런 짓을 한지 몰랐던 정연이는 그 놈만 믿고 아이는 낳을 거고, 결혼도 할거라고 말했고.   


  


  

“뒤늦게 알았어요. 그 새끼가 어떤 놈인지. 나한테 그러더라. 네 인생 생각해서 지우는게 어떻냐고. 근데 그때까지도 난 그 새끼가 나 생각해서 그런줄 알았어요.”  


  


  

그 놈은 아이를 낳는 전날따지도 정연이를 설득하려 했다.-중절을 불가능 하니 낳자마자 바로 해외 입양을 보내자고 말했단다.- 그놈의 태도가 달라진건 현준이의 성별을 확인한 후.   


  


  

“그 놈 삼대 독잔가 뭔가.. 아무튼 요즘 세상에 아들 꼭 낳아야 하는 집 아들이거든요. 부인이 줄줄이 딸만 낳아서 고민하는거 알고 있긴 했지만... 나 애 낳는 다고 산통 왔다는 말에 네가 버린 짓이니까 알아서 해결해 라고 말하고 바로 전화 끊고 핸드폰 전원 꺼버렸던 개 새끼가.... 아들이란 말 듣고 선물 바리 바라 싸들고 찾아왔을땐 정말....”  


  


  

그동안 그렇게 철저하게 숨겼던 인간이 바로 넙쭉 정연이네 어머님께 자신이 아이 아빠라고 밝히며 아이를 데려가겠다고 말했다. 정연이 어머니 입장에선 손안 데고 코푸는 격이니 되려 아이가 고등학교 가기 전까지 양육비까지 데주겠다고 말하며 현준이를 그 놈에게 보냈다. 정연이는 뒤늦게 놈의 정체를 알고 치를 떨었지만. 자신이 키우는 것보다 그쪽에 보내는게 현준이를 위한 길이라 여겼고. 아이를 보냈다. 그럼에도 자꾸만 현준이에게 미안하고 눈에 밟혀서 방학 기간 동안은 현준이를 데리고 와서 정연이가 돌보았다. -정연이의 임신 사실을 절처히 숨긴 부모님은 혹시나 이웃 주민이 수상하게 볼까 방학 때마다 현준이와 정연이를 외국으로 보냈었다고 한다. - 몇 달 동안 보는 거지만 이상하게 현준이는 대부분의 시간을 붙어 지네는 아빠보다는 정연이를 더 따랐다. 그게 문제가 된 건지 이번 여름 방학은 현준이를 정연이에게 보내지 않았다. 그게 아이를 위한 길이라고 정연이에게 일방적으로 통보를 했고. 정연이는 화가 났지만 아이를 위한 거라면.. 하고 참았다.   


  


  

“근데 이상하게.. 자꾸 전화가 왔다가 끊기고.. 왔다가 끊기고.. 그게 그 새끼 집번호인거예요. 장난으로 넘기기엔 아무래도 이상해서... 어린이집에 찾아갔더니. 그렇게 잘 웃고 말도 하던 애가.. 말도 못하고... 날 봐도 웃지도 않고.”   


  


  

바로 현준이를 집으로 데려온 정연이는 현준이의 몸 상태를 보고 눈물이 흘렀고, 분노에 피가 거꾸로 솟았다.   


  


  

“저 작은 놈 어디 때릴 때가 있다고... 얼마나 아팠을지만 생각하면.. 나 혹시나 하는 생각....에.. 나 병원에서 정밀 검사 받았어요. 그냥.. 맞은게 아니라.. 더 심한 짓 당했을까봐.”  


  


  

다행이라는 표현은 쓴다는 것 자체가 웃기지만. 정연이가 생각하는 나쁜짓은 당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아이를 얼마나 괴롭혔는지... 스스로 마음을 닫고 말을 안하고 있는 거라는 진단을 받았다. 정연이는 현준이를 본인이 데리고 와서 꾸준히 치료를 받으며 다시 예전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랬지만 당연히 그녀의 어머니가 반대 했다. 현준이를 다시 그 놈한테 보낼 수 없다면 입양을 보내라고 말했고. 그 문제로 언쟁하는 모습을 현준이가 보게 되었다.  


  


  

“오빠... 엄청 좋아했거든요. 종인 오빠한테.. 삼촌보고 아빠라고 부르면 안돼요 그렇게 말하기도 하고. 그게 생각나서 어린이집 가면서 딱 한번 저기가 삼촌내 집이야 가깝지? 언제 한번 놀러가자... 라고 했는데. 그걸 기억하고 있었나 보더라구요...”  


  


  

아이는 또 다시 어른들의 손에 의해 본인이 원하지 않는 곳에 갈바에야 스스로 선택하기로 마음 먹은 거다. 정연이의 어머니는 현준이가 사라졌다는걸 알자마자 ‘그것 봐라 문제가 생길거라고 말했지? 오늘이든 내일이든 최대한 빨리 보낼테니 그리 알아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이니까 이해하지 못하고 아이니까 모를꺼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아이들은 다 알고 있다는걸 난 알고 있다. 나도 그랬으니까. 내가 현준이만 할 때 부모님은 늘상 다투셨고. 어머니는 우리에게 감추신다고 감추셨지만 아버지에게 맞고 있다는 것도. 대강 어떤 문제로 다투는 지도 알고 있었다. 현준이도 나와 같을 거라 생각한다. 알고 있을 거야. 무서울 거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걸거다. 엄마 마저도 믿을수 없는 상황에서.. 가장 자신을 지켜줄수 있는 이로 김종인을 택한거다.  


  


  


  


  


  


  


  


  


  


  


  


  


  


  


  

“...고마워”  

“고맙긴 뭐가. 나야 말로 미안. 너 못 믿어서.”  


  


  

정연이의 사정을 들은 종인이는 도와주고 싶으면서 내 눈치를 살폈다. 정연이가 있는 앞에서 어떻게 할건지 까놓고 말을 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라 내가 아예 정연이에게 그럼 그 문제가 해결될 때 까지 아이들 돌봐주겠다고 말했다. 종인이를 그렇게 따른다니 정연이 입장에서도 집에 대려가는 것 보다 우리집에 맡기고 가는게 덜 불안 할테고.   


  


  

“..아니야. 그럴만 했는데 뭐. 진짜 고마워”  


  


  

많이 피로한 듯 힘없이 웃으며 말한다. 정연이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더니... 가자마자 고민이 많은 얼굴을 내비친다. 왜 그런 얼굴인지 뻔히 알면서 야 너 뒤끝 있는거 아니지? 서운하면 여기서 확실히 말해 나중에 들들 볶지 말고. 말한다. 그제야 녀석은 좀 기운을 실어 웃는다. 아니야. 그런거 정말로. 그냥 좀...  


  


  

“그냥 좀.. 뭐?”  

“그냥... 내가 한심해서. 정연이.. 정말 아끼는 여동생이거든. 같은 나이고. 몇 달 생일 차이로 오빠이긴 한데. 그래도.. 어렸을 때 부터 날 잘 따르고.. 고모가 정연이 한테 어떻게 하는지, 잘 아니까.. 볼 때마다 안쓰럽고.. 그랬는데. 나 정말 무기력하다. 힘내라는 말밖에 못하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오네. 어떻게 도와 줘야 할지. 정연이 처음 임신 소식 알았을대.. 기분이 딱 이랬는데. 나 진심으로 그 자식 총쏴서 죽이고 싶었잖아. 고모한테 멋지게 대들어서 정연히 지켜주고 싶었는데 그러지도 못했어. 지금보다 그땐 더 어렸으니까. 한거라곤.... 고모편 들어주는 할아버지 설득해서 할아버지가 정연이를 보호하게 한 것 정도? ”  


  


  

야.. 너 아직 학교도 졸업안한 학생이거든? 네가 그렇게 말하면 이 성인 형아가 민망하잖니.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다. 나도 답답했으니까. 종인이는 오죽할까. 후우.. 한숨을 푹 내쉰다. 말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 기운 좀 차리라고 이것 저것 물어보는데. 대답을 하면서도 정신은 딴대 가있다. 조용히 잠든 현준이 곁에 가서 제 손바닥 보다 작은 것 같은 아이 손을 꼭 잡고 내려다본다. 저러다 말겠지 넘기고 싶은데. 기운 없는 모습 보고 있으니 내 기운이 다 빠지고 기분이 더러워진다. 도움이 되고 싶어서 어떻게 이 난국을 타파할 수 있을까 머리를 굴려본다. 떠오르는 것 없음. 도경수야... 형님으로서 뭐라도 도움이 되야 하지 않겠니?  


  


  

“자기야.”  

“..응.....응?!”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안 보던 놈이 그제야 날 본다. 으이그 새끼. 그 와중에 자기야에 반응하는 것 보소. 놀란 토끼눈인 녀석의 볼과 입에 입을 맞춘다. 우와. 눈 더 커질 수 있는 거구나. 놀라 한층 더 커진 눈을 감상하다 침대 밑에 깔아 놓은 자리로 내려와 눕는다.  


  


  

“힘내라고. 인상 좀 그만 쓰고 보기 싫으니까.”  

자려고 눈을 감았는데 대뜸 엄청난 압박이 느껴진다.   

“야..야 숨..숨 막..!”  


  


  

녀석이 쪼르르르 내려와서 양 팔로 가차 없이 날 안은 것이다. 와.. 압사 당할뻔했어. 갈비뼈가 으스러지는 느낌이었다. 또 지지한 내 정수리에 폭격을 시작하는데 모든걸 내어놓고 그래 넌 그래라 난 자련다 가만히 있는다. 폭격을 끝낸 녀석이 적당히 포근한 정도로 안으며 고마워 완전 힘난다. 말한다. 아까까지만 해도 온몸에 검은 기운을 칭칭 감고 있더니 기분이 좋아진 것 같다. 내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근데...자기야. 한번만 더 진하게 해주면 완전 기운 펄펄 날 것 같은데?”  


  


  

거기까지 했으면 얼마나 좋아. 꼭 이런식으로 나오지. 느끼하게 귓가에 바람을 불어가며 속삭이는 녀석을 향해 웃어 보인다. 녀석이 마주보며 실실 웃는다. 에라이 인간아 인간아.   


  


  

“저기 침대위에 누구 있는지 모르냐? 전체 이용가 이상 수위 높이면 안됀다. 그니까”  


  


  

혹시나 현준이가 들을까 싶어 녀석만 들릴 정도로 소리를 낮춰 닥치고 올라가서 잠이나 처 자세요. 녀석을 밀어낸다. 씨... 입을 삐죽인 녀석은. 그럼 마지막으로 잘자 라고 한번만 더 해줘. 입을 쭉 내민다. 얼시구? 속으로 중얼거리면서도 뜻 때로 입을 맞춰준다. 됐지? 빨리자. 자리에 눕는다. 이번엔 순순히 녀석도 침대 위로 기어 올라간다. 눈을 감고 심란한 마음에 잘 오지 않는 잠을 열심히 쫒아가 낑낑 거리며 끌어당겨 불러 온다. 얼마나 뒤척였을까? 경수씨 자? 하는 녀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겨우 잠이 올랑 말랑 하고 있던 터라 대답을 한 건지.. 안 한건지 기억이 안난다. 한 가지 기억 나는건  


  


  

“고마워. 오늘 경수씨 없었으면 나 진짜 우울했을 것 같아.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라고 말하던 녀석의 목소리. 그냥 잤다면 오랜만에 어린 시절 추억이 가득 담긴 악몽을 꿨을 텐데... 편안하고 행복한 꿈을 꾼 것 같다. 그게 무슨 꿈인진 기억 나지 않지만.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보이는건 열심히 아침을 차리고 있는 김종인. 그리고 종인이를 열심히 눈으로 쫒는 현준이. 늦잠 잤네. 기지개를 켜고 뒷머리를 벅벅 긁는 나에게 종인이가 활짝 웃는 얼굴로 다가와 일어났어? 말하며 볼에 입을 맞춘다. 이 놈의 자식이 야 현준이 깨있잖아? 소리죽여 말한다. 녀석은 헤헤 웃으며 뭐 어때 현준이 한테도 해줬는데. 말하며 현준이의 볼에 쪽 아침 인사를 한다.   


  

종인이가 차린 아침 상에 앉는다. 종인이는 열심히 현준이에게 말을 건다. 삼촌이 현준이 좋아하는걸로 차렸어 맛있게 먹어. 맛은 어때? 예전보다 더 맛있지? 현준이는 슬쩍 슬쩍 종인이의 눈치를 살핀다. 평화로운 아침이 계속 되는 듯 했다. 현준이가 실수를 하기 전까지는. 분명 너무 많은 것 같으면 말을 하라고 했는데도 꾸역 꾸역 먹던 녀석은 뭔가 불안한 듯 시선을 여기 저기 두더니 옷에 실례를 하고 말았다.   


  

그 새끼 집에 있을 때. 실수를 하거나 잘못을 하면 강한 체벌을 받은 것 같다고 했다. 아마 식사 시간에 화장실에 못가기 했을 거고. 그 기억 때문에 참다가 결국 실수를 한 것이다. 아이는 어쩔줄 몰라 했다. 아빠 엄마라는 말 밖에 하지 못하기에 미안해요 라는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이를 물어뜯었다가 고개를 이리 저리 둘려 보다 몸을 흔들다가 눈물을 찔끔 보이기도 했는데, 그것도 혼날까 무서웠는지 바로 닦아버리고 아랫입술을 꾹 깨물고 참았다. 말하는게 서툴기에 울고 보채고 떼쓰는게 당연한 나이인 아이가. 그걸 참고 있는 모습에 가슴이 아파왔다. 내가 이런데 두부마냥 말랑 말랑한 마음을 가진 종인인 오죽 할까. 울 것 같은 얼굴로 괜찮아. 삼촌은 괜찮아를 연발하며 현준이를 안아준다.  


  


  

“괜찮긴 뭐가 괜찮아.”  

“...경수씨?”  

“넌 잠깐 가만히 있어. 현준아.”  


  


  

쪼그려 앉아 아이와 눈높이를 맞춘다.  


  


  

“하나도 안 괜찮아. 현준이 너 잘못했어. 화장실 가고 싶으면 가고 싶어요. 말하고 가는거야 참지 말고.”  


  


  

경수씨. 종인이가 쩔쩔 매며 아이의 눈치를 살핀다. 쯧쯧 이놈 이거 애 버릇 다 망칠 놈이 로세. 이렇게 마음이 약해서야. 애한테 잘못한게 있으면 잘못했다고 말해야 되는 거란다. 무조건 오냐오냐 하면 지가 세상에서 최고인줄 아는 무개념이 된다고.   


  


  

“김현준. 말로 못하겠으면. 이렇게. 손잡고 눈을 보면 돼. 절대 참지 말고. 이렇게라도 말해줘. 현준이가 뭘 하고 싶은지. ”  


  


  

아이의 작은 손을 잡고 눈을 마주 봤다. 눈물이 촉촉이 맺힌 눈이 나를 향한다.   


  


  

“잘못한일이 있으면 숨기지 말고. 미안해요 사과해야지. 말로 못할 것 같으면 이렇게 꼭 안아줘. 그럼 미안하다 말하는 걸로 알아듣고 용서해 줄테니까 알겠지?”  


  


  

아이의 작은 몸을 꼭 안았다. 나도 체구가 큰 편이 아닌데. 내 안에 쏙 들어온다. 같은 크기의 곰 인형은 푹신 푹신 통통 하기라도 하지. 이 녀석은 말라붙은 나뭇가지 같아서 조금만 힘을 주면 바스라 질 것 같아 꼭 안을수도 없다. 안아주고 떨어지자 뚝뚝 소리 없이 눈물이 흐른다. 아직도 보인다. 필사적으로 참고 있는게. 필사적으로.. 미움 받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게. 그 새끼는 아이에게 뭐라고 했길래.. 한쪽 가슴은 먹먹해지고. 한쪽 가슴은 불이 붙은 듯 화끈거린다.  


  


  

“참지마. 참는거 아니야.”  


  


  

아프다. 참는건. 나도.. 이 나이 때 해봐서 안다. 어찌나 아프고 힘들었는지 한달전 일도 가물가물 잘 생각해내지 못하는 내 멍청한 머리가 현준이 나이때의 일들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신경 쓰이나 보다. 어제 처음으로 만난 이 녀석이.   


  

그 일이 없었다면. 현준이는 그냥 나에게 신경 쓰이는 아이 정도로 남았을 거다. 가끔 종인이에게 현준이는 잘 큰데? 물을 정도의 크기의. 소리 없이 서럽게 우는 현준이의 옷을 갈아 입히고. 아이와 함께 근처 놀이터가 가서 놀았다. 한창 뛰어 다닐 때인데도 아이는 멀뚱히 놀이터 중간에 서있기만 했고, 그게 마음이 쓰였던 종인이는 삼촌이랑 놀자! 열심히 현준이를 괴롭히며 이곳 저곳을 뛰어다녔다. 그때, 나에게 두고간 종인이의 핸드폰이 울렸다. 액정이 뜬 ‘고모’라는 글자. 현준이의 할머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손을 뻗어 받았다.  


  


  

“여보세요?”  

“...종인이 핸드폰 아닌가요?”  

“맞습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집으로 간 정연이는 현준이가 어디에 있는지 말하지 않았지만, 정연이 어머니는 정연이의 핸드폰 목록까지 확인을 해서 결국 현준이를 어디다 숨겨뒀는지 찾아냈다. 종인이와 현준이에게는 말하지 않고. 집으로 근처 카페에서 단 둘이 정연이 어머니를 만나게 되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도경수라고 합니다.”  

“네. 이렇게 보게 될 줄은 몰랐네요. 종인이 고모됩니다. 긴말 하지 않겠습니다. 부족한 우리 딸이 이쪽에 신세를 진 것 같은데...”  


  


  

그리고 나에게 새 하얀 돈봉투를 건내셨다. 세상에. 내가 이런걸 받게 될줄이야. 어떻게 흘러가는 상황이야? 나 지금 드라마 주인공 된 거니? 보통 이런건 줘도 종인이 할아버님이 주셔야 되는거 아냐? 고모님이 왜......?   


  


  

“우리 딸이나 종인인 어리지만 그래도 경수씨는 성인이니 내 말 더 잘 이해하리라 생각해요. 세상사가 그렇지요. 어떻게 순리대로. 좋게만 흘러갈 수 있겠어요. 아이들이야 아직 어려서 세상 모든 일이 올바른 정석대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옳은 길이 아니지요. 젊은 패기로 해결 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랍니다. 이번일도 그래요. 인간적으로 생각하고 정석대로라면 현석이 그 아이를 제가 거두는게 맞지만. 전 정연이 애미라 그런지 현준이 보다는 우리 딸아이가 더 소중합니다. 그 아이를 위해서라도, 그리고 현준이를 위해서라도 보다 좋은 환경으로 보내는게 옳다고 생각하구요. 어제 다행이도 현준이를 예쁘게 키워주실 소중한 가족 분을 만났습니다. 경수씨가 현준이만 다시 보내준다면. 바로 현준이는 그분들과 함께 할 수 있습니다.”  


  


  

구구 절절 길게 말했지만. 결국은 현준이를 입양보내게 됐다는 거. 그 집으로 당장 보내버리게 현준이를 보내 달라는거.   


  


  

“그리고.. 이건. 경수씨도 아시겠지만. 이런 일이 알려지게 되면.. 우리 정연이 이름 앞에는 영원히 미혼모라는 수식어가 붙을 거예요. 그러니까...”  


  


  

뒷말을 하지 않았지만 결국은 정연이의 일을 모른 척 해주라는 의미의 봉투인걸 알겠다. 그 순간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정연이와 종인이가 들어왔다. 엄마! 지금 뭐하는 거야?! 소리치는 정연이와 고모! 외치는 종인이를 보고 있으니 정말 내가 드라마 주인공이 된 기분. 와... 도경수 인생에 별에 별 일이 다 생기는 구만.  


  


  

“잠깐. 정연이랑 종인이 둘 다 조용히 해봐. 사람들 다 쳐다보잖아.”  


  


  

두 사람을 조용히 시킨 후 두툼한 봉투를 받는다. 고모님과 두 녀석들이 보는 앞에서 액수를 확인하다. 엄마야 정연이 어머님 스케일 좀 보소. 한번 입 다물어 주는 대가가 이정도란 말이지? 봉투를 챙겨 넣는다. 정연이의 표정은 무서워지고 종인이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자 그럼 이만 가보도록 하죠.”  


  


  

고모님은 눈빛으로 날 뚫어 버리듯 하는 정연이를 끌고 다른 쪽으로 현준이의 손을 잡으려고 하신다.  


  


  

“잠깐. 현준아. 아빠들한테 와야지.”  


  


  

나의 말에 정연이와 고모님의 눈빛이 나를 향한다. 멀뚱히 날 보는 현준이를 향해 팔을 벌린다. 눈치를 멀뚱멀뚱 보던 현준이는 더듬더듬 걷다가 빠르게 다가와 폭 안긴다. 바로 현준이를 안아올리며 말한다.   


  


  

“현준이 데려가실 필요 없습니다. 뭔가 착각하신 것 같은데 어제부터 제가 현준이 아빠입니다. 현준이가 직접 선택했거든요. 전 현준이의 선택을 존중하고 고모님의 선택을 따를 생각이 없습니다.”  


  


  

인자한 미소가 그려진 가면이 먼지가 되어 허공이 흩어지며 본심이 나왔다. 그런 고모님을 정연이와 종인이가 돌아가며 맞받아쳐 부들부들 떨리는 몸으로 돌아가셨다. 고모님이 가고 나서야 현준이에 대한 미안함이 밀려왔다.  


  


  

“현준아. 우리가 아빠들 해도 괜찮을까?”  


  


  

묻는 말에 작은 손으로 내 옷자락을 꼬옥 쥐며 눈을 맞춘다. 내가 말했던 것처럼. 그리고 고개를 끄덕인다. 꼭 나를 안아준다. 한손으로는 작은 아이를 안아 들고 한손으로는 종인이의 손을 잡고 집안으로 들어온다. 집안에 들어오기 무섭게 종인이는 볼에 쪽 입을 맞춘다. 야! 너! 소리치는 나를 무시하고 현준이 볼에 입을 맞춘다. 현준이를 침대 위에 올려놓고 이번엔 내가 저녁을 준비한다. 종인이가 불쑥 뒤에서 나를 안고 쪽 목덜미에 입을 맞춘다. 그렇게 쪽쪽 거리면 안 아프니?  


  


  

“야!”  


  


  

애가 있다는걸 자각하고 행동해라 이놈아.  


  


  

“자기야 고마워”  

“고맙기는 됐고 이거나 돕기나 해.”  


  


  

종인이는 실실 기분 나쁘게 웃으며 부끄러워서 그러는 구나. 개소리를 한다. 부끄럽기는 무슨. 고마울 것도 없다. 내 입 하나 막겠다고 그 스게일의 돈을 뿌린는 분이 고른 좋은 부모라는 사람들한테 저 놈을 보내는게 영 불안했을 뿐이니까. 잘 살아온 인생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누구한테 원망 받고 살아온 인생도 아니라고. 나중에 저놈이 나 왜 보냈냐고 불평하는 소리 듣기 싫어서 그런거라고.  


  


  

“그나저나.. 너 왜 그때 가만히 있었냐?”  

“뭐가?”  

“내가 돈 받아 챙길 때.”  


  


  

정연이는 눈빛으로 날 구워 죽이려고 하던데. 아마 속으로 원망 겁나 했을걸. 들리는 듯 했다. 야이 미친 새끼야! 나쁜 새끼야! 멍멍이 같은 놈아! 하는 정연이의 목소리가. 근데 저 놈은 그렇지 않았다. 이상하잖아. 너 왜 그랬는데?  


  


  

“경수씨니까.”  


  


  

뭔 소리래. 이해 못하는 나를 보고 풋 웃는다.   


  


  

“그냥. 경수씨니까.”  


  


  

그렇게 말하며 손을 뻗어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이씨 이 새끼가 근데 야! 내가 오냐 오냐 해주니까 기어오르는 거냐? 헝크러진 머리를 정돈한다. 저녁을 다 먹고 나서 잠잘 준비를 했다. 현준이와 종인인 침대에 나는 침대 옆 바닥에. 자고 있는데, 묵직한 느낌과 함께 종인이가 내려와 나를 폭 안는다.  


  


  

“야 왜 내려와?”  

“각방은 안된 됐잖아.”  

“우리 집 원룸이거든? 애초에 각방이란 호사를 누릴수 없는 집이에요. 여기가.”  

“그러니까. 원룸에서 따로 자면 그게 각방이지 뭐. 인간적으로 이건 쫌 해줘야 되는거 아냐?”  


  


  

꾸물꾸물 파고 들어 목가에 간지럽게 코를 박고 아 좋다 경수씨 냄새 중얼거린다. 나도 입밖엔 내지 않았지만 바닥에 잔게 불편한게 아니라. 익숙한 녀석의 온기와 냄새가 없어서 어젯밤 더 뒤척였던 것 같다. 그 증거로 봐.. 지금 잠이 솔솔 온다. 누운지 오 분도 안된 것 같은데.. 바로..잠이 들...었....다.  


  


  


  


  


  


  


  


  


  


  


  


  


  

자고 일어난건. 흐느낌 소리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난 여름이 되면 좋다고 나오는 공포영화와 공포특집이 살 떨리게 싫었던 예민한 사람이다. 뭐...뭐야 이 소린 조..종인아. 김종인. 일..일어나봐. 흔들어 깨우지만. 하루종일 현준이를 신경쓰느라 피곤했는지 요지 부동이다. 얌마 이 나쁜 새끼야! 너 이 새끼 나 좋다며 좋아 죽겠다며! 좋아하는 사람이 제일 필요한 순간에 잠이나 퍼자냐? 일어나! 일어나라고! 가슴을 매우쳐도 둔해 빠진 시키는 일어나지 않는다.   


  

침을 꿀떡 삼키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귀신이면 나오지 말고 도둑이면 조용히 훔치고 나가라. 슬그머니 일어난 내 눈앞에 현준이가 보인다. 고개를 베개에 푹 박고 울고 있는. 뭐가 서러운게 저리 많으면 수도꼭지마냥 틀면 나오는 걸까. 침대위에 올라간다. 왜 우니? 입으로 묻지 않고.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본다. 내 눈을 올려다 보던 녀석은 눈물이 차올라 엄마... 엄마.. 엄마.... 메아리처럼 말한다. 손을 뻗어 눈을 닦아준다. 얼마나 울었으면 양 볼이 호떡 마냥 후끈후끈 하다. 그래 아무렇지 않은척 덤덤하게 정연이를 보냈지만.. 얼마나 보고 싶을까. 이 나이 때... 세상에 전부는 엄마인데. 그런 엄마를 떠났으니.. 세상이 떠난 기분일꺼다. 지금 이 녀석은.  


  


  

“현준아. 엄마 또 볼 수 있어. 엄마는 아직 해야 할 공부가 남아서 잠깐 아빠들한테 현준이를 맡긴 거야. 아예 보낸게 아니라. 엄마가 공부 다 하고. 돈도 많이 벌면 다시 현준이 데리러 올 거야. 그 전까지 종인 아빠랑 내가 현준이를 지켜주는 거고. 언제든지 보고 싶으면 말해 엄마 한테 데려다 줄테니까 알겠지?”  


  


  

아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납득하기 힘들텐데. 보통 아이라면 엄마 보고 싶어요 소리 높혀 울텐데. 보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고개를 끄덕인다. 벌써 참을성을 배우고 이해심을 아는 아이가 슬프다. 작은 몸을 꼭 안고 누워 등을 두드리다 또 잠이 들었다.  


  


  

“....뭐야 서운해.”  


  


  

일어나자 마자 눈에 보이는건 언제 올라왔는지 모를 종인이 녀석.  


  


  

“올라올꺼면 말해 주지”  


  


  

내가 널 얼마나 흔들어 댓는지 아니? 골은 안 울리냐? 회전목마 최고 속도보다 빠르게 흔들었는데. 툴툴 거리는 것도 잠시 바로 헤헤 버리며 이마에 쪽 입을 맞추고 잘 잤어 경수씨? 아침인사를 한다. 처음엔 간지러 죽을려고 했는데, 지금은 응 이라고 대꾸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역시 인간의 학습 능력이란. 우리의 아침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현준이가 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난 녀석의 양팔을 우리 현준이 쭉쭉 아침 기지개~잡아 올린다. 기지개를 맞춘 현준이가 종인이와 눈을 맞추며 아침 인사를 한다.  


  


  

“아빠.”  


  


  

말하며 옷깃을 잡아 당겨 눈을 맞추다 쪽 볼에 입을 맞춘 뒤 휙 나를 돌아본다. 헤.. 설마 나한테도 해주는거? 작은 손으로 옷깃을 잡아 당긴 후.  


  


  

“경수씨”  


  


  

말하고 입에 쪽 입을 맞춘다. 에.. 지금 뭐라고? 놀란 내 얼굴을 보고 종인이 녀석은 뭐가 좋은지 배를 잡고 구르기 시작한다.   


  


  

“이씨! 네가 자꾸 경수씨 경수씨하니까 애가 배워서 그런거 아냐! 형이라고 부르라니까?”  

“싫다니까. 경수씨 싫으면... 음.. 자기야?”  

“미..! 아니. 흠흠. 그거 말고”  

“그럼... 현준아빠?”  


  


  

좀.. 괜찮은 것 같기도.. 한... 에라 저 녀석이 호칭 바꿔 말하면 뭐해 현준이가 불러줘야지. 현준이의 작은 어깨를 짚고 말한다.  


  


  

“현준아 아빠~ 해야지 응? 경수 아빠. ”  


  


  

녀석은 고집스럽게 눈썹을 조이며 말한다.  


  


  

“경수씨”  

“..아빠~해봐 응? 아.빠.”  

“경.수.씨.”  


  


  

그걸 얼마나 반복했는지. 내가 현준이랑 실랑이 하는 동안 콧노래를 부르며 아침을 차리던 녀석은 그만 포기 하지 경수씨. 불난 집에 휘발류를 던진다. 경수씨 현준아 밥 먹어! 말하고. 현준이를 내 손을 잡아끌며 경수씨! 말한다.   


  


  

“...그래... 그래.. 먹자 밥.”  


  


  

차차 호칭은 바꾸면 돼겠지 젠장. 어린 시절 나는 절대 결혼 같은건 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 내가 결혼을 했고.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을 거라 다짐했던 나에게 아이가 생겼다. 도경수 인생 20년째 되는날. 애기치 못하게 남들과는 조금 다른 가족이 생겼다.   


  


  

“....종인아.”  

“응?”  


  


  

그렇게 훈훈하게... 그들은 잘 먹고 잘살았습니다.. 로 끝나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래도 말씀 드려야..겠지? 할아버지들 한테..”  

“...그렇..겠지.”  


  


  

부모님을 여인 동화 속 주인공들에게는 딱히 필요하지 않은 과정이 우리에게 남아있었다. 호랑이영감과 도깨비영감에게 새로운 가족 구성원 소개하기. 나... 잘할 수 있을까? 잘 될거라 생각해야 할 텐데.. 이번 만큼은 종인이 녀석의 표정도 썩 밝지가 않다. 처음에 정연이가 현준이 낳는다고 할 때 할아버님이 반대하셨다고 했지? 그럼 이번에도.... 제발.. 아무나 나한테 말해줘! 다 잘 될 거라고. 나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하아.   


  


  


  


  

------------------------------------------------------------------------  


  

안녕하세요 ㅠㅠ 재밌게 봐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ㅠㅠㅠ  


  

이번편도 재밌을지 모르겠습니다. ㅠㅠ  


  


  


  


   

암호닉     


     

   

울지요님. 체리밤 님. 초코우유님. 만세님, 잇치님, 아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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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만세에요!! 아 경수한테 초콤 어두운 과거가ㅠㅠ..졸지에 애 아빠 되어버렸네요 카디들은ㅎㅎ 오늘두 잘 봤어요 건필하세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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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아빠데스요..경수가 이런 과거가 있을 줄이야...현준이와 소통을 하고 교감을 하는 부분에선 이제 경수가 능수능란하게 하겠네요..그나저나...할아버지들한테 어떻게 말하져...? 근데 또 경수할아버지는 츤데레셔서 우리 손자가 이렇게 당당해졌다고 하면서 종인이 할아버지께 자랑하고 막 그러실것같아욬ㅋㅋㅋㅋ 귀여워....카디 소개 잘 해봐...힘쇼...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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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ㅋㅋㅋ현준이ㅋㅋ
경수씨라니요ㄲㅋㅋㅋㅋ현준이대땅기여워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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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경수씨ㅋㅋㅋㅋㅋ현준이 완전 귀여워요 ㅠㅠㅠ 이번화도 꿀잼!!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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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초코우유에요!종인이가 아빠라서 조금 놀랫지만 삼촌이엇네옄ㅋㅋㅋㅋㅋ현중이가 경수한테 경수씨라닠ㅋㅋㅋㅋㅋㅋ기여워랔ㅋㅋ할아버리한태 말할때도 기대가 되네욯ㅎ이번편도 잼잇어서 담편도 기대되네욯ㅎㅎ!!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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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잇치입니다 잘보고 갑니다 다행이에요 현준이가 입양을 안가게되서 ㅠㅠㅠㅠㅠ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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