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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타엑스 이준혁 김남길 샤이니 온앤오프
치노 전체글ll조회 1109l 3


침대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세훈아, 하고 불러 보지만 세훈이 제 방안에 없다면 이 집에 있을 리가 없다.
밤 새 울어놓고 저를 놀래켜 주기 위해 숨어 있을 리도 없다.
찬열은 그저 한숨을 쉴 뿐이었다.
달력을 봤다. 추위에 떨던 4년 전, 열다섯 세훈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제 엄마를 만나 놓고도 몇 마디 나누지도 못한 세훈이 기억하는 제 엄마는 미안해, 라는 말 뿐이었다.
그리고 그 엄마는, 사진 속으로 사라졌다.
오늘, 딱 4년 만이다. 세훈이 처음으로 찬열을 부여잡고 울어 댄지.

거실로 나온 찬열의 눈앞에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져 있었다.
눈이 부은 채 세훈은 과자를 집어 먹고 있었다.
소파에 편하게 기대 리모컨을 들고 티비 채널을 돌리는 여유 가득한 모습에 찬열이 눈을 부볐다.
세훈아.
일어났네, 지랄이.
그, 욕 좀. 지랄이가 뭐야, 지랄이가.
좋은 아침, 지랄아. …미안, 좋지는 않은 아침인 것 같은데. 아무튼, 안녕, 지랄이.

세훈은 그 때와 많이 달랐다.
찬열이 고개를 설레 젓고 그 옆으로 가 앉았다. 세훈이 픽, 웃는 소리가 들렸다.
지랄아, 오늘 시간 되냐.
학교는.
나 학교 안 가는 날인 거, 지가 제일 잘 알면서.
알았어, 같이 가자.
어딜 가자는지도 듣지 않았다, 어디냐고 물어도 대답은 저런 식으로 돌아올 게 뻔했다.
그저 세훈의 부탁이니 들어줄 수밖에 없다.

*

여보세요.
여자가 집으로 돌아 온지 두어 시간 쯤, 지났다.
걸려온 전화에 아무 생각 없이 받은 여자가 하얗게 질렸다.
‘응급실입니다. 교통사고로 실려 온 여자 분의 몸에서 연락처가 적힌 종이가 발견되어 연락 드렸습니다만, 보호자 되십니까. 당장 와 주셨으면 하는데….’
혼자 있을 때, 받을걸. 하필이면 여자의 곁에 찬열과 세훈이 나란히 앉아 있을 때였다.
눈뿐만 아니라 온 얼굴이 새 빨갛게 달아오를 정도로 울어대던 세훈이 제 엄마 얘기임을 알아채고 여자보다도 먼저 일어섰다. 엄마, 엄마아….
여자가 그 자리에 주저 앉아있는 동안 세훈은 찬열의 손을 잡고 집 밖으로 나가 택시를 잡았다.
찬열아, 미안한데…, 우리 엄마…, 가 사고가…, 나…, 서.
세훈은 모 병원 응급실이라 말한 목소리를 따라 읊으며 택시 안에서 엄마가 있을 곳을 향해 울었다. 엄마는, 나한테 미안하니까 아프면 안 돼. 아프지 말고, 나 좀, 나 좀 데려가.

병원 앞에 도착하자 세훈이 문을 열고 떨어지듯 뛰어 내렸다.
찬열은 그런 세훈이 혹여 다치기라도 할까, 거스름돈도 받지 않은 채 세훈을 따라 뛰었다.
세훈의 다리는 갓 태어난 새끼사슴의 다리마냥 후들 거리며 바닥을 박차고 뛰었다.
찬열이 보기에 그런 세훈은 세상 밖에 내놓기 무서운 어린 존재였다.
응급실에 도착했지만, 제 엄마의 이름도 모르는 세훈은 마구 울어대며 침대마다 커튼을 열어 제꼈다.
찬열이 세훈의 어깨를 잡아 돌렸지만 세훈은 찬열을 마구 뿌리쳐냈다.
이런 상황에 박찬열이 다 무슨 소용이야.
결국 피투성이의 제 엄마를 찾아 낸 세훈이 무너지듯 앉아 울음을 울었다. 이미 다 쉬어버린 목소리였지만, 그럴수록 더 청량하게 들렸다. 어찌 해줄 수 없는 찬열의 가슴은 그저 애가 탔다.

‘사람이 갑자기 뛰어 들어왔어요. 차를 돌리려고 했는데, 이미 늦어서…. 뒤에 여자 분은 처음부터 막 울면서 누워 있었는데, 핸들을 돌리자마자 문이 덜컥 열리면서 여자가 튕겨 나가더라고. 나라고 뭐, 정신이 있었겠어요, 정신을 차렸는데 여자랑 그 뛰어들었던 사람이 저만치 누워있고, 그나마 외곽이라 차가 별로 없던 게 다행이지….’
한쪽 팔과 목, 어깨에 하얀 붕대를 친친 감은 기사가 경찰의 물음에 대답하는 것을 다 듣고 있던 세훈이 결국 기사에게 달려들었다.
차가 별로 없던 게, 다행이야? 씨발! 왜 우리 엄마야! 왜! 우리 엄마가, 왜 죽어…, 왜!
경찰이 겨우 떼어 낸 세훈은 엉엉거리며 하얀 천으로 가려진 제 엄마의 곁에 다시금 주저앉았다.
제 엄마는 응급실에 실려 오고 얼마 안 되어 사망했다.
세훈이 손을 잡자 차가워져 가는 손으로 제 손을 안아주듯, 꼭 부여잡던 엄마였다.

*

도시 외곽도 아니다, 시골이다, 아주.
안 올 거야. 엄마가 나 못 보게 멀리 갖다 버릴 거야. 절대, 안 가. 날 두고 죽었으니까, 이건 벌이야.
세훈이 4년 전에 했던 말이었다.

칸이 여럿으로 나뉜 장 안에 세훈의 엄마가 있었다.
미안해, 엄마. 이런 시골에 둬서, 많이 오지도 못하고. 내년이면, 만료니까 나랑 가까운 데 데려다 줄게. 많이 보고 싶었지, …나도. 흐.
세훈의 떨리는 목소리에 찬열이 그 손을 잡았다. 엄마를 보러 온다는 사실만으로 세훈의 손은 긴장으로 가득했다. 세훈이 잡아오자 그 손을 제가 더 세게 쥔다.
낮에 찍고 뽑아 온 어색한 표정의 제 사진 한 장을 칸 안에 밀어 넣고 한참을 빤히 보던 세훈이 울음이 치밀어 나오려 하자 찬열의 손을 놓고 빠른 걸음으로 납골당을 빠져 나왔다.
주인 없는 강아지마냥 당황 하던 찬열이 까닥, 세훈의 엄마에게 인사했다.
세훈이, 엄마 많이 보고 싶어 해요. 꿈에 한번만 나와 줘요. 출연료는, 세훈이 웃음으로 드릴게요.

마냥 매끈하지 않은 길을 구우, 구우, 달리는 버스 안에서 세훈이 눈을 감았다.
찬열이 귀에 넣어준 이어폰에선 세훈이 좋아하는 노래가 나왔다.
우리 지랄이, 노래 고르는 안목이 꽤….
말을 하려면 끝을 내던가, 세훈은 허공에서 흩어진 문장은 신경도 안 쓴 채 노래를 따라 흥얼거렸다.
노래가 두 번 반복하고 세 번째 중간 파트가 될 때 즈음, 세훈은 잠이 들었다.
어깨로 실려 오는 무게감에 찬열이 아침의 세훈처럼 핏, 웃었다.
지랄이랑 지랄이가 잘도 논다. 그치, 지랄아. 하얀 그 볼에 찬열이 가까이 가다 멈춘다. 미안해.
손으로 살짝 쓸어내린 그 볼은 너무도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찬열을 위로하듯.

찬열아, 너 학교 안 갔다며! 어딜 갔다….
세훈의 가방이 없어진 걸 보고 여자는 안심 했었나 보다.
문 열리는 소리에 찬열 혼자 들어 왔을 줄 알았던 여자는 세훈의 모습에 다시 긴장을 했다.
박찬열, 너! 찬열에게 소리치는 목소리에 세훈이 신경질을 내며 대신 대답을 했다.
우리 엄마 보러 갔었어요, 지랄이, 아니. 찬열이랑.
찬열의 시선에 세훈이 그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했다. 풉, 둘 중 누가 먼저 랄 것도 없이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 사이에서 여자만 당황에 물든 표정으로 마른세수를 할 뿐이었다.

세훈아.
왜 불러, 지랄아.
지랄아.
…설마, 나?
풉.
이, 똥개가!
어제의 세훈은 없어졌다.
제 방안의 세훈은 약하긴 했지만 어제처럼 마구 엉엉 거리지 않았다. 어떤 세훈이던, 저에겐 소중하지만 이왕이면 우는 세훈 보다는, 웃는 세훈이 더 좋다.
아, 우는 세훈이는 저에게 안기니까 더 소중한가.
실없는 생각을 잠깐 하던 찬열이 픽, 웃고 세훈의 옆에 몸을 뉘였다.

*

역시나 그렇듯 세훈은 없었다. 찬열이 한숨을 쉬고 거실로 나왔다.
비어 있는 집 안을 봄에 다시금 한숨을 쉰 찬열이 냉장고를 뒤져 차갑게 굳은 빵조각을 입에 물고 방으로 들어가 서둘러 교복을 입었다. 시계를 차면서도 찬열은 계속 세훈을 떠올렸다. 어제 하루는, 정말이지 꿈같았다.

제 교실로 향하지 않는 발은 세훈의 반을 먼저 들렀다.
세훈은 늘 그렇듯 제 자리에 엎드려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새벽에 내 방에서 나간 너는 신문이든, 전단지든 무언가를 집집마다 돌리며 힘겹게 뛰었으리라.
안쓰러운 세훈의 모습을 보면서도 저는 그 옆에 다가가 설 수가 없었다.
세훈의 허락 된 날은 어제, 단 하루뿐이었을 거다. 하, 한숨을 쉰 찬열이 세훈의 머리를 쓰다듬고 발을 돌렸다. 텁, 잡히는 소리에 찬열이 다시금 뒤를 돌았다. 세훈의 하얀 손이 제 손목을 꼭 잡아왔다.

박찬열, 가지 마. 나 피하지 마.
…어?
나, 힘들어.
세훈의 젖은 목소리는 찬열을 포함 한 공간 전체를 적셔왔다.
손목을 잡고 있던 손을 떨림을 가지고 서서히 내려와 제 손을 붙잡았다.
아이가 울고 있었다. 엄마, 엄마, 하고. 찬열이 다시 잡아주기에 세훈의 손은 너무 작아서 제가 그 안으로 들어가기가 너무도 벅찼다. 그 조그만 손이 파리하게 떨림을 찬열이 보았다.
아이는 또 다시 울었다. 힘이 들어서, 그리워서, 제 손을 잡아줄 이가 없어서.
그저 울음이 많은 겁쟁이 아이기를 찬열은 바랬다.
찬열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세훈의 부탁에 멈추어주는 것뿐이었다.

세훈은 열심히 찬열을 보았다.
찬열이 먼저 아는 체 해주기를 바라며, 눈을 마주쳐 주길 원하며.
하지만 찬열은 그런 세훈이 어려웠다. 차라리 저를 싫어하고 원망하며, 밀어내는 세훈이 다가가기에 더 좋았다. 제가 착한 척을 하면서 불쌍한 이를 안아줄 수 있어서.

저를 밀어내는 찬열임에도 세훈은 굴하지 않고서 찬열만 쳐다봤다.
찬열아, 불러도 대답 없는 그 아이는 꼭 얼마 전까지의 저 같아 그저 웃음이 비집고 나왔다.
웃음은 울음으로 변하고, 울음은 상처로 남았다. 그 상처를 모를리 없는 찬열이 결국은 먼저 와 주겠지, 세훈은 계속해서 찬열을 보았다. 나의 박찬열로, 나의 지랄이로, 내 곁에 와 주었으면 해서.

교실 안에서 뭘 하는지, 찬열은 나올 생각을 않았다.
제가 앞에 있는 것을 알아서인가, 싶어 세훈은 건물을 나와 교문 앞으로 나와 섰다.
찬열이 앞에 나오면…, 할 것 사 없지만 세훈은 찬열이 보고 싶었다.
세훈아, 하고 전처럼만 불러주길 소원했다. 그럼 나는 그 언제처럼 우리 지랄이, 하고 웃어 줄 텐데.
세훈의 바람과 다르게 하늘은 어둑해지기 시작했다. 환절기의 날씨답게 점점 추워지고 있었다. 그렇다 할 외투 하나 없는 세훈이 손을 주머니에 넣고 꼼지락 거렸다.
지랄아, 보고 싶어. 아니, 찬열아.

*

세훈아.
너는 엄마가 있어서 좋겠어. 내 엄마는 어제 죽었어. …죽어, 죽어 버렸어.
세훈아, 밥 먹자.
내 엄마는 밥도 못 먹고 죽어버렸는데, 나는 밥을 어떻게 먹어야 해.
세훈은 찬열이 봐 온 언제보다도 슬퍼보였다. 가장 불안하고, 절박해 보였다.
찬열에 눈에 들어 찬 세훈은 힘도 없을뿐더러, 자칫 잘 못하면 그래도 산산조각 날 것 같았다.
그래도, 살자고 밥을 들이 밀어보면 세훈은 입을 꼭 닫아버렸다.
찬열은 그런 세훈 때문에 마음이 찢기는 생경한 고통을 처음 느꼈다.
세훈은 조용해 보였지만, 발악하고 있었다. 두려움에, 불안함에, 간절함을 끌어안고.

*

찬열이 계단에 앉아 세훈을 바라봤다.
갈 생각을 않는 세훈이 안쓰러웠다. 저 몸 상태로 내일 또 배달한답시고 새벽부터 고생할 것을 생각하니 당장이라도 가서 옷을 벗어 주고 싶었다. 그렇지만 세훈에게 가려는 마음을 발은 모르는 척 해버렸다. 발이 땅에 붙은 채 가만히 세훈이 가기만을 기다렸다.
그 바램이 통했는지 세훈이 먼저 발을 옮겼다. 언젠가 봤던 것처럼 세훈은 익숙한 모습으로 비틀거렸다. 찬열이 결국 그제사 세훈의 뒤를 따랐다. 세훈은 곧 추락했다. 이럴 걸 알면서도 기다리고 바라만 본 저는 나쁜 놈이다, 못된 놈이다, 하면서도 세훈을 함부로 손대지 못하는 찬열은 겨우 세훈을 땅 바닥에서 올려 안았다. 살이 살짝 쓸리고 흙먼지가 붙은 얼굴을 살살 쓰담았다.
내가 미안해, 세훈아. 언제인가 세훈의 기억 속 미안하다는 목소리가 울려댔다.
아니야, 엄마. 하나도 미안해하지 마.

혹시나가 역시나, 찬열의 엄마는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시 세훈이 들어 올 줄은. 게다가 세훈은 의식이 없는 상태다.
찬열이 세훈을 침대에 살며시 뉘였다. 아직 이른 전기장판을 꺼내 든 찬열이 세훈을 최대한 배려하며 전기장판을 침대위에 깔았다. 적당히 따뜻한 온도로 맞춘 찬열이 세훈의 위로 이불을 덮어 주었다.
어쩌면, 내가 미안함과 동정, 안쓰러움을 넘어서 너를 정말로…, 그런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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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세훈이도 찬열이도 안쓰럽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치노
제가 쓰면서도 안쓰럽고 미안해져요ㅠㅠㅠㅠ흐엉
11년 전
독자2
언제 웃을수 있을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흐엉 ㅠㅠ
11년 전
독자3
아 눙물이... 찬열이 어머님 그러지 마세요ㅠㅠㅠㅠㅠ 나랑징어 못난징어 가슴이 찢어ㅈㅂ니다ㅠㅠㅠ 언제쯤 둘은 행ㄹ복해질까요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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