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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란 전체글ll조회 311

 

 

 

 황후께서 승하하셨다. 나의 어마마마, 어머니가 죽었다.
 나는 왜 황제께서 피바다 속의 나를 살려두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의 안부를 묻는 신하들에게 며칠간 대답을 않았더니, 하루는 의원을 불러왔다. 그리고 그것이 왜인지 너무나 괘씸해서, 그 이후로 계속 입을 다물고 살았다. 조금이라도 폐하께 어떤 의미를 줄 수 있을까하여. 당신의 외손녀가 정신병을 앓는다는 것을 이르고자 하여.
 다만 이제는 벙어리가 됐으니 다른 나라로도 팔려갈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린 게 한스러울 뿐이다.

 

 

 

 

 

[방탄소년단/김태형] 소낙비 (驟雨) 01 | 인스티즈

 

소낙비 (驟雨)

미래에서 온 김태형 X 목소리 잃은 인어공주

 

 

 

 

 


 방자하다면 맞을까. 나는 고개를 살짝 기울인 채로 그를 건방지게 쳐다보다 조소를 짓고는 휙 돌아섰다. 사실 솔깃한 제안이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나간다는 것은 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나는 좀 더 구체적인 계획을 원했다. 그리고 그것을 가져올 때까지 그를 무시해야 했다.
 소하가 어둠 속에서 빠른 걸음으로 총총 다가왔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무슨 이야길 나누었는지 듣고 싶은 거겠지. 나는 피곤한 얼굴을 하고선 침방으로 향했다. 소하가 내 뒤를 힐끔 보는 것이 아직도 그가 서있는 모양이었다.

 "저리 생긴 사내가 신라말에 능하니 신기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마마께선 가까이서 보셨죠? 눈동자가 정말 노랗사옵니까?"

 눈동자.
 그의 눈이 떠오른다. 조금 내리깐 듯 싶으면서 올려다보고 있는, 날카로우면서 부드러운 눈매가.
 고쟁이로 갈아입기 위하여 양팔을 벌린 채 서있으니 소하가 곧장 달려와 옷을 벗겨주었다. 계속 반응이 없어 말할 재미가 떨어진 모양인지 잠시 곤히 있다가, 다시 또 묻는다.

 "마마, 무언가 향 같은 게 나지 않사옵니까? 요 원삼에서 향이 납니다. 참으로 생소한데…"

 그의 향이다. 담배란 것의 향. 소하의 손에서 원삼을 가져다 얼굴 주위로 갖다대니 금세 그 향이 풍겼다. 나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어딘가 쌉싸름하나 달콤하고, 아름답고… 낯설다. 마치 그 자처럼.

 

 

 

 공주의 삶은 따분하기 짝이 없다. 나이가 찼으니 머지않아 정혼도 하고 말 것이다. 나의 일과는 종일 이부자리 위에 엎드려 글을 읽다가, 폐하가 사냥을 나서셨다는 소리가 들려오면 산책을 나가기도 하고, 아녀자들과 어울려 궁 내에 떠도는 소문을 잠자코 듣고 있는 것 뿐이다. 친목회는 오로지 돈이 많은 서자나 한량들과만 도모할 수 있는데, 공주란 그런 직분이다. 놀고먹는 한량과 같은 목숨이다.
 나의 아비는 임금이었으나 폭군이었다. 내 나이 열셋 무렵 아침상을 먹다 독살당하여 죽었다. 어마마마 마저 승하하시자 외조부께서 군사를 일으켜 궐을 장악하셨다. 숙부고 당숙이고 할 것 없이 부친의 가족들은 모두 죽음을 당하였다. 나는 그때 열다섯이었는데, 침방에서 홀로 논어를 읽고 있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한 자 한 자 짚어가면서.
 오늘은 날이 맑단다. 소하에게 손짓으로 문을 활짝 열게 시켰다. 연못 위로 햇살이 은은히 내리쬐었다. 옆으로 누워서는 오른손으로 턱을 괸 채 그 광경을 잠자코 바라보았다. 궁녀들이 상을 들고 오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깜짝 놀라 곧장 머리를 조아렸다. 소하가 내 눈치를 잠시 보았다. 내가 살풋 웃자 그제서야 소하는 궁녀들에게 들어오라 일렀다.
 여지껏 한번도 상을 반절 넘게 먹어본 적이 없었다. 입도 짧거니와 먹고 사는 것에 별로 욕심이 없는 까닭이다.

 "연회 때 입을 녹원삼이어요. 동경에서 제일가는 장인이 직접 수를 놓았다는데, 참으로 곱지 않사옵니까?"

 한삼과 치맛자락 위에 놓인 꽃 자수가 정말로 예뻤다. 나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저 원삼에도 그의 향기가 났으면했다.

 소하가 상을 요리원에 도로 갖다주는 동안 책을 괜히 뒤적거렸다. 그러나 계속 나를 사로잡는 생각에 그만 책을 덮고선 베개 위에 가지런히 놓인 원삼을 두 손으로 들었다. 고쟁이 차림이었으나 아랑곳하지 않고 취우가 묵는 처소로 향했다.
 날이 맑으니 멀리 매화나무 아래에서 그가 다리를 쪼그린 채 앉아 안압지를 내다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두 팔을 일자로 뻗어 무릎 위에 올린 모양새였다. 뜻하지 않은 반가움. 어제마냥 담배를 피고있나 했더니 그 꼴은 아닌듯 했다.
 그러나 내가 선뜻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누군가가 내 길을 가로막고 섰다. 여럿이었다. 시선을 천천히 올렸다. 그 가운데 가장 앞에 나와있는 노인은 백발을 면류관 속에 감춘 채 주름진 얼굴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차림새는 무어냐?"

 고개를 즉시 떨구었다. 폐하의 시선이 원삼으로 옮겨갔다.

 "하다못해 이젠 궁녀라도 되고 싶은 게로구나. 네 나인은 어디에 두고?"

 초지일관 묵묵부답으로 대하니 답답했는지 폐하께서 혀를 찼다. 나는 그가 밟고 서있는 잔디 위를 보고 있었다. 저 육중한 몸에 깔려있을 것을 생각하니 참으로 가엽다.

 "일국의 공주가 고쟁이 차림으로 돌아다닌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곧 짐을 위협하는 것이다. 연회가 열릴 때까지 너는 당장 동궁에만 머물러라."

 말을 마치자마자 폐하께서 돌아섰다. 그를 뒤따르는 궁녀들이 줄줄이 내게 머리를 한번씩 조아린 후 역시 나를 등졌다. 나는 고개를 계속 숙인 채로 한참동안 가만히 서있었다. 나가야 한다. 이곳에서 어떻게든 나는 나가야 한다.
 그들이 한꺼번에 사라지니 세상이 한적했다. 어디선가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취우가 내게 저 멀리서 손짓하고 있었다. 나는 그를 잠시 바라보다 그에게 다가가긴 커녕 동궁으로 몸을 돌렸다. 이리보니 원삼에 새겨진 자수가 영 맘에 들지 않는다. 그것을 당장 잔디 위로 내팽겨쳤다. 힘껏 발로 밟고 짓눌렀다. 내 속에 응어리진 화를 담아 세게, 더 세게. 얼마나 그러고 서있었는지 무릎 언저리가 아파왔다.

 "제게 볼 일이 있어 오신 것이 아닙니까?"

 그가 등 뒤까지 왔음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쳐다보지 않았다. 모든 이들이 증오스럽다. 나의 불행을 축하주로 삼아 들이키는 그들이 무섭다. 나는 원삼 위에서 스르륵 발을 빼내었다. 다시 줍진 않고 그저 흙먼지가 묻은 그것을 쳐다보았다.

 "아, 도리어 제가 공주께 볼 일이 있습니다."

 내 주의를 이다지도 끌고 싶었는지 그가 곧 말을 돌렸다. 그의 말은 언제나 나를 저릿하게 만들고, 또한 언제나 나를 궁금하게 한다. 나는 그제서야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그는 원삼 위를 내려다보던 시선을 즉시 올렸다.

 "접대연이 끝난 후에 마마와 잠시 말씀을 나누고자 합니다."

 오시겠습니까? 그가 입꼬리를 가지런히 올리며 물었다. 참으로 간사스런 목소리이다. 나를 홀리고 달아나는 것이 비겁하다.
 그것에 굴복한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야 말았다. 그 의미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줄 알면서,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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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방금 보고 바로 넘어왔는데 어떻게 되갈지 궁금하네요 신알신하고가요!
8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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