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사 최승철X생계형 마법사 너봉_01
그러니까, 저 남자랑 몸이 닿자마자 발소리가 안들렸단 말이지, 원우 말대로 정신감응 정도의 능력이면 충분히 그 자리에서 날 갉아먹고도 남았을 텐데,
"그래서 저건 뭔데?"
웬일로 검정색 실크 잠옷을 입고 쇼파위에 정상적으로 앉아있는 원우는 어딘가 아니꼽다는 듯이 팔짱을 낀 채 문앞의 승철을 내려다보고 있다.
"어...제자?"
'미쳤구나 김칠봉'
'아, 깜짝이야, 이거 하지마 머리 울린다고'
'왜, 그럼 진짜 내 입으로 시원하게 욕 한사발 해줘?'
하는 원우에 살짝 눈을 마주치자 여전히 승철에게서 눈을 때지 않은 채 잔뜩 찌푸린 얼굴을 하고 있는 원우다.
"저...들어가도 될까요?"
"아, 어 응 들어와요"
하고 이야기하자 신발을 벗어 가지런히 정리하고는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며 방정맞게 감탄하는 모습이 퍽 귀찮아 보였다.
낡은 서류 가방을 손에서 놓지 않은 채 조심스래 쇼파에 앉으려는 승철에
"거기, 내자리야"
하며 웃는 원우다.
"아, 네, 뭐..."
하곤 다시 엉덩이를 들어 내 앞에 가만히 서있는 그다.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도대체 왜 집까지 끌고 온건데? 무슨짓을 하는거야 너?'
'알잖아, 피큘리는 한번 한 약속은 못깬다고...약속을 어기면 저번처럼 또 엄청 아플텐데?'
'그러니까, 왜 저런놈이랑 그런 약속을 한거냐고!'
"아! 몰라! 내가 알았냐?"
아, 속으로만 생각하던 말이 밖으로 튀어나와버렸다. 그러자 원우도, 승철도 놀란눈으로 날 바라본다.
"어, 그...저쪽분은 동거하시는 분...애인...?이신가봐요...하하..."
어색한 물음에 원우의 미간은 점점 구겨졌고 뾰족한 손톱을 꺼내 다른 손으로 손톱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화났나보네.
"아, 그냥, 친구예요. 어릴때부터 같이 지냈어요."
"아, 그렇구나..."
정적은 계속 됐다. 둘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기류때문에 무어라 입을 떼기도 힘들었다.
'젠데르를 마주쳤어, 정신감응이 가능한 놈이였는데,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도 기운이 느껴졌어'
'도대체 어딜 갔다 온거야?'
"잠깐 실례좀 할게요"
하곤 원우를 데리고 안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궜다. 침대 위에 올라가자마자 검은 털로 뒤덮힌 고양이의 모습으로 변해서는 앞발을 햛기 시작했다.
"어제 그 공연장, 아무래도 너무 이상해서 다시 가봤거든, 새끼 젠데르를 한마리 죽였는데, 건물 안에서 성체 한마리가 걸어나왔어"
"어미인건가?"
"잘 모르겠어. 근데, 확실한건 그냥 젠데르는 아니라는거야. 족히 10미터는 떨어져있었는데, 그 소름돋는 기류, 알지? 그게 가득했어"
하자 고민에 빠진 듯 앞발 햝는 것을 멈추고 먀아옹- 하는 소리와 함께 눈을 감는 원우다.
"발소리가 머리안에 울렸는데, 온몸에 소름이 돋아서 도망쳤단 말이야? 그런데 아무리 뛰어도 발소리가 안사라지는거야. 그리곤 저 남자랑 몸이 닿았는데 발소리가 사라졌어. 그놈이 더 따라오지도 않았고."
"도시 안에 그런놈이 존재 할 리가 없잖아. 아무리 뛰어도 발소리가 멀어지지 않았다면, 분명, 강력한 저주걸린 뭔가를 갉아먹은 놈인게 분명한데, 요즘 시대에 그정도 저주를 물건에 걸어놓는 사람이 어딨겠어? 있어도 마법부에서 그걸 허락해 줬을 리가,"
"넌 범죄자들이 허락맡고 범죄저지르디?"
"하긴, 아니, 그건 그거고. 그게 저놈이랑 무슨 상관인건데? 설마 저녀석이 뭐, 네 방패라도 된다, 이거야?"
"그거야 아직 잘 모르지. 저사람이랑 함께 있을 때 젠데르를 마주친게 여러번이면 몰라도. 일단 저사람이 뭔가 특별하다는 건 사실 아니야?"
"이틀동안 성체 젠데르를 두번이나 마주치는게 예사 일이 아니긴 하지, 그렇지만, 근원이 어딘지도 모르는 인간을 그냥 집 안에 들이겠다고?"
하며 꼬리를 세우며 조심스래 방문으로 다가가 문을 쾅 치는 원우다. 그러자 밖에서 엉덩방아 찧는 소리와 함께 윽-하는 소리가 난다. 금방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더니 문을 여는 원우에 나도 그 시선을 따랐다. 그러자 퍽 우스운 자세로 문 앞에 덩그러니 누워있는 그다.
"아, 엿들으려고 한거는 아니고, 화장실 어딨는지 여쭤보려고 온건데, 어..."
하자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는 원우다.
"아니! 근데, 듣지는 못했어요...문에 귀 대자마자 치신거라서..."
"알아"
하며 도도하게 코치에 가서 걸터앉는 원우다.
"버릇 나쁜 인간이네"
하며 코웃음 치는 원우에 안절부절 하는건 어쩐지 나였다. 잠시 기죽은 듯 하더니 이내 원우를 향해
"근데 그쪽분도 마술사예요? 어떻게 그렇게 타이밍 좋게 바로 아신거예요?"
고양이니까...
"비슷한거라고 치지"
하며 남자를 등지고 앉아 다리를 꼬고 손톱을 꺼내드는 원우다.
'뭐하려고?'
놀라 묻자 대답 하는 원우다
"설치지 않는게 좋을거야, 적어도 이 공간 안에선"
원우의 능력 덕분인지 한순간 공기의 흐름이 뚝 끊기고 차가운 대기가 숨을 통해 느껴졌다. 그럼에도 적막을 깨고 입을 열어오는 남자,
"저, 그래서, 화장실은..."
"어, 그러니까 그쪽이 저희집 청소를 하시겠다구요...?"
"네! 아무것도 없이 배우는 입장에서 너무 죄송하잖아요. 이 넓은 집에 두분만 사시는 것 같던데, 집안이 엄청 깨끗하더라구요. 일하시는분 불러서 하시는 것 같던데, 괜히 비용만 더나가는 것 보다 공짜로 청소해주는 저같은 사람이 있는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아니, 청소는 빗자루, 걸레가 알아서 하는데...정말 한도 끝도 없이 귀찮은 사람이다.
"그러니까, 허참, 이런말씀 드리기 참 죄스럽기는 한데요, 그...청소를 하려면 아무래도, 이 집에 같이 사는게 효율적이지 않을까..."
구겨지는 내 미간을 확인하고는 금방 말을 돌리는 승철이다.
"아니, 그러니까요, 아무래도 칠봉님이 언제 시간이 날지도 모르고, 시간이 나실때마다 저를 부르시기엔 또 번거롭기도 하구요. 청소는 아무래도 안계실때 하는게 참 좋은데, 그...아무래도 공연을 다니시다보니까 스케줄이 이래저래 일정하지가 않잖아요? 그러니까..."
말이 참 많다. 시끄러운걸 반기지 않는 나라 이마를 손으로 짚으며 고개를 끄덕이곤 빈 방을 가리켰다.
"헙...! 정말, 진짜로...?"
"왜, 뭔데?"
금방 씼은 듯 욕실에서 머리를 털며 걸어나오는 원우에 같이 살게 됐으니까 잘 챙겨줘-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방에 들어가 누웠다.
그러자 금방 화가난 듯 쿵쿵거리며 방으로 들어와 손가락을 까딱하자 문이 세게 쾅, 하고 닫혔다.
"미쳤어? 인간이랑 같이 사는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조심해, 첫날부터 인간 앞에서 막 마법부리는거 아니야"
"말 돌리지 말고, 너 생각이 있는거야?"
"그럼 어떡하라고, 내 앞에서 나불거리잖아. 딱 질색이라고. 그리고 이미 허락한거 무를 수는 없어."
"니가 그래서 문제야. 제발 뒷일을 좀 생각하라고. 못지킬 약속은 하지말라고 교수님이 그러셨던거 기억 안나?"
평소 말도 행동도 느리던 원우가 빠르게 쏘아붙였다. 화가 나긴 했구나. 원우도, 그 남자도, 일단은 모든게 귀찮았다. 한번에 한가지 일밖에 신경 쓰지 못하는 성격 탓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젠데르만 생각하기도 바쁜데 원우와 승철이라는 사람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
"꼬우면 나가던가. 니집이야?"
결국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아무런 표정없이 날선 눈으로 원우를 바라보자 한참동안 내 눈 속을 바라보다가 이내 주변에 떠있는 물건들을 보더니 꼬리를 내리고 방을 나서는 그다.
와장창, 소리와 함께 공중에 떠있던 물건들이 모두 쏟아져내리고 방 한가운데 누워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는 일 밖에는 할 수 없었다.
한참동안 생각없이 누워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창문 밖의 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내리 앉았다. 그때 거실에서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거실로 나가자 깨진 접시를 발 앞에 두고 한손에는 천조각을 든 채 날 보곤 가만히 굳어버린 승철이다.
"그거, 원우가 아끼는건데,"
당황스러움이 묻어나는 내 목소리를 알아챈건지, 퍼뜩정신을 차리더니 맨손으로 바닥에 떨어진 조각들을 잡으려 하는 그에 놀라
"가서 걸레에 물좀 묻혀올래요? 내가 치울게요."
하자 군말없이 화장실로 달려가는 그에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까딱 하자 그릇 조각들이 그대로 쓰레기통 속으로 날아갔다. 몇분 쯤 뒤에 축축한 걸레를 한손에 꼭 쥐고 거실로 달려오는 모습에 바닥에 주저앉아 걸레를 건내 받았다.
"어, 제가 할게요 제가...!"
"됐어요"
하는 나에 뒤에 가만히 서 우물쭈물 하더니 이내 개미기어가는 목소리로
"죄송해요..."
하는 그다. 괜찮아요 진짜- 하며 바닥을 닦아내곤 걸레를 쓰레기통에 던져넣었다. 그것보다,
"원우는?"
암호닉 +) |
물민 호시계 빙구밍구 수박맛단무지 독짜님
변호사 권순영에 암호닉을 신청 하셨던 분들을 계속 암호닉에 올려두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그러다가 이번 작품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읽고 싶지 않아 하시는 독자분들도 계실거라고 생각해 암호닉을 다시 받겠다고 결정 했습니다. 암호닉은 신청해주시면 바로바로 추가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글 읽으러 와주신 독자님들께 정말 감사드려요. 오늘도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