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권순영X검사 너봉_04
"오랜만이네요"
"아 네, 뭐."
"팔은,"
깁스한 내 팔을 한번 내려다보더니 물어오는 권변호사다.
"그냥, 접촉사고있었어요."
"한동안 안보이던데."
뭐야, 맨날 찾아온건가
"아 2주정도. 사정이 있어서 못나왔어요. 좋으시겠네요. 재판 유리해져서."
"뭐 딱히."
하며 눈썹을 살짝 올렸다가 내리는 권변이다. 법정에서 조차 능글거리던 그 모습은 어딜가고 처음보는 진지한 표정.
"무슨일로"
잠시 탕비실에 다녀왔는지 손에 종이 한묶음을 들고 나오는 최검에 한쪽 입꼬리를 올려 인사를 전하는 권변이다.
"우리가 막 찾아오고 할 만큼 깔끔한 사이도 아닐텐데. 낯짝 두껍게 잘도 찾아오시네."
"뭐, 칭찬이라고 생각할게. 그냥, 마지막으로 인사나 할까 싶어서. 그게 오늘 온 이유."
하며 입꼬리를 말아올려 날 보곤 씩 웃는 모습이 어딘가 슬펐다. 마지막 인사는 무슨, 퍽도.
"재판도 안나오시겠어요."
하며 비꼬는 듯한 나에도
"어, 그러려고."
하고 쓴 웃음을 지어보이는 권변에 잠시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는 나와 최검이다.
"너도 나한테 서운한거 있으면 다 풀고, 사과가 좀 늦었다. 미안하고, 알고 한건 아니여도, 알아. 상처 많이 받은거"
눈을 내리깔며 말하는 권 변호사에 최검사의 얼굴이 적지 않게 꿈틀댔다.
"저기, 여기서 이러지 마시고 나가서 이야기 하는게,"
"아니, 갈겁니다. 용건 끝났어요."
하곤 뒤돌아 나가는 권변호사가 꽤나 당황스러웠다. 생각 없이 올려다본 최검은 어쩐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였다. 그대로 사무실을 빠져나가는 권변호사를 잠시 멍하게 보고있다가 그를 곧장 따라나가는 최검이다. 혹여나 싸움이라도 날까 따라나간 곳은 의외의 장면이 펼쳐졌다.
"무슨말이야 그거, 설명좀 해줘야겠는데."
꾸역꾸역 울음을 삼켜내는 듯 한 목소리로 권변호사에게 묻는 최검이다.
"안해줘도 알텐데. 한솔아 너, 똑똑하잖아."
"아니, 설명 해줘야겠는데. 그쪽이 생각하는 것 보다 내가 훨씬 멍청해서. 이해가 안되는데."
"그럼 멍청한대로 사는것도 좋은 방법이야. 편하게-"
하는 순영에 말이 끝나기도 전에 멱살을 잡는 한솔.
"개소리 지껄이지 말고 대답해. 도대체 무슨 꿍꿍인데 재판이 나흘도 채 안남은 시점에 물흐리냐고!!"
참아보려 노력하지만 이내 오른쪽 눈에서 눈물 한방울이 떨어지고 곧 겉잡을 수도 없이 흐른다.
"잘 컸네 내 한솔이."
하며 최검사의 머리를 톡톡 쓰다듬는 모습이 이질적이다가도 자연스럽다. 허, 하며 멱살을 잡은 손의 힘이 풀리고 눈에 초점이 없어지는 최검에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한걸음 다가가려는 찰나에 왼쪽 손을 가만히 들어 다가가지 못하게 막는 권변이다.
"왜, 그땐 아무말도 안했는지, 이번 재판 끝나면 나한테 말해야할거야. 아니, 내가 하게 만들거야."
하며 소매로 눈물을 거칠게 닦아내고 화장실로 향하는 최검에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
"저기, 지금 남의 직장에 와서..."
하니 자신의 입에 손가락을 갖다대고 쉿, 하는 제스쳐를 취하는 권변호사에 기가 찼다.
"한솔이는 모른 척 해주고. 재판때는 우리 안봤으면 좋겠네."
누가 할소리를.
"언제부터 두분이 친하셨다고 한솔이니 뭐니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일로 다시 찾아오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엄연히 업무시간이고,"
"첫번째 부터 고쳐줄게요. 우리 둘이 친했던건 9년 전부터고, 아니. 지금은 아니지만."
"지금 그걸 물어본게,"
말장난 치나, 가르치려 드는 듯한 권변호사의 말투에 퍽 기분이 나빠 따지듯 말하려는데, 금방 말을 끊고 이야기하는 권변이다.
"두번째. 방금 점심먹고 들어왔으면서. 점심시간은 업무시간과 별개로 포함 안되는걸로 아는데. 세번째. 그쪽, 2주동안...아니, 뭐 딱히 성실해보이지도 않고."
2주동안 뭐. 뭔가를 이야기하려다가 시비를 걸어오는 권변에 기분이 팍 상했다.
"저한테 시비걸려고 찾아오신거 아닌거 맞죠?"
하니 어깨를 으쓱하며
"여기 온 이유중에 음, 한 40프로는 김검이라고 치죠."
뭔데 40%나 차지하는건데. 기분나쁘게.
기분이 나쁜걸 최대한 표현해보려고 콧김을 뿜으며 흥- 하곤 권변호사를 한참 째려보는데도 어째서인지 귀엽다는 듯이 웃어보이는 권변호사에 자존심이 상해 쿵쿵거리는 시늉을 하며 사무실로 들어가 앉았다. 한참동안 사무실 밖에서 투명한 유리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내쪽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권변호사다. 신경 안쓸래야 안 쓸 수가 없잖아.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넣고 한참동안 사무실을 내다보는 순영에 다른 검사들도 그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흘깃흘깃 권변호사쪽을 보며 일하는 검사들도 있었고 그냥 대놓고 권변이 아니꼽다는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바라보는 검사도 있었다.
결국 고개를 팍 들어올려 권변호사를 째려보자 그제야 피식 웃으며 손을 흔들고는 사무실 문에서 멀어지는 그다. 겨우 인사하려고 20분동안 저러고 있던거야? 금방 세수한 듯 젖은 앞머리를 털며 자리로 돌아와 털썩 앉는 최검이다. 이건 뭐 아는 척 할 수가 없잖아. 괜히 말이라도 걸면 더 어색해질 것 같은 분위기에 고개를 푹 숙이고 더 이상 수정할 것도 없는 자료에 펜으로 밑줄을 그어댔다. 이게 다 권변호사 때문이야 진짜.
"아, 나 이번 재판 안하려고."
"뭐...? 미쳤어?"
"아니. 딱히. 미친건 아니고. 내가 원래 이래."
태영의 서재 탁자 위에 올려진 만년필을 한손으로 돌리기도 해보고 뚜껑을 열었다가, 닫았다가 하며 손장난을 치며 말하는 순영이다.
"야 임마 너, 지금 니가 그 자리 어떻게 있는데. 내 덕분이야 임마, 너 그딴식으로 하면 내가 가만히 있을줄알아?"
하며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을 연신 내보이는 태영에 어딘가 이유모를 승리의 미소를 지어보이는 순영.
"아니, 가만히 안있을거 알고있어. 그리고 형. 아니 권태영. 내가 이 자리에 있는건 니 덕분이 아니라 내 능력 덕분인거야. 혼자 할 수 있는거 하나 없는 새끼가. 주둥이 그만 나불대고. 이젠 니가 니 인생 재미 찾을 때도 됐잖아. 안그래?"
"이 새끼 진짜... 싸이코야? 아님 다중인격? 너 임마 니 동생새끼 죽인거 넌거 모를것 같아? 니 동생놈 니가 죽였다는거 세상 사람들이 다 알면 어떨까?"
그러자 자켓 안주머니에서 볼펜하나를 꺼내 버튼은 딸칵-하고 누르는 순영이다. 그러자 방금 태영이 했던 말이 빠르게 지나간다.
"요즘 과학 기술이 너-무 발전해서. 방금 했던말, 명예 훼손에다가 모욕죄"
허이고
"협박죄까지?"
너털 웃음을 지으며 손가락을 하나하나 접어 수를 세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는 순영이다.
"명예 훼손,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 모욕죄,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벌금. 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상습적으로 협박죄를 범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 합치면 최고 10년 징역은 때릴 수 있는데."
황당한 표정으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는 태영에 씨익 웃으며 말하는 순영.
"형이니까. 5년으로 카트해줄게."
그러자 푹신한 가죽 리클라이너 쇼파에서 벌떡 일어나 말하는 태영이다.
"야, 임마 너, 이딴식으로, 어? 니 형 협박하려고 변호사됐냐 새끼야?"
조금은 당황한 듯한 얼굴을 한 태영에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자신의 온 몸 구석구석 멍이 든 사진 몇장을 꺼내보이는 순영이다.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하는 죄.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까지. 이러려고 변호사 된건 아닌데. 공부한걸 또 이런데 써먹네. 아시다시피, 나 머리하나는 비상하거든, 형."
"하, 그렇게 쳐맞으면서, 사진찍어서 모아놨냐? 새끼, 치밀하네."
"그럼, 누구 동생인데."
한쪽 입꼬리를 예쁘게 말아올려 웃는 순영에 너털웃음을 짓는 태영.
"변호사 잘 선임해둬. 상대 변호사가 권순영이라는 것도 꼭 알려두고."
하며 뒤돌아 방을 나서는 순영에 결국 소리내 웃는 태영이다.
"많이 컸네. 고아원에서 온 새끼가. 그래, 가라, 가. 아, 근데 이름 뭐더라? 김칠봉? 검사였나?"
의외의 상황에서, 아니 의외의 입에서 의외의 이름이 나왔다. 방 밖으로 나가는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천천히 뒤를 돌아 태영을 노려보며 말하는 순영.
"니가 그 사람을 어떻게 알아."
"왜 몰라, 차도 태워주고. 많이 친한가봐? 우리 순영이, 검사 별로 안좋아하잖아. 그치? 아, 한솔이는 잘 지내고?"
태영의 코 앞까지 한달음에 걸어가 멱살을 잡아올리는 순영이다.
"그 더러운 입에서 그 이름들 꺼내지마. 진짜 싸이코는 너야 이 새끼야. 그 사람들,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는 날엔 진짜, 가만히 안둬 새끼야."
태영의 멱살을 잡은 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흐르려는 눈물, 가쁜 숨과 화를 억누르며 태영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순영에 입이 찢어질듯 웃는 태영이다.
"건들면, 어떻게 가만히 안두게? 버스도. 못 막았잖아 순영아."
하는 태영의 말에 한손에 가득 주던 힘이 풀리고 다리가 후들거린다. 연신 니가 그런거야? 니가? 하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이야기 하는 순영에
"니가라니, 형한테. 멱살 잡은건 형이 옛날에 때렸던걸로 퉁칠게. 쌓인게 있으면 말로 하지."
하며 멱살을 잡아올린 순영의 손을 툭툭 쳐 떼어내고 옷을 털어내는 태영이다.
"나머지는 형 말 안들은걸로 퉁치고. 김칠봉인가 뭔가하는 검사랑 한솔이. 한번더 잃고싶지 않으면 그냥 형이 하라는 대로 하자 순영아, 잘 해왔잖아."
하곤 씩 웃는 태영.
이를 바득 가는 순영에 귀엽다는 듯 그저 웃음짓는 태영의 모습에 치가 떨렸다.
한마디로 정리해줄까? 판 뒤집혔다 순영아.
암호닉 |
0112 1121 1123 8801 8월의겨울 9월의봄 구름 권쑤녕 그래비티 기순영결 꼬꼬애비 낭낭 낭만 눠예쁘다 느림의미학 도리도리 독짜님 둡돌고래 뜌밥 라넌큘러스 란파 러브니 림음 메타몽 몽마르뜨 민트양 벌스 빙구밍구 붐바스틱 석고상 세대주 수거함 수녕텅이 수수녕 순부 순영바 슈멬이 쑤뇨 쑤하진 아날로그 애정 왕건 울밍구 이지훈오빠 조아 조히 주르륵 지르미 쥬 처캐럿뿌 천사영 철조망 쿠파 쿱애호 토마스 피카츄 필소 한솥 햄찌의시선 호시오빠 호시탐탐
(빼먹은 분 있으면 댓글로 말씀해주세요!)
늦게 온만큼 많이 써보려고 노력했는데 전 화에 비해선 분량이 턱없이 부족하네요ㅠㅠ(전 화까진 의욕이 흘러 넘쳐서 수습 못할 분량을 가지고 와버린 것도 있지만...ㅠㅠ) 다음화는 마지막편인만큼 짱짱한 분량 데리고 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늘도 재밌게 읽어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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