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내가 걷는 길
은은한 수채화01
부제: 아직은, 낯설은
w.엽서
“다녀오겠습니다-”
찌르르 풍경 소리를 배웅 삼아 집을 나섰다. 5년 전, 몸이 좋지 않아 수술을 받은 엄마는 우리에게 공기 좋은 곳에서 살고 싶다고 했고, 이사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여기는 워낙 사는 사람이 별로 없어 자동차가 지나다니는 일도 드물며, 시내로 나가는 버스는 하루에 2대만 운행한다고 한다. 도시에 있을 때는 아빠가 출근길에 학교에 데려다주었지만, 오늘부터는 매일 30분씩 걸어서 등교해야 했다. 햇볕은 따스하지만 볼 위에 얹어진 공기는 차가운, 아직은 겨울이었다.
털이 복슬복슬한 후드집업을 단단히 여몄다. 학교로 가는 30분은 정말 고요했다. 드문드문 비닐하우스를 정리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계셨다. 나는 눈도 잘 안 떠지는데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하시다, 비닐하우스를 정리하시는 걸 보니 이제 곧 봄이 오려나-와 같은 실없는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교문 앞이었다. 끼익 끼익 바람에 흔들리는 그네가 보인다. 고등학교에 웬 그네인가 싶었지만, 촉박한 시간에 생각을 접고 교무실로 향했다.
드르륵 교무실 문을 열자 각자 바쁘신 선생님들의 모습이 보였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우두커니 서 있는데 한 선생님께서 이리오라며 손짓하셨다.
“아 네가 탄소구나? 부모님께 연락받았어. 나는 김남준이라고 해. 잘 지내보자-”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선생님은 시골학교라 인원이 적어 학년 당 두 반밖에 없으며 연합수업이 많아 다 같이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거라는 말과 도시에서 체험할 수 없는 다양한 활동들이 있으니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네” 아직은 낯설어 손만 꼼지락대는 나를 힐긋 보시곤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주셨다.
책상 앞 쪽 작은 책꽂이에서 출석부를 꺼낸 선생님은 반을 알려줄 테니 따라오라며 나보다 조금 앞서 걸어가셨다. 삐걱 삐걱 이미 아침조례를 시작해 한산한 복도는 낡은 마룻바닥으로 걸을 때마다 소리가 났다. 소음일 수도 있었지만 한껏 긴장한 나에게는 신경을 내어줄 작은 여유도 없었다. “자, 여기가 우리 반. 다들 기다리니까 들어가서 소개하자.” 선생님을 따라 2-1 팻말 앞에 섰다. 후- 다짐의 숨을 내쉬며 한 발짝씩 조심스레 교실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어... 안녕... 나는.... 도시에서 왔고.... 김탄소라고 해.. 잘...지내보자...” 낯설었다. 평소 관심받는 일에 익숙하지도 않을뿐더러 달가워하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지금 나에게 모여진 서른두 개의 눈동자는 내 뺨을 붉게 물들이기 충분했으며 나는 황급히 고개를 숙이고 웅얼웅얼 내 소개를 마쳤다. “탄소는 들은 대로 도시에서 왔고, 아직은 모든 게 낯설고 어색할 테니 모두들 탄소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선생님은 다정하게 웃으며 아이들에게 나를 부탁하셨고 나는 1분단 맨 뒷자리에 배정받았다.
-방탄 대상 받자
-내가 우리 반 여신
-담임쌤 내꺼
손에 닿는 칼로 새겨진 문구들이 거칠었다. 휘이이 찬 바람에 살짝 얼굴을 찌푸리며 생채기 난 책상을 조심스럽게 쓰다듬는데 누군가 내 어깨를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톡톡
“반가워, 내 이름은 박지민이야-”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그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싱긋 올라간 입꼬리만은 가려지지 않았다. 예술작품 같았다. 하얀 피부는 햇살을 받아 더 하얗게 보였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아름다운 피사체를 바라보는 그 짧은 시간 동안은 세상이 더없이 고요하고 잔잔했다.
+)
안녕하세요-!
글잡의 가뭄시대(feat.중간고사)에
당당히 쭈구리하게 글잡을 가져온 엽서라고 합니다!
무..물론 저도 월요일에 시험이 이써여...(눙물)
갑자기 글잡 뽐뿌와서 일단 도화지를 펼쳤으니!
나머지는 예쁜 독자님들과 알록달록 채워나가봅시다!
현생에 치이는 독자님들 화이팅!
저도...열심히 해..볼...(말잇못)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웨딩사진 진짜 새롭고(?) 이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