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내가 걷는 길
은은한 수채화01
부제: 미묘한 느낌
w.엽서
“반가워, 내 이름은 박지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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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바라보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곤 괜히 마이 끝을 만지작거렸다. 내 이름은 이미 알 텐데 무슨 말을 해야 하나 고민하는 와중에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내가 우물쭈물 대는 사이 박지민은 이미 나를 향했던 몸을 앞으로 돌려 교과서를 펼쳤다.
벌써 며칠째 소녀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물장난이었다. 그런데, 어제까지 개울 기슭에서 하더니, 오늘은 징검다리 한가운데 앉아서 하고 있다. 소년은 개울둑에 앉아 버렸다. 소녀가 비키기를 기다리자는 것이다. 요행 지나가는 사람이 있어, 소녀가 길을 비켜 주었다.
------중략-------"이 바보." 조약돌이 날아왔다. 소년은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섰다. 단발머리를 나풀거리며 소녀가 막 달린다. 갈밭 사잇길로 들어섰다. 뒤에는 청량한 가을 햇살 아래 빛나는 갈꽃뿐.
나긋나긋 문학작품을 읽는 지민의 모습을 또 넋을 놓고 쳐다봤다. 문학 시간에는 돌아가면서 한 명씩 친구들에게 작품을 읽어준다고 했다. 저의 그 부드러운 목소리로, 흡사 작품의 소년같이 순수한 얼굴로 글을 읽어내려가는 지민은 이미 이 교실을 갈밭에 데려다주었다.
아침의 소개 이후 우리는 딱히 별말을 나누지 않았다. 반 아이들은 내게 쉬는 시간마다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았고, 나는 나름대로 그들의 질문에 열심히 대답해주었다. 한바탕 질문을 퍼붓던 아이들은 시들해졌는지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자기들끼리 떠들었고 이따금 “너도 같이 얘기할래?” 라며 말을 걸어주었다. 아직은 조금 낯설어 어색하게 웃으며 괜찮다고 말했다.
“차렷, 인사!” “안녕히 계세요-” 짧지만 길었던 수업이 끝나고 잘그락 필기구를 집어넣었다. 교과서는 책상 아래 서랍에 두고 청소 당번을 위해 의자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탁. 실내화 가방에서 신발을 꺼내 갈아 신고 교문으로 걸어갔다. 아, 집까지 다시 언제 가지-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고 걸어가는데 뒤에서 “탄소야!”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헉헉
“너 가방에서...흐하..이거..떨어졌길래..”
박지민이었다. 작은 손에 꼭 쥐고 온 것은 때가 타서 회색빛을 내는 북극곰 인형이었다. 전학 오기 전, 길 가다가 귀여워서 충동적으로 사 가방에 걸고 다녔는데, 아까 짐 챙기면서 떨어뜨린 모양이다. “아, 응. 고마워..” 얼떨떨하게 인형을 받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뻘줌히 서있다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발걸음을 옮겼다.
“저.. 나랑 같이 갈래?”
집으로 가는 길을 가리키며 박지민이 물었다. “나랑 가는 길이 같길래-” 덧붙여 말한 그는 생긋 웃어 보인 후 나와 발맞춰 걸었다.
그 날 이후로 우리는 매일 같이 등교하고 또 하교했다. 풍경 소리가 조각조각 흩뿌려지는 소리와 함께 집을 나오면 박지민은 항상 우리 집 앞에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하늘에 빨려 들어가 버릴 것 같은 느낌에 어깨를 톡톡 치면 그제야 나를 보고 생긋 웃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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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전학 온 지도 한 달이 지났다. 이제 이곳에서의 생활에 점점 적응하고 있었다. 날씨도 풀려 등굣길엔 텃밭을 가꾸거나 모내기 준비를 하시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지민이랑도 많이 친해져 장난도 치는 사이가 되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수업이 끝나고 산뜻한 바람을 음악 삼아 집으로 가는데 지민이 뜬금없이 말했다.
“우리 저기 보이는 큰 나무까지 누가 빨리 가는지 시합할래? 이기는 사람 소원 들어주기.”
갑자기 웬 달리기인가 싶었지만, 안 그래도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었기에 그러마 했다.
-흐어..헉...헉..
-하아...하아..
결과는 박지민의 승. 여자라고 봐주고 그런 건 전혀 없었다. 땀에 젖은 앞머리를 살짝 넘겨주며 물었다. “그래서 소원이 뭔데?” “난 다음에 쓸래. 오늘이 바래져 지워질 만큼 시간이 지나면?” “그래~” 나는 당장 소원을 들어주지 않아도 됨에 안심하며 나무 아래 평상에 드러누웠다. 나뭇잎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이 간질였다. 지민이도 슬쩍 그런 나를 보더니 옆으로 와 같이 누웠다.
“있지, 이건 절대 전부터 생각한 건 아닌데...”
누가봐도 미리 생각해온 티가 나는 말이었지만, 어쩐지 그 모습이 어린아이같이 귀여워 넘어가기로 했다.
“주말에 시내 놀러가지 않을래?”
“좋아”
겨우 이걸 물으려 망설였나 싶었다. 나는 아직 이곳에 온 후 시내에 나가본 적이 없었다. 버스가 하루에 두 번만 운행하기에 까딱하면 2시간이 넘는 길을 걸어와야 했기 때문이었다. 또, 딱히 구경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었다. 도시에 있을 때 실컷 보고 만지던 것들일 텐데 뭐가 새롭겠느냐는 것이다. 그렇지만 좋다고 말한 건 시내에 가지 않겠냐고 물어오는 지민의 눈이 너무나도 맑았기 때문일까.
+)
으아 안녕하세요 사랑스러운 독자님들!
시험 끝나고 오겠다고 했지만... 그냥 빨리 왔어요!!
암호닉...저 따위가 암호닉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다섯분 모이시면 그 때부터 받을게요!
아, 그리고 bgm은 어디서 받았는데 까먹었어요;'(
찾아서 알려드릴게요!
++)
전개가 느린건 초반이라 그럴까요, 제 탓일까요..허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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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사진 진짜 새롭고(?) 이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