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꼭 틀어주세요 ! 을의 사정 written by 18학번 " 한 번만 다시 생각해주실 수는 없나요? 저희 프로 나오시면 대중들한테 좋은 이미지 박히는 건 물론이고, 몸값도 훨씬 뛸텐, "" 몇 번이나 말씀드리지만, 저희 지민이가 예능 프로 나가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싫다고 해서요. "" 저도 몇 번이나 말씀드리지만 저희 프로는 그냥 예능이 아니거든요. 국민예능. 대한민국 국민예능이잖아요. " " 국민 예능이고 나발이고, 나갈 생각 추호도 없으니 이젠 좀 그만 하시죠. 끊겠습니다. " 씨발. 오늘도 실패다. 6개월 간 하루도 빠짐없이 전화했으니 박지민을 섭외하기 위해 '박지민'의 매니저와 통화를 한 횟수도 백 번은 족히 넘어가고 있었다. 이 놈의 '막내작가'라는 직책은 잠도 안 재우면서 왜 이리 박봉인 건지. 돈이라도 많이 주면 할 맛이라도 날텐데. 월세에 밥값에, 부가적으로 들어가는 비용들까지 내고나면 남는 돈이 없는 내 텅텅 빈 통장이 안쓰러워졌다. 절로 나오는 한숨에 고개를 뒤로 젖히며 의자에 등을 기댔다. 방송작가라는 직업에 처음 발을 들이게 되었을 때, 내가 대한민국 국민 예능인 [스타페스타] 에 막내작가로 들어간다며 설레발을 쳤던 것도 엊그제같은데. 심하기도 존나게 심한 선배들의 똥군기때문에 여기나 지옥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박지민. 현재 나이 스물여섯. 열일곱에 데뷔해서 스물셋까지 7인조 보이그룹 빅키즈의 멤버로 10대들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활동하던 인물. 또는 스물넷이 되던 해에 빅키즈의 해체와 동시에 배우로 전향하여 '만인의 첫사랑' 이라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대박을 터트려 한 순간에 스타더미에 오른 인물. 둘 중 어느 것이든 딱히 상관이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톱스타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기에. 아이돌로 활동하며 엄청나게 끌어놓은 10대팬들은 물론이며,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연기력과 출중한 외모 덕에 다방면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호의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10년 차 연예인임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나지않은 열애설도 박지민의 인기에 큰 몫을 하고 있었다. 이미지 소비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에 예능에 출연한 적은 거의 손에 꼽힐 정도였고 박지민이 나온다 하면 지붕을 뚫는 시청률과, 박지민이 특정 브랜드의 옷을 입기만 하면 완판이 되는 덕에 여러 매스컴과 브랜드들은 그를 자연스레 주목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서로 섭외하려고 난리도 난리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벚꽃을 연상시키는 첫사랑같은 외모와 뛰어난 연기력. 그리고 유재석 저리가라할 정도로 다정하다고 알려진 그의 성격은 그의 인기를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 못해 넘쳤기때문에. 나도 방송국 내에서 박지민의 실물을 목격한 적이 간간히 있었다. 내 주변 작가들은 그만 보면 서로 수군거리며 그를 칭찬하기 바빴는데 나는 전혀 그러지 못했다. 아니, 그러기가 싫었다는 말이 지금 내 상황에 더 가까울 것 같다. 물론 나와 그가 얼굴을 대면하거나 직접 얘기를 나누어본 적은 없었지만 내가 요즘 골머리를 앓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가 순전히 '박지민'의 출연여부였기 때문에. 박지민 섭외는 도대체 언제 되는 거냐며 나를 은근히 옥죄이는 선배작가들의 압박에, 박지민의 매니저와 통화하는 횟수가 요즘은 하루에 한 번에서 두 번으로 늘었다. 그렇게 나는 지금도 딱딱한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 수화기 속의 신호음을 듣고 있었다. " 여보세요? "" 네, 안녕하세요. 스타페스타 작가 김탄소에요. 박지민 씨 스타페스타 섭외 건으로 다시 또 연락드려요. "" 도대체 이번이 몇 번째입니까? 안 나간다니까? 우리 배우가 죽어도 안 나간다니까 그런 줄 아시라니까요. " " 다시 한 번만 생각을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 정말 정말 정말 박지민 씨만을 위한 프로젝트 거든요. " 방송국에 들어와 막내작가로 일하며 자존심은 갖다버린 지 오래였다. 부글부글 끓고있는 속과 자칫하면 튀어나올 것 같은 욕이 내 머릿 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반대편 수화기에서는 박지민의 매니저의 한숨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그리고는 무언가 잡음이 섞인 소리와 함께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더니 이리 줘봐, 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박지민의 매니저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이 해프닝의 당사자. 박지민의 목소리였다. " 씨발. 야. 너 뭐야? "" ... 여보세요? "" 니가 내 여자친구라도 되기나 해? 니가 뭔데 하루에도 날 몇 번씩 찾아? " 그러나 그 목소리는 결코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다. 과연 이 목소리가 박지민이 맞을까 하는 의심이 절로 들었다. 아닐 거다. 아니여야만 한다. 내가 아는 박지민이 지금 이 박지민이 아니기를 빈다. 하지만 수화기 속에서 너무나 분명하게 들려오는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박지민임에 틀림이 없었다. 지가 나를 봤으면 얼마나 봤다고 ㅡ물론 애초에 박지민은 나를 본 적도 없지만ㅡ 초면부터 반말을 찍찍 해대는 게 기분이 썩 구렸다. 따지고 보면 내가 나이도 니보다 두 살이나 많아. 이 개자식아. 하지만 나는 을이지 않은가. 갑의 횡포에 이리저리 이끌려 당할 수 밖에 없는 '을의 사정'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나는 오늘도 그렇게 속에서 올라오는 욕을 꾹꾹 씹어 삼킨다. " 안녕하세요. 박지민 씨. 소개도 하기 전에 첫인사가 좀 거칠게 됐네요. 저는 스타페스타 막내작가 김탄소 라고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섭외 건으로 말씀 드릴 일이 있어서요. "" 니 이름은 알 것 없고. 도대체 나를 위한 프로젝트가 뭐길래 나를 그렇게 찾아. 씨발 존나 귀찮게. "" 일단 프로젝트 설명 드리기 전에 조금만 말씀 드리자면요. 박지민 씨가 저희 프로에 나오시면요. 좋은 대우는 물론이고 출연료까지 엄청나게 챙, "" 너 지금 나 가지고 장난쳐? 내가 돈이 궁해? 좋은 대우는 당연한 걸 뭘 입 아프게 말하고 앉아있어. " " 아. 죄송합니다. 그래서 박지민 씨 출연 여부는 언제 쯤 알 수 있을까요? "" 촬영은 무조건 한적한 곳에서. 건물을 빌리든지 사람이 없는 곳을 찾든지 그건 니네 몫이고. 편집은 무조건 내 지시 하에. 촬영시간은 무조건 나한테 맞춰. 내가 촬영 접자고 하면 접는 거고, 밤을 새자고 하면 새는 거야. 이거 다 감수할 수 있으면. 그러면 스타페스탄지 뭔지 하는 그 쓰레기 프로 나갈게. " 박지민은 알게 모르게 냉소적인 웃음을 계속해서 흘리며 터무니 없는 조건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 알 수 없는 비웃음에 자존심이 퍽이나 상한 내가 무작정 오케이를 외쳐버렸다. 그에 당황한 건 나뿐만이 아닌 듯 했다. 반대편 수화기에서도 정적만이 흐르고 있었다. 두려움은 일단 뒤로 제쳐두고 지금 강하게 느껴지는 왠지 모를 뿌듯함에 입꼬리가 절로 씰룩씰룩 올라갔다. 지금 쯤 당황하면서 입꼬리에 경련을 일으키고 있을 박지민의 표정이 적나라하게 수화기 너머로 보이는 듯 했다. 역시 예상적중이었다. 그 누구와도 상의없이 박지민의 조건을 오케이한 탓이었다.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선배작가와 피디님은 저들의 가슴 앞에 팔짱을 낀 채 한숨을 푹푹 쉬어대고 있었다. 이런 터무니 없는 조건을 단번에 오케이 해버리면 어떡하냐며 이건 알바도 아닌데 야간수당이라도 챙겨줄 거냐며 나를 닦달하기 시작했다. 하긴 나같아도 그럴 것이었다. 입사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막내작가가 제 멋대로 행동하는 꼴이라니. 이건 욕먹는 게 마땅했다. 선배작가와 피디님은 내게 마구 잔소리를 하다가 이쯤하면 됐다고 생각했는지 금세 자리를 떴다. 그 때 옆에서 내가 혼나는 모든 걸 묵묵히 듣고있던 김태형 조연출님은 내 앞을 지나가며 어깨를 톡톡 두드려주었다. " 너무 속상해 하지마요. 박지민 섭외하는 거 아무나 못하는데. "" ... "" 선배님들이 말은 저렇게 해도 속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거에요. " " 네에. "" 내가 다음에 밥이라도 한 번 살게요. 화이팅! " 을의 사정 written by 18학번 박지민 섭외에는 성공했지만 그 이후에 더 고난도의 난관에 봉착했으니. 그건 바로 스토리 구상을 명목으로 하는 만남이었다. 자신은 사람 많은 곳은 딱 질색이라며 한적한 곳에서 만나자는 박지민의 말에 사람이 다니지 않는 카페에서 만남의 약속을 했다. 약속시간은 한 시 였건만 30분이 지나도 오지않는 박지민에 슬슬 짜증이 나려할 때였다. 박지민에게 계속해서 전화를 걸면 박지민의 목소리 대신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건, 몇 년 전 유행하던 '빅키즈'의 메가히트곡이었다. 한참을 기다렸을까. 카페 입구에서 딸랑, 하는 종소리가 울려 그 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쓸어 넘기며 선글라스를 벗는 그가 보였다. " 아. 씨발. 저럴 거면 면허를 따지를 말든가. 차를 존나 좆같게도 대놨더라고. 주차할 데 찾느라 좀 늦었어. 괜찮지? " " 네. 그럼요. 아. 만나서는 처음 인사드리네요. 스타페스타 막내 작가 김탄소에요. " " 응. 나는 뭐 말 안 해도 알 거고. 니 이름도 진득하게 들어서 이젠 귀딱지 앉게 생겼는데, 뭘. " 말 한 마디를 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욕과 아무렇지 않게 하는 반말에 꽤 짜증이 났다. 얻다 대고 반말이야. 테이블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시선을 마주하는 우리가 퍽이나 웃겼다. 일단 뭐라도 시켜놓고 앉아있어야겠다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면 뭐냐는 듯이 나를 쳐다보는 그였다. 음료 주문하려고요. 뭐 드실래요? 제가 살게요. 내 말에 박지민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내 눈동자를 천천히 응시했다. " 야. 내가 살게. 뭐 마실래. "" 아니요. 제가 살게요. "" 내가 산다니까. 뭐 마실 거냐고. "" 저 괜찮아요. 제가 살게요. "" 야. "" 네? "" 나 돈 존나 많거든. " " ... "" 그래서 남 사주는 것도 존나 좋아해. 그니까 내가 사. "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자꾸 야야 거리며 반말을 하는 박지민에 기분이 존나 더럽기도 했고. 얼굴은 멀쩡하게 생겨서 왜 저러는 거야. 그는 카운터에서 내 아메리카노와 제 몫의 딸기스무디까지 챙겨왔다. 성격이랑은 또 쌩판인 게 입맞은 또 존나 소녀스럽기도 하다. 아메리카노 컵 구멍 사이로 빨대를 집어넣은 박지민은 그것을 내 앞에 놓아주었다. 그는 딸기스무디를 한 번 쪽쪽 빨아대더니 몸을 뒤로 젖혀 의자에 기대고서는 팔짱을 꼈다. " 그래서 오늘 얘기 나눠야 된다는 건 뭔데. 나 스케줄 또 있어. 바빠. "" 근데 있잖아요. "" 뭐. "" 왜 반말해요? "" 왜. 안 될 이유라도 있어? "" ... "" 기분이 더러우면 너도 나한테 반말해. 난 그것도 썩 나쁘진 않아. " 생각보다 퉁명스럽지 않은 지민의 말투였다. 그렇다고 부드러운 것도 아니었다. 자신에게는 아무 것도 켕길 일이 없는 것 마냥 뻔뻔스럽게 나오는 태도가 박지민을 대변했다. 나는 숨을 꾹 참고 입을 열었다. " 그래. 지민아. "" 뭐? "" 왜요. 반말하라면서요. 별로에요? "" 응. 별로야. 직접 들으니까 생각했던 것 보다는 좀 구리네. " " 유감이네요. " 지민은 탄소의 첫인상이 꽤 나쁘지 않았다. 연예계에 10년 동안이나 발을 들여놓으면서 수많은 여자연예인들을 봐왔지만 도저히 지민의 이상형이라고는 찾을 수가 없었다. 옆을 지나가기만 해도 진하게 풍기는 분냄새부터 향수냄새까지. 맘에 드는 구석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 꼬리는 몇 개가 달린 건지 이 남자 저 남자한테 가서 붙어대는 꼴이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온갖 사탕 발린 말을 하는 그녀들을 볼 때면 먹은 게 없어 빈 속임에도 불구하고 구역질이 올라오는 지민이었다. 연예계에서 지민의 명령을 거역하는 사람은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뭐든지 지민이 그러라면 그런 거고 아니라면 아닌 거고. 그래서 지민은 자신에게 반항기를 보이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흥미부터 갖고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 대상이 김탄소였다. 아닌 척하면서도 은근슬쩍 심기를 건드리는 꼴이 꼭 톰과 제리의 제리같았다. 얼굴을 보기 전부터 이번엔 어떤 년인가 싶어 묘한 흥분을 느끼던 지민은 탄소와 얼굴을 대면한 후 그 호기심이 더욱 더 증폭되었다. 화장기 하나 없는 앳된 얼굴에 그녀에게서 슬쩍슬쩍 풍기는 복숭아 향이 지민을 미치게 만들고 있었다. 발 끝에서부터 올라오는 이상한 느낌을 감지한 지민은 괜히 저의 심장을 쿵쿵 쳐댔다. 돌았나. 왜 이래, 나? 불도저 같은 성격의 지민이 어디 갈까. 저가 갖고싶은 것이라면 무조건 쟁취해야하는 욕심많은 지민은 묘하게 탄소에게서 소유욕을 느꼈다. " 야. 근데 너. "" 왜요. "" 내 주변 여자들이랑은 존나 다르게 생겼다. " " 그야 당연히 그 쪽 주변 여자들은 연예인이니까요. " 탄소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지 주변에서 좆나게 예쁜 여자연예인들만 보고다니니까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지. 하지만 이어지는 지민의 대답은 탄소를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 존나 다르게 예뻐. " 이 새끼가 미쳤나, 하고 탄소는 생각했다. 약 1년 동안 연예계에서 발로 뛰며 들은 소문에는 박지민이 여자에 관심 많단 얘기는 전혀 없었는데. 탄소의 머릿 속이 온통 혼란과 궁금함으로 넘쳤다. 제대로 넘어가지도 않는 아메리카노만 억지로 꿀떡꿀떡 삼키고 있었다. " 향수 써? "" 그건 왜요. "" 그냥. 존나 달길래. " 아까부터 계속 시덥잖은 얘기만 하는 지민이 탄소는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다. 아이템 구상을 꼭 오늘 내로 다 끝내야 하는데 뒤에 스케줄도 있다면서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질질 끌어대는 건지. 탄소가 예능 스토리에 대해 한 마디 꺼내기라도 하면 금방 다른 주제로 바꿔 대답을 하는 지민이 얄미로웠다. 입술은 왜 이렇게 빨개? 머리 염색한 거야? 엄청 까맣네. 등등. 도저히 비즈니스 관계인 '작가'와 '연예인' 사이에서 나올 수 없는 대화가 지금 우리 사이에서 나오고 있었다. 계속해서 필요없는 얘기만 이어가던 지민은 손목의 값비싼 시계로 시간을 확인하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던 선글라스를 다시 끼며 몸을 일으키는 지민이었다. " 나 가봐야 돼. "" 벌써요? "" 응. 아. 그리고. "" ... "" 이번 주 내로 시간 한 번 더 내. 못한 아이템 구상은 해야될 거 아냐? "" 아. 시간 되세요? 오늘 미팅도 나오기 되게 싫어하셨다고 들었는데. "" 시간이야 만들면 되는 거고. 난 나한테 이득 될 거 없는 데에 시간 안 써. " 가봐야 한다고 할 땐 언제고 내 앞에 멀뚱히 서있는 지민이었다. 뭐야. 존나 민망하게 앞에서 왜 얼쩡거려. 고개를 들어올려 지민을 올려다보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비스듬히 틀어 나를 내려다보는 지민이 시야에 들어찼다. 뭐해. 안 일어나고? 내 시선을 마주하자마자 내 손목을 잡아 나를 의자에서 일으키는 지민이었다. " 데려다줄게. "" 바쁘시다면서요. 저는 혼자 갈게요."" 이건 뭐. 눈치가 없는 거야, 모르는 척 하는 거야? " " 뭐가요? "" 내가 데려다주고 싶어서 그러는 거니까 그냥 나오라면 좀 나와. 거 참, 말 한 번 나누기 존나게 힘드네. " 머리를 헝클이며 먼저 카페 입구를 나가는 지민의 뒷모습에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옅은 웃음이 나왔다. 세상에 내가 살다살다 대한민국 톱스타 차를 얻어타보네. 성격이 제멋대로인 것 빼고는 나랑도 크게 다를 게 없구나, 하는 생각이 탄소의 생각을 지배하다가도 주차장에서 나오는 외제차를 보자마자 입이 떡하고 벌어진 탄소였다. 차창을 내리더니 뒤에 말고 옆에 타, 하는 박지민이었다. 탄소는 느끼지 못했겠지만 지민은 지민 나름대로 엄청나게 호감표시를 하는 중이었다. 저 자신도 왜 이런 한낱 막내 작가에게 잘 보이려 애쓰고 있는 건지 이해가 안 갔지만 본능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여자를 다루는 데에는 젬병인 지민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무작정 퍼다주는 것 밖에는 없었다. 누군가와 사랑을 해본 적도, 누군가에게 다정하게 대해본 적도 없었기에 서툰 지민의 표현이 탄소에게 느껴질리 만무했다. 지민은 탄소를 방송국에 내려주고는 잠시 시동을 끈 채 핸들에 이마를 콩콩 찧어댔다. 지민, 저가 느끼는 감정이 무슨 감정인지 저도 도무지 감잡을 수 없었기때문에. 제 3자들이 그런 지민을 보면 꽤 귀엽다고 생각할 만 했다. 지민은 그렇게 운명의 상대를 찾아가는 중이었다. 18학번안녕하세요, 독자님들. 을의 사정이라는 글로 처음 찾아 뵙게 된 18학번입니다 ! 평범한 20대의 삶을 살고 있는 여성 탄소와 사랑이 처음이라 많이 서툰 대한민국 톱스타 지민이의 이야기에요. 그냥 오늘 문득 이런 소재가 생각나서 글 싸질러버렸어여 ... 거지같은 필력은 무시해주세요 ... 지민이가 다 해먹쟈나여 ^ㅁ^ 헤헤. 오타와 내용 피드백은 달게 받습니다 ^ㅁ^ !!!!앞으로도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
을의 사정
written by 18학번
" 한 번만 다시 생각해주실 수는 없나요? 저희 프로 나오시면 대중들한테 좋은 이미지 박히는 건 물론이고, 몸값도 훨씬 뛸텐, "
" 몇 번이나 말씀드리지만, 저희 지민이가 예능 프로 나가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싫다고 해서요. "
" 저도 몇 번이나 말씀드리지만 저희 프로는 그냥 예능이 아니거든요. 국민예능. 대한민국 국민예능이잖아요. "
" 국민 예능이고 나발이고, 나갈 생각 추호도 없으니 이젠 좀 그만 하시죠. 끊겠습니다. "
씨발. 오늘도 실패다. 6개월 간 하루도 빠짐없이 전화했으니 박지민을 섭외하기 위해 '박지민'의 매니저와 통화를 한 횟수도 백 번은 족히 넘어가고 있었다. 이 놈의 '막내작가'라는 직책은 잠도 안 재우면서 왜 이리 박봉인 건지. 돈이라도 많이 주면 할 맛이라도 날텐데. 월세에 밥값에, 부가적으로 들어가는 비용들까지 내고나면 남는 돈이 없는 내 텅텅 빈 통장이 안쓰러워졌다. 절로 나오는 한숨에 고개를 뒤로 젖히며 의자에 등을 기댔다. 방송작가라는 직업에 처음 발을 들이게 되었을 때, 내가 대한민국 국민 예능인 [스타페스타] 에 막내작가로 들어간다며 설레발을 쳤던 것도 엊그제같은데. 심하기도 존나게 심한 선배들의 똥군기때문에 여기나 지옥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박지민. 현재 나이 스물여섯. 열일곱에 데뷔해서 스물셋까지 7인조 보이그룹 빅키즈의 멤버로 10대들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활동하던 인물. 또는 스물넷이 되던 해에 빅키즈의 해체와 동시에 배우로 전향하여 '만인의 첫사랑' 이라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대박을 터트려 한 순간에 스타더미에 오른 인물. 둘 중 어느 것이든 딱히 상관이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톱스타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기에.
아이돌로 활동하며 엄청나게 끌어놓은 10대팬들은 물론이며,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연기력과 출중한 외모 덕에 다방면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호의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10년 차 연예인임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나지않은 열애설도 박지민의 인기에 큰 몫을 하고 있었다. 이미지 소비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에 예능에 출연한 적은 거의 손에 꼽힐 정도였고 박지민이 나온다 하면 지붕을 뚫는 시청률과, 박지민이 특정 브랜드의 옷을 입기만 하면 완판이 되는 덕에 여러 매스컴과 브랜드들은 그를 자연스레 주목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서로 섭외하려고 난리도 난리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벚꽃을 연상시키는 첫사랑같은 외모와 뛰어난 연기력. 그리고 유재석 저리가라할 정도로 다정하다고 알려진 그의 성격은 그의 인기를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 못해 넘쳤기때문에.
나도 방송국 내에서 박지민의 실물을 목격한 적이 간간히 있었다. 내 주변 작가들은 그만 보면 서로 수군거리며 그를 칭찬하기 바빴는데 나는 전혀 그러지 못했다. 아니, 그러기가 싫었다는 말이 지금 내 상황에 더 가까울 것 같다. 물론 나와 그가 얼굴을 대면하거나 직접 얘기를 나누어본 적은 없었지만 내가 요즘 골머리를 앓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가 순전히 '박지민'의 출연여부였기 때문에. 박지민 섭외는 도대체 언제 되는 거냐며 나를 은근히 옥죄이는 선배작가들의 압박에, 박지민의 매니저와 통화하는 횟수가 요즘은 하루에 한 번에서 두 번으로 늘었다. 그렇게 나는 지금도 딱딱한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 수화기 속의 신호음을 듣고 있었다.
" 여보세요? "
" 네, 안녕하세요. 스타페스타 작가 김탄소에요. 박지민 씨 스타페스타 섭외 건으로 다시 또 연락드려요. "
" 도대체 이번이 몇 번째입니까? 안 나간다니까? 우리 배우가 죽어도 안 나간다니까 그런 줄 아시라니까요. "
" 다시 한 번만 생각을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 정말 정말 정말 박지민 씨만을 위한 프로젝트 거든요. "
방송국에 들어와 막내작가로 일하며 자존심은 갖다버린 지 오래였다. 부글부글 끓고있는 속과 자칫하면 튀어나올 것 같은 욕이 내 머릿 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반대편 수화기에서는 박지민의 매니저의 한숨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그리고는 무언가 잡음이 섞인 소리와 함께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더니 이리 줘봐, 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박지민의 매니저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이 해프닝의 당사자. 박지민의 목소리였다.
" 씨발. 야. 너 뭐야? "
" ... 여보세요? "
" 니가 내 여자친구라도 되기나 해? 니가 뭔데 하루에도 날 몇 번씩 찾아? "
그러나 그 목소리는 결코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다. 과연 이 목소리가 박지민이 맞을까 하는 의심이 절로 들었다. 아닐 거다. 아니여야만 한다. 내가 아는 박지민이 지금 이 박지민이 아니기를 빈다. 하지만 수화기 속에서 너무나 분명하게 들려오는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박지민임에 틀림이 없었다. 지가 나를 봤으면 얼마나 봤다고 ㅡ물론 애초에 박지민은 나를 본 적도 없지만ㅡ 초면부터 반말을 찍찍 해대는 게 기분이 썩 구렸다. 따지고 보면 내가 나이도 니보다 두 살이나 많아. 이 개자식아. 하지만 나는 을이지 않은가. 갑의 횡포에 이리저리 이끌려 당할 수 밖에 없는 '을의 사정'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나는 오늘도 그렇게 속에서 올라오는 욕을 꾹꾹 씹어 삼킨다.
" 안녕하세요. 박지민 씨. 소개도 하기 전에 첫인사가 좀 거칠게 됐네요. 저는 스타페스타 막내작가 김탄소 라고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섭외 건으로 말씀 드릴 일이 있어서요. "
" 니 이름은 알 것 없고. 도대체 나를 위한 프로젝트가 뭐길래 나를 그렇게 찾아. 씨발 존나 귀찮게. "
" 일단 프로젝트 설명 드리기 전에 조금만 말씀 드리자면요. 박지민 씨가 저희 프로에 나오시면요. 좋은 대우는 물론이고 출연료까지 엄청나게 챙, "
" 너 지금 나 가지고 장난쳐? 내가 돈이 궁해? 좋은 대우는 당연한 걸 뭘 입 아프게 말하고 앉아있어. "
" 아. 죄송합니다. 그래서 박지민 씨 출연 여부는 언제 쯤 알 수 있을까요? "
" 촬영은 무조건 한적한 곳에서. 건물을 빌리든지 사람이 없는 곳을 찾든지 그건 니네 몫이고. 편집은 무조건 내 지시 하에. 촬영시간은 무조건 나한테 맞춰. 내가 촬영 접자고 하면 접는 거고, 밤을 새자고 하면 새는 거야. 이거 다 감수할 수 있으면. 그러면 스타페스탄지 뭔지 하는 그 쓰레기 프로 나갈게. "
박지민은 알게 모르게 냉소적인 웃음을 계속해서 흘리며 터무니 없는 조건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 알 수 없는 비웃음에 자존심이 퍽이나 상한 내가 무작정 오케이를 외쳐버렸다. 그에 당황한 건 나뿐만이 아닌 듯 했다. 반대편 수화기에서도 정적만이 흐르고 있었다. 두려움은 일단 뒤로 제쳐두고 지금 강하게 느껴지는 왠지 모를 뿌듯함에 입꼬리가 절로 씰룩씰룩 올라갔다. 지금 쯤 당황하면서 입꼬리에 경련을 일으키고 있을 박지민의 표정이 적나라하게 수화기 너머로 보이는 듯 했다.
역시 예상적중이었다. 그 누구와도 상의없이 박지민의 조건을 오케이한 탓이었다.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선배작가와 피디님은 저들의 가슴 앞에 팔짱을 낀 채 한숨을 푹푹 쉬어대고 있었다. 이런 터무니 없는 조건을 단번에 오케이 해버리면 어떡하냐며 이건 알바도 아닌데 야간수당이라도 챙겨줄 거냐며 나를 닦달하기 시작했다. 하긴 나같아도 그럴 것이었다. 입사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막내작가가 제 멋대로 행동하는 꼴이라니. 이건 욕먹는 게 마땅했다. 선배작가와 피디님은 내게 마구 잔소리를 하다가 이쯤하면 됐다고 생각했는지 금세 자리를 떴다. 그 때 옆에서 내가 혼나는 모든 걸 묵묵히 듣고있던 김태형 조연출님은 내 앞을 지나가며 어깨를 톡톡 두드려주었다.
" 너무 속상해 하지마요. 박지민 섭외하는 거 아무나 못하는데. "
" ... "
" 선배님들이 말은 저렇게 해도 속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거에요. "
" 네에. "
" 내가 다음에 밥이라도 한 번 살게요. 화이팅! "
박지민 섭외에는 성공했지만 그 이후에 더 고난도의 난관에 봉착했으니. 그건 바로 스토리 구상을 명목으로 하는 만남이었다. 자신은 사람 많은 곳은 딱 질색이라며 한적한 곳에서 만나자는 박지민의 말에 사람이 다니지 않는 카페에서 만남의 약속을 했다. 약속시간은 한 시 였건만 30분이 지나도 오지않는 박지민에 슬슬 짜증이 나려할 때였다. 박지민에게 계속해서 전화를 걸면 박지민의 목소리 대신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건, 몇 년 전 유행하던 '빅키즈'의 메가히트곡이었다. 한참을 기다렸을까. 카페 입구에서 딸랑, 하는 종소리가 울려 그 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쓸어 넘기며 선글라스를 벗는 그가 보였다.
" 아. 씨발. 저럴 거면 면허를 따지를 말든가. 차를 존나 좆같게도 대놨더라고. 주차할 데 찾느라 좀 늦었어. 괜찮지? "
" 네. 그럼요. 아. 만나서는 처음 인사드리네요. 스타페스타 막내 작가 김탄소에요. "
" 응. 나는 뭐 말 안 해도 알 거고. 니 이름도 진득하게 들어서 이젠 귀딱지 앉게 생겼는데, 뭘. "
말 한 마디를 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욕과 아무렇지 않게 하는 반말에 꽤 짜증이 났다. 얻다 대고 반말이야. 테이블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시선을 마주하는 우리가 퍽이나 웃겼다. 일단 뭐라도 시켜놓고 앉아있어야겠다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면 뭐냐는 듯이 나를 쳐다보는 그였다. 음료 주문하려고요. 뭐 드실래요? 제가 살게요. 내 말에 박지민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내 눈동자를 천천히 응시했다.
" 야. 내가 살게. 뭐 마실래. "
" 아니요. 제가 살게요. "
" 내가 산다니까. 뭐 마실 거냐고. "
" 저 괜찮아요. 제가 살게요. "
" 야. "
" 네? "
" 나 돈 존나 많거든. "
" 그래서 남 사주는 것도 존나 좋아해. 그니까 내가 사. "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자꾸 야야 거리며 반말을 하는 박지민에 기분이 존나 더럽기도 했고. 얼굴은 멀쩡하게 생겨서 왜 저러는 거야. 그는 카운터에서 내 아메리카노와 제 몫의 딸기스무디까지 챙겨왔다. 성격이랑은 또 쌩판인 게 입맞은 또 존나 소녀스럽기도 하다. 아메리카노 컵 구멍 사이로 빨대를 집어넣은 박지민은 그것을 내 앞에 놓아주었다. 그는 딸기스무디를 한 번 쪽쪽 빨아대더니 몸을 뒤로 젖혀 의자에 기대고서는 팔짱을 꼈다.
" 그래서 오늘 얘기 나눠야 된다는 건 뭔데. 나 스케줄 또 있어. 바빠. "
" 근데 있잖아요. "
" 뭐. "
" 왜 반말해요? "
" 왜. 안 될 이유라도 있어? "
" 기분이 더러우면 너도 나한테 반말해. 난 그것도 썩 나쁘진 않아. "
생각보다 퉁명스럽지 않은 지민의 말투였다. 그렇다고 부드러운 것도 아니었다. 자신에게는 아무 것도 켕길 일이 없는 것 마냥 뻔뻔스럽게 나오는 태도가 박지민을 대변했다. 나는 숨을 꾹 참고 입을 열었다.
" 그래. 지민아. "
" 뭐? "
" 왜요. 반말하라면서요. 별로에요? "
" 응. 별로야. 직접 들으니까 생각했던 것 보다는 좀 구리네. "
" 유감이네요. "
지민은 탄소의 첫인상이 꽤 나쁘지 않았다. 연예계에 10년 동안이나 발을 들여놓으면서 수많은 여자연예인들을 봐왔지만 도저히 지민의 이상형이라고는 찾을 수가 없었다. 옆을 지나가기만 해도 진하게 풍기는 분냄새부터 향수냄새까지. 맘에 드는 구석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 꼬리는 몇 개가 달린 건지 이 남자 저 남자한테 가서 붙어대는 꼴이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온갖 사탕 발린 말을 하는 그녀들을 볼 때면 먹은 게 없어 빈 속임에도 불구하고 구역질이 올라오는 지민이었다.
연예계에서 지민의 명령을 거역하는 사람은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뭐든지 지민이 그러라면 그런 거고 아니라면 아닌 거고. 그래서 지민은 자신에게 반항기를 보이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흥미부터 갖고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 대상이 김탄소였다. 아닌 척하면서도 은근슬쩍 심기를 건드리는 꼴이 꼭 톰과 제리의 제리같았다. 얼굴을 보기 전부터 이번엔 어떤 년인가 싶어 묘한 흥분을 느끼던 지민은 탄소와 얼굴을 대면한 후 그 호기심이 더욱 더 증폭되었다. 화장기 하나 없는 앳된 얼굴에 그녀에게서 슬쩍슬쩍 풍기는 복숭아 향이 지민을 미치게 만들고 있었다. 발 끝에서부터 올라오는 이상한 느낌을 감지한 지민은 괜히 저의 심장을 쿵쿵 쳐댔다. 돌았나. 왜 이래, 나?
불도저 같은 성격의 지민이 어디 갈까. 저가 갖고싶은 것이라면 무조건 쟁취해야하는 욕심많은 지민은 묘하게 탄소에게서 소유욕을 느꼈다.
" 야. 근데 너. "
" 왜요. "
" 내 주변 여자들이랑은 존나 다르게 생겼다. "
" 그야 당연히 그 쪽 주변 여자들은 연예인이니까요. "
탄소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지 주변에서 좆나게 예쁜 여자연예인들만 보고다니니까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지. 하지만 이어지는 지민의 대답은 탄소를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 존나 다르게 예뻐. "
이 새끼가 미쳤나, 하고 탄소는 생각했다. 약 1년 동안 연예계에서 발로 뛰며 들은 소문에는 박지민이 여자에 관심 많단 얘기는 전혀 없었는데. 탄소의 머릿 속이 온통 혼란과 궁금함으로 넘쳤다. 제대로 넘어가지도 않는 아메리카노만 억지로 꿀떡꿀떡 삼키고 있었다.
" 향수 써? "
" 그건 왜요. "
" 그냥. 존나 달길래. "
아까부터 계속 시덥잖은 얘기만 하는 지민이 탄소는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다. 아이템 구상을 꼭 오늘 내로 다 끝내야 하는데 뒤에 스케줄도 있다면서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질질 끌어대는 건지. 탄소가 예능 스토리에 대해 한 마디 꺼내기라도 하면 금방 다른 주제로 바꿔 대답을 하는 지민이 얄미로웠다. 입술은 왜 이렇게 빨개? 머리 염색한 거야? 엄청 까맣네. 등등. 도저히 비즈니스 관계인 '작가'와 '연예인' 사이에서 나올 수 없는 대화가 지금 우리 사이에서 나오고 있었다. 계속해서 필요없는 얘기만 이어가던 지민은 손목의 값비싼 시계로 시간을 확인하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던 선글라스를 다시 끼며 몸을 일으키는 지민이었다.
" 나 가봐야 돼. "
" 벌써요? "
" 응. 아. 그리고. "
" 이번 주 내로 시간 한 번 더 내. 못한 아이템 구상은 해야될 거 아냐? "
" 아. 시간 되세요? 오늘 미팅도 나오기 되게 싫어하셨다고 들었는데. "
" 시간이야 만들면 되는 거고. 난 나한테 이득 될 거 없는 데에 시간 안 써. "
가봐야 한다고 할 땐 언제고 내 앞에 멀뚱히 서있는 지민이었다. 뭐야. 존나 민망하게 앞에서 왜 얼쩡거려. 고개를 들어올려 지민을 올려다보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비스듬히 틀어 나를 내려다보는 지민이 시야에 들어찼다. 뭐해. 안 일어나고? 내 시선을 마주하자마자 내 손목을 잡아 나를 의자에서 일으키는 지민이었다.
" 데려다줄게. "
" 바쁘시다면서요. 저는 혼자 갈게요."
" 이건 뭐. 눈치가 없는 거야, 모르는 척 하는 거야? "
" 뭐가요? "
" 내가 데려다주고 싶어서 그러는 거니까 그냥 나오라면 좀 나와. 거 참, 말 한 번 나누기 존나게 힘드네. "
머리를 헝클이며 먼저 카페 입구를 나가는 지민의 뒷모습에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옅은 웃음이 나왔다. 세상에 내가 살다살다 대한민국 톱스타 차를 얻어타보네. 성격이 제멋대로인 것 빼고는 나랑도 크게 다를 게 없구나, 하는 생각이 탄소의 생각을 지배하다가도 주차장에서 나오는 외제차를 보자마자 입이 떡하고 벌어진 탄소였다. 차창을 내리더니 뒤에 말고 옆에 타, 하는 박지민이었다.
탄소는 느끼지 못했겠지만 지민은 지민 나름대로 엄청나게 호감표시를 하는 중이었다. 저 자신도 왜 이런 한낱 막내 작가에게 잘 보이려 애쓰고 있는 건지 이해가 안 갔지만 본능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여자를 다루는 데에는 젬병인 지민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무작정 퍼다주는 것 밖에는 없었다. 누군가와 사랑을 해본 적도, 누군가에게 다정하게 대해본 적도 없었기에 서툰 지민의 표현이 탄소에게 느껴질리 만무했다. 지민은 탄소를 방송국에 내려주고는 잠시 시동을 끈 채 핸들에 이마를 콩콩 찧어댔다. 지민, 저가 느끼는 감정이 무슨 감정인지 저도 도무지 감잡을 수 없었기때문에. 제 3자들이 그런 지민을 보면 꽤 귀엽다고 생각할 만 했다. 지민은 그렇게 운명의 상대를 찾아가는 중이었다.
18학번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을의 사정이라는 글로 처음 찾아 뵙게 된 18학번입니다 !
평범한 20대의 삶을 살고 있는 여성 탄소와 사랑이 처음이라 많이 서툰 대한민국 톱스타 지민이의 이야기에요.
그냥 오늘 문득 이런 소재가 생각나서 글 싸질러버렸어여 ...
거지같은 필력은 무시해주세요 ... 지민이가 다 해먹쟈나여 ^ㅁ^
헤헤. 오타와 내용 피드백은 달게 받습니다 ^ㅁ^ !!!!
앞으로도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
암호닉은 대환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