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독약 향기가 퍼지는 순간
급하게 걸어와 앞 문을세차게 열어오는 그를 발견한뒤 밝게 웃었다.
"변백현 인생에 그런건 없어."
-
" 앞으로 사회진출을 할 때에 항상 ........ "
" 어휴...저 할배는 말이 왜저리 많냐?
" 야....방금 A4용지 넘겼어, 더 있나봄. "
손가락에 침을 뭍혀 종이를 천천히 넘기는 교장선생님을 보며 경악을 하는 김종인.
그래, 졸업식 끝나자 마자 도경수랑 놀러가고 싶어서 난리가 났구만.
" 변백. "
" 왜. "
" 너 우리랑 같이 오늘 놀러가자. "
" 니들 사이에서 뭐하냐? 밤에 혼자 낯뜨거운 소리 듣기 싫다. "
" 그럼 보건 선생님도 같이 가자. "
" 가능할까 그게. "
" 뭐 어때, 이제 우리도 성인인데. "
" 어디 갈껀데. "
" 바다 어때? "
" 싫어. "
바다라는 말에 단호하게 거절하며 고개를 휘젓자 짙은 경수의 눈썹끝이 눈을 향해 축 처진다.
평소 같았으면 저 눈망울에 넘어갔지만 이번엔 안돼.
바다에 갔다와 납치당했던 기억이 떠오르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창백해진 내 얼굴을 본 김종인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자신의 할머니 댁에 가지 않겠냐고 물어본다.
박찬열의 의견따위 무시한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 자, 얼른 가서 말해봐. 난 할머니한테 연락해놓을게. "
" 알았어. "
졸업식이 끝나자 그 자리에서 떠나지 않고 사진을 찍거나 케이크를 꺼내 파티를 하는 아이들을 비집고 빠져나와
한쪽에 우르르 몰려있는 선생님들을 향해 다가갔다.
" 보건 선생님!! "
" .....? "
그의 어깨를 잡고 말을 걸긴 했는데, 다른 선생님들의 시선까지 집중이 되어버렸다.
여기서 말을 해버리면 선생님의 입장이 곤란해질거라는 착한 생각을 하며 눈물을 모으기 시작했다.
" 왜그래, 어디 아파? "
바보같이 직업병 마냥 아프냐고 물어오는 그의 말에 마음이 급해져 어릴 때 키우다 김종인 발에 밟혀 죽은 병아리를 생각하며
눈물을 짜내 결국 한방울이 또르르 흐르자 눈에 띄게 표정이 굳은 박찬열이 보인다.
" 나...... "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자 잘 들리지 않는지 몸을 숙여 얼굴을 가까이 댄다.
" 얘기 좀 하고 싶어서..........우앗!!!!!! "
" 그래, 발.목.이. 많이 아팠구나. 빨리 보건실에 가자. "
아프지도 않은 곳을 강조하며 말하는 것 까진 좋았는데, 걷지 못할 정도로 아픈 병신으로 만들어 버릴 생각인지
민망한 자세로 들어올리는 그 때문에 소리를 빽 지르자 조용히 하라고 작게 속삭여온다.
그 모습에 선생님들 뿐만 아니라 여럿 학생들의 시선도 느껴져 창피한 마음이 들어 고개를 푹 숙이자 작게 웃으며 문쪽으로 빠르게 걸어가기 시작한다.
그렇게 가던 중 도경수랑 김종인이 얼굴이 빨개질정도로 웃고있는 걸 발견했다.
내 저것들을 언젠간 때려 죽이고 말것이야.
.
" 웃지 말아요!!! "
" ....잠깐만..... "
몸까지 부들부들 떨어가며 얼굴을 가리고 웃는 그를 씩씩 거리면서 쳐다보자 헛기침을 몇번 하더니 씨익 웃어온다.
" 그래서, 지금 그 말하려고 거기서 눈물연기를 한거야? "
" 나도 딱히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어. "
계속 웃어대는 그 때문에 볼을 부풀리자 살짝 뽀뽀한뒤 내 손을 잡아온다.
" 앞으로는 그러지마. 너 울면 너무 이뻐서 안돼. 아까도 키스하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았어. "
" 그래서 그렇게 안고 온거야???!!!!!!! "
" 응. "
.
" 김종인 학생. 나랑 얘기 좀 하자. "
" 변백현 나 좀 살려주라. "
" 뭐래. "
보건실로 오라는 연락을 받고 오긴 했는데,
얼굴이 창백해진 상태로 인사하는 김종인을 이상하게 바라보자
애새끼가 정신이 나갔는지 이상한 소리를 지껄여댄다.
"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김인종이예요. "
" 얘 뭐라는거니 경수야. "
" ....왜 그래 종인아. "
" 너구나. "
" 썅. "
질질 끌려나가는 김종에게 손을 흔들고 몇 초 지나지 않아 괴성이 들리더니 양 볼을 감싼채 들어와 도경수에게 안긴다.
" 변백현 저 새끼가 쓰러지지만 않았어도..... "
" 뭐라했냐. "
" 아뇨, 백현이가 건강하게 살아있어서 참 다행이라구요. "
이해 못할 말들만 내뱉는 둘을 이상하게 쳐다보자
도경수는 그제서야 뭔가가 생각난듯 살짝 웃는다.
" 자, 이제 싸움은 그만하고. 진지해져봐요 우리. "
.
" 그럼 보건선생님 차 타고 가요. "
" 너네는 버스 타고 와. "
" 버스 거기까지 안가요!! "
" 엄청난 곳인가봐. "
계속 엇나가는 대화에 지루함을 느껴 침대에 누워있자
박찬열이 양보를 한 것인지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의자에서 일어난다.
" 가는데 몇시간 걸리냐. "
" 다섯시간. "
" 두시까지 학교 정문 앞. "
" 헐. "
" 보건실 문 잠그고 와라. "
" 헐. "
" 일어나, 집에 가자. "
" 응. "
김종인에게 매정한 말을 내뱉고 나를 일으켜 세워 벗어놨던 겉 옷을 입히는 그의 옆에 찰싹 달라붙은 뒤 보건실을 나왔다.
" 근데 아까 왜 그랬어? "
" 뭐가. "
" 김종인이 선생님한테 죄 지은거 있어? "
" 아니 없어. "
" 근데 왜 그래? "
" 비밀이야. "
그렇게 많이는 궁금하지 않아 고개를 끄덕이고 살짝 손을 잡자 날 내려다 본다.
" 있잖아, 선생님. "
" 응. "
" 앞으로도 이 학교에서 선생님 할거야? "
" 싫어? "
" 싫은건 아닌데...... "
" 그럼 다른 일 할까? "
" 다른 일이라니? 보건 선생님 말고 또 다른 직업이 있었어? "
" 뭐, 작은거. "
" 어떤거? "
" 외국에 있는 별 네개 반짜리 호텔 최고직이라던가. "
" 에이 말도 안돼. 차라리 대기업 회장님의 장남이라고 하지 그래? "
" ...... "
-
오랫만이예요 ㅠㅠ...보고싶었어요ㅜㅜㅜ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꾸벅)
백현이는 자기 애인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모른가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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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방탄 찐팬이 올린 위버스 글인데 읽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