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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곱슬 전체글ll조회 259

날이 제법 추워진다고 느꼈다.시큰한 코끝감각은 종인이 제아무리 손으로 덥혀본다하여 해결될 것이 아니었다.하지만 어쩐지 그 간지러운 감각마저 좋다고 느껴져 종인은 킁,하고 숨을 한번 들이마셨다.콧속으로 치고 들어온 찬 공기가 몸 안 구석까지 전율을 선사했다.멍해졌다.들숨으로 들어오면 안될 것 까지 들어온 느낌이 들어 뱃속이 싸해졌다.방금까지만 해도 문득드는 좋은 기분에 들떠있던 종인이 발끝을 내려다보았다.다른 이들이 짖밟고 지난 눈위에 자신의 오래된 운동화가 덩그러니 서있었다.그위로는 자신의 다리, 그 위로는 믿기진않지만 뛰고있는 본인의 심장이 위치해있겠지.아까까지만 하여도 은근히 좋다느끼던 코 끝 시림이 울적하게 다가왔다.구름에 가린 해는 종인의 어느 부분도 비추지못했다.남색 운동화 위에 조금 쌓인 눈을 보았을때,그제야 종인은 제가 이 곳에 얼마나 서 있었는지 생각할 수 있었다.그리고 생각에 미쳐 고개를 들었을때 그 입으로 희뿌연 입김과 함께 탄식이 떨어졌다.닦아내기에는 늦었지만 추위에 붉게 달아오른 뺨 위로 어느새 눈물이 흐르고있었다.본인도 모르고 있었던 것 이였다.자신이 이렇게 감상적이었나?스스로 물으며 올라가지 않는 입꼬리를 당겨 웃었다가 금세 그만두었다.멍한 표정으로 종인은 흐른 눈물을 굳이 닦아내려 하지 않았다.더 자세히 말하자면 주머니에 손을 빼지 않았다.손이 시릴까봐에 대한 걱정은 아니였다.이대로 주머니에서 손을 빼 자신의 뺨을 훔친다면 그대로 주저앉아 눈물을 쏟을 것이 분명했다.지금 눈에 담긴 눈덮힌 오래된 놀이터가 벌써 한번이나 종인 다리에 힘을 풀고 그 입에서 탄식을 끌어냈기 때문이다.

한참이나 굳어있던 발을 떼자 그 위로 쌓여가던 흰 눈이 조금씩 떨어져 종인과 멀어져갔다.그러나 끝까지 운동화위에서 떨어지지 않는 눈도 있었다.종인이 그것을 손가락으로 쓸어 떼어버리려하자,애석하게도 종인의 체온에 운동화로 녹아들었다.발이 시려웠다.몇걸음 더 떼어 삐걱이는 소리가 나는 그네의 눈을 털고 그 위에 앉아 자신의 발을 바라보던 종인이 숨을 한번 크게 들이마시고는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애석한 기억아, 애달픈 내 사랑아.끝끝내 스며든 눈 처럼 떨치려 해도 떨쳐지지않는 마음아픈 잔상아.여전히 외롭게 삐걱이는 그네위로 흰 눈이 내리고 있었다.종인은 자신의 어깨를 짖누르는 눈을 느끼지도 못한체 고개를 들지 못했다.아니 그 눈을 느낄 수 없었다.손이 감싼 얼굴 위로,손의 틈새로 떨어지는 눈물이외에 아무것도 종인에게 영향을 행사하지 못했다.스스로가 한심하고 한심했다.우산도 들고 나오지 않은 주제에 생각없이 걷다 지쳐 눈을 들었을때 보인것이 오래된 놀이터였음에 눈물이 차고 올랐다.눈물의 이유가 놀이터만이 아니라 놀이터속 남아있는 종인과 그의 잔상이라는게 종인의 생각과 마음을 휘저었다.

그래서, 종인은 그때 그와 앉았던 그 자리에 앉아 눈물을 흘렸다.

그래서,백현은 서럽게 울고 있는 종인의 위로 우산을 씌웠다.

"오랜만이네,종인아."

다시는 들을 일 없다고 느낀, 듣고 싶지 않다고 느낀목소리가 종인의 귓등을타고 흘렀다.고개를 들 수 없었다.울컥울컥 차오르는 기억에 메여온 목이 아파왔다.종인이 조금은 어린아이처럼 작은 흐느낌을 흘렸다.말대로 오랜만에 들은 목소리에 여러가지 감정이 섞여있었다.어쩐지 그 목소리가 조금은 더 칼칼해진 것 같기도 하여 마음 한 쪽이 아렸다.종인의 머리 위에 씌워졌던 우산이 바닥에 놓이고 얼굴을 감싸던 손 위로 차가운 손이 겹쳐졌다.울지마,울지마 종인아.차가운 손이 약간 힘을 주어 종인의 손을 그 얼굴에서 떼어놓았다.눈물로 범벅이된 얼굴에 바람이 닿자 차가워 소름이 돋았다.손의 주인이 쭈구려앉았다.그러고선 그네에 앉은 종인을 바라봄을 느낄 수 있었다.실로 간만의 재회였다.알 수 없는 감정에 종인이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자신을 올려보는 백현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였다.백현은 쭈구리고 앉아 종인의 손을 꼭 잡은 손으로 종인의 손등을 쓰다듬었다.그네는 여전히 삐걱이는 소리가 났지만 아무도 그 소음을 탓하지도,신경쓰지도 않았다.나 봐야지,하는 목소리에 그제야 종인이 한쪽 손을 빼어 눈물을 닦고 그 얼굴을 마주했다.남은 종인의 한 손을 꼭 잡고 있던 백현도 왼쪽 손을 들어 종인의 왼쪽 뺨을 감쌌다.그러고선 엄지로 남은 눈물을 훔쳐냈다.보고싶었어,고마워,미안해,널 미워하기도 했어,긴 이별의 시간동안 꾹꾹 눌러담았던 말을 대신하여 눈물을 닦아냈다.둘 사이를 채운 공기에는 더 이상 어떠한 대화도 오고 가지 않았다.들을 수 있던것은 그네의 삐걱임이었다.그것마저도 추억으로 남았기에 밉지 않았다.

"정말 오랜만이야,많이 보고싶었어요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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