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무- Love Lane (연애말고 결혼 OST)
"6번이랑 13번 얼음키스해!!" "아..." 보통 사람들은 자신이 평소보다 현명한 행동을 했을때 그것을 행운이라 부른다 했다. 고로 나는 현명하지 못한 행동을 했다. 내가 13번을 뽑다니. 이 망할 똥손이..
모르는 선배랑 첫키스함
조각
w. HOWLS
아싸라고 해서 마음대로 과 회식을 빠질 수는 없는가 보다. 구석에서 말 거는 사람도 없이 혼자 홀짝이는 나만 봐도 그렇다. 대학교에 와서 학교-도서관-자취방 패턴을 쭈욱 고수하던 내 앞에 호석 선배가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왠지 저 선배에겐 뱉을 수 있을 것 같다. 2차까지는 좀 오바고 조금 마시다가 중간에 빠질 심상이었다. "이제 오냐 임마. 얼른 잔 대." "좀 봐줘라. 차가 워낙 막혀야지." 나는 습관처럼 오른쪽으론 쌀과자를 씹고 왼쪽으론 육포를 씹었다. 가게의 문이 열리고 언뜻 실루엣만 봐도 모델 아우라가 느껴지는 멀대가 하나 들어왔다. 오, 웬일. 차 갖고 왔냐? 아니, 택시. 노랗게 탈색한 머리에 앞머리가 눈썹보다 조금 위로 올라가있어 머리만 보면 귀여운 감이 좀 있었지만 검은 폴라 니트에 검은 바지와 코트, 그야말로 올블랙 패션을 칙칙하지 않게 소화시키는 얼굴이 어딘가 젠틀해 보였다. 그리 생기기 쉽지 않은데. 나를 이 자리에 착석하게 만든 장본인에게 보조개가 깊게 파이게 웃음을 드러냈다. 사람 얼굴이 저렇게 작을 수도 있구나. 싶었다. 선배의 뒤늦은 합류가 반가운지 모두가 웃는 얼굴로 달갑게 반겨주었다. 모두가 한마디씩 던지는 사이에서 혼자 가만히 얼굴을 스캔했다. 그러다 눈이 마주치는 바람에 티나게 몸을 움찔해버렸다. 아이씨.. 육포나 씹을걸. 이를 어쩔까 싶어 그냥 피해버려? 했지만 그래도 선배라 바로 눈을 피하기는 좀 거시기했다. 인사라도 해야겠다 싶어 입을 떼려는데 선배가 더 빨랐다. 선배의 입가에 보조개가 깊게 드러나며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 나는 벙어리처럼 별려진 입을 급히 닫고 고개를 숙였다. 뭐, 뭐야.. 잔 안에 담긴 소주로 비치는 내 얼굴이 많이 붉었다. 한두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술기운이 올라 기분이 두둥실 떠다니는 분위기였다. 변기 옆에서 곯아떨어져 택시로 보낸 사람도 몇 있고. 난장판이 돼가는 와중에 여러 사람이 왔다 갔던 내 옆자리는 같은 학번 전정국이 앉아있었다. 남부럽지 않은 한덩치하는 전정국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제 몸을 못 가눠 테이블에 머리를 박고 혼자서 뭐라 꿍얼거리는데 더는 자리 옮길정신도 없는 것 같았다. 이름이 남준인지 낮누인지 하던 선배는 호석 선배한테 붙잡혀 온갖 애교란 애교를 관람 중이었다.뒤통수만 보이는 내가 봐도 가관인데 저런 걸 보고 어떻게 아무렇지 않아 할 수 있지. 익숙하단 듯한 표정이 신기해서 미묘한 변화도 없을까 관찰하던 와중에 또 눈이 마주쳤다. 벌써 두 번째. 아까 소주에 비치던 붉은 내 얼굴이 떠올랐다. 피하자, 피해.. 이번에도 먼저 눈을 피했다. "오랜만에 남준이도 왔는데 술게임이나 할까?" 대체 저 선배가 오랜만에 온 거랑 술 게임이랑 무슨 관계가 있는 거죠? 예전부터 불운의 아이콘인 나로서 내기나 게임을 한다는 것 자체가 벌칙 봉사를 자원하는 것이었다. 고등학교 때내기에서 지기 싫으면 탄소 넣으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이래서 안 오려 했는데, 지금 확 나가버려? 어차피 지금 제정신인 사람도 별로 없고 나 하나 나갔다고 눈치챌 가능성도 적고. 제발 호석 선배만 안 잡으면 돼. 그리고 그때 미동도 없이 테이블에 머리를 꼬라박고 있던 전정국이 그 큰 몸뚱어리를 내게 기댔다. 말이 기댄 거지 깔아 뭉겨진 거였다. 구석에 몸이 눌려 일어나지도 못했고, 게임은 시작됐다.*** 숨넘어가는 거 아닌가 싶었다. 김태형이 분홍 립스틱을 발랐고, 박지민의 목덜미를 잡았고, 정호석 선배는 테이블을 부실 기세로 웃어댔다. 야 침 바르지 말라고! 절규에 가까운 박지민의 외침에 호석 선배가 깔깔대며 배를 까뒤집었다. 모두가 신나게 웃었지만 억지로 웃어보려 해도 나는 별 감흥이 없었다. 저게 웃긴가. 끔찍한 수행(?)을 끝내고 자리로 돌아온 박지민의 볼을 호석 선배가 잡았다. 81 "아유 찌민이 분홍립스틱 발라써여??" "아, 아파요!" 짜증 내는 박지민에도 호석 선배는 끝까지 깔깔 웃었다. 웃긴 게 가시지 않은지 아님 술기운 인지 계속 실실 웃는 호석 선배가 목을 가다듬었다. 일곱 번 정도는 한 것 같은데 지금까지 그중에 나는 한 번도 없었다. 웬일로 운이 따라주나. 이 기회에 화장실 간다하고 그냥 확 가버려? 손등에 턱을 받쳐 나름 신중한 고민을 했다. 숫자가 적혀있는 나무젓가락을 만지작거리고 있으니 간신히 앉혀놨던 전정국이 꾸벅꾸벅하더니 또 한번 몸을 기댔다. 얜 아까부터 왜 이래. 물에 담근 수건마냥 축 처진 전정국을 낑낑대며 치우고 있으니 내 앞자리에 사람이 바뀐다. "도와줄까?" 선배가 땡그랗게 떠진 내 눈을 한번 보고, 전정국을 보며 한쪽 눈썹을 찡그린다. ..섹시하다. 섹시하다니, 나도 어지간히 취했나 보다. 전정국의 어깨를 흔드는 선배를 넋 놓고 봤다. 선배의 손은 본인의 키만큼 길고 얇았다. 섬섬옥수. 남자에게선 흔히 볼 수 없는 손도 선배가 앞자리로 왔을 때부터 나던 시원한 향기도 무척 섹시해 보였다. 취해서 그래. 취해서. 나는 머리를 두어 번 세게 흔들었다. "어지러워?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올래?" "전 괜찮.." "야! 6번이랑 13번!" 게임은 여전히 계속 진행 중이었고 익숙한 번호가 들렸다. 십.. 삼? 내 목소리가 아까보다 어눌해진 게 느껴졌다. 십삼 난데.. 선배가 내 중얼거림을 듣고 슬쩍 내 나무젓가락을 봤다. "걸렸네요.. 저." 선배의 미간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미세했지만 제법 가까이 붙어있어서 알 수 있었다. "6번이랑 13번 얼음키스해!!" 얼음 키스라니. 처음보다 수위가 많이 올라갔다. 연애 경험이 1도 없던 나는 당연지사 키스는 물론이거니와 뽀뽀도 한번 해본 적 없었다. 첫 키스를 모르는 사람이랑.. 머리를 짚고 호석 선배의 부름에 몸을 일으켰다. 오오오!! 15학번 김탄소!! 선배의 도움으로 전정국을 옆으로 밀어 자리에서 빠져나왔다. "탄소 몇번?" "저..13번이요." "야! 6번 누구야, 빨리 나와!" 하아.. 차라리 빨리 끝냈으면 좋겠다. 내 뒤로 의자가 밀리는 소리가 들렸다. 호석 선배를 포함해 모두가 내 뒤를 향해 훨씬 달아오른 환호를 질렀다. 저벅저벅.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나 6번." 시원한 향기가 훅- 끼쳐왔다. 이상하게 마음이 녹아드는 향기. 질끈 감은 눈을 살며시 떴을 땐 선배가 있었다. 선배..? 젓가락을 들어 보인 선배가 호석 선배를 향해 물었다. "뭐 하라고?" "아..얼음 키스! 야, 네가 여자랑 키스를 다 해보냐!!" 세상 뒤집어질 일이다 야! 초롱초롱한 눈을 한 호석 선배가 말을 이었다. 선배도 키스가 처음이라는 얘기인가? 저렇게 잘생겼는데? 만약 선배도 처음이면 이번은 좀 덜 억울하겠네. 나는 취기를 빌려서 선배한테 물었다. "선배 첫키스예요?" "뭐, 그렇게 됐네." 왠지 기분이 좋았다. 김탄소 너 금사빠였니. 제 자신에게 던진 물음이지만 대답은 긍정. 그런가 보다. 나 금사빤가봐. "나도.." 나는 속삭이듯 선배에게 말했다. 그리고 웃었다. "나도 첫 키스예요." 호석 선배가 얼음이 든 맥주 잔을 건넸다. 맥주 잔을 들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니 선배가 가져가 얼음과 약간의 맥주를 입안에 털어넣었다. 테이블에 맥주 잔을 놓은 선배가 허락을 구하듯 나를 바라봤다. 그에 나는 눈을 감았다. 선배의 커다란 두 손이 내 얼굴을 감싸고, 따뜻한 숨결이 입술 위에 닿았다. 나는 입안에 얼음이 차가울까 얼른 입을 열어 선배를 달갑게 마주했다. 입을 열기가 무섭게 얼음과 미적지근한 맥주가 흘러들어왔다. 미처 입안에 들어오지 못한 맥주는 두 입술 사이로 흘러내렸다. 그때까지도 나는 두 손을 허공에 어정쩡하게 두고 있었다. 두 손을 꽉 쥐고 있을 때 선배가 내 두 손을 자신의 어깨에 올려두고 다시 나의 얼굴을 감싸 고개를 틀었다. 이미 주변의 소음은 들리지 않았고, 입안에 차가운 얼음이 굴러가는 소리와 진득한 선배와의 키스 소리만이 귀에 꽂혔다. 침인지 맥주인지 모를 액체가 흐르면 선배의 혀가 핥아올렸다. 시원한 향기는 언제부턴가 달콤한 향기로 변했다. 선배가 얼음과 함께 내 혀를 감싸올렸다. 입천장을 쓸고 얼음이 녹아 꿀꺽 꿀꺽 밍밍한 맥주를 삼키는 소리도 들렸다. 얼음이 녹은 후에도 차가웠던 두 입안이 다시 뜨거워질 때까지 키스를 나눴다. 엄지손가락을 슬슬 움직여 얼굴을 쓰다듬는 게 느껴졌다. 나는 눈을 떠서 줄곧 나를 바라보고 있는 짙은 눈동자를 마주봤다. 막판에 아랫입술을 핥아내리고 두 입술이 떨어졌다. 딸렸던 숨을 몰아쉬었다. 선배의 깊은 눈동자가 언뜻 예전에 마주 본 적이 있는 듯했다. 언제였지. 도서관인가? ***
군대는 먼 나라 얘기인 줄만 알았는데. 집으로 입영통지서가 날아왔을 때 머리가 띵-했다. 이제 신입생딱지 뗐는데. 군대라니. 웬 말이냐. 게다가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그날 호석이를 불러서 술을 진창 마셨다. 원래 술은 좋아하지 않는데. 군대라는 충격이 너무 커서 주량을 넘기도록 마셨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세상이 마냥 좋았다. 몸이 질질 끌려가 편의점 의자에 앉았다. 육두문자를 날린 호석이가 비처럼 내리는 땀을 팔로 대충 쓸어내리곤 택시를 잡으러 도로로 가 손을 흔들었다. 편의점 테이블 위에 얼굴을 얹어 실실 웃었다. "나..군대간다. 군대.." 다른 놈들은 신체등급 때문에 면제됐다는데 난 왜 이렇게 건강한 거야.. 속으로 중얼거렸다. 후아.. 어지러움에 숨을 뱉었다. "우으..술냄새." 옆쪽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뭐야.. 나는 살짝 인상을 쓰고 눈을 떴다. 여자가 흠칫 놀랐다. 술에 취해서 그런지 놀란 얼굴부터 내 눈치를 살피는 얼굴이 정말 이뻐 보였다. 정말로. 나는 느리게 눈을 감았다 떴다. 여자는 그런 내 눈을 지켜봤다. 여자가 손을 들어 내미는 게 눈에 보였다. 볼에 차가운 게 닿았다. "군대 들어가요?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마요. 좋은 일 하는 거니까. 우리 아빠도 군인이 직업인데. 다른 애들 아빠들과 다르게 잘 못 봐도 자기 직업이 정말 뿌듯하데요." 나름 위로의 말을 건네는 건가 보다. 사실 뭐라 말하는지는 제대로 못 들었고 얼굴만 쳐다봤다. 이뻐서. 그러니까 이거 먹고 힘내요. 여자가 말을 끝마쳤다. 온몸에 힘도 없고 꿈인가 싶어 가는 여자를 잡지는 못했다. 5분이 지나서 호석이가 나를 들쳐 매 택시로 끌고 갈 때도 집에 도착해서 침대에 내팽개쳐졌을 때도 그 여자 생각뿐이었다. 얼마 전에 알아낸 사실인데 편의점에서 마주친 그 여자는 같은 과 신입생이었고 이름은 김탄소랬다. 그날 제 모습이 탄소에겐 진상으로 남았을지도 모르고 좋은 모습으로 남아있지는 않을 것 같아 다가가지도 못했다. 군대 가는 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고백하기도 무책임하고. 결국 한 달이라는 시간은 흘렀고 빡빡이가 된 채 군대를 가서 호석이한테 탄소의 소식만 흘러들었다. 호석이가 문자로 과 회식 공지를 보냈다. 오늘은 공강이라 자취방 밖으로 나가기 귀찮았다. [ㄱㅊㅇ]
[너후회한다]
[ㅇ] [ㅇㄱ][김탄소옴]
답장을 보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와, 씨 왜 이제 말해! 거울에 비치는 짧은 앞머리가 아직 낯설었다. 옷장을 뒤져서 제일 좋아하는 옷들을 꺼내들었다. 술집에 들어가서 제일 먼저 한 일은 김탄소찾기였다. 대충 인사들을 받아주고 둘러보니 멀리 구석에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친 건 의도치 않았던 건지 몸을 크게 움찔하는 게 보였다. 귀여워. 숙여진 탄소의 머리카락 사이에 귀가 빨겠다. 계속 서있는 나는 호석이 놈이 끌고 가서 자리에 앉혔다. 자식이 의리는 있어서. 탄소가 잘 보이는 자리였다. 두근두근. 지금 탄소랑 마주 보고 있어. 심장이 뛰었다. "6번이랑 13번!!" 탄소가 자리에서 나오는 걸 도와주다가 봤는데 전정국의 나무젓가락 번호가 6번이었다. 탄소가 나간 틈에 얼른 뺏어서 손에 쥐었다. 고맙다 정국아. ---헤헿 수줍은 조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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