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호기심에 시작했지만 나에게는 상처로 끝났고, 생각없이 저질렀던 행동들은 나를 매일 밤 불면증에 시달리게 했고, 그렇게 시작한 모든 일들이 결국에는 너에게 피할수도 없는 화살이 되어..방패라도 있었더라면 좋았을걸. 막아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던 나약했던 지난날들을 돌이켜보고 있노라면, 이렇게 훌쩍 커버린 나를 보면서 핏핏 웃곤한다. 그때는 왜 네가 무서웠을까, 무서워서 한마디 대꾸도 못하고 벙어리마냥 너의 모진 말들을 전부 받아냈던 걸까. 너는 내가 무얼 잘못했길래 그랬을까. 때릴데도 없는 작은 몸뚱아리를 썩은 고깃덩이처럼 대했을까. 그런데도 나는 널, *** 내가 아주 싫어하는 애가 있다. 제가 군주라도 된 것 처럼 반 녀석들을 제 하수인처럼 마구 부리는 고약한 녀석이 하나있는데, 생긴것도 눈은 쭉 찢어져서는 꼭 살쾡이같은 꼴을 하고있다. 그 녀석은 늘 뱀처럼 새빨간 혀를 날름거리며 만만한 놈들을 물색한다. 그런 녀석의 눈길을 피해 고개를 숙이고 숨죽여 책을 뒤적이는 게 상책인데 나 또한 그렇다고 본다. 재수없이 녀석의 눈에 띄었다가 변을 당하는 건 약자인 우리 쪽이었으니까. " 배주성 " " 응? " " 쟤 좀 데려와봐 " " 백현아, 누구? " " 아..조그만 새끼 " " 아아, 쟤? " 엉. 오키. 사물함이 덜컹거리는 소리를 내며 배주성이 내려왔다. 조그만 새끼를 찾는다면 위험하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 키가 작은 놈들은 꽤 여럿 되지만, 그 중에서도 공식적으로 작다고 알려진 놈들은 나,김민석,김성주,정한해다. 나는 최대한 눈에 띄지 않으려고 의자에 등을 파묻고 계속 영단어를 끄적이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배주성의 발소리가 내쪽으로 가까워졌다. " 야 " 고개를 파묻고 이미 오래전에 머릿속으로 외운 insatiable,만족할 줄 모르는, 을 자꾸만 끄적이고 있는데 노트 끄트머리로 흙묻은 슬리퍼 두 짝이 보였다. '나는 못 듣고 아무것도못본거야' 나 스스로 최면을 걸면서 배주성을 애써 무시하고 단어를 끄적였다. " 어이, 내 말이 안들려? " " ... " 좆됐다. 오른쪽 어깨가 묵직해진다 싶었더니 배주성이 큼지막한 왼손으로 내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이제는 모르는척 할수도 없었다.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샤프를 내려놓고 미소를 지으며 배주성을 올려다봤다. 배주성은 키가 185를 웃도는 키라 꽤 고개를 뒤로 젖혀야했다. " 어? 나 불렀어? " " ..지랄 " 배주성은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고 내 어깨를 잡고 일으켜세웠다. 하긴, 이 녀석한테 거짓말 따위는 통하지 않는다. 그래도 짐짓 모른척 고개를 갸웃거려 보았다. " 무슨 일인데? " " 백현이가 불러 " " 변백현이..나를..? " " 그래 " + 내 등을 은근슬쩍 매만지는 배주성을 흘깃 쳐다보는 변백현을 주시하며 일부러 천천히 걸어갔다. 변태새끼, 변백현 쪽으로 미는척 하면서 내 등을 탐하는 녀석은 정상적으로는 이해불가였다. 하지만 아직은 녀석보다 내가 힘이 달려서 무어라 해보지도 못하고 모른척 했다. " 굼벵이냐? 좆나 굼뜨네 " " 미안.. " 사실 미안한 것도 없지만 일단 사과부터 해봤다. 그래야 조금이나마 배주성이 봐주지는 않을까-하는 까닭에서였다. 하지만 그 생각은 실로 어리석었다. 배주성의 묘한 손길은 변백현 앞에 와서야 떨어져나갔다. 그리고 다시 등을 매만지려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멀뚱히 변백현을 쳐다봤다. 가까이에서 본 변백현은 그간 녀석에 대해 들어온 말들과는 상당히 갭이 있었다. '악마' '개새끼' 와 같은 말로 묘사되었던 이미지와는 달리, 변백현은 꽤 순진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물론 찢어진 눈매만 아니었다면 더없이 순해 보였을 것이다. " 너.. " " ..? " " 너가 피아노 좀 칠 줄 안다며? " + 변백현이 무슨 말을 할 지 속으로 긴장하고 있던 내가 우스울정도로 녀석이 내게 한 말은 정말 평범했다. 나는 혼자 온갖 시나리오를 머릿속으로 짜가며 행여나 맞지는 않을까 걱정했었기 때문이었다. 녀석의 물음은 너무나 단순했지만, 대꾸할 말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응. 잘 쳐' ' 누가그래?' ' 부럽냐?' 라고는 할 수도 없었기에 대답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 진짜야? " " ..어? " " 진짜로 너 피아노 잘 치느냐 말이야 " " 조금..칠 줄 알아. 그렇게 막 잘 하는건.. " " 귀 좀 빌려줘 " + 귀를 가리키며 손짓하는 변백현에게 가까이 갔다. 그러자 땀이 베어있는 손으로 내 귀를 꼭 잡고 무어라 속삭였다. 이따 점심시간에 음악실로 와. 빠르게 말을 마친 녀석은 제 혀로 귓바퀴를 훑고는 떨어졌다. 갑작스러운 녀석의 행동에 얼이 빠진 내가 넋을 놓고 저를 쳐다만 보고있자, 녀석은 더해줘?하고는 손을 뻗어 내 볼을 움켜쥐었다. 아,아냐! 내가 손사레를 치며 뒤로 두어걸음 물러서자 녀석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짓고는 손을 뗐다. " 꼭 와. 경수야 " 녀석은 사물함에서 내려오지 않은채로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옆에있던 배주성을 흘깃 쳐자보자 배주성은 우리 둘을 보고있지 않고 휴대폰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나는 짧게 고개만 끄덕이고 도망치듯 내 자리로 돌아와 앉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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