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님토끼입니다 :)) 소재를 생각하던 와중 예전에 여기저기서 얻어읽은 일화같은게 떠올라서, 조금씩 인용해서 시리즈로 짧게 하나씩 연재하려고 해요. 읽으면서 '어?어디서 봤는데..'하는 내용들이 곧잘 있을지도 ㅎㅎ. 인용하는 거라고 밝혀두겠습니다(꾸벅) * 경수는 제가 여자라면 오늘이 그 날 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침부터 배가 꽁기꽁기한 게, 마냥 아프지도 않은데 그렇다고 괜찮지도 않고. 2교시 쉬는시간에 보건실에 들러 약을 먹었는데도 약을 잘못 먹었는지 아니면 정말 여성호르몬이라도 흐르는건지 알 수가 없었다. 하필 또 오늘은 체육이 든 날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축구,야구를 좋아하는지라 체육의 'ㅊ'만 들어도 환장했을텐대. 경수는 차가운 책상에 팔을 쭉 뻗고 고개를 파묻었다. " ... " 손등에 이마가 닿았는데 조금 미열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배가 아픈 건 아닐텐대, 체했나? 할머니가 알려주신 방법대로 엄지와 검지 중간지점을 꾹꾹 눌러보았다. 아프기는커녕 시원하기만했다. 그럼 체한것도 아니고. 대체 뭐란 말인가. 으으..신경을 쓰다보니 배가 아까보다 더 울렁거렸다. 결국 반장한테 말하고 체육은 빠져야겠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경수는 반장을 찾았다. 둥그런 안경을 쓴 갸름한 얼굴이 교탁 앞 책상에 앉아있는 게 보였다. " 반장 " " ..어? 경수야 " " 나 아파서 체육쌤한테 반에 있겠다고 말씀드려줘 " " 알겠어 " 어색하고 웃어보이고 뒤돌아 제자리로 가는 경수의 입술이 하얗게 부르터있었다. 백현은 안경을 한 번 치켜올리고 제 바짓주머니에서 입술보호제를 만지작 거렸다. 자칫하면 입술이 튿어져 금방이라도 피가 날 것같은 입술을 보며 백현은 마치 그 고통이 느껴지는 듯 코를 찡그렸다. 천성이 오지랖이 넓어 사소한 것도 지나치지 못하는 백현은 결국 경수의 옷깃을 붙잡았다. " 저.. " " ...? " " 이거 발라. 입술 많이 텄어, 너 " " ..어,고마워 " 백현과 경수는 접점이 없어서 말을 섞을 기회가 그다지 많지는 않았다. 백현이 오지랖이 넓은 것은 알았지만 저에게까지 적용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기에, 경수는 이런 호의가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반장이 원래 이랬나? 고개를 갸웃거리며 제자리로 돌아가는 경수의 뒤로 걱정스러운 시선이 따라갔다. * 체육복으로 갈아입느라 시끌벅적하던 교실은 수업종이 치자 아이들이 우르르 빠져나가 적막이 감돌았다. 경수는 짝의 의자를 끌어다 제 의자 옆에 놓은 뒤, 종대가 던져주고 간 담요까지 합쳐 두개를 깔고 그 위에 드러누웠다. 혼자만 있는 교실은 꽉 차 우글거리던 그것과는 또 느낌이 달랐다. 칠판 색도 조금 더 우중충해 보이고, 책상도 더 낡아보였다. 경수는 배 위에 손을 올려놓고 눈을 감았다. 배는 그대로 이상했지만 조용해서 그런건지 아주 못견딜 정도는 아니었다. " 드르륵 " 그 때, 교실 뒷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슬리퍼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걷는다는 느낌이 다분히 묻어났다. 경수는 호기심에 몸을 일으켜 누구인지 확인할까 고민했지만 그것조차 귀찮아 자는척 가만히 있었다. 뭘 두고갔나보지, 아마 줄넘기를 두고 갔을 누군가가 사물함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과 다르게 발소리는 제 쪽으로 곧장 다가왔다. " ... " 의자를 끄는 소리가 나더니 털썩, 하고 누군가 앉았다. 소리로 봐서 경수의 바로 앞자리 의자가 분명했다. 안가고 뭐하는거지? 김종대인가? 그 녀석이라면 이럴수도 있었다. 경수는 그대로 눈을 감고 말했다. " 김종대? " " ...많이 아파? " 방정맞게 웃는 목소리일거라는 예상과 달리, 제 물음에 답하는 목소리는 반장의 목소리였다. ..반장? 경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앞에 앉아 걱정스럽게 저를 쳐다보는 백현과 마주했다. 경수가 거울을 못봐서 그렇지, 지금 경수의 몰골은 가히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두 눈은 퀭하고 입술은 부르트고. 경수의 얼굴을 본 백현의 눈이 잠깐 흔들렸다. " 어디가 아픈거야? " " 그냥..배가 조금.. " " ..너 식은땀 나 " " ... " 그랬었나, 듣고보니 이마가 조금 축축했다. 교복소매로 닦아내려는데 백현이 제 손을 뻗어왔다. " ... " " 열은 별로 없는데 " 가느다란 손가락이 피부에 감겨오자 기분이 이상했다. 미열이 있는 제 이마보다 더 뜨끈한 손가락이 꼼지락대며 이마를 훑었다. 가끔 관자놀이를 엄지로 꾹꾹 눌러가며 흐음..거리는 모습이 마치 의사놀이라도 하는 어린애같았다. 백현은 이마에서 손을 떼지 않은채로 계속 있었다. 경수는 다리가 저려서 몸을 조금 움직인다는 게 뒤로 물러나게 되었다. 그러자 백현이 제 몸을 조금 앞으로 기울였다. 그 움직임에 경수가 눈을 들어 백현을 쳐다봤다. " 지금은 어때? " " 뭐..가? " " 아픈거 " " 음.. " 아주 괜찮아진 것은 아니었지만 울렁거리는 느낌은 사라졌다. 괜찮아. 살짝 웃으며 대답하자, 백현이 다행이다. 하며 마주 웃었다. 그렇게 서로 웃다가 문득 웃음이 뚝 그쳤다. 그리고 백현의 갸름한 얼굴이 점점 다가왔다. 경수는 눈을 감지도, 피하지도 않은 채 둥그런 안경테 너머 축처진 눈매를 바라봤다. 강아지같다.. 서로의 코가 살짝 닿자 경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말랑한 입술이 서로 맞닿고 살짝 벌려진 틈새로 백현의 혀가 들어와 얽혔다. 짙은 숨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는 것과는 달리 백현은 부드러웠다. 이마에 올려져 있던 손이 경수의 볼을 감싸쥐고 더욱 깊게 혀가 들어왔다. 질척한 소리가 잇새로 새어나왔다. " 으응.. " " ..하.. " 경수의 아랫입술은 살짝 깨물고 백현은 천천히 떨어져 나왔다. 서로의 타액이 길게 늘어지다가 툭 끊어졌다.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마주보며 웃었다. 그리고 경수는 아파서 일거라고, 백현은 좋아서 일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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