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중국에서 한국으로 유학을 온 내가 익조 고등학교에 입학한 날이었다. 문을 열고 선생님과 제가 같이 들어오자 인상 때문인지 지레 겁먹고 있는 것 같았다.
“음, 이름은 타오라고 하고. 중국에서 전학 왔으니까 아직 모르는 것도 많을 거야. 많이 신경 써주길 바란다. 이상…. 아차차, 자기소개해야지?”
“네에. 안녕 나눈 타오라고 해. 자 부타 캐!”
아이들이 내 자기소개를 듣고 발음이 웃긴 것인지 깔깔 웃기 시작했다. 혹시 저가 실수를 한 것인지 식은땀이 흘렀다.
“저기 혼자 앉는 애 보이지? 세훈이 옆에 앉아.”
선생님의 말씀에 세훈이라는 애 옆자리로 가 앉았다.
“아…안녕?”
정작 세훈인 묵묵부답이었고, 세훈이에 앞자리에 앉은 아이가 내게 인사를 해왔다.
“타오! 이름 멋지다! 하하!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보고!”
“으응. 넌 이름이 뭐야?”
“난 김종인.”
*
교과서가 없어 세훈이에게 저기 교과서 좀 가티 보면은 안되까?라고 묻자 아무 말없이 교과서 한쪽을 내미는 세훈이었다. 별로 말은 없지만 착한 아이인 것 같았다. 1교시가 끝나고 앞자리에 앉은 종인이가 매점을 가자며 달달 볶는 바람에 매점으로 향했다.
“종인, 매점이 뭐야?”
“바보 아니야 이거? 매점은 그냥 먹을 거 파는 거야!”
“오호, 종인 고마워!”
“뭘, 야 근데 너 말이야. 오세훈이랑 놀지마.”
“왜? 세훈 좋은 사람인데?”
“좋은 사람은 지랄. 오세훈 때문에 피해 본 사람만 수두룩해. 조심해”
종인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매점에 도착하자 이번엔 자신이 쏘겠다며 말하는 종인 덕분에 돈을 쓰지 않아도 됐다. 음료수 한 개를 계산대에 놓고 종인이 계산을 하려는 때 누군가가 종인보다 더 빨리 돈을 내밀었다.
세훈이었다.
*
“거봐, 세훈 좋은 사람이래 찌! 내가!”
“아, 그 새끼가 뭔 일이래 진짜. 아 진짜 걔 안 좋아. 놀면 너만 손해야!”
“아냐, 종인. 종인이 오해하는 거야!”
"네 맘대로 해. 난 경고했다?”
다시금 생각해봐도 세훈은 좋은 사람이었다. 돈도 대신 계산해주고 교과서도 같이 보고 말이다. 세훈은 좋은 사람이다.
왜 내가 세뇌당하는 것 같지? 착각인가.
하루 종일 세훈이의 교과서만 같이 보니 미안해 같이 떡볶이나 먹으러 가자 했더니 세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싸! 야, 나도! 눈치도 없이 끼어드는 종인이가 지금은 너무 싫었지만 저에게 먼저 다가와 준 게 고마워 같이 가기로 했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세훈이의 표정이 더욱 굳은 것 같았다. 종인이가 좋은 곳을 안다며 간 학교 앞 떡볶이집에 가 떡볶이 1인분과 튀김 1인분을 시켰다. 떡볶이와 튀김을 먹고 있자 종인이 말을 걸었다.
“타오야, 여기 맛있지?”
“응응! 맛있어!”
“이딴 게 뭐가…”
“타오야 우리 다음에 또 오자!”
“응응! 또 와! 근데 세훈, 뭔 말하려고 해써?”
“쟤 말은 그냥 무시해.”
종인은 세훈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었다.
*
떡볶이를 다 먹고 나와 집으로 향했다. 세훈과 종인은 같은 방향이었고, 난 다른 방향이었기 때문에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핸드폰을 꺼내 웨이보로 들어갔다. 중국 친구들이 그리웠다. 웨이보에 I'm OK라는 글을 올리고 핸드폰을 집어넜다. 매우 추웠다.
*
아침에 일어나 학교를 가자 이미 종이 쳤음에도 불구하고 종인이 오지 않자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손톱을 깨물자 옆에서 세훈이가 저지했다. 하지 마. 긴장이 돼거나 떨릴 때 나오는 버릇이라 참을 수가 없었다. 뭔 일 있는 건 아니겠지?
“오늘 종인이가 개인 사정 때문에 학교에 못 올 거 같다고 하는구나.”
종인이한테 뭔 일이 있었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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