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
“탈 좀 벗어 봐요. 응? 나는 이름이 누나가 보고 싶어서 이렇게 탈도 벗었는데.”
“…어떻게,”
“네?”
“어떻게 제 이름을…?”
잘 생긴 건 둘째 치고 난 생 처음 보는 사람이 내 이름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가히 충격을 금치 못했다. 이렇게 되었건 저렇게 되었건 어떻게든 죽을 목숨이었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에게 물음을 던졌다.
“푸하! 누나는 농담도, 여전히 장난치는 건 좋아해서 말이야, 그러니까 지금은 탈부터 벗으시고…”
그는 말을 끝마치자 기다렸다는 듯 내가 쓰고 있던 고양이 탈을 벗겨냈다. 후덥지근하게 느껴지던 공기가 그제 서야 탁 트이는 느낌과 동시에 여전히 충격에 벗어나지 못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
“…”
눈이 마주쳐 버렸다.
“와…,”
“…?”
“어떻게 하면 이렇게 더 예뻐지지?”
어? 이게 아닌데……?
狼,
#005. 누난 너무 예뻐
“나 감동이야,”
“에…?”
“이름이 누나는 왜 날이 갈수록 예뻐져선.”
“잠시, 잠시.”
말을 하면 할수록 점점 거리가 좁혀지고 있었다. 솔직히 나는 모르겠다. 이 사람이 누군지 도무지 기억해 낼 수 없었다. 오히려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만 아파오는 느낌이었다. 나는 묘하게 올라오는 지끈거림에 한 손으로 관자놀이를 부여잡고 한 손으로는 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는 손짓을 취했다.
“머리가 아프면 괜히 기억하려 하지 않아도 좋아요. 천천히 기억해줘도 좋으니까 얼굴 찌푸리지 마요, 누나.”
그런 네 모습을 걱정스레 바라보다 부드러운 미소를 입가에 걸치며 입을 열어주는 그였다. 손짓을 취하던 손은 어느새 그의 손길이 닿았고, 꽤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다.
“누나는 너무 예쁘니까, 무엇보다도 지금 제 곁에 함께 하고 있으니까. 저는 지금 그걸 로도 충분해요.”
#006.
번져 오른 네온사인이 한 번, 두 번, 세 번…깜빡이다 힘없이 꺼져버렸다. 다시금 주변은 온통 검게 물들였고 내 손을 감싸던 온기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져갔다. 주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만 하는 분주한 발소리만이 울려올 뿐 그 외에는 큰 변화는 없었다.
덜컹,
덜컹.
아니, 그 말 취소
#007.
부산하던 소리는 덜컹이는 소리와 함께 허공 위로 흩어졌다. 그것은 찰나의 순간이었다. 내리쬐는 강한 빛에 눈을 잠깐 깜빡이는 순간, 부서지는 빛이 천천히 감기는 필름 영화 마냥 느릿하게 허우적거리다 사라져갔다.
“갑작스럽게 미안해요, 소개가 늦었나?”
순진무구하다는 말을 저런 데 쓰는 걸까 싶다는 생각이 팍, 하고 느껴질 정도로 해맑은 웃음을 지어보이는 그였다. 그러고 보니 아직 저의 이름을 듣지 못했다. 나는 그 물음에 고개를 슬쩍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자 조금 더 해맑은 웃음을 지어보이며 천천히 동시에 나긋이 입을 열었다,
“제 이름은 정국이요, 전정국.”
그리고 짧은 침묵 잠깐.
“기억해주세요, 잊지 말아 줘. 다시는…”
밝은 웃음은 갈수록 흐려지는 끝말에 먹혀 들어갔다.
#008. 식사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세상은 자연스러웠다. 짧은 시간에 사람들은 모든 것을 적응해 나아갔고, 실제로 인육을 먹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암암리의 시장들이 아니었다. 그것들은 곧 큰 사업으로 확장되어갔고 합법적으로 인간을 사고 파는 경우까지 늘어났다. 그중 대부분은 삶을 포기한 젊은 계층의 사람들이거나 이미 병원에서 삶을 마감해야하는 사람들이었는데, 실제 그들은 매우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고 한다.
처음 그 말을 들은 나는 아닐 거라며 부정을 해보았지만 결코 단호한 표정으로 내게 말하는 정국이라는 녀석을 보면 거짓은 아닐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누나는…그래도 나가보셔야겠어요?”
세로로 기다란 테이블이었다. 마치 중세 귀족들이나 펼쳐놓고 먹을 법한 느낌이 물씬 풍겨지는, 나는 그곳에서 오랜만에 제대로 갖춰진 음식을 뱃속에 겨우 구겨 넣을 수 있었다. 접시에 담긴 스테이크가 어쩌면 누군가의 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쉽사리 입에 들어가지 않았다. 다행히 먹기에 앞서 소고기라고 말해주었지만 그게 진짜인지 아닌지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지금은 더 이상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렇게 먹음으로써 배를 채워야 한다는 것이 나는 너무 싫었다. 혐오감이 들었다. 정성스럽게 구워준 사람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아마도 이걸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 뱉어 낼 지도 모른다. 왜 젊은 계층의 사람들이 사서 죽음을 자처하는지 조금 이해가 될 정도였다.
음식에 잠시 정신에 팔려 물음에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 없었던 찰나 그의 아랫사람으로 추정되는 자의 작은 헛기침 소리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두어 번 정도 고개를 끄덕이다 결국 식기를 먼저 내려놓았다.
“왜 그래요, 맛이 별로에요?”
그런 나를 보며 의아하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물음을 던지는 그였다. 하지만 나는 애써 아니라며 쓴 웃음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저었고 그저 묵묵히 앉아 잠시 생각에 잠기기로 했다. 덜그럭 거리며 그릇을 치는 식기의 소리가 공간을 한가득 채웠다. 탈을 쓴 사람들은 어째서인지 벗지 않고도 잘 먹는 모습이 조금 기괴하기도 다른 의미로는…….
그나저나 ‘그 녀석’은 이 난리 통에 연락 한 통 없다니. 나는 녀석의 감감 무소식에 조금 화가 나기라도 한 건지, 답지 않게 애꿎은 소고기만 포크로 푹푹 쑤셔댔다. 그러자 짐승의 시선들이 한꺼번에 나의 쪽으로 쏠렸다. 그리고 저 멀리 한 가운 데 앉은 정국의 시선도.
“아무래도 식사는 이쯤에서 마무리하는 게 좋을 거 같네. 먼저 일어날 태니 알아서 마무리해.”
의자를 끄는 소리가 나쁘지 않을 정도로 길게 이어지다 멈추곤, 이내 저 만치에서 순식간에 내 곁으로 다가와 실실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여는 그였다.
“그럼 나가요,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름이 누나 혼자는 위험하니까.”
“아니 괜찮아 그럴 필요 없어…요.”
“제가 안 괜찮아서 그래요. 겨우 만났는데 이렇게 헤어지고 싶지도 않고.”
끝으로 갈수록 서글퍼지는 목소리는 기분 탓일까, 정국은 말을 끝마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내 손 목을 덥석 잡더니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건물 구조가 꽤 넓고 특이한 걸 보아 아무래도 처음 발을 들인 사람들은 쉽게 길을 헤맬 수 있을 거 같았다.
009.
“우선 밖으로 나가기 전에,”
얼마나 걸었을까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기 직전에 그는 걸음을 늦추고 어두운 공간에 인위적일 정도로 밝은 색채감을 띈 문 앞으로 날을 이끌었다. 기다란 문손잡이 두 개가 문 두 짝에 사이좋게 붙어 있었고 빛을 비추면 금방에라도 반짝일 것처럼, 아니 딱히 빛이 비추지 않아도 반짝였다. 정국은 말을 한 박자 끊고 내 손목을 놓고는 양 손으로 문손잡이를 잡곤 힘껏 밀었다.
분홍빛 네온이 은은히 방을 비추고 모서리 부분으로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새벽빛 네온이 꽤 인상 깊은 방에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이나 수많은 동물 탈들이 걸려있었다. 컬렉션이라도 모아둔 것 마냥 그것들은 꽤나 정성스럽게 관리 된 모양인지 깔끔하고 정돈돼 있었다.
“아무래도 고양이 탈을 덜렁 쓰고 나가기에는 누나 표적 될 확률이 높으니……아, 물론 걱정 마세요. 그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제가 다 죽여 버림 되니까.”
아니, 그렇게 예쁘게 웃으면서 그런 잔인한 소리 하는 거 아니야,
“어디 봐, 이름이 누나는 예쁘니까 뭘 해도 어울릴 거야.”
아니, 그렇게 예쁘게 웃으면서 심장 폭행 하는 것도 아니야.
---
흑흑 늦어서 죄송합니다! 최대한 빨리 쪄오려구 했는뎅... 이거시 저의 한 투더 계......, (쓰러짐)
생각보다 예쁘게 봐주시는 거 같아서 너무 좋구.., 감사하구....
언제 어떻게 분량이 늘어나고 줄어들지 몰라요! 본 스토리 진행은 아직 1도 안되었고...
음음! 충분히 배경 설명이 조각조각 풀어진다면 본 스토리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아직 멀고도 험난한 우리의 여정... (먼산)
오늘은 반응이 좋다면 진짜! 지인짜루! 또 쪄올게요!! 약속!
모든 반응은 달게 받고 있습니다! 오늘도 감사해요 이름님!! ♥
SPECIAL THANKS 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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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아 김우빈 암 투병할 때 공양미 이고 기도했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