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커플의 일상이란, 아홉 번째 일상
W. 야끼소바
♬♪♩-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을 뒤집었다. 얼마 되지 않아 벨소리가 끊기고, 탁탁탁 괜한 키보드에 화풀이를 하다 노트북도 덮어버렸다. 눈앞에 있는 모든 것들이 거슬리는 순간이었다. 두 손으로 머리를 헝클이며 앉은 자리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이 짜증을 어떻게 할 방도가 없었다.
띠링-
문자 알림음 소리에 뒤집은 폰을 다시 똑바로 놓자 잠금화면에 띄워진 부재중 전화 1통과 문자 1통이 보였다. 아, 제발.
'택배입니다. 경비실에 두고 갑니다.'
전화 받을걸. 경비실까지 내려가기 귀찮은데. 평소에는 목이 빠지게 기다렸던 택배도 오늘은 반갑지 않았다. 오히려 싫을 정도. 다른 날 오지, 왜 하필이면 오늘 온 거야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달갑지 않았다. 전화 안 받아도 집 앞에 잘만 두고 가시던 아저씨가 오늘따라 왜 경비실에 두고 가셨대. 괜한 택배 아저씨를 원망하며 전화기를 들었다.
"어, 민형아."
"누나? 왜 전화했어?"
"지금 만날래?"
"아.. 누나, 지금은 안 될 것 같은데..."
"...그래, 알았어."
이민형이 나와의 만남을 지속해서 거절한 지도 꽤 되었다. 이민형의 생일 이후로 더욱 뜨겁게 사랑할 것만 같았던 우리였지만 이상하게도 우리는 꽤 요상한 분위기를 타고 있었다. 회사에서 만나면 인사만, 점심도 따로 먹고, 퇴근도 따로 해. 아니, 남도 아니고 이게 뭔데. 처음에는 아 팀장이니까 회사 일 때문에 집에서도 바쁘겠지 싶었는데 이쯤 되니 점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예전에 이민형의 화를 풀어준다는 이유로 바꿨던 전화번호부의 이름을 다시 '이민형' 세 글자로 바꿨다. '세상에서제일잘생기고제일귀엽고제일멋진내남자친구이민형너무너무너무사랑해' 가 뭐냐, 대체. 지금 보니 아주 오글거려 죽겠다.
사실은, 나도 예전 같지는 않았다. 이유라면 이유고, 핑계라면 핑계겠지만 일이 바빠 이민형에게 연락하는 빈도도 떨어지고 회사에서도 같은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 재현이와 함께 다니기 일쑤였다. 그래, 인정할 건 인정하자. 내가 이민형에게 뭐라고 할 처지는 아니다. 회사에서는 옆 부서 팀장님께 재현이랑 사귀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붙어 다녔고 최근 통화 기록에서는 이민형의 이름을 찾기가 어려웠으니.
마지막으로 데이트한 게 언제더라. 선반 위에 있던 캘린더를 가져와서 보니, 딱 일주일 전이었다. 그마저도 제대로 된 데이트는 아니었다. 이민형의 차에서 잠시 이런저런 이야기만 했었는데 그래도 넓게 보면, 데이트는 맞으니까. 남들에게 우리 데이트 했어요~ 하고 말하면 비웃음만 샀을 그런 데이트였다.
이제는 이런 것도 데이트로 칠 만큼 우리의 사랑이 식었구나 하는 생각에 갑작스레 우울해졌다. 이게 권태기구나. 가끔씩 티비에서 하던 마녀사냥, 그 프로그램에서 그린라이트인지 뭔지 하면서 얘기하던 거, 권태기. 친구가 남자친구와 권태기라며 고민상담을 할 때도 이민형이랑 나는 그런 거 안 올 거야~ 하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었는데 지금은 조금 많이, 후회가 된다. 결국은 왔다. 평생 안 올 줄로만 알았던 권태기가 우리에게도 와버렸다.
도저히 일을 이어서 할 기분이 아니라 옆에 있던 침대에 털썩 하고 누웠다. 이민형이 밉기는 더럽게 미운데, 보고 싶기는 또 더럽게 보고 싶더라. 얼굴이 눈앞에 계속 아른아른거리는 게, 얄미워 죽겠는데 보고 싶어.
인터넷을 들어가 지금 상영하고 있는 영화들의 목록을 보았다. 개봉할 때마다 보러 갔던 시리즈의 영화 하나가 새로 개봉한 것이 보였다. 아무리 바빠도 다음 주에 보러 가자 하면 시간 내겠지 하는 마음으로 문자를 보냈다.
민형아! 우리 맨날 보던 시리즈 영화 이번에 새로 개봉했더라. 다음 주에 보러 갈래?
이민형
다음 주도 많이 바쁠 것 같아. 미안해요, 누나.
어차피 기대도 안 했어. 문자를 보내느라 일으켰던 몸을 한숨을 푹 쉬며 다시 침대에 뉘었다. 머리맡에 올려져 있던 책 한 권을 폈다.
바쁠 때일수록
문자 한 통, 전화 한 통 해줬으면 좋겠고,
흘려보낸 말도 하나하나 기억해주고,
큰 것보다 작은 것을 챙겨주고,
항상 내 편이 되었으면 좋겠고,
무엇이든 표현하고,
탁. 무서울 정도로 내 처지와 똑같은 글귀에 괜히 소름이 돋아 책을 덮었다. 위로 받으려고 본 책인데 더 슬퍼져버렸네. 눈물이 났다. 그냥 갑자기 눈물이 났다.
그렇게 침대에 웅크려 무릎을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다. 청승맞아. 코가 막혀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가 않았다. 이만큼 울었는데도 어째 가슴이 턱 막힌 듯한 느낌은 사라지지를 않았다. 내 귀로 생생히 들리는 나의 코맹맹이 소리가 듣기에 썩 좋지는 않아, 휴지에 대고 코를 몇 번 풀었다.
그리고, 이민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민형아, 카페로 와."
"누나, 나 지금 바빠서 다음ㅇ.."
"네 애인 얼굴 보지도 못할 만큼 바쁜 건 아니잖아."
"...."
"안 그래?"
"나갈게, 조금만 기다려요."
카페로 들어오는 이민형을 향해 어색하게 손을 흔들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민형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왜 굳어 있어. 너도 알고 온 거야? 너도 우리의 나중을 알고 온 거야?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 원래 너와 내가 만나면 이렇게 조용했던가. 가끔 마주쳤던 침묵이 이렇게 숨막혔던가.
"우리,"
"...."
"예전 같지 않다, 그치."
"...."
"그만할까?"
"누나."
"아님, 시간이라도 가지자."
분명 덤덤하게, 아무렇지 않게 말할 거라고 다짐했는데 나도 모르게 덜덜 떨려오는 아랫입술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내가 힘들 것 같아서 그래."
"...."
"다른 게 아니라 내가 힘들 것 같아서 이러는 거야."
"김시민."
"나 먼저 갈게."
앞으로 남자친구 이민형, 여자친구 김시민이 아니라 팀장 이민형, 대리 김시민인 거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거야.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 문을 향해 걸어가다 잠시 멈춰 뒤를 돌아보았다. 이민형은 나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도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가장 가까웠던 우리는 이제 가장 멀어졌다.
김시민, 후회할 짓 하지 말자.
그런데 나, 후회 안 할 수 있을까.
***
오랜만이에요! 독자님들, 다들 너무 너무 보고 싶었어요ㅜㅜ
오랜만에 왔는데 이렇게 바로 싸우게 만들 줄은... 예상도 못하셨죠.... 걱정하지 마세요. 얘네 다시 화해할 거니까요! (해맑) 제 목표는 얘네 결혼 골인시키는 겁니다! 꽤 오랫동안 쉬었는데, 그동안 마음정리도 하고 생각보다 꽤 잘 지냈어요. 오늘은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의 49재를 지내고 왔고요. 역시 누군가를 떠나보낸다는 건 참 어려워요.
너무 오랜만에 와서 독자님들 마음에 이미 저에 대한 미움이 가득 차 있는 건 아닐까 걱정되네요. 정말 죄송합니다ㅜㅜ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 건데, 본문에 나온 글귀는 '너에게 하고 싶은 말' 이라는 책에 나온 글귀예요!)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항상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암호닉 곧 다시 받을게요! 지금은 받지 않겠습니다 :)
사랑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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