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오늘따라 더욱 차분해 보이는 이름이 먼저 회의실에 앉아 있다. 오늘따라 이름이는 걱정이 많아 보인다. 하지만 내담자가 들어오자 이름이의 표정은 온화한 미소만 가득하다. 그리고 이름을 보자마자 인사를 하는 남준이었다.
"안녕하세요 김남준입니다."
"안녕하세요 성이름입니다."
남준이 앉고나서 서로 한동안 바라보기만 했다. 아마 서로 탐색을 한 것같았다. 남준은 이름을 만나기 전에 먼저 방피디님을 뵙고 오는 길이었다. 방피디님께 왜 이런 상담을 하게 한것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사실 모든 멤버들이 좋아하진 않았다. 자신의 속마음을 갑자기 멤버들에게도 아닌 처음보는 사람에게 하라니 평소 자신들을 지키기 바빴던 그들에게는 너무 부담이 큰 일이었다. 좋은 상담자가 아닌 경우에는 자신들이 심리상태들이 세상에 알려지는 일까지 벌어질수도 있기 때문이다.
"긴장 안 하셔도 돼요. 상담하면서 있었던 일은 모두 비밀로 철저히 보안 유지 됩니다. 그리고 나쁜 사람 아니니까 그렇게 긴장 안 하셔도 돼요."
"아... 근데 상담이 처음이라 어떤 이야기를 해야할지..."
"으음... 갑자기 이제 속마음을 이야기 해봐요. 이러면 당연히 이야기를 못하시겠죠? 그러니 먼저 제가 속마음을 이야기하면 남준씨가 편하게 이야기 하실수 있을 것 같으니 먼저 이야기 해볼게요."
사실 이름도 남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해봤지 자신의 이야기를 해본 적은 없었다. 그만큼 이름이에게 기대는 사람만 있었지 정작 이름이에게 기대라고 한 사람들은 없었던 것 같다. 그만큼 이름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래서 이름이는 긴장을 풀어준다는 빌미로 이야기를 시작했을 수도 있다.
"으음... 일단 제나이는 22살이에요. 96년생 그리고 심리치료전공과 더불어 실용음악전공도 하고 있어요. 평소에 공연도 하고 상담도 하고 바쁜 생활을 하고 있죠. 제가 심리치료전공을 하는 이유는 제가 심리가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이에요. 어릴 적부터 너무 틀에 갇혀 있어서 힘들었거든요."
남준은 놀랐다. 적어도 자신과 동갑아니면 석진이형과 동갑일 줄알았다. 이름이에게서 성숙한 분위기가 있었고 적어도 방피디님이 멤버들보다 어린 사람에게 상담을 안시킬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심리치료전공을 시작한 이유가 놀라웠다. 자신의 심리가 좋지 않아 시작했다니 보통사람들은 다른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나아가는 모습이 보고 싶어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름이는 자신의 심리를 치료하기 위해 시작했다고 자신의 틀을 깨고 싶어서라고 했다.
"모든 어른들과 주변사람들은 저를 틀에 가두었어요. 음... 인형이라고 해야 하나요? 항상 밝은 아이여야 했고 절대로 주변을 실망시키면 안됬고 뭐든 잘해야 했고 항상 이야기를 잘들어주는 착한아이 넌 이렇게 해야해 넌 이런아이 아니니? 항상 이랬어요. 그래서 저는 항상 저를 세뇌시킨 거에요. 이렇게 해야해 난 이런아이니까 어릴 적부터 받던 관심은 저한테 좋은 게 아니었어요. 친구들은 저로 인해 사랑을 받으려고 했고 저는 그런 친구들에게 이용을 당해 주어야 했고 모든 어른들의 기대에 만족을 시켜주어야 했어요."
어릴 적부터 이름이는 영재로 소문이 났고 뭐든 잘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런 이름이의 주변친구들은 그런 이름을 이용했고 이름이는 그런 아이들로 인해 철저히 자신을 방어하기 시작했다. 그로인해 절대로 자신의 감정을 마음대로 표현하지 않고 감추었고 그들의 기대와 만족에 맞추어 한 인형이 된 것이었다. 한 어린아이가 자신의 마음에 드는 인형으로 만든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제는 제 마음을 몰라서 심리전공을 시작한거에요. 자신의 심리도 모르는 사람이 무슨 상담인가 싶지만 사실 상대방 심리보다 자신의 심리가 제일 파악이 안되고 어려워요. 그러니까 이제 남준씨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사실은 부담스러워요. 지금 이순간 조차도 부담 스러울수도 있어요. 그래서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수도 있어요"
"괜찮아요, 천천히 편하게 이야기해주세요 시간은 많으니까요."
"솔직히 자기혐오같아요. 저는 제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같아요."
"왜 그런생각을 하세요?"
"솔직히 저로 인해 방탄이 욕먹는 일이 많았어요. 모두 저의 실수로 인해 시작된 것인것도 있고 그리고 춤도 제 마음처럼 몸이 따라가주지 않아서 완성도도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요."
"모든 사람이 완벽할수 없어요. 다들 노력해서 지금 이자리에 있는거잖아요. 남준씨도 노력 안한거 아니잖아요 오히려 죽을듯이 연습하고 노력했잖아요 왜 피해를 끼친다고 생각해요 정작 멤버들은 남준씨한테 고마워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그런생각 말아요"
"그러면 좋겠네요 그리고 저를 보면 행복해야되는 사람이 맞는데 불행한 것 같기도 하고 모르겠어요 저만의 섬에 갖혀 있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어느날은 어느날 아침에 눈을 떴을때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이제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지만 그땐 너무 힘들었었나봐요. 그때는 멤버들에게 아무런 이야기조차도 하지 못한 시점이라서 그랬나봐요"